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철학입문] 3회차 후기

우현
2023-03-20 17:27
269

 

 3회차는 플라톤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소피스트에게 맞서던 소크라테스를 계승하고 있으며, '이데아' 개념을 통해 본격적인 형이상학을 시작한 철학자라고 합니다. 꽤나 어려웠습니다. 분명 저번 시간에 정군샘은 쉽다고, '이데아'라는 말만 안 나왔지 소크라테스와 거의 같은 내용이라는 식으로 얘기한 것 같은데 말이죠. 아무튼 어렵기도 하지만 우리가 보통 '철학'이라고 부르는 형이상학의 시작이어서 그런지 아리송한 것에 대해 질문하면서 감을 잡아가는 과정이 재미지기도 했습니다.

 책은 아무래도 서양철학사 전반을 다뤄야하다보니 맥락을 매끄럽게 만들고, 생략하는 지점도 많아보입니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질문들은 책에서 생략되었거나 가볍게 던지고 지나가는 부분들을 붙잡고 물어보는 느낌이에요. 토용샘과 자작샘, 동화샘까지의 질문이 묶일 수 있겠네요. 

 

(토용) p.92
저자는 플라톤 스스로가 실제로 "플라톤의 이데아 이론"에 동의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어왔다고 하고, 플라톤은 플라톤주의자라기 보다는 신플라톤주의자에 가깝다고 말한다. 또 플라톤 자신이 이데아론의 첫번째 비판자였다고 말하고 있다(p.103) 아마도 이데아론에 대한 플라톤 자신의 사유변화를 말하고 있는것 같은데 <국가>에서 보여준 이데아론과 <파르메니데스>에서의 이데아론에 큰 차이가 있는것 같다. 이것이 플라톤주의자와 신플라톤주의자로 나누는 배경이 되는 것일까?
거기에 '신플라톤주의적 신비주의자'라는 말도 있는데(p.94) 신비주의자는 어떤 의미로 쓴 것인가?

(자작나무)
p.931시기에 플라톤은 개념분석과 개념적 통찰을 가지고 작업했다. 이 말은, 이데아의 이론화 작업에 매진했다는 거다. 2시기에는 <국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데, 저자는 이 시기 플라톤은 이데아가 독립적 존재를 가진다는 점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3시기는 개념과 보편자 문제의 해결이라는 내적 동학에 이끌려 <파르메니데스>등에서 변증법적 인식론을 입론했다고 저자들은 보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들은 2시기에 대해서는 간략하게 쓰고 3시기 변증법적 인식론에 주목해서 쓰는 것 같다. 이는 독일철학에 기반한 저자들의 특징 때문인건가, 아니면 플라톤을 읽는 대부분의 일반적인 이해가 이러한 것인가. 2시기의 양상의 특징은 무엇인가.

(동화)
95쪽 ‘여기서 이데아 이론에 대한 주류 해석에서의 관념론적 이분법은 초월되어, 우리가 신플라톤주의 철학과 신학에서 보는 종류의 역동적인 유출emanation 이론 쪽으로 나아간다’ 라는 문장이 무슨 말인지 궁금합니다.

 

 이에 정군샘은 플라톤은 총 3시기로 구분하여 정리할 수 있는데, 이를 단일화하기 힘들다고 하셨어요. 책에도 나오듯이 1시기는 소크라테스의 맥락을 많이 가져온 느낌이고, 2시기에는 <국가>라는 저작을 중심으로 이데아를 설명하고, 3시기에는 자신의 논지를 스스로 반박하며 변증법적 인식론을 입론했다고 하죠. 보통 2시기를 '플라톤 주의'라고 부르고, 3시기를 '신플라톤 주의'라고 본다고 해요. 2시기까지는 사물 개별의 이데아가 존재하는 듯 보이지만 3시기에 들어서는 모든 것은 하나의 이데아로부터 유출emanation받은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죠. 따라서 이데아는 여럿이 아닌 하나이며, 그 하나에서부터 분유받는 형태로 존재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게 초기 기독교(유일신)에 영향을 많이 끼쳤고(실제로 책도 3시기에 대한 내용이 주였기 때문에 저는 경전을 읽는다는 인상도 받았습니다.), 앞으로 읽어나갈 철학사적 맥락에서 유효하기 때문에 3시기가 주요하게 써진 것이겠죠.  

