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 홀로바이옴 드로잉 1 -‘ 트러블과 함께하기 ’를 가로지르며

2023-02-06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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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호정원 , 드로잉북에 색연필,  29.5 x 21 cm, 2021

 

<트러블과 함께하기>에서 해러웨이는  오슨 스콧 카드Orson Scott Card의 SF소설 <사자 死者의 대변인 The speaker for the Dead >이야기를 들려준다. 

-오슨 스콧 카드는 존재, 혹은 존재의 방식이 소멸했을 때 뒤에 남겨진 자들을 위한 이야기를 수집하기 위해 어떤 남자가 어떻게 해서 죽은 자를 위한 책임을 떠맡게 되는지 더듬어간다. 그는 한때 곤충 모양으로 무리를 이루는 종과 종 사이 전쟁에서 절멸주의적인 테크노사이언스에 뛰어난 소년이었다. 이 남자는 오로지 가상현실과 가상전쟁에만 몰입했던 그 소년에게는  결코 허용되지 않았던 일을 해야만 했다. 

그들의 모든 물질성 속에서 죽은 자와 산 자를 방문하고, 함께 살고, 대면해야 했던 것이다. 사자의 대변인의 과업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더 응답-가능한 삶과 죽음이 가능하도록 죽은 자를 현재로 데려 오는 것이다. 과학-예술 세계 만들기에 부착된 나의 경첩은 멸종된 벌을 위해 난초가 벌이는 지속적인 기억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회전한다. - 트러블과 함께 하기 124p -

 

내가 3년전 다큐 <산호초를 따라서>를 보고 산호초를 이루는 존재들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가 떠올랐다.

산호들의 절멸과 생존의 감각들을 담고자 하는 반복적인 나의 행위들은  기억 퍼포먼스의 일종이 아니였을까?

요사이 산호드로잉을 계속 진행하는 것에 대한 회의가 생겼다. 작업을 밀고 나갈 동력을 상실한 상태였고,  나의 드로잉들이  동어반복 - 자기복제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산호그림들이 산호를 기억하고 산호초의 삶과 죽음에 응답하는 지속적인 기억 퍼포먼스의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어떨까? 반복적인 드로잉 행위로도 의미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지속적인 반복속에 작은 차이를 만들어낼수 있지 않을까? 

<트러블과 함께 하기>에서 해러웨이가 들려준 과학자, 예술가, 토착민, 활동가, 시민들이 함께 하는 과학-예술 세계 만들기의 이야기는 나의 스몰 드로잉 작업들을 다시 시작할수 있는 에너지를 건넨다.

앞으로 몇 차례, 나의 지난 산호그림들을 불러내어  

<트러블과 함께 하기>의 밑줄들과 연결시켜 보고 싶다.

 

 

댓글 5
  • 2023-02-06 12:44

    죽어가는 산호초를 기억하는 퍼포먼스.
    누군가는 해야하는 일이고,
    그 사람중 하나가 바로 참님이군요.

  • 2023-02-07 08:19

    산호초의 삶과 죽음에 응답하는 참님의 드로잉이 해러웨이를 만나며 더 많은 이야기들로 이어지는군요
    “새로운 실뜨기 ” 곁에서 같이 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 2023-02-07 09:35

    해러웨이 읽기가 참쌤의 SF에 힘이 된 것만으로도 이번 겨울 세미나의 보람을 느낍니다. 물론 저도 하나의 홀로바이옴이 되도록 민감해지고 싶어요^^

  • 2023-02-07 22:28

    와우~ 텍스트를 이렇게 전유하는 법, 대단하네요.
    무지무지 좋아요!!

  • 2023-02-08 17:26

    우와, 기억하기는 애도하기와 한쌍임을 이렇게 눈으로 확인하게 되다니요?!:)
    세미나와 예술을 이렇게 엮어 '안으로의 말림'을 실천하시는 참님, 부러버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