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와 장자] 6강을 마치고 - 시간차로 강의를 듣는다는 것은?

문탁
2022-08-13 11:17
447

1. 오, 이것도 괜찮은디?

 

강의의 가장 큰 매력은 현장성이죠.  강의실의 수강생들, 그들의 눈빛, 그것에 응답하는 강사의 열띤 목소리, 그렇게 만들어지는 어떤 공기의 색깔. 그래서 나중에 강의 내용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어떤 색깔 혹은 냄새 혹은 이미지로 그 강의가 떠올려집니다.

코로나 이후엔 줌으로 강의를 많이 하게/듣게 되었지요. 오프라인 3차원 현장성과는 좀 다르지만,  그래도 동시간성이라는 것, 쌍방향적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줌에서 화면 끄면 안되옵나이다^^) 

그런데 불가피하게 현장에 있지 못했다면?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냥 강의를 패스하거나 (링크가 걸려있어도), 혼자서 강의를 들으면서 꾸벅꾸벅 졸거나 그렇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늘 생각하게 돼요.  어떻게 인터넷 강의 같은 걸 들을 수 있지? ㅎㅎㅎㅎㅎ

 

그런데 이번엔 불가피하게 현장에서 강의를 듣지 못하게 되었고, 그래서 다음날 아침에 홀로 녹화본으로 강의를 들었습니다. 6주 동안 목욜 아침 루틴이 생긴거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주 좋았어요. 피곤한 저녁이 아니라 아침에, 정신이 아주 맑을 때, 홀로 장자를 공부하는 게 완전 굿!  우쌤의 하이 톤도 아침에 더 전달력이 높은 것 같아요. ㅎㅎㅎㅎ

 

쌤, 십년을 한결같이 가르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꾸벅~~

 

 

2019년 6월, 그 전해부터 무려 1년반에 걸쳐 주역을 완독하고 난 후, 기념사진 찰칵^^

 

 

2. 낭송장자 작업을 다시 해야겠다. 

 

우응순 샘이 계속 <낭송 장자>를 읽어라, 꼭 읽어라, 여러번 읽어라, 라고 말씀하시더라구요. 처음에 좀 부끄러웠고 그러다가 이정우샘 텍스트로 세미나를 하게 되면서 저 역시 <낭송장자>를 꼼꼼하게 다시 보게 되었어요. 낭송장자와 파라독사의 사유의 번역을 비교하고, 또 쫌 이상한 건 원문을 대조하면서 말입니다.^^ (동양고전 텍스트는 원문으로 읽어야 해요. 장자를 원문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읽다보면, 뭐랄까, 문체랄까, 단어의 용법이랄까, 이런게 저절로 체득되는 게 있답니다^^) 

그러다보니 그 작업할 때 진짜 고생했던 게 생각나더라구요. 저 정말 고생했거든요. ㅋㅋ 그런데 지금 와서 다시 읽어보니, 음, 나름 괜찮은 부분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오, 기특한데?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ㅎㅎㅎㅎㅎㅎㅎㅎ

 

동시에 그 때 제가 좀 어려워서 대충 뭉갠 부분,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해서 통째로 빼먹은 문단 같은 게 계속 걸리는 거에요.  아, 다시 작업하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실행가능성은 매우 낮아요. ㅎㅎ

 

사실 중요한 건 <낭송장자> 작업을 다시 하는 것이 아니라 "장자와의 시절인연이 다시 오나...", 이런 느낌이 들 정도로 이번에 장자가 새삼스레 다시 다가왔다는 것입니다. 특히 요즘 제 화두가 '양생', 특히 나이듦과 죽음이다보니, (전 <대종사>편의 자여의  곱사등이...가 노화와 노화에 따른 병, 아마도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뭐 이런게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는^^) 그것과 관련된 최고의 텍스트인 <장자>를 어떤 식으로든 활용하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어요.

 

 

3. 이번에 남은 문제들

 

음, 물화에요.

특히 소요유 첫 편 '화이위조'를 그동안 제가 생각해왔던 방식(초월적 경지)과 완전히 다르게 생각해야 하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비에서 장자로, 장자에서 나비로, 서로 변용가능한 것처럼, 곤과 붕도 그런 것 아닐까? 물은 구별이 있고, 각자 자족적인 세계에서 완벽하게 산다....는 쪽으로 해석해야 하는 게 아닐까? 장자는 나비를 잊고, 곤은 붕을 잊고.... 그런데 그렇다면 그 사이즈를 묘사하는 이유는 뭘까, 라는 고민이 여전히 들긴 해요.

 

 

그리고 매미와 붕새의 이야기. 그건 이정우 선생님 해설대로 (니체식으로 이야기하여) 인간과 위버멘쉬의 관계 같은 것일까요? (대부분 그렇게 해석하죠. 미물 주제에 붕새의 깊은 뜻을 어찌 알까....ㅎㅎㅎ) 아니면 곽상의 해설대로 (혹은 채운샘의 번역대로) 각각이 자족적 세계로 서로 관여하지 않고 살아간다는("강호상망"?!)이야기일까요? 좀 더 고민해보고 싶은 주제입니다.

 

지금 현실과 관련하여 '장자의 정치학'이라는 걸 어떻게 재구성할 수 있을까, 라는 것도 새삼 다시 생각해보고 싶었습니다.

