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철학입문] 4회차 후기

동화
2023-03-29 14:16
186

  이번 4회차 수업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서양 철학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철학자라고 합니다. 이들 이후의 철학자들은 모두 플라톤을 반복하거나 아리스토텔레스를 반복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배우겠지만 실재론과 대륙 합리론이 플라톤의 직계이고 유명론과 영국 경험론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직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말인즉,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세계관을 대조하면서 유사점과 차이점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면 앞으로의 공부도 훨씬 수월할 수 있다는 말이겠지요. 정군샘도 세미나 질문의 대부분이 이 문제에 집중되어 있다고 하셨습니다.

  ‘플라톤의 이성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이성은 비슷한 것 같은데 차이점이 무엇인가?’라는 토용샘의 날카로운 첫 질문은 그래서 이번 세미나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정군샘의 설명에 의하면 플라톤에게 이 세계는 실재의 모사물이고 실재는 이상 즉 이데아였지요. 그리고 이데아를 인지하려면 우리를 속이는 감각적이고 정념적인 것들을 제거해야 합니다. 그렇게 제거하고 나면 가장 합리적이고 보편적인 이성만이 남게 되는데 플라톤은 그것이 바로 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진리가 곧 이성 자체였던 거지요.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는 출발점이 다릅니다. 내가 보고 있는 세상이 실재한다고 보았고 이 실재하는 것들 속에서 상대적인 속성들을 제거하고 남는 보편적인 무언가를 찾으려고 했습니다. 이때 사용되는 능력이 이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있어서 이성은 진리를 찾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 셈이지요.

  이렇게 서로 다른 출발점은 방법론적 측면에서도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플라톤은 처음부터 가장 보편적인 이데아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여러 학문의 분류가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가장 최고의 선을 획득했다면 이 말은 이성적 진리를 획득했다고 볼 수 있지요. 모두 한꺼번에 얻는 방식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다릅니다. 보편성을 개별 사물로부터 찾으려 했기 때문에 학문이 여러 분야로 나누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나누어진 각 분야마다 각각의 진리가 있다고 보았지요. 현대 학문이 여러 분야가 된 것도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치학적으로도 다른 점은 보입니다. 플라톤은 이상적인 목표를 바탕으로 사회를 맞춘다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세상 사물들 각각의 개별 목적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에 각자가 자기의 위치에서 주어진 역할을 처리하는 계급사회를 정당화했습니다. 플라톤은 파시스트, 아리스토텔레스는 관료주의자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점도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출발점은 다르지만 사물들의 보편성을 구한다는 도착점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플라톤과 마찬가지로 아리스토텔레스에게도 현실 세계는 어떤 보편적 원인으로 정해져 있는 세계입니다. 이러한 세계는 변화가 일어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한 플라톤처럼 ‘일자’ 개념과 비슷한(이 개념 또한 아리스토텔레스와 출발점이 다릅니다) ‘부동의 원동자’를 설정합니다. 부동의 원동자는 자신의 잠재성 모두를 실현해서 더 이상 변할 여지가 없는 ‘순수 현실태’를 말합니다. 부동의 원동자를 제1원리로 상정함으로써 위계질서가 만들어지고 변하는 것은 불안정하다는 원리가 생기게 되는데 이러한 점은 플라톤의 세계관에서도 나타납니다. 

   어째 쓰다 보니 후기가 아닌 정리문이 된 것 같네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공부하면서 두 분의 위대함을 느꼈습니다. 정말 2,400년 전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았습니다. 다음에 공부할 ‘개념-뿌리들’의 1강 ‘원리, 원인’에서도 아리스토텔레스가 계속 언급되더라고요. 정군샘은 어려운 게 아니라 헷갈리는 거라고 하시지만 이 책도 역시 어렵네요. 그래도 세미나를 거치면 모호하게 알듯 말듯 했던 논리와 개념들이 명료하게 정리됩니다. 그만큼 제 사유의 영역도 쬐~금 넓혀진 것 같고요. 이런 재미로 철학 공부를 하나 봅니다~^^

댓글 8
  • 2023-03-29 14:35

    동화샘 후기 읽으면서 나도 다시 복습^^ 다시 공부^^ 좋은 하루 보내보아요~~ 날이 너무 좋아ㅠㅠ

  • 2023-03-29 20:36

    저도 동화샘 후기 읽으면서 지난 시간을 상기해 보았습니다.^^ 이 두 철학자가 잘 잡혀있어야 다음 철학자들을 자~알 이어나갈수 있다는 정군쌤의 말씀도 기억나고요 ㅎ

  • 2023-03-29 22:10

    제가 정말 대부분의 철학자들을 일단 좋아하고 보는 '금싸바'인데, 그게 안 된 철학자가 몇 있슴다... 그게 누구인지는 아시겠죠 ㅎㅎㅎ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재'를 관찰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그 태도는 여전히 중요한 덕목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일단, 철학사 읽기는 한 단락이 끝났다는 점에서 기부니가 아주 좋았습니다!

    • 2023-03-30 00:52

      금싸바는 뭐의 줄임말인가요?
      금방 싸랑에 빠지는 어쩌구 ?

      • 2023-03-30 14:43

        넹넹 금사빠는 금방 사랑에 빠진다의 준말입니다. 반댓말로는 금사식이 있고요

  • 2023-03-30 00:47

    전 이번 아리스토텔레스와의 짧은 만남 속에서 순자도 생각나고 주자도 생각났네요. 그만큼 대단한 철학자이면서 어렵고 만만치않은 철학자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아우, 느낌이 아니라 이해가 되어야 하는데 ㅋㅋ
    4원인이 헷갈려서 개념-뿌리 읽으면 좀 나을라나싶었는데 여전히 알쏭달쏭 하네요. 몇 번 더 읽어보겠습니다 ㅠ

  • 2023-03-31 14:26

    어려워서 세미나에 참여 못한 게 아쉬웠는데 동화샘 후기 덕에 액기스만 쪽 빨아먹은 기분이네요^^

  • 2023-04-01 13:17

    선생님들의 댓글이 공부하는대 도움이 많이 되고 있습니다 저도 분발하여 댓글도 달수 있는 수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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