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학교] 논어 11회차 - 춘추시대 인싸는 자공님

곰곰
2022-05-30 00:58
260

지난 주까지 안회를 읽고 이번 주부턴 자공을 읽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비슷한 나이, 비슷한 시기의 제자들인데, 서로 가는 길은 아주 달랐다. 

 

자공의 이름은 사(賜)이고 성은 단목(端沐)이다. 위나라 사람으로 자공(子貢)은 그의 자이다. 공자보다 31살 아래이니 안회와 1살 차이이다. <논어>에 나오는 제자들 중에 자로 다음으로 자공(38회)이 많이 언급된다. 자공은 공문십철 중 언어에 뛰어난 인물로 기록되어 있다.

 

<사기열전>으로 본 자공

자공이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서는 <사기열전>에 자세히 나와 있다. <중니제자열전>을 보면, '자공' 부분이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할 정도다. 그의 출중한 외교술에 대한 것이 주내용인데,  노나라가 제나라에 침공 당할 위기에 처하자 공자는 자공을 불러 일을 맡겼다. 자공은 제, 오, 월, 진을 돌며 유세를 펼쳤다. 그의 활약으로 노나라는 제나라 침공의 위협에서 벗어났다. 그런데 이때 자공의 유세로 오나라는 제나라를 침략하여 승리한 후 진나라를 쳤다. 하지만 오는 진에게 패하고 힘이 약해진 오를 월나라가 멸망시켰다. <사기>에선 이를 “자공이 한 번 뛰었더니 각국의 형세에 균열이 생겨 십 년 사이에 다섯 나라에 큰 변화가 생겼다”라고 적고 있다. 그는 노나라와 위나라에서 재상을 지냈다. 또 그는 이재에 밝아서 “집안에 천금을 쌓아두기도 했다”고 한다. 제나라에서 삶을 마쳤다. 그는 공자의 제자들 중 가장 부유하고 출세한 제자 중 하나였다.

 

<논어>로 본 자공

그러나 <논어>에서 본 자공은 느낌이 조금 다르다. 그는 대부분 공자에게 질문하는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제자들을 비교 한다거나 자기는 어떠냐고 묻는 등 솔직하면서도 살짝 오지라퍼 같아 보인다. 자공은 사람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그리고 자부심이 있고 담대했기에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기도 하고, 이 사람 저 사람 비교를 많이 하고 다닌 듯 하다. 공자는 그러한 자공을 보고 “너 참 똑똑하구나, 나는 그럴 시간이 없는데”(子貢方人. 子曰: "賜也賢乎哉? 夫我則不暇."(14-31))라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공자에게 자공은?

5-3. 자공이 물었다.(子貢問曰) “저는 어떻습니까?”(賜也何如?) 공자께서 말씀하셨다.(子曰) “너는 그릇이다”(女器也) 자공이 말했다.(曰) “어떤 그릇입니까?”(何器也?) 호련이다.(曰: 瑚璉也)” 

공자는 자공을 호련이라 했다. 호련은 제기의 일종인데 옥으로 만든 그릇으로 매우 귀한 것이라 한다. 그러므로 자공을 이와 같이 말한 것은 굉장한 칭찬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공자는 <논어>에서 “군자는 그릇이 아니”라고 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어쨌든 자공은 군자라고는 볼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또 한편으론 군자라는 것을 공자가 다다라야 하는 이상적인 인간으로 말했다고 볼 때, 호련은 확실히 칭찬인 것 같다. 

 

자공의 매력

소문으로 들으니 <논어>를 읽다보면 자공을 ‘사위 삼고 싶은 사람’으로 꼽는 분들이 많다고 한다. 과연 그는 매력이 많은 사람이었다. 명민하고 눈치가 빠르며 구김이 없고 쿨-하다. 뛰어난 언변과 외교술로 이름을 크게 떨쳤고 재물을 모으는 데도 재능이 있어서 딱히 돈을 벌겠다고 노력하지 않아도 쉽게 부를 쌓았다. <공자, 인간과 신화>에서 크릴은, 자공이 행복한 중용의 덕을 갖춘 사람이라 소개한다. 그는 운좋게도 아첨하지 않고도 섬기는 사람을 기쁘게 할 수 있고, 원칙을 포기하지 않고도 출세할 수 있는 재주를 가졌으며, 외향적인 성격과 내성적인 성격을 겸비한, 그야말로 잘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고,,, 누구나 그를 좋아했던 것 같다고 적고 있다. 요즘 말로 하면 인싸 중에서도 ‘핵인싸’쯤 되지 않았을까? 또한번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으로) MBTI를 추측해 보자면, ESTP가 아닌가 싶은데.. 활동적이고 사교적이며 현실과 경험을 중시하고 자율적이며 융통성 있는 개방적인 사람. 즉, 수완좋은 활동가형! 그래서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는 듯하다. 

