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와 나비] 4강 후기

무사
2022-08-02 19:48
267

(5강 강의 하루 전 쓰는;; 4강 후기입니다.)

 

“문탁은 나를 주로 혹서기, 혹한기에 부려먹는구나”

지난 4강 때는 선생님이 유난히 지쳐보이셔서 1강 강의 시작 때의 볼멘말씀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ㅎㅎ

우응순선생님은 이번 장자 강의의 초점을, 나같은 장알못들이 제물론을 읽다가 도망가지 않을 딱 그 정도에 맞추신 것 같다. 장자를 이미 공부하셨던 문탁의 다른 샘들에게는 감질나는 강의일 수 있겠지만서도. 나에게는 참 다행이다. 그래서인지 선생님도 강의 중간 중간 더 나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머뭇거리는 모습을 자주 보이셨다. 

진행중인 세미나들이 여름 방학을 맞은 틈을 타 장자에 접속했지만, 쉽지 않다. <파라-독사의 사유> 세미나도 하고 있는데, 하고는 있는데… 06:30에 눈비비며 일어나 하고는 있는데…

道可道 非常道라면… 도대체 무슨 말이 더 필요하냔 말이다. 

장자 강의를 들으면 들을수록 얼른 <서양철학사>와 <천 개의 고원> 세미나로 돌아가고 싶다. 서양철학은 그나마 (쬐금) 알아먹기라도 하겠다. 그래서 들은 건가 싶기도 하다. 이걸 깨달으려고…

 

[장자와 나비] 4강 <제물론>편과 <양생주>편

잘 놀기 위해서<소요유> 가져야할 사고의 출발선이 <제물론>.

장자는 노자의 존재론적 사유를 물려받았으나 다른 길을 갔고, 장자 33편 중 마지막인 ‘천하편’에서 그 차이점이 확연하게 드러난단다. 장자는 노자와는 달리 정치철학이 아닌 내면주의로 간다. 

<장자> 곳곳에 등장하는 현란한 수사(휙휙 등 의성어, 의태어)는 사람들을 집중하게 만들려는 장자의 작전. (장자적 글쓰기 특징 ①) 

우리가 사는 것은 날마다 전쟁이다. 우리는 다양한 갈등과 감정에 시달리면서 산다. 그래서 <제물론>편의 주제는 ‘감정을 어떻게 컨트롤 할 것인가’ 이 지점에서 유가와 장자가 갈린다. 유가는 엄격한 자기 수련을 통해 감각기관을 제어하도록 가르친다.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자기 훈련법이다. 반면 장자는 감정이든 뭐든 들어왔다가 나가게, 그냥 지나가게 둔다. 장자식 수련법은 그래서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다. 

생야유애(生也有涯)

‘사람이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몸의 중심선’ 즉 등 부위에서 척추를 따라 위로 올라오는 ‘독맥’을 일상생활의 걷고 서고 앉고 눕는 것의 기준으로 삼고 깨어 있을 때 이 선을 곧게 유지하면서 등을 굽히지 않고 허리를 구부리지 않으며 몸이 옆으로 기울어지지 않도록 시시각각 생활하면 그것으로 족하다’ <장자를 읽어야 할 시간 1> 386쪽

'그것으로 족하다'니... 20년 째 경추/요추 질환을 앓고 있는 나는 한 자세를 오래 유지하는 것이 힘들다. <장자>가 힘든 이유가 있었던게다.(별의별 핑계를 다 댄다.)

포정해우(庖丁解牛)

포정이 추구한 것은 기술이 아닌 ‘도’라고 하던데, 난 자꾸 '도'보다 소가 어른거려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자꾸 ‘해’가 ‘살’로 읽혀서;;) 만물제동. 만물은 가지런 하지만, 구분은 있다는데, 그 구분은 공자의 '정명'과 무엇이 다른 걸까?