 

어쨌든 현장에서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저도 우응순샘의 장자 강의 여섯 강 모두 여러분과 함께 들었습니다. 다음엔 얼굴 보고 같이 공부할 수 있기를!

댓글 4
  • 2022-08-13 12:56

    호접몽 정도만 겨우 알고 있던 백수준비생 장알못은 '소요유는 장자가 원톱이라는데, 장자한테 잘 노는 법이나 배워볼까?' 라는 불순한 의도로 장자에 접속했습니다. 대붕우화도 사실 이번에 처음 알았을 정도지요;;

    당연지사 "내 어찌 알겠느냐. 스스로 그러하도록 놔두어라"고 일갈하는 장자에게 한껏 놀림받은 기분이지만, 곤(장알못)은 6개월마다 불어오는 계절풍(혹서기와 혹한기에만 출현하시는 우샘)과 북명 바다(무려 <낭송장자>의 저자 문탁샘과 불교, 주역, 논어, 맹자 등 동양 고전의 강호샘들)에 기대어 강의 수강도 세미나도 겨우 마칠 수 있었습니다.

    덕분입니다.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앗! 아닌가? 장자는 공부하지 말랬나? 그럼 놀까?ㅎㅎ 내 어찌 알겠는가ㅎㅎ) 

  • 2022-08-13 13:33

    아싸~ 문탁샘 후기에 기대어 댓글로 제 후기를 대신하렵니다~

    제가 마지막 시간 물화를 우쌤께 여쭸었는데요. [장자와 나비는 분이 다르다. 이것을 물화라 한다] 이렇게 제물론은 끝을 맺습니다.  우쌤은 분이 다른 존재로 변화하는 것을 물화라 한다고 말씀해주셨는데, 문탁샘은 위에서 좀 다르게 해석하고 계신 것 같네요. 여기서 물은 각자 분(구별)이 다르다는 걸 어떻게 보느냐에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제물론 전체적으로 봤을 때 분이 다른 것에 큰 의미를 두는 것은 뭔자 자연스럽지 않은 것 같았는데요. 결국 크든 작든 스스로 자족하는 삶 역시 분이 다른 것에 의미를 두지 않는 삶을 말씀하시려는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한<제물론> 장자의 문장을 찾아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道通爲一 其分也成也 其成也毁也 凡物無成與毁 復通爲一

    참된 도의 입장에서는 (그 구별은 사라져서) 다 같이 하나가 된다. 한쪽에서의 분산은 다른 쪽에서의 완성이며, 한쪽에서의 완성은 다른 쪽에서의 파괴이다. 모든 사물은 완성이건 파괴건 다 같이 하나이다. 

     

     

    다만 도에 다다른 자만이 다 같이 하나임을 깨달아, 자기의 판단을 내세우지 않고 사물을 평상시의 자연스런 상태 속에 맡겨둔다. 평상시의 상태란 아무 쓸모가 없는 듯하면서도 오히려 크게 쓸모가 있으며, 이런 쓸모가 있는 것은 무슨 일에나 스스로의 본분을 다하고 자기의 삶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이렇듯 충분히 자기의 삶을 즐길 수 있으면 도에 가깝다고 한다. 모든 것을 그저 자연에 맡길 뿐, 그러면서도 그런 따위를 의식하지 않는다. 그것을 도라고 한다. (안동림 62~63p) 

     

    그리고 저는 얼마전 대이화지, 커야 해~ 라고 말하고, 토용님은 소이화지, 가능해~ 라고 말하면서 농담을 했는데요. 클 대자는 중국인의 사유에 특별함을 담고 있는 것 아닐까??? 저는 생각해봤습니다. 자동차도 같은 브랜드 같은 옵션이라도 중국 수출용 차는  내외가 크게 크게. 제 눈엔 멋대가리가 없어 보입니다만... 이들에게는 뭔가 큰 것이 미덕이 아닐까 싶거든요. 서양인들이 자신의 몸이 커서 크게 만드는 것과는 다른 의미에서요. 이들 문화에는 자신을 담는 그릇에는 자신의 신체뿐 아니라 기(우주의 기운)와 허(통과)의 자리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들은 부지불식간에 도의 관점을 갖고 있는 셈이죠. 이들이 큰 것을 더 좋아하는 데는 도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암튼 저는 그래서 가방을 큰 것으로 바꾸었습니다. 그 가방의 이름을 대기만성으로 지을랍니다.(노자 읽을 때부터 대자에 꽂혀있거든요 ㅎㅎ) 

     

    제자백가 세미나에서 장자를 읽고 있지만 이제 겨우 양생주를 마쳤을 뿐이라... 앞으로 대종사와 응제왕 읽을 때 우쌤의 강의록을 표지삼아 읽어보겠습니다. 6주간 더운 여름 오가며 고생하신 우쌤, 그리고 강의실을 지켜주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 2022-08-14 08:00

      가방 이름....대기만성...........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름이 너무 크다...........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 2023-02-21 09:11

    장자는 개인적으로 찬찬히 꼼꼼히 다시 만나고 싶은 고전입니다. 문탁에서 우샘과 원전(내외잡편)을 모두 읽어보면 참 좋을텐데.. 이문서당은 컴백 안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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