 

그런 자공이지만, 그의 탁월한 점은 그가 성공한 정치인이라는 것도, 부를 쌓은 재산가라는 것도 아닌 그가 언제나 자기를 갈고 닦았다는 점이라 하겠다. 명예와 부를 함께 가졌지만 이에 머무른 것이 아니라, 군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군자가 되려면 배움이 중요했고, 배웠다면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했다. 자공은 호련에서 그치지 않고, 그 그릇을 넘어 군자가 되기 위해 절차탁마가 필요했고, 이것은 자공이 평생 노력했던 것이다. 

 

1-15. 자공이 말했다. “가난하면서 아첨하지 않고, 부유하면서 교만하지 않으면 어떻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괜찮다. 하지만 가난하면서 도를 즐기고 부유하면서도 예를 좋아하는 것만은 못하다.” 자공이 말했다. “<시경>에서 말하는 ‘자르는 듯하고 다듬는 듯하고 쪼는 듯하고 가는 듯하구나’(如切如磋 如琢如磨)가 이것을 말하는 것이군요.”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사야, 이제 너와 시를 말할 만하구나. 지나간 일을 말해주니 다가올 것을 아는구나.”

 

자공은 넌지시 물어보았다. 자신이 부자이긴 하지만 교만하지 않으니 존경하는 공자 스승님께도 인정받고 싶은 게 아니었을까? 하지만 공자는 맞춤형 가르침에 능하신 분으로 이미 이런 제자를 충분히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무라기보다는 일단 '나쁘지 않다'고 합격점을 주면서 '하지만...' 더 높은 생활 태도가 있음을 가르쳐준다. 그리고 이 영리한 제자는 스승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다. “아, 지금도 괜찮지만, 앞으로 교만해지지 말고 겸손하고 예를 갖추기 위해 늘 자신의 공부를 갈고 닦으란 말씀이시죠?”라고 답하는 듯 하다. 자공은 하나를 가르치면 둘을 아는 사람이 맞다! 

 

 

세미나 중간에 우리도 진달래샘에게 여쭈었다. “선생님, 저는 어떻습니까?"," 선생님은 어떤 제자를 좋아하십니까?” 우리는 자공처럼 스승님께 인정 받고 칭찬을 받고 싶어했다. 하지만 진달래샘은 대답해 주시지 않으셨다. 못 들으신 것인지, 안 들으신 것인지.... 스승님의 깊은 마음을 알 수 없다. 하나를 배웠는데 하나도 잘 모른다. ㅋㅋㅋ

댓글 4
  • 2022-05-30 10:45

    제자들 캐릭터 분석에 진심이신 곰곰샘ㅋ~~

    자공은 수완 좋은 활동가형으로, 춘추시대의 핵인싸! ㅎㄷㄷ;;;

     

    '해방클럽'의 맴버들처럼 관계도, 열정도, 때론 단톡방조차도,  '노동'처럼 느껴지는 부류의 사람들에겐 참~부담스러우면서도 또 없으면 안 될 자공님 입니다. ㅎㅎㅎ

  • 2022-06-01 20:59

    분석가  곰곰님! 저도 인정~^^

    <논어>에서 자로 다음으로  두 번째로 많이 등장하는 자공. 성공한 상인 집안 출신에 똑똑하고, 눈치 빠르고, 자부심도 대단한 사람.

    시대를 넘어 이런 사람은 어딜가나 존재감 뿜뿜일거예요.

    저는 이번에 읽으면서 자공의  주제가 다양한 질문과 이야기하는 방식에서 우회적인 표현방법에 매력을 느꼈어요. 

    앞서 읽은 자로와 안회와는 다르게  공자님과 대화가 되는 제자라는 생각도 들고요 ㅎㅎ

  • 2022-06-01 22:34

    근데 언제 저한테 저런 거 물어보셨어요? 기억이 안 나는데.... 

    그리고 제가 대답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

    자공이 부자였다는 점에서 요즘들어 더 도드라지게 보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근데 돈이 많았다는 것만 생각하고 부유한 사람이 가져야 할 태도는 잘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아 좀 씁쓸한 기분이 들죠... 

  • 2022-06-02 07:19

    글쎄요... 자공의 질문들에서 느낀 바. 그가 그리 군자가 되고싶었던 것 같지 않았어요.
    그냥 적당히 잘 살고 있는 것에 자부하면서 자기애로 똘똘 뭉친 사람 같더군요. 
    그런데 전 이런 자신감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외교에 능했다니 아마 그런점에서 성공한 사람, 성공한 제자가 아니었을까요?

    그리고 진달래쌤이 우리의 질문을 기억을 못하시다니!
    종강할 때 다시 여쭤봅시다아~ 으하하하!

    (곰곰쌤~ 제 후기 순서 에세이 쓰라고 바꿔주셔서 감사했어요. 쌤은 인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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