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차 후기]이제 '시작'이다.

자작나무
2023-03-10 01:33
175

 

후기 쓰는 게 그저 막막하~다. 안 보던 책, 하지 않았던(^^) '철학'을 해서일까, 조금은 두렵고 조금은 두근두근한 감상. 

 

탈레스, 헤라클레이토스, 파르메니데스, 데모크리토스 그리고 피타고라스까지, 이 이름을 정확히 기억할 것인가도 장담하지 못하는데, 이들이 서양철학사에서 어떤 주장을 펼쳤으며, 그것이 어떤 철학적 의미를 갖는지를 아는 것은 솔직히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 '입문'에 발을 들여놓은 자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어쩌면 탈레스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물론 '헤라클리토스'라고 하든 '헤라클레이토스'라고 하든, 모든 것이 물이든 불이든 혹은 원자와 진공밖에 없다고 하든 그게 뭐 중하겠는가. 

 

우리는 이미 '입문'했고, 중력을 이긴 첫걸음의 무거운 한 발을 들여놓았다는 데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즉 앞길이 어떻든간에 <서양철학사>라는, 철학이라는 것에 흥미를 갖고 다가갔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흥미야말로 저자가 제시한, 철학의 제1과제는 질문하는 것이라는 말에 우리를 이끌고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우리는 왜 이렇게 생각하는가, 왜 화내는가,  나는 왜 늙어가고 왜 이 사실에 가끔 동요하는가 등등, 어쩌면 우리의 일상과 사회 기타등등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끊임없이 서양철학사를 참조할 것이라는 점. 이렇게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이 마음을 잊지 않으면서 다같이 파이팅! 공부에 마음을 내신 혜란님, 효현님, 동화님등과 만나게 되어서 정말 기쁘다. 

 

여기까지 '감상'으로만 이루어진 후기를 끝내고 싶었으나, 그래도 지난 시간에 나온 질문들을 쪼금 나열한다면,

 

그리스 철학의 주요 특징으로 제시되는 것은, "변화와 다양성 속의 통일성"이다. '변화는 존재한다'를 전제로 해서 탈레스는 '모든 것은 물이다'라고 했고, 그 이유를 조곤조곤 따졌다. 질문-논변-답변-함축의 과정은 이후 다른 철학자들도 보여줄 사변적인 틀에서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사변성은 그리스(서양) 철학을 어느 방향으로 몰고 갔을까. 또한 책은 철학의 시작을 탈레스로 보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분명 탈레스 이전에도 사람들은 사고하였을 터인데, 탈레스의 이른바 철학은 이전 사고와 어떻게 달랐기에 철학이라고 불리고 '혁명적인 것'이라고 말해졌던 것일까. 

 

또한 이들은 왜 '변화'에 주목했을까. 변화에 주목한다고 했지만 결국은 그것과 더불어 '실체', 즉 "변화 속에서도 변화하지 않는 요소"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원자와 진공, 존재와 비존재 등의 흡사 이분법적으로 보이는 쌍들을 이들은 한데 사고했는데, 이런 것들이 이후 서양 철학사의 방향을 결정지었을까. 이에 대한 답이 궁금하다면, 지난 시간에 받은 요약문 페이퍼를 참고!

 

물론 이에 대해서 정군쌤은 다양한 톤과 높낮이로 그리고 수업 시간 내내 아주 화려한 손짓으로 설명해주었다. 가만히 있지 않는 모습이 마치 지휘를 하는 듯도^^.  귀와 눈이 즐거운 수업~~이랄까. ㅎㅎ 이번 주를 또 기대하며 오늘은 여기까지~~

 

 

 

댓글 3
  • 2023-03-10 10:37

    굳이 철학공부의 유용성을 따지고들 필요는 없지만, 나를 객관화시키고 상대화시켜 볼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다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꼭 가지고 싶은 '아레테'입니다. ㅎㅎ

    그나저나 지휘자님의 지휘에 따라 좋은 연주를 해야할텐데 말입니다.^^

  • 2023-03-10 12:39

    자작나무님의 후기 잘 읽었습니다.
    저는 지난 수업 중에서 다음 세 가지가 기억에 남았습니다.
    첫째는 이전까지는 신을 통해서만 해석되던 ‘우주’를 탈레스는 ‘사유를 통해 이해’했다는 점. 그래서 탈레스가 최초의 철학자로 불리게 되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두 번째는 아낙시만드로스의 ‘아페이론’입니다. ‘아페이론’이 규정되지 않은 ‘물질’이라는 점에서 확실히 정군샘 말대로 오늘날의 ‘양자물리학‘을 떠오르게 합니다.
    세 번째는 파르메니데스의 ’생각으로 변화를 파악할 수 없다‘라는 주장이 재밌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오히려 이 ’생각’ 때문에 변화를 파악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음… 이 이상은 차차 공부하면서 배우는 걸로 하고요~^^;;;
    드디어 다음 시간은 스스로의 인식을 의심하기 시작하는 철학자들이 등장합니다~! 점점 더 복잡한 논의가 전개되겠지만 이게 또 철학의 묘미가 아니겠습니까? 일요일에 뵐게요~^^

  • 2023-03-10 18:56

    그러게요 이제 시작이군요 ㅎㅎㅎ 거의 모든 <철학사>가 '탈레스'에서 '시작'한다고 합니다만, 진짜 '시작'이 어디서부터였는지는 아무도 모를겁니다. 어쩌다보니 탈레스가 한 이야기만 남았고, 그걸 언급하는 여러 문헌들이 있다보니 '시작'이 탈레스가 된 것일테고요. 그렇게 놓고보면 '시작'도 어떤 의미연관 속에서 생겨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이번 일요일부터는 드디어 진정한 철학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소피스트 소크라테스를 만납니다. 기대되는군요 . ㄷㄱㄷ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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