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회차 후기

동화
2023-06-01 13:57
167

 

지난 세미나에서는 ‘하나와 여럿’에 대한 개념을 공부했습니다. ‘하나와 여럿’의 의미 안에는 ‘동일성과 차이, 연속과 불연속’이라는 ‘존재론적 원리’가 내포되어 있는데요. 세상을 ‘하나’인 ‘동일성과 연속’의 측면에서 보느냐, 혹은 ‘여럿’이라는 ‘차이와 불연속’의 측면에서 보느냐에 따라 철학사적으로 여러 논의가 전개되어왔습니다. 고대 철학자 파르메니데스는 다자성과 운동을 배제한 일자로서의 ‘하나’를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파르메니데스의 ‘일자’는 인간이 겪는 세계의 변화를 설명할 수 없었지요. 이를 보완하고자 플라톤은 ‘다자성’을 인정하면서 여럿의 합은 정확히 ‘하나(이데아)’라는 논리를 펼쳤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도 마찬가지로 ‘일자’를 이루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았는데요. 배웠다시피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일자’는 플라톤의 ‘일자’처럼 전제된 것이 아닌 실재하는 사물들의 합에서 찾았기 때문에 초월적이지 않습니다.

‘하나’로 정리하려는 전통 철학과는 달리 현대 철학은 ‘복수성’의 철학을 추구하게 됩니다. 여럿을 하나로 환원시키지 않으며 ‘다자성’을 인정하고 긍정적으로 보고자 했습니다. 이런 현대 철학의 한 계기를 마련해 준 철학자가 ‘스피노자’입니다. 물론 스피노자도 하나의 일관된 체계로 세계를 설명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플라톤과 통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플라톤에게 ‘일자’는 미리 주어진 형상이고 세상은 그 그림자에 불과했다면, 스피노자의 ‘실체’는 자연에서 드러나는 개별사물들에 따라 매번 새롭게 변화하는 개념입니다.  세계의 다양한 변화(변양태)가 ‘실체’보다 일차적인 것이지요. 이런 점에서 스피노자의 철학은 현대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현대에 이르러 ‘여럿’을 중시하는 사유가 다양하게 나타났는데요. 그중에서도 베르그송은 ‘복수성의 사유(직관)’라는 새로운 인식론을 전개했습니다. 베르그송에 의하면 기존 전통 철학자들은 수학적이고 분석적인 사고로 세상을 보았다고 합니다. 나눌 수 없는 시간을 인간의 편의에 맞게 공간적으로 포착해서 사유했다는 거지요. 베르그송에게 ‘세계의 참모습’은 ‘질적 복수성’, 즉 ‘지속’입니다. ‘질적 복수성’이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무한히 변화하고 새롭게 창조되는 질적 풍요로움입니다. 그리고 ‘질적 복수성’에 대한 인식 방법을 ‘직관’이라고 말합니다.

 

이상으로 ‘하나’와 ‘여럿’의 개념을 둘러싼 논의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공부하기 전에는 ‘하나와 여럿’이라는 단어를 전혀 철학적 개념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요. 이렇게 다양하고 심오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니 신기합니다~^^;;

그럼 다음 주에 뵐게요!

댓글 7
  • 2023-06-01 19:00

    와아 깔끔 정리~~ 한 눈에 팍팍~ㅎㅎ 넘 좋당~~

  • 2023-06-01 19:38

    복습한 기분이네요~

  • 2023-06-01 21:54

    하나의 개념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 읽을 땐 재미있다가도 세미나만 끝나면 어쩜 그리도 휘리릭 날라가 버리는지 안타까워요 ㅋㅋ
    그래도 조금씩 개념에, 용어에 익숙해져간다고 믿고 싶습니다.^^

  • 2023-06-02 06:21

    하나와 여럿이 개념어가 된다는 사실이 신기해하는 또 하나의 일인입니다.
    수업 중 하나와 여럿말고 하나 둘 여럿으로 나누어 정리해도 재미있을 것같다고 생각했는데 딴 생각하느라 넘어가 버렸습니다. 아쉬움.
    감사합니다.

  • 2023-06-03 06:06

    현대인이라 그런지 베르그송의 복수성의 사유가 인상깊었네요ㅎ 깔끔한 정리 감사합니다~

  • 2023-06-03 11:29

    아~! 지난 주 이걸 했었군요. 점점 기억보다는 휘발성 뇌가 되어가는 ~~~ 현실은 슬프지만 그냥 웃어야겠지요^^

  • 2023-06-03 20:01

    제 오랜 주장 중의 하나가 휘발되는 걸 잡아두는 게 중요한게 아니고 더 많은 것을 더 자주 휘발시키는 것이라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전 날아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어서요. ㅎㅎㅎ
    동화샘 말씀처럼 철학 용어들은 일상어의 깊이나 여러 측면들을 새롭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들을 생각해 보는 게 우리가 공부하는 이유이기도 할테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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