 

또 주요했던 한 지점은 플라톤이 <국가>를 통해 보여주는 계급론이었습니다. 플라톤은 선택받은 소수의 엘리트들이 정치를 하며 국가를 이끌어야하고, 다른 사람들은 각자 자기가 갖고 태어난 기질에 맞게 살아야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합니다. 이건 파시즘처럼 계급주의/엘리트주의적이라고 봐야할지, 각자의 역할을 존중한다고 봐야할지 애매한 지점이 있었는데요, 그에 대해서도 질문들이 있었습니다.

 

(자작나무) p.101
... 태어날 때 영혼은 이데아의 세계에서 살던 기억을 다 잊는데, 이 세상의 삶은 그 기억을 상기하는 것이다. 재인식하는 과정. 그런데 현실에서 인간은 이 재인식하는 과정이나 능력의 정도 혹은 재인식하는 분야(덕?)의 차이에 의해서 계급/직업이 나뉘는 것일까. 이런 나뉨은 그저 한 인간에게 달린 문제인가. 그래서 이 계급들간에는 천정이 열려 있는가 닫혀 있는가.

(토용) p.109
이데아의 세계에 살던 영혼이 출생을 하면서 이데아를 망각하게 되고, 삶을 살면서 영혼은 이데아를 상기한다. 학습은 재인식의 과정이다. 그런데 이 재인식은 어렵다. 이데아들에 대한 통찰은 보통의 인간에게는 성취불가능이다. 그래서 뛰어난 능력과 혹독한 훈련이 필요하다.
플라톤은 우수한 지적능력을 가진 사람이 체계적 교육을 통해 이데아에 대한 통찰을 가지게 되면, 이러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다고 말한다.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입장에서 소수의 통치를 주장한것 같은데, 덕을 가진 소수 외에 플라톤은 '인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했는지 궁금하다.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일을 하는 피통치자? 계몽의 대상?
그리고 이 소수의 지도자는 중국의 성인과 비슷한 개념인것 같은데, 정말 실현가능하다고 생각했을까? 또 이데아론에 기반한 정치가 실제로 그리스 사회에서 어느 정도 받아들여졌을까?

 

 현대인의 시각으로 보면 확실히 파시즘과 맞닿아있는 부분도 있고, 토용샘처럼 '인간' 그 자체에 대해서는 어떻게 바라봤을지도 궁금해집니다. 하지만 정군샘은 이에 대해 "아마 플라톤은 별 관심 없었을 것이다"라고 단언했지요. 지금 우리가 전제하고 있는 '개인' 혹은 '인권'이라는 개념 자체가 근대에 들어서 생겨난 개념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공동체와 개인의 구분이 없던 시기에서 플라톤이 개인에 대한 생각을 하진 못했을 것이고, 그에따라 주어진 역할에 충실한(각자의 아레테를 발휘하는) 방식의 형태를 이상적이라고 바라봤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지점은 사실 현대인의 시각에서도 그럴싸한 면이 있습니다. 굉장히 '효율적'으로 보이잖아요? 제 친구들 중에서도 '우파'라고 자칭하거나 파시즘이 과하게 욕을 먹고 있다는 입장을 (물론 내부적으로만..ㅎ) 비추는 친구들이 있는데요, 단순히 효율을 생각한다거나  플라톤처럼 이상적인 무언가를 꿈꾼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지점이 쬐에끔 있기는 합니다ㅎ. 앞으로 기독교의 등장과 더불어 정치적 방향성이 어떻게 될지, 철학사적인 관점에서는 세계와 어떤 영향을 주고 받았을지 궁금해집니다. 