장자가 제물론에서 강조하는 것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명’. 노자에도 명이 나오는데, 이 때의 명은 ‘스스로를 아는 것’. 장자는 명을 적극적으로 자기 성찰의 키워드로 삼았다. 이 때의 명은 직관같은 것이란다. 해와 달이 만물을 똑같이 확 비추는 것처럼 말이다. 

곁그림자와 그림자의 대화 같은 재밌는 설정은 장자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다. 질문이 있는 시공간에서 장자의 사유는 시작된다. 즉 장자의 글은 질문으로 시작한다.(장자적 글쓰기 특징 ②) 시선이 머무는 곳에서 남다른 것을 보는 장자.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는 관찰자의 시선.

호접지몽(胡蝶之夢)

‘물화’를 장자 사유의 키워드로 삼기도 하지만, 간단치 않다. 물화는 만물은 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자의 양생이란 무엇인가?

우리 삶의 유한한 시간, 에너지를 어디에 쓸 것인가? 스스로에게 뭣이 젤 중한디?라고 물어봐라. 연령대에 따라 다를 것이다.(선생님 개인적으로도 지금 이 시점에서 읽는 <장자>의 의미에 대해 강의 중간 중간 말씀해 주신다.) 결국 나의 삶이 남는다. 은퇴기, 숲생활기를 준비하는 의미에서 양생주편을 읽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라면서…

우리 각자는 빛을 낼 수 있는 발광체다. 그래서 내면의 생명 에너지를 보존해야 한다.(보광) 강남역, 해운대 같은 번다한 곳 말고 바람이 부는 곳으로 가라. <장자>는 50대 중반부터 집중해서 읽어라. <장자>의 묘미를 알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이상 선생님 4강 강의 요약과 제 푸념이었습니다. 

댓글 2
  • 2022-08-02 21:04

    안그래도 내일이 강의 날인디, 아직도 후기를 못올려 들어왔더니~ 뜨억하니 무사샘이 글을 남겨주셨네요.  요약과 푸념 재밌습니다.

    저는 '도를 아십니까?'의 도인을 표방하는 그 도인들과 다르게 이번에 장자가 다가왔습니다. 저도 장알못이라.. 계속 안개속을 헤매이다. 그냥 한줄기 한줄기 잡아보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붕의 큰 날개로 날아가는 건 저절로는 아니라는 거, 하지만 이전의 붕과 (그게 곤이었는지, 아니면 날기 전의 붕인지는 모르겠지만)는 분명히 다른 존재라는 거..... 우리가 뭔가를 하면서 '나 좀 변했어.  이제과는 좀 달라졌어' 하는 생각을 어쩌다해보지만, 자꾸 이전으로 돌아가려한다는 건, 다른 존재가 되지 못했다는 거.. 호접지몽의 나비가 그렇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다른 존재로의 변신은 과연 '습'의 결과인지... 물론 공자와 다른 결이니 '습'이라고는 하면 안될 것 같은데, 그렇다고 아무런 노력(?)이나 시도(?)없이 다른 존재로 변신이 된다는 건, 도술이 아니라면 무엇일까?  어쨌거나 내공이 쌓이고 쌓여서 존재의 변신이 되는 거겠지.. 그럼 그게 '습'하고는 다른 것일까 ??? 

    저는 장자를 제대로이건 거꾸로이건 잘 못 읽어, 각편의 제목으로 마구마구 이야기를 하시는데도 못쫓아가고 있습니다. 그럼 어떻습니까? 이렇게 장자강의를 듣는 것도 재밌습니다. 그리고 다음번엔 절대로 '난 장자 처음이야'라고는 안하려고 합니다. 이번 강의를 듣는 목표입니다. !! 

  • 2022-08-05 09:43

    저와 반대시군요. <차이와 반복>을 읽으면서 저는 고전공부나 계속 해야 하나보다... 뭐 이런 생각을 하는데.^^;;

    제물론을 읽으면서 이런 분별은 버려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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