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클래식: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 1강 후기

띠우
2022-10-09 17:42
336

<지속불가능 자본주의> 는 일본어강독에서도 원문으로 읽고 있는 책인데, 한글로 보니 술술 잘 읽힌다. 저자가 참 글을 쉽게 써 주는데 거기에 뚜버기샘의 강의는 살을 붙여 더욱 흥미롭다. 첫날 후기를 쓰려고 보니, 마르크스가 그 시절에 이미 환경위기를 예언했다는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자본주의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매순간 어떤 좌절을 경험하는 일인 것 같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내가 하는 활동이나 공부가 현실의 삶과 무슨 관계가 있고, 그렇다고 해서 뭐가 바뀌냐는 질문에 어떤 명확한 해답도 줄 수 없는 순간이 많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도 마찬가지다. 텀블러는 최소 220번 이상을 써야 환경에 도움이 된다고 하고 에코백도 130번 이상 사용해야 그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이전에 텀블러를 교체하고 에코백은 몇 개씩 쟁여두면서 실제 재사용횟수는 20퍼센트를 조금 넘는 모양이다. 친환경붐에 편승해 사은품도 많아져서 또 다른 소비를 낳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뭘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인간에게 적합한 환경인 홀로세의 시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자본주의 성장으로 인해 여러 가지 변화를 거쳐 온 우리는 어떤 배경 속에서 이런 구조를 받아들이게 되었을까. 뚜버기샘은 마르크스를 가져와 세 가지 (기술적, 공간적, 시간적) 전가(발음조심ㅋ)를 통해 현재의 상황을 설명해 주셨다. 강의에서도 언급되었지만 어제 영화 ‘돈룩업’을 보았다. 인간 활동의 흔적이 지구 표면을 뒤덮은 시대, 어느새 인류세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영화에서 지구가 혜성과 충돌하면서 흩날리는 온갖 상품들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실감되었다. 지구와 혜성이 충돌하는 위기 상황에서 기업가들은 몇 조 달러에 달하는 광물자원을 경제적 가치로 접근해 혜성 폭파를 무산시킨다. 첨단과학기술이 혜성을 쪼개 광물도 얻고 지구도 구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미디어와 정치가들은 이에 합류한다. 6개월 14일이 주어졌음에도 결국은 혜성이 지구에 가까워질 때까지 손을 놓고 기다린다. 또 다른 미개척지를 발견한 것이다. 결과는...

 

강의에서는 기술적 전가에 대한 설명으로 암모니아 합성법에 의해 화학비료의 대량생산이 자연의 순환을 가로막은 것을 지적하고 있다. 암모니아비료 제조는 막대한 화석연료를 필요로 한다. 그 화학비료를 이용해 농사를 지으면, 질소화합물 유출로 인한 문제가 다시 발생한다. 막대한 물의 사용은 오염을 낳고 생태계는 무질서하게 된다. 악순환... 문제는 대부분이 우리, 내 눈앞에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문제가 눈에 보이게 될 정도에 이르면, 책임은 폭탄 돌리기가 될 뿐이다.

 

자본주의를 유지하는 수탈과 전가에 의한 제국적 생활양식을 누리는 이들은 많은 것을 보지 못하고 있다. 왜 그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을까. 만원에 석장인 티셔츠는 저 바다너머 보이지 않는 글로벌 사우스(자본주의의 세계화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 지역과 주민들)가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공간적 전가). 이런 사실들을 알아도 적당히 눈감고 나몰라라 하면서 미래기술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해줄 거라는 확신은 시간적 전가에 해당된다. 어느새 내가 사는 시대에 일어나지만 않으면 될 일이라는 사고방식은 낯설지 않다. 위기에 가속도가 붙는 순간이 되면 기술이 그것을 앞설 수 있을지 모르겠다.

 

기후위기는 부유한 생활방식의 과도한 소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럼에도 그로 인한 위기에 먼저 노출되는 것은 하위계층이라는 것이야말로 불평등한 사실이다. 뚜버기샘은 여러 그래프를 소개해주셨는데 그 중에서도 10%의 부유층이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50%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하위 50%의 소득계층은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에서 10%만을 차지한다. 우리는 마치 많은 이산화탄소배출량과는 관련없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나라의 중산층 수준은 이미 세계 20%의 상위층 수준이라고 한다.

