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독사의 사유] 두번째 시간-제물론- 후기

진달래
2022-08-05 09:34
295

아침 6시 반, ‘눈 비비고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는다.’ 그렇다^^

두어 달 전부터 <<장자>>를 읽고 있지만, 원문도 심지어 번역된 한글도 무슨 의미인지 몰라서 헤매기 일쑤이다. 그나마 이 세미나로 우샘의 강의로 '내편'이 ‘아, 이런 이야기구나’ 할 정도 되면 좋겠다. 아, 나는 <<장자>>가 진짜 어렵다.

 

거기에 더해 <제물론>은 더 어려웠던 것 같다.

일단 앞에 장황하게 나오는 인뢰, 지뢰, 천뢰의 비유가 어렵다. 특히 한자가.

 

“「소요유」가 장자 사유의 기본적인 정향, 장자 사유의 지향선(指向線)을 보여준다면, 「제 물론」은 그 철학적 근거를 논한다. 장자 사유의 근간을 드러내는 이 편에서 우리는 장자 존재론의 핵심인 파라-독사의 사유와 존재론적 평등을 읽어낼 수 있다.”

 

출발점은 ‘비움(虛)’이다. 장자는 진리를 깨닫기 위해 채우는 방식이 아니라 비우는/놓아버리는/잃어버리는 방식으로 사유 한다. 오상아(吾喪我), 고목(枯木), 사회(死灰)와 같은 것들이 바로 이런 경지를 나타내고 있다. - 우샘 말씀대로 뇌과학에 대한 강의를 듣고 있는데 이런 경지가 모두 수행으로 구현 가능한 것으로 이야기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제물론>이 좀 다르게 보이는데 아직 이걸 정리할 깜냥이 안 되어서...

 

남곽자기와 안성자유의 대화를 통해 경지에 오른 상태의 변화를 인뢰(人籟), 지뢰(地籟), 천뢰(天籟)를 통해 보여준다. 천뢰는 도를 터득한 단계로 장자는 말을 아꼈다. 그에 비해 지뢰는 만물이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마치 소리가 수 만 가지이지만 하나의 기(氣)에서 분화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통일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큰 앎은 넓고 너그러우나 작은 앎은 좁고 쩨쩨하고, 큰 말은 담박하지만 작은 말은 수다스러울 뿐.(大知閑閑 小知閒閒 大言炎炎 小言詹詹)”

 

<파라-독사의 사유>에서는 위 문장이 다른 책들과 달리 천뢰 부분에 붙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천뢰인 도(道), 즉 깨달음이라는 것이 “삶과 죽음의 의미 전체를 통관(通觀)하려는 너그러운 앎”이며, 그의 언어가 “깨달음 전체를 전하는 담박한 언어”라고 전한다.

 

이 책에서는 장자가 인간의 삶을 고(苦)로 보았다고 했다. - 내 생각에는 곡 그런 것 같진 않지만 - 이러한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밝음으로써(以明)”해야 한다고 하면서 도추(道樞)와 양행(兩行)의 방법을 말해 준다.

도추와 양행은 이것(是)과 저것(彼)이라는 상대성을 넘는 방식으로 하나의 해(解)에 집착하지 않는 것을 이른다. 우리가 ‘이것이다’, ‘저것이다’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성심(成心), 즉 통념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이러한 인식에서 벗어나야 함을 말하고 있다. - 파라에 나란히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파라-독사의 의미가 그냥 역설이라기보다, 양행의 의미를 같이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세상의 분별이 상대적이고 자의적인지를 깨닫고 도의 견지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

 

물화(物化)를 '독사에서 파라-독사의 사유로 이행하기'로 보고 특히 ‘기(氣)’의 차원에서 본다. 물화를 기화로 보는 것이다. ‘호접몽’의 이야기에서 장주와 나비 사이에 구분이 파라-독사의 세게에서 사라지고 이것이 ‘물(物)들의 화(化)’라도 보는 것이다. 사실 예전에 내가 물화를 읽었을 때 이 ‘분(分)’ 즉 구분이 있다는 것, 그래서 장주도 되었다가 나비도 되었다가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에서는 좀 헷갈리는 것 같다.

기화(氣化)가 앞의 지뢰부분에서 보면 각 사물들을 분화하게 만드는 것이라면 장주와 나비는 각각 개별적인 존재이지만 기와 도의 차원에서는 하나이므로 그 구분, 경계를 넘어야 한다는 말인지... 현실은 늘 하나의 해에 위치에 있어야 하지만 인식은 도추에서 사유해야 한다. - 아직 고민해야 할 거리가 많은 듯하다.

 

길게도 정리했다가 다시 지웠다가를 반복하며 깨달은 건 '아직 정리 안 됨'입니다. 후기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댓글 1
  • 2022-08-06 11:47

    <파라-독사의 사유>를 읽는 첫번째 세미나에서 저의 원픽이 '장자는 기철학'이라는 것이었다면

    두번째 세미나에서는 '물화는 양태의 변화'라는 걸 알게 된 것이 가장 중요하네요.

    스피노자의 존재론을 이해하려면 스피노자적인 실체와 양태를 알아야 하는 것처럼

    장자의 존재론은 기(氣)와 물(物)을 알아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제물론>에는 도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옵니다만, 장자는 확실히 도를 사변적으로 다루려 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이렇게 저렇게 도와 만물제동에 대해 말하긴 합니다. 그런데 도는 계속 이름이 달라집니다.

    가령 천뢰, 진재, 진군, 도추, 양행, 골의지요, 천부, 보광, 천예 등등이요. 그런데 그 모든 것은 뭐라고 꼭집어 말할 수 없는 것이니만큼

    그 개념이 등장하는 이야기들의 맥락과 변주 속에서 감을 잡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그래서 <제물론>에 나오는 여러 에피소드들의 배치가 도의 존재론에 대한 장자 스타일의 '차이와 반복'인 것 같다는 문탁님 이야기가 와 닿았습니다.

    그리고 장자에게 가는 길에 혜시의 상대주의를 경유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도 새롭게 배운 것입니다.

    아마 그래서 논리적인 <장자>가 아니라 문학적인 <장자>가 나온 것 같기도 합니다.

    장자가 유가 혹은 묵가와 대결하는 철학이었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법론에서는 중국고대의 논리학이라고 할 수 있는 명가-혜시를 통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 차차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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