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로 가는 길 2 후기,,,라기 보다는 질문입니다.

풍연
2022-02-21 15:38
305

(1)

예전에 읽어 본 장자(오강남 선생님)는 나름 재밌었습니다. 익숙한 고사성어도 있고, 옛날 이야기 듣는 것 같아 접근하는데 수월했던것 같습니다.

노자(오강남 선생님)는,,,  뜬구름 잡는 것 같았습니다. 알쏭달쏭한 말이 이어지는데 뭔지 잡히지 않고 감각적으로 와 닿는게 없었습니다. 손가락사이 모래 빠져나가듯 남는게 없었습니다. '했던 말 또 하고, 했던 말 또 하고,,,"로 느껴진 것도 한 몫 거들었습니다.  그 말이 그 말 같고, 저 말이 저 말 같았습니다. 비슷한 말이 반복되다보니 집중이 되지 않았습니다.   몇장 넘기다 보면 어느새 딴생각에 빠집니다.  결국 나와는 맞지 않나보다 생각하게 됐습니다. 

두 번의 강의를 들었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이고, 여전히 맹맹합니다. 吾言甚易知 라지만, 세상 사람 전부는 몰라도 적어도 저는 莫能知입니다. 言有宗을 알지 못하니, 노자는 더 멀게 느껴지고 수업은 따라가기 어렵습니다.(70장)

(2)

2강 주제는 聖人입니다. 

유가에서 성인은 누구나 모름지기 이루어야 할 인간상입니다.  그리고 성인이 되려면 수행을 해야 합니다.  끝없는 학습과 개발을 통해 인격을 완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세상을 바꿉니다. 되는 과정도 有爲이고 되고 나서도 有爲입니다.

반면 노자에서 말하는 성인은 세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하십니다. 첫째는 道 자체를 뜻하는 성인, 둘째는 無為를 실천하는 자연인, 셋째는 이상적 지도자로서의 성인입니다. 특히 노자에서는 有爲로서의 수행은 없다고 하십니다.  無為로서 일을 처리할 뿐 아니라 不言으로 가르칩니다. (2장)

(3)

우응순선생님 강의를 신청하고 나서 책을 보다가 궁금한 점이 생겼습니다.

<장자(오강남)>에

[왕필은 "공자는 무(無)와 하나가 되었기에 그것이 가르침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깨달아 어쩔 수 없이 유(有)만을 말했지만, 노자나 장자는 유(有)의 경지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자기들 스스로에게 모자라는 바를 계속 이야기했기"]라는 말이 나옵니다.(240p)

또 <축의시대(카렌 암스트롱)>에는 

[군주는 ~생략~"움직이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거의 벙어리처럼" 가만히 있어야 했다.(예기 1:720) 회의에서도 군주는 열변을 토하지 않았다. 신하들이 어떤 조치를 허락해 달라고 요청하면 간단하게 그러라고만 대답해야 했다. ~ 생략 ~ 노나라의 제의 전문가들은 고대의 성군인 순 임금이 자기 내부의 힘에 완벽하게 집중하여, 정확한 위치에 서 있을 뿐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의 도덕이 워낙 커서 그것만으로 신민을 인도하고 변화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무위로 다스렸다 ---- 무슨 행동을 하겠는가? 그저 남쪽을 바라보고 엄숙하고 공손하게 있을 뿐이었다."(논어 15:4) ](255p)

[왕의 역할은 자신의 힘으로 대외 또는 국내 정책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냥 길을 따르는 것이었다. 이런 오래된 이상은 나중에 중국 축의 시대 영성의 많은 부분에 영감을 준다. 왕이 제의적인 의무를 정확하게 이행하면 그의 힘(도덕)이 만물을 차분하고 온순하게 만들었다.(사기)] (131p)

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 데 묶어보면, 

1 . 요, 순 등 성인들은 이미 유위보다는 무위로 다스렸고 무위는 그 이후 중국의 전통으로 충분히 자리 잡고 있었다.

2. 공자가 유위만을 말한 것이 아니며, 왕필에 의하면 유(有)를 완전히 벗어나 무(無)와 하나되는 경지에 이르렀다.

로 이해됩니다. 

강의 중에 "노자에는 완전히 새로운 건 없다"라고 하신 말씀과 관련하여

위에 인용한 텍스트들이 무슨 의미인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요? 

댓글 3
  • 2022-02-21 18:13

    왕필의 노자주를 어떻게 봐야 하느냐 하는 질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세계철학사> 중에서

    P464. 왕필이 고민했던 것은 유교적 정치철학을 새로운 존재론적 토대 위에 세우는 것이었다. 노자에 주를 달면 노자철학을 새롭게 창조해 냈다. ‘무(無)’를 논의의 중심에 두는 존재론적인 노자이다. 즉 무형. 무명의 도는 무한한 잠재성으로 그것은 개별화되어 존재하는 사물들이 나오는 잠재성이다. 모든 개별성들이 섞인 것이 아니라, 포용하는 것이다. 하늘과 성인은 이 도에 충실한 존재들이며 뛰어난 정치는 도에 충실함으로써 가능하다. 유가적 사유에서 그의 정치철학은 나온다.(P471.6줄~17줄)

     

    왕필에게는 노자 사유를 다른 사유들의 기초로 놓는 면이 존재하며, 유교의 재-정초를 꿈꾸었다. 결국 왕필의 정치철학은 제왕학이며, 왕은 도에 따라야 하는 존재로서 파악한다. 그렇다면 왕필이 말하는 ‘무(無)’ 섭리에 따른 정치란 현실로 들어와버린 무(無)이다. “덕으로써 통치하는 것은 북극성이 가만히 있어도 뭇별들이 그것을 에워싸는 것과도 같다”로 한 공자의 사상과 “최고의 통치자는 백성들이 그저 그가 있다는 것만 알 뿐”이라 한 노자의 사상을 존재론적으로 재정식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왕필의 무(無)는 장자의 무(無)와는 다르다. 장자의 무(無)는 무용(無用)의 용(用)을 통해 이해된다. 즉 용(用)의 바깥에서 기능하는 무(無)이다. 즉 왕필의 무는 이름-자리의 장 안에 위치하는 무(無)이지만, 장자의 무(無)는 이름-자리의 장 바깥에 위치하는 무(無)이다. 장자가 노자 사유를 강호의 철학으로 구체화해갔다면, 왕필은 노자 사유를 천하의 철학으로 구체화해갔다고 할 수 있다.

     

  • 2022-02-22 12:27

    오.. <세계 철학사>의 논리를 따라가면 '강호의 철학'으로 구체화한 노장의 사유는

    자연이 스스로 그러한 경지를 지향함으로 하늘 아래 굳이 새로운 것으로 규정할 필요가  없다는 측면에 방점이 있고,

    '천하의 철학'으로 구체화한 왕필(유학)의 사유는 인간이 사유할 수 있는 한계로 천하를 규정함으로써

    그 안에서 강호의 질서인 無를  천하 안에 구현하는데 방점이 있다는 뜻으로 읽히는 군요^^

    그러저나 풍연님의 질문이 초심자로서는 생길 수 없는 궁금증으로 보이는데

    우샘이 동양고전 계속 읽을 의향을 물으니 없다고 하셨을까요? ㅋㅋㅋ

  • 2022-02-22 19:13

    선생님께 질문 전달하고 강의시간에 답변 들으실 수 있게 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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