[사서학교]맹자 1회차 후기

도라지
2022-08-21 21:52
332

 

사서학교 2학기 첫 시간. 토토로쌤은 코로나에 걸리셔서 줌으로 참여하셨고. 혜림쌤이 새로 함께 하셨습니다.
방학은 참 좋은 것 같습니다. 공부의 소중함을 간직한 마음으로 논다는 건 그냥 놀기만 하는 것과는 질적인 차이가 있으니까요. 물론 그런 맘으로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고 공부를 새삼 더 열심히 한다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방학동안 실컷 잘 논 결과 개학 첫날 괜히 가슴이 웅장하고 학구열에 잠시 불타는 부작용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제가 첫날 후기를 쓰겠다고 손을 번쩍 들기까지 했다는...

 

저는 지난 시간 곰곰쌤 옆 자리를 의도했습니다. 수업시간에 멍을 잘 때리는 제가 필기를 성실히 하는 곰곰쌤 옆에서 자극받기를 작정한 이유였죠. 덕분에 첫 시간 만족스러운 노트를 챙겼습니다. 후기를 쓰자니 노트의 존재가 참 든든하군요. (그런데 이번주는 제가 어디에 앉을까요? ㅋㅋ)

 

맹자 첫시간이었습니다.

태사공이 사마천과 무슨 관계인지도 모르는 일자무식인(저만 몰랐겠죠? ㅋ) 제가 수업 후 소진의 합종책과 장의의 연횡책이 귀에 쏙 박혔으니, 진달래쌤의 첫시간 강의는 왜 전국시대를 패도의 시대라고 하는지를 이해하기 충분했습니다.

 

맹자(B.C 372~289)는 추나라 사람으로 이름은 가(軻). 공자의 손자인 자사의 제자에게서 배웠다고 합니다. 맹자 못지않게 맹자의 엄마도 유명한데 유향의 '열녀전' 추맹가모(鄒孟軻母)에서 맹모의 일화를 접할 수 있습니다.

 

'맹자'를 잘 읽기 위해 전국시대에 대한 이해는 아주 중요합니다. 

본격적인 철기문명의 영향은 무기의 변화를 가져와 전쟁의 양상을 바꿔놓았고, 농기구의 비약적인 발전은 대규모의 개간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부국강병을 추구한 패자들은 인재 등용에 적극적이었으니 제자백가는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했습니다.  이러한 현실과 시대적 요구에  부합한 합종과 연횡의 외교전 속에서 과연 맹자가 주장한 인의는 당대에 어느정도의 영향력을 끼칠 수 있었을까요? 저는 안타까운 생각마저 듭니다.

 

공손연과 장의가 대장부가 아니겠느냐는 경춘의 말에 맹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천하의 넓은 집(仁)에 거처하며, 천하의 바른 자리(禮)에 서며, 천하의 대도(義)를 행하여, 뜻을 얻으면 백성과 함께 도를 행하고, 뜻을 얻지 못하면 홀로 그 도를 행하여, 부귀가 마음을 흔들지 못하며, 빈천이 그 지킴을 바꾸지 못하며, 위무가 지조를 굽히게 할 수 없는 것, 이를 대장부라 이르는 것이다." -居天下之廣居 立天下之正位 行天下之大道 得志 與民由之 不得志 獨行其道 富貴不能淫 貧賤不能移 威武不能屈 此之謂大丈夫 (등문공 하 2)

'대장부장'을 읽으면서 패권을 원하는 군주와 평화와 신분상승을 동시에 원하는 민중과 인의를 통한 도덕정치를 말하는 대장부-맹자는 과연 현실적으로 결합할 가능성이 있기는 했을까?라는 의문이 듭니다. 이번 학기 '맹자'를 잘 읽어보고 싶은 욕심이 살짝 생깁니다.

 

(저는 지도나 그래프를 슥슥 그리는 사람들을 존경하는 경향이 있는데 진달래쌤이 춘추전국시대 중국 지도를 개략적으로라도 물 흐르듯 그릴 때마다 감탄을! 이번 학기가 끝날 때쯤 저도 함 그려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댓글 3
  • 2022-08-22 13:48

    앗, 태사공이 사마천이라는 말씀을 안 드렸군요.^^;;

    지도는... 옛날 노트를 찾았는데 없네요. 공부 시작할 때 저도 아무것도 몰라서 뻔히 있는 지도를 노트에 그려보곤 했습니다.  - 생각보다 잘 그려서 되게 뿌듯해 했었는데, ㅋㅋ

    그래도 아직 잘 모르죠. 일단 거리 감각이 없어서. 요즘 <춘추좌전>을 읽는데 주석에 자꾸 '여기는 지금 00성 00현에서 얼마나 떨어지진곳이다. '라고 친절히 알려주는데 어딘지 잘 모르는데 자꾸 알려주니 좀 귀찮기도 하더라구요.  정식으로 하자면 지도를 찾아봐야 하는데, 에구.

     

    맹자, 진짜 알다가도 모를 인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도 이번에 샘들과 <맹자>를  읽으면서 좀 더 잘 알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 2022-08-23 15:22

    아- 자리에 그런 의도가 숨어있었나요? ㅋㅋㅋ 그렇게라도 쌤의 필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다니 제가 영광(?)입니다. ㅋ

    저는 이(利)의 의미를 사(私)와 관련하여 개인적 차원으로, 부정적인 의미로 생각했는데, 그것은 후대에 생겨난 해석이라는 부분을 열심히 필기해 두었네요. 후대에 와서야 인간의 욕망과 관계된 것으로 사리/공리가 구분되었다, 전국 시대 당시에는 사회적 의미로 지금보다 훨씬 포괄적인 의미로 사용되었다고요.

    저 역시 맹자님은 공자님보다 더 험한 시절에, 왕도정치를 위해 20년을 주유했다니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들더군요. 부국강병이 최고의 가치였던 시대였기에, 그를 보고 현실과 거리가 멀어 당시의 사정과 맞지 않는다(우원이활어사정(迂遠而闊於事情))고 했었던 거겠죠. 한편으론 그런 입장이 이해가 되면서도, 그렇기에 맹자님이 더 대단해 보이긴 합니다.     

     

    아, 그리고 저는 '태사공'이 아예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았었다는 건 비밀입니다. 사마천이 태사공이였군요. 오늘도 하나 배웁니다. ㅎㅎㅎ

  • 2022-08-24 15:31

    오, 도라지님의 공부 열정에 박수를 ㅎ  곰곰님의 옆자리를 양보하겠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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