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차 후기

자작나무
2023-05-13 00:02
110

저자의 편애 때문일까, 중세는 그다지 길지 않게 지나갔다. 저자의 편애가 아니더라도 우리도 중세는 '암흑'시기다 뭐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어서 인지, 아는 것이 별로 없고 그렇게 지나가는 듯 했다. 그런데 모르기 때문에 혹은 예상하지 못해서 인지는 몰라도, 언듯언듯 보이는 내용들이 흥미로웠다. 

 

가령 아우구스티누스가 기독교를 널리 퍼뜨리려는 행동가이자 신앙인으로 이론작업에 매진했다는 것, 그래서 그의 이론은 이게 뭔가? 싶을 정도의 구멍들도 보이지만, 어떻게든 신앙을 밀어붙이는 그의 힘을 그의 철학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뒤를 이은 아퀴나스의 경우는 어떠한가. 천년 동안의 기독교 신학을 다 종합 정리하려고 했던 그의 욕망. 정말 열심히 공부하는 학자구나, 정말 굳건한 신앙인이구나,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 그가 방대한 양의 <신학대전>을 만들고 이런저런 썰들을 다 모으고  그 이전 세대부터 내려온 문제거리 즉 자유의지와 관련해 악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를 '가열차게'  생각하고 진행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바로 신앙으로 똘똘 뭉쳐 있었던 중세가 어느덧 저물고 있다는 현실이었다. 나라가 하 수상하고 분열되니 어떻게든 모으려고 했고 그 구심점이 신앙이었던 것. 하지만 13세기, 14세기 스콜라 철학의 중기는 아퀴나스의 집대성과 더불어 저물고 있었다. 그 징후를 보여주는 인물이 루터였다. 

 

이 루터라는 사람도 대단히 흥미로웠다. 다혈질의, 한다면 하는 사람, 유두리가 없는. 그의 초상화를 봐도 성깔이 보일 정도로^^. 정군쌤은 루터를 "마지막 중세인"이라고 한다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종교밖에 모르는 바보 루터가 중세 기독교의 방향을 틀고 근대로 나아가게 만든다. 짧은 분량의 정리된 부분을 읽거나, 그를 설명하는 정군쌤의 설명을 들으면 한편으로 징하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흥미로운 인물이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더 흥미를 가지고 있는 정군쌤이 루터의 전집을 다 읽고 더 재밋게 풀어줄 날을 기다려본다.^^

 

어쨌든 아퀴나스가 봉합하고 종합하려고 했던 신학적 세계에서 신학=신앙 따로, 철학=이성 인식 따로의 시대로, 신학과 철학이 서로 다른 학문 분과로 걸어가는 분기점에  루터는 서 있는 셈이다. 이렇게 중세 신학을 중심으로 아우구스티누스, 아퀴나스 그리고 루터라는 인물과 그들을 통해서 중세 서양 철학사에서 문제가 되었던 질문들을 살펴봤다. 신 존재 증명, 이런 걸 읽고 있으면 뭔 소린가 싶지만, 쨌든...

 

개인적으로 덧붙이자면 종교를 가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종교적 심성이 없는 나로서는 책이 흥미로운 한편으로 핵심이 항상 빗나가는 경험을 한다. 그다지 생각하지도 않은 것들, 악, 자유의지, 신에 대한 이야기 등등. 어떤 것들은 그리스 철학자들을 이었을 것이고, 또 어떤 것들은 기독교 고유의 문제였을 것이고, 또 어떤 것들은 옛것과 새것을 한데 묶어서 사고를 개진해나갔을 것이다. 이렇게 섞이고 섞여서 거대한, 서양 철학사의 흐름을 만든다고 할 수 있겠다. 아마도 계속 이어지는 철학사는 지금까지 우리가 읽어온 것들 중, 어떤 것은 버리고 어떤 것은 해결하고 또 어떤 것은 새롭게 만들어서 이 흐름을 더 다양하게 만들까. 오늘보다 내일이 더 궁금한 수업, 기대기대~~

 

 

댓글 4
  • 2023-05-13 01:10

    읽다보니 아퀴나스의 철학에 묘하게 설득이 되더라는 ㅋㅋ
    그리고 중세 문화에 대해 궁금해졌어요.
    신앙과 이성의 조화는 예술에 어떻게 드러날까요?

  • 2023-05-13 19:26

    후기를 통해 더 많은 것들이 보입니다.

    종교에 관심이 많다 보니 철학보다 종교에 영향을 주는 철학이 재미있었어요.

    • 2023-05-13 22:27

      우와!!!

  • 2023-05-13 22:30

    나에게 신앙은 없지만 '신앙'이 나에게 꽤나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이상 공부하지 않을 수 없다! 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ㅎㅎㅎ
    저자들이 일부러 그런 건지, 아니면 저희가 두 주에 걸쳐서 해서 그런 건지 '중세'가 참 길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언젠가.. 아우구스티누스와 루터를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진전이 안 되는군요. 그래서 포기할까 싶을 때마다 이렇게 서양철학사 안에서 만나게 됩니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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