 

자본세란 개념은 처음 들었는데, 자본주의의 수탈 체제가 미개척의 자연을 저렴한 노동력으로 강제병합하여 완전히 하나가 된 생태계를 가리킨다. 수탈과 전가에 이어 가뭄, 흉작, 사회적 분쟁, 난민화 등의 부담까지 겹쳐지는 것이다. 이때 불평등이 심화된다면 기후파시즘이 될 위험이 있다. 그러나 만약 정의를 중심으로 해결해갈 수 있다면 이 위기는 새로운 체제에 대한 가능성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어느 마이크에 목소리를 더해야 할까.

 

일리치를 다시 떠올리게 하지만 공생을 위한 탈성장의 기술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미 가진 것들로도 살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돈룩업>의 마지막 장면이 가까워질 무렵, 모두가 모여 기도를 하는데 그때 주인공이 이런 말을 한다. “생각해 보면, 우린 정말 부족한 게 없었어, 그렇지?” 나 역시 그렇게 생각이 들었다. 어떤가, 지금 뭐가 부족한 게 있는지 생각해보자. 꼭 없으면 안 되는 것들이 있다면 그건 또 무엇인지... 

 

뒷부분에서는 좀 더 구체적인 사례들을 저자가 알기 쉽게 풀어주고 있다고 한다. 다음 강의를 기대하게 하는 말씀이다. 느낌적인 느낌으로 아는 내용들을 이렇게 딱 떨어지는 언어로 정리해주면 듣는 사람은 기분이 참 좋다아~~ 이래서 내가 뚜버기샘 강의를 좋아한다아아아~~ 

 

댓글 1
  • 2022-10-13 15:44

    띠우샘~후기를 먼저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후기는 간단하게 댓글로 달겠습니다.

     

    분명 심각한 위기 맞는데, 위기가 만성화 되다 보니 긴박함을 잊곤합니다. 특히 기후위기, 기후변화가 그렇습니다.

    이번에 제가 뚜버기샘의 강좌를 신청하게 된 것은 물론 뚜버기샘의 강의를 좋아해서도 있지만, 강의를 듣고 다시 한번 심각성에 대해 깨달아 보고 싶은 마음과, 자본주의가 지속불가능 하다면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수 있을까 알아 보고 싶어서 였습니다.

     

    2년간의 에코 프로젝트 공부가 밑거름이 되어 강의를 듣는데 상당히 도움이 되었습는데요.

    이번에 새롭게 배운 것 중 하나는  자본주의가 파생시킬 수 밖에 없는 문제들이 어떤 식으로 전가되는가 였습니다.

    저자는 이 전가에 대한 부분은 마르크스의 글을 따와서 설명하고 있었는데요 마르크스의 새로운 면모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환경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홀로세인 지금을  인류세라고 부르곤 하는데, 일부 운동가들이 인류세 대신  자본세라고 칭하는 부분이 새로웠습니다.

    자본주의의가 지금의 지구 환경 상황을 만드는 데 가장 큰 역활을 하였다는 것이지요.

     

    인류는 늘 있어 온 것이다. 인류 전체에게 책임의 화살을 돌릴 문제가 아니다. 자본주의로 돌아가는 시스템을 가진 국가들, 세계적으로 상위 10~20%가 만들어 내는  위기이다. 따라서 자본세라고 칭하며, 책임의 주체도 그들이 되어야 한다! 라는 것으로 이해하며 들었습니다.

     

    또한 저자는 지구 기후, 토질, 수질 등등의 위기를 불러 일으키는 것으로 '제국적 생활양식'을 언급합니다.

    더 큰 가전제품, 패스트 패션, 계절에 상관없는 고급적인 먹거리, 해외여행, 환한 전기와  언제나 깨끗한 물의 공급....등등등

    이런 것들이 다 제국적 생활 양식의 한 단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에게도 일상이 되어버린 것들이지요.

    그러니 우리나라 중상위권 국민들 대부분은 알게 모르게 어느정도는 제국적 생활양식에 익숙해져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저도 포함되겠지요...

     

    강의를 들으면서 속으로 많이 찔리고, 뜨끔했습니다.

    난...과연 친환경적으로 살고 있을까? 난 지구에 어느 정도나 폐를 끼치고 살까...

    한국에 태어나 산다는 것 자체가 기본적으로 기후 악당의 일원이 되는 것이라고 볼수도 있는데...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자본주의로는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데,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 긴급한 문제를 해결 가능할 수 있을까.

    공생하는 탈성장은 과연 가능한가. 탈성장이 벌어질때 삶이 팍팍해진 자들의 폭동이 발생하진 않을까..

    매우 궁금해졌습니다.

    다음 시간부터는 그와 관련된 강의가 이어진다고 하니...빠지지 말고 끝까지 잘 들어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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