 

벌써 4회차를 앞두고 있네요! 다음 시간은 아리스토텔레스 부분(4장, 183p.)까지 읽어옵니다. 석공샘이 [3.아리스토텔레스와 생태학]파트까지 요약을, 동화샘이 나머지 파트를 요약해주실 거구요. 저와 혜란샘은 일정이 있어 세미나에 참여가 힘들 것 같다고 공유했습니다ㅠ 빠지고 싶지 않았는데 아쉽네요.. 질문은 똑같이 올려놓겠습니다.(혜란샘도 해주실 거죠?ㅎ)

 

 

댓글 6
  • 2023-03-20 18:15

    열심이 후기를 읽게 만들려는 정군쌤의 숨은 그림ㅎㅎ

  • 2023-03-21 07:52

    "3시기에 들어서는 모든 것은 하나의 이데아로부터 유출emanation받은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죠. 따라서 이데아는 여럿이 아닌 하나이며, 그 하나에서부터 분유받는 형태로 존재한다는 겁니다."

    전 이 부분이 좀 이상한 것 같습니다.
    일자의 이데아를 말하는 것 같은데, 마치 단 하나의 단일한 이데아가 개별 사물에 적합한 이데아를 꺼내어 나눠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3시기의 플라톤의 이데아에 관한 변증법이 이런 의미일까요?
    좋음의 이데아(일자의 이데아)는 이데아들의 착종이고, 이데아들이 서로 지속적으로 초월하는 상호 관계를 나타내고 있는 것 아닌가요?
    그래서 일자에 대한 총체성은 알 수가 없는 것이구요.

    숨은 그림을 잘 찾았을까요? ㅋㅋ

  • 2023-03-21 08:30

    넵넵 그르니까... 3시기 플라톤은 '신플라톤주의'에 영향을 준거지 그 자체가 '신플라톤주의'라고 할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저희 텍스트에서 저자들은 3시기 플라톤이 '이데아들 사이의 관계에 주목한다는 식으로 설명합니다. 요컨대 신플라톤주의자들은 이로부터 '역동적인 유출의 이론'을 끌어낸 것이고요. 다시말해 플라톤은 '일자'에 대한 생각과 이데들의 관계에 관해 생각한 정도였지 '유출설'이 전면에 나왔다고 볼 수는 없는 것입니다.

  • 2023-03-22 13:26

    (눈물을 머금고 신청하지 못한 세미나라서...) 일단 올해는 후기 읽으며 철학 입문하겠습니다 ..ㅎㅎ

    • 2023-03-26 00:35

      그 원하신다면, 요약과 질문 등을 올리셔도 됩니다 ㅎㅎㅎ 그러게 아쉽네요. 경덕님과 '제대로' 세미나를 해볼 기회였는데 말이죠!! 부디 다음 기회가...있겠죠? ㅎㅎㅎ

  • 2023-03-25 12:01

    3시기 플라톤의 사상이 ‘신플라톤주의’에 영향을 준 것일 뿐 ‘신플라톤주의’가 아니었군요~^^;;
    저도 우현샘처럼 3시기가 ‘신플라톤주의’라고 들어서 다시 책을 찾아보니 95쪽에 ‘여기서 이데아 이론에 대한 주류 해석에서의 관념론적 이분법은 초월되어, 우리가 신플라톤주의 철학과 신학에서 보는 종류의 역동적인 유출 이론 쪽으로 나아간다’라고 씌어있네요. 정군샘이 언뜻 중세 철학자 아우구스티누스에게도 영향을 주었다고 언급하신 것 같기도 하고요.
    우현샘 후기 덕분에 가물가물해진 플라톤 사상에 대해서 다시 제대로 상기(!)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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