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를 연결하는 애니미즘으로서의 비누

2024-06-25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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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연결하는 애니미즘으로서의 비누

 

 

이 비누들은 모두 살아 있나요?”

 

 

어느 날 자누리족의 추장, 뚜버기에게 물어보았다. 실제로 자누리족들의 대화에서 비누가 문법적으로 살아 있기 때문에, 나는 그가 무어라 말할지 무척 궁금해졌다.

 

“우리가 여기서 보고 있는 비누들은 모두 살아 있나요?”

추장, 뚜버기는 한참동안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아니요. 하지만 어떤 것은 살아 있소.“

 

이 조건부의 대답은 오랫동안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는 한반도에서 오랜 시간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자누리족이 비누와 같은 무생물에 살아 있는 영혼을 교조적으로 부여한다는 의미에서의 애니미스트, 즉 오래된 의미의 애니미스트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였다. 그들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돌을 살아 있다고 지각하지 않는다.  비누가 살아있기 위한 판단 근거는 따로 있었다.

 

 

자누리족 연금술사, 자작나무는 사물을 그것이 속한 범주에 따라 구별하지 않았다. 자작나무는 어떤 비누가 ’사람‘이고 어떤 비누가 ’사람이 아니라‘는 판단근거는 그들이 경험하는 관계속에서 이뤄진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에게는 서로 소통하는 관계, 선물을 교환하는 관계에 있는 존재가 곧 ’사람‘이다. 인간과 비인간 관계처럼 중요한 것은 물체와 인간사이의 관계성이다. 어떤 이들에게 어떤 비누들이 살아 있다고 여겨지는 까닭은, 그 비누들이 어떤 상황에서는 ‘선물’ 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자누리족들은 비누, 물과 나무뿐 아니라 모기기피제, 월든의 앞치마나 필통같은 사물까지도 상대를 존중하며 선물하는 행위에 의해 어떤 관계가 형성된다고 여긴다. 그러므로 관계가 형성된 대상을 비활성 물체가 아닌 사람으로, 즉 살아 있는 존재로 간주한다.

 

북미 포타와토미족 출신의 식물생태학자 로빈 월 키머러는 선물을 주고, 받고, 답례하는 관계를 중심으로 선물경제에서 선물이 “진행형의 관계”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선물은 흘러가며, 확장하며, 선순환한다. 선물은 이동하며 그때마다 가치가 커지고, 확장되는 관계속에서 감정적 유대감도 생긴다.

 

 

자누리족들( 뚜버기 곰곰 자작 참 자누리 )이 손과 마음을 쓰며 생산한 적정기술의 비누들은

지난 장애여성공감과의 첫 만남에서도,

밀양의 탈핵탈송전탑 투쟁에서도,

주고 받음의 답례속 관계를 통해 ‘사람‘이  된다.

비누사람의 오고감으로 모든 살아 있는 존재들 사이의 “관계”를 중시하고, 주고, 받고, 답례하는 것이 삶의 방식으로 녹아든 자누리족의 문화는 호혜적 관계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에게 참고할만한 레퍼런스가 된다.

 

-<애니미즘과 현대 세계>중에서 일부 각색-

 

 

 

댓글 5
  • 2024-06-25 11:24

    비누사람이 이어주는 관계의 생태계 속에서 자누리 족이 활기를 띠고 살아가는 건 분명한 것 같소 ㅋㅋㅋ

  • 2024-06-25 22:13

    우하하하
    어떤 것은 살아있다구요?

    • 2024-06-25 23:18

      그럼요. 우리가 공부한 대로, 경탄의 감각과 역동적인 감수성을 가지고 보면 분명 '비누'는 살아있지 않나요? 우하하하

  • 2024-06-29 11:27

    비누는 살아있다 영화 패러디 해야하는거 아니냐며~아니 근데 엽서 그림 너무 예쁘다

  • 2024-07-07 08:44

    어떤 것은 살아있소.... 쫌 뭉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