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와 나비] 3강 후기

요요
2022-07-22 14:25
293

<장자> 시대! 문탁 홈피를 장자가 도배하고 있다. <장자와 나비> 강좌 후기, 제자백가 세미나 <장자> 후기, 번개세미나 <파라-독사의 사유> 후기. 서당개 풍월을 쌓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 이어지는 후기들을 읽는 재미가 있다. 이 후기는 우샘의 장자강좌 3강 후기입니다.ㅎㅎ

 

이번 우샘 강좌는 6강인데, 벌써 3강을 마쳤다. 우샘은 이번 강좌는 원문을 읽는데 중점을 두기 보다는 초심자들의 <장자> 읽기에 도움을 주는 것이 목표라고 몇번이나 강조를 하셨다. 음! 그렇다면! 이 강좌는 나에게 안성맞춤이라고 내심 생각했다.^^

 

2강 말미에 <소요유>의 붕새 이야기를 약간 맛을 보았다. 그런데 붕새를 소개하면서 우샘은 붕새 역시 무엇인가에 기댄 존재(有所待者), 제한된 시공간에 구속된 존재라고 하는 거다. 오잉? 붕새라면 매미와 메추라기와는 격을 달리하는 존재자 아니었던가? 그런데 붕새 역시 장자가 보기에는 소요유의 경지는 아니라는 이야기? 그렇다면 <소요유>를 여는 이야기가 왜 거대한 붕새 이야기여야 했던 것일까? 하여 나는 우샘이 던진 미끼를 물고, 샘이 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가실까, 궁금해 하며 3강을 기다렸다.

 

결론을 말하자면 아직 나의 궁금증은 현재 진행형이다. 우샘은 붕새 역시 다른 것에 의존하는 존재이지만 천지의 바른 기운을 타고 육기의 변화를 조정하여 끝없는 경지에서 노는 자는 의존하는 것이 없다고 강조하신다.  붕새라해도 아직 소요유는 아닌 것이다. 이른바 지인, 신인, 성인의 소요유에는 못미친다는 이야기! 슬며시 의심이 일어난다. 의존하는 것이 없는 것이 소요유의 경지일까? 의존하는 것이 없다(無待)는 것의 의미가 대체 무엇이길래? 그리고 이런 질문도 하고 싶어진다. 하늘과 땅의 기운을 타는 자는 하늘과 땅의 기운 이전에 있는 자인가, 이후에 있는 자인가? 하늘과 땅의 기운과 더불어 노는 자인가?

 

존재하는 모든 것은 무엇인가에 의존하여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의존하면서도 의존의 현실에 갇히거나, 기죽거나, 원망하거나, 비탄에 빠지거나, 구속되지 않고, 의존하는 가운데서도 자유롭게 소요유하는 것이 지인이라고 하면 안 되는 걸까? 그러니 <장자>의 구절도 의존하는 것이 있다, 없다가 아니라 '기운을 타고, 변화를 조종하며 노는' 역량이 더 중요한 것은 아닐까? 그렇게 놀 줄 알게 되는 것이 장자의 化는 아닐런지? 눈앞의 유용성을 추구하는 매미와 메추라기의 눈에는 붕새의 구만리 도약(化)같은 것이 아무 쓰잘데기 없는 것처럼 보여서 비웃음의 대상이 된다 할지라도. 

 

 이정우 선생의 <파라-독사의 사유>에서는 곽상의 소요유 해석이 소개되어 있다. 그 소개에 따르면 곽상은 매미가 붕새를 비웃는 것을 큰 뜻을 모르는 작은 앎이라고 보기보다, 각자 자신의 길이 있다는 식으로 풀었다고 한다(各任其性). 매미에게는 매미의 길이 있고, 붕새에게는 붕새의 길이 있다는 것으로. 절대적 표준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성과 다원성을  중시하는 관점으로 이 우언을 읽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정우선생은 이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제 막 <소요유>와 <제물론>의 맛을 잠깐 보았을 뿐이지만 <장자>는 막연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열려있고 또 흥미진진한 텍스트인 것 같다. 노장철학을 모르고 선불교를 제대로 이해할 수는 없다, 동아시아 불교를 제대로 알려면 노장철학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장자> 그 자체도 어렵구나! 아무튼 어렵거나 말거나 자유롭게 읽으라는 우샘의 권유에 힘입어 남은 3강도 계속 올라오는 답도 없는 질문을 던져가며 우샘의 강의를 따라가 볼 작정이다.

댓글 1
  • 2022-07-23 12:19

    전, 지금 막 강의를 다 들었습니다. 이번 주는 좀 늦어졌어요^^

     

    1) 일단 '유대'와 관련하여... <장자> 내편에는 ‘유소대’(‘유대’)가 모두 3번이 나옵니다.

     

    첫번째가 소요유의 열자와 그 이후 지인,신인,성인 에피소드.  여기서는 열자는 猶有所待者也(여전히 의존하는 바가 있는 자)이고, 지인,신인,성인은 彼且惡乎待哉(그는 장차 무엇에 의존하겠는가)로 구별됩니다.

     

    두 번째는 제물론의 그림자부분(罔兩)입니다. 원문은 이렇습니다. (<낭송장자>p172)

    景曰:「吾有待而然者邪? 吾所待又有待而然者邪? 吾待蛇蚹蜩翼邪? 惡識所以然! 惡識所以不然!」

     

    세 번째는 대종사에 나옵니다.

    夫知有所待而後當,其所待者特未定也.직역하면 知는 待하는 바가 있어야 합당한데 그 待하는 바가 일정하지 않다...이죠. 낭송장자에서는 待를 근거로 번역했는데 지금 보니 대상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2) 유대와 무대

     

    유소감(리우샤오간 -대표적인 노장철학자)은 원래 장자의 ‘유대’는 “특정한 내용의 전용술어”로도 확정되지 않았고, 명사라거나 개념으로 사용되지도 않았는데, ‘유대’를 ‘무대’와 대비하여 장자철학을 독해하는 하나의 개념어로 만든 것은 곽상이라고 합니다. (<장자철학>, 소나무, p132)

    그럼 곽상이 왜 그랬을까요? 그건 위의 망량에 대한 곽상의 주석 중 “卒至於無待 而獨化之理明矣”(마침내 무엇에도 의지함이 없는 데에 이르러 독화의 이치가 분명해진다) 에서 알 수 있듯이 (<장자 곽상주 해제>, 학고방, p159) “주로 장자 사상을 해석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독화어현명지경’이라는 자신의 이론을 발휘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유소감은 곽상의 유대/무대 구분이 애매한 점이 있다고 해요. 요요샘이 지적한 것처럼 열자의 ‘御風而行’과 지인 등의 ‘御六氣之辯’의 ‘御’가 하나는 유대, 다른 하나는 무대...이렇게 나눌 수 있는가, 라는 점이 문제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유소감의 결론은? “곽상의 無待가 비교적 복잡한 개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으니 無待라는 말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여전히 깊이 있고 세밀한 연구를 해야 할 것”이라고 합니다. (p137) ㅋㅋㅋㅋ.... 유소감조차^^

     

    3) 그렇다면 다음 이어지는 질문은, 곽상의 독화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에요.

     

    이건 화이위조, 물화 등과 연결되는 것일텐데...(유, 무가 아니라 대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 지금은 너무 많이 써서 이건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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