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클래식;지속불가능한 자본주의> 4강 후기

관리쟈
2022-11-04 01:01
337

맑스의 후기 관심이었던 '물질대사론'을 리메이크한 사이토,  자본주의의 근본적 비판을 감행한 사이토 고헤이. 그의  <지속불가능한 자본주의>의 마지막 강의 후기이다.  휘청거리는 자본주의, 불안불안한 코로나 경제로 인해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지 알 수 없는 위기의 시대이다. 사이토는 그런 위기의 시대에 국가권력은 강해지는 경향이 있고, 위기가 더 커지면 결국 국가는 제 기능을 못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안그래도 이태원 참사로 확인된, '국가는 언제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에 참담한 심경이라 저 국가권력 어휘가 눈에 확띈다. 만일 애초에 국가가 없어서 믿을 필요조차 없었다면, 시민들은 알아서 잘 했을 것 같은 여러 정황들을 발견하면서 이런 취지의 사이토 말도 눈에 들어온다. '위기의 시대에 국가권력이 강해지는 이유는? 이웃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국가도 있지만 없고, 이웃도 있지만 없다. 하지만 먹고 일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모든 것이 국가적 시스템에 놓여 있는건 사실이므로 시스템의 부작동은 심각한 생존의 위협을 불러온다. 이를 테면 '사용가치'를 제대로 사용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상품가치의 몰락은 가치 일반의 정지로 다가오는 것처럼.  그러므로 우리 스스로 사용가치위주의 새로운 가치시스템을 창출하는 '자치의 경험'을 쌓아가야 한다는 사이토의 주장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점에서도 비교적 상세한 제안을 하고 있다. 

 

맑스의 물질대사론에 따르면 자연과 선순환의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노동과 생산의 적극적 변혁이 필요하다고 한다.  생산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생산부분을 건드리지 않고 소유, 재분배, 가치에 대한 관념 등의 변화로는 불충분할 수 밖에 없다. 사이토가 여러 이야기를 하지만 핵심은  사용가치를 중시하는 경제(사회)로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뚜버기 강사님도 말했지만 우리가 실험한 '마을경제'를 떠올리 지 않을 수 없다. 그 실험을 더 지속하고 확장해서 지역, 사회적 규모의 실험이 있으면 실효성이 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구상은 이 외에 네가지-노동시간 단축, 획일적인 분업폐지, 생산과정의 민주화, 필수노동 중시-가 더 있지만 사실 새로운 가치-사용가치-를 경제 전면에 포진한다면 이는  자본주의 경제 자체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사용가치 중심이면 생산이나 노동에 대한 관념, 시스템의 변화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재 기후위기를 돌파하는 삶의 전환에 한편으로는 인간중심을 벗어나는 것, 다른 한편으로는 상품가치중심을 벗어나는 것, 이 두 가지 방향의 담론이 있는 것같다. 둘은 같은 듯하면서도 다르고, 다른 듯 하면서도 유사하다. 차이, 또는 유사성을 아는 방법은 현실에 두드러지게 드러나게 하는 것 말고는 없는 것 같다. 지금이야말로 닥치는대로 실험을 해봐야 할 때인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런 점에서 사이토가 예시해준 많은 사례들이 흥미로웠다. 그레이버가 불쉿잡-쓸데없는 노동, 또는 직업-을 거론하며 노동이란 물건을 잘돌보는 것이라고 했을 때 사람들이 엄청 충격을 먹었던 점, 돌봄노동의 반란처럼 필수노동=보람된 노동에 대한 재고, 바르셀로나의 자치단체들의 실험과 그 결과물인 ‘기후비상사태선언’, 식량주권운동 등이 특히 그러하다.

 

사이토의 말처럼 사실 인권, 기후, 젠더, 자본주의 문제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이 연결과 연대를 확장시키는 것은 많이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무엇을 ‘지렛대’로 삼느냐만 다를 것인데, 사이토는 지금으로서는 기후정의가 가장 좋은 지렛대라고 말한다. 강의를 들으면서 계속 이런 생각이 맴돌았다. 아직 여력이 크지 않다면 큰 지렛대를 받치는 수많은 작은 지렛대는 어떤가. 무엇을 지렛대 삼을 것인가? 우리가 하고 싶은 것, 잘 할 수 있는 것, 그런 것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니 지렛대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문득 이번 강의를 통해 친구들과, 이웃들과 사용할 작은 지렛대에 대해 상상해보고 싶어진 걸 보니, 뚜버기의 강의도 지렛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후후)

 

좋은 강의를 열어주신 금클팀, 멋지게 강의해주신 뚜버기, 모두 감사합니다. 

 

댓글 1
  • 2022-11-04 07:57

    저도 이 강의 듣고 싶었는데 여의치 않아서 못 들었어요.
    내년 양생프로젝트 주제가 <취약한 몸들의 연대와 돌봄사회>인데
    그리고 커리도 대충 짰는데 (페미니즘+퀴어+차이의정치학+최근인류학에서 각 2~4권)
    이 책도 커리에 포함시킬까봐요^^

    책 사놓고 못 읽었으니 늦게라도 책을 읽어야겠죠?^^
    뚜버기님 수고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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