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클래식 고문진보] 4회 후기 -제갈량의 출사표

자누리
2022-07-02 15:42
184

토용쌤의 고문진보 마지막 강의는 '제갈량의 출사표'였다. 출사표는 전쟁에 나가면서 왕에게 올리는 글을 말한다.

지금도 정계에서 특정한 직위에 도전할 때 출사표를 던진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원래 表는 글의 한 형식으로 왕에게 진심을 전하고자 하는 상소문같은 것이었다.

시민을 향해 출사표를 내미는 것은 시민이 왕이라는 소리겠지?

 

제갈량의 출사표는 워낙 유명하다. 그 글을 읽고서 눈물을 훔치지 않으면 충신이 아니라고 할 정도이다.

다 읽고 나서 도대체 어느 대목에서 눈물이 나와야 하냐고 물었더니(ㅎㅎ)

토용쌤은 이 문장을 읽을 때 가슴이 아려왔다고 한다.

 

“신은 본래 하찮은 포의로 남양 땅에서 논밭이나 갈면서 난세에 목숨을 붙이고자 하였을 뿐, 제후를 찾아 일신의 영달을 구할 생각은 없었사옵니다. 하오나 선제께옵서는 황공하옵게도 신을 미천하게 여기지 아니하시고 무려 세 번씩이나 몸을 낮추어 몸소 초려를 찾아오시어 신에게 당세의 일을 자문하시니, 신은 이에 감격하여 마침내 선제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으리라 결심하고 그 뜻을 받들었사옵니다. 그 후 한실의 국운이 기울어 싸움에 패하는 어려움 가운데 소임을 맡아 동분서주하며 위난한 상황에서 명을 받들어 일을 행해온 지 어언 스물하고도 한 해가 지났사옵니다.”

 

그런데 기억이 휘발되어 정확히 어떤 점이었는지 모르겠다. 삼고초려에 감격? 21년간 동분서주? 그 뒷문장인 유비가 죽으면서 아들과 나라를 맡기자 조석으로 근심하는 점? 

아무래도 나는 감동의 정서를 나누기 힘든가보다.

나같은 사람이 또 있었다. 고문진보에 들어있는 것은 아니지만 토용쌤이 첨부해준 소동파의 ‘제갈량론’을 같이 보았는데, 비꼬는듯한 어투로 제갈량을 비판하고 있는 듯했다.

남들이 충신의 마음에 감동할 때, 소동파는 忠信으로 민심을 얻었어야 하는데 그것도 못했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젊은 나이에 쓴, 패기어린 글이라고 한다. 

 

이것 저것 찾아보니, 제갈량이 질 확률이 큰 전쟁을 하러 가면서 전하는 진심이어서 울림이 있다고 한다.

또 유비가 죽으면서 제갈량에게 당부한 나라를 지키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기에, 범접할 수 없는 영웅의 풍모를 느낀다고 한다.

아마 출사표가 던지는 감동은 그 상황과 역사를 이해할 때 가능한 것 같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출사표의 앞 부분은 어떤 사람의 말을 듣고 신하로 가까이 두라는 인사부문를 구체적으로 기술하는 점이었다.

당시 왕이었던 유비의 아들 유선이 열일곱에 왕이 되어 이제 삼년차이니 정국을 이끌 사람을 정해주는게 가장 중요했나보다.

또 몇 년 뒤에 제갈량이 죽고나서 유선은 삼국의 전쟁과 혼란 속에서도 삼십여년을 더 나라를 이끄는데, 제갈량이 추천한 라인의 인물을 그대로 썼다고 한다. 유선과 제갈량의 관계는 꽤 흥미를 끌만한 것 같다. 

 

역사를 정리한 글들보다 역사 속 인물들이 직접 쓴 글들을 보니, 이렇게 툭툭 튀어나오는 날 것의 얼굴들이 보여서 현실감이 있어서 좋다. 토용쌤, 다음에 또 해주세요~~

댓글 2
  • 2022-07-02 23:13

    눈물을 흘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제갈량이 전쟁을 떠나면서 (아마 본인도 이기기 힘든 전쟁이라고 예상했을 겁니다. 그럼에도 앉아서 망할 수는 없다는 그 말이 참 안타까웠죠) 아직 어린 유선에게 당부의 말을 쓰고, 이어서 유비와의 인연과 자신이 지나온 과거를 회상하는 그 몇 줄에 담긴 회한이랄까 뭐 그런 것들이 느껴져서 저 대목을 읽을 때면 마음이 좀 뭉클해집니다. 

    비록 소동파는 '구구한 충신(區區之忠信)'이라고 했지만, 전 그럼에도 '몸을 굽히고 수고로움을 다하여 죽은 뒤에야 그만둔다(鞠躬盡瘁 死而後已)'는 제갈량의 마음이 글에서 절절히 느껴집니다. 물론 소동파의 시각도 재밌었지만요.^^  

     

    자누리샘과의 공부는 미처 생각못했던 부분을 찔러주는 맛이 있죠^^

    동의하고 못하고와는 별개로 재밌었습니다. 오랜만에 자누리샘, 기린샘하고 세미나 하듯 공부해서 즐거웠어요.

    좀더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눴어야 했는데 제가 너무 많은 글을 읽는바람에 ㅠㅠ 아쉬웠습니다.

  • 2022-07-05 10:14

    한글 없는 강의안을 보았을 때 그 마음을 어찌 표현하오리까ㅋㅋ

    내가 가서 분위기를 다운 시켰어야 했는데~~ 

    하지만 역사 속 인물들이 직접 쓴 글을 읽는 재미는 있을 것 같아요.

    이런 내용들이었군요.. 후기는 한글이라 잘 읽었습니다^^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777
AI 강좌 후기-4강: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기 (2)
겸목 | 2023.07.31 | 조회 268
겸목 2023.07.31 268
776
AI 강좌 후기 3강: 인간과 인공지능의 차이 (1)
고은 | 2023.07.24 | 조회 283
고은 2023.07.24 283
775
AI 강좌 후기 - 2강 인공지능과 인간은 어떻게 만나게 될까? (4)
둥글레 | 2023.07.14 | 조회 394
둥글레 2023.07.14 394
774
AI 강좌 - 1강/ 인공지능은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후기 (5)
동은 | 2023.07.06 | 조회 426
동은 2023.07.06 426
773
사기 증국고대사를 집대성하기위해 나서다 (1)
원기 | 2023.02.20 | 조회 298
원기 2023.02.20 298
772
'사마천', 그 스스로 이야기가 되다 (3)
스르륵 | 2023.02.10 | 조회 471
스르륵 2023.02.10 471
771
금요클래식 <주역의 세계> 4강 후기 (2)
토용 | 2023.01.31 | 조회 310
토용 2023.01.31 310
770
금요클래식 <주역의 세계> 3강 후기 (3)
조성희 | 2023.01.26 | 조회 312
조성희 2023.01.26 312
769
금요클래식 <주역의 세계> 2강 후기 (1)
호면 | 2023.01.19 | 조회 249
호면 2023.01.19 249
768
금요클래식, <주역의 세계> 2강 후기 (1)
고은 | 2023.01.19 | 조회 388
고은 2023.01.19 388
767
<금요클래식;지속불가능한 자본주의> 4강 후기 (1)
관리쟈 | 2022.11.04 | 조회 331
관리쟈 2022.11.04 331
766
<지속불가능 자본주의> 3강 후기 (1)
새봄 | 2022.10.25 | 조회 305
새봄 2022.10.25 305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