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연구소] 대반열반경 첫 세미나-후기 '7가지 불퇴전의 원리'

한스
2023-04-04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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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7가지 불퇴전의 원리

 

대반열반경에 관한 요요샘의 첫 강의이다.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은 붓다의 죽음을 앞둔 마지막 행적을 기록한 경전이다. 그 빨리어의 해석은 '위대하고 완전한 열반의 경전'이라고 한다

부처님은 80세에 열반에 드셨다. 붓다는 스스로 깨달음을 얻은 분으로 어떻게 삶을 이끌어갔고, 어떻게 열반에 드셨는지 궁금하다. 나는 최근에 죽음에 관해 관심이 커졌다. 이번 3년간 코로나로 인해 나의 주변에 여러분들이 돌아가셨다. 오랫동안 내가 돌보던 환자분들, 내가 존경하던 몇몇 분들의 죽음이었다.

그런데, 그분들을 애도하면서, 다른 분들의 죽음이 아닌, 나의 죽음, '내가 죽는다'는 것이 떠오른다. 생각해보니, 나에게 '죽음'은 항상 '남의 죽음'이었던 것 같다.

 

대반열반경은 전쟁이야기로 시작한다

대반열반경은 열반이나 죽음 이야기로 시작하지 않는다. ‘열반’에 관한 개론적인 메시지로 시작하지도 않는다. 좀 의외지만, 마가다왕의 대리인이 붓다에게 하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다른 종족을 공격하기 위해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즉, 누굴 공격하려는데 어떻게 하면 확실하게 이길까? 하는 것이다. 문탁샘은 이 대반열반경의 시작이 『맹자』의 시작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맹자는 하필 이익이 되는 것만 질문하는 양혜왕의 이야기로 시작한다.아무튼 사람들은 자기 눈앞에 보이는 이득에만 관심이 있다.

그런데, 이걸 물어보려 붓다를 찾아왔다는게 좀 의아하다. 생각해보면, 많은 사람들이 붓다에게 깨달음의 지혜를 구하러 오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 눈에 보이는 당장의 이득을 위해서 붓다를 찾는 건 아닌지? 그들이 붓다를 찾는 이유가 자신들의 눈앞에 보이는 이득을 얻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그 모습은 남의 모습이 아니라, 나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병원사업을 하려하는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또는, 자신의 사업이나 장사를 위해, 우리 아이가 일류대학에 가려는데 합격을 기원하기 위해.. 지금의 일상이 이러한 모습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 모습은 기원전 6세기~5세기, 고대 인도의 당시 '전쟁'이 일상이었던 상황을 생각해보면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당시는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와 비슷한 어수선하고 격동의 시기이었다. 철기의 사용과 쌀농사로 생산력이 비약적으로 발달한 시기. 그러니까 물질적으론 크게 성장하였으나, 각 국가의 약육강식 적인 전쟁은 더 횡행하는 시기이다. 전쟁이 일상인 상황에서 어떻게 승리할 수 있을까가 최대의 고민이었을 것이다.

 

이 와중에, 붓다의 승가는 붓다의 인격과 가르침에 감화된 대중의 지지를 받고 수많은 출가자가 몰려들어 갠지즈강을 중심으로 교세를 확장해가고 있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좋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붓다의 지지자들이었던 마가다왕국과 꼬살라국의 국왕들은 권력투쟁의 과정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두 사람 모두 자신들의 아들들에 의해 권좌에서 쫓겨났다. 심지어 마가다왕국의 아버지 국왕은 아들이 가둔 감옥에서 굶어 죽기까지 한다. 윤리 도덕이란 말조차 거론하기 힘든 시기다.

아무튼, 이런 시기에 쇠약해진 노년의 붓다는 이런 질문을 받고, 불현듯 붓다 승가의 미래와 붓다의 죽음 이후 승가가 직면할 상황을 염려되었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급변하는 시대의 풍경 앞에 승가의 미래 역시 불투명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대반열반경은 붓다가 하늘의 계시를 받거나, 어디서 영감을 받아서 쓰여진 경전이 아니다. 당시 일상적인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갈까? 어떻게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 어지러운 세상에서 큰 서원을 세우고, 마음이 흔들리지 않으며, 정진하여 물러나지 않을 수 있을까? 라는 간절한 마음에서 기록되었을 것이라 생각해본다.

 

붓다의 ‘7가지 불퇴전의 원리

붓다는 마가다왕의 일행들이 물러가자 급히 라자가하에 머물고 있는 수행승들을 소집한다. 그리고, 붓다는 그들에게 불교 승가가 무너지지 않을 일곱가지 원리를 설했다. 요요샘은 이 소집과 설법에는 무엇인가 모를 긴급함과 절박함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불퇴(不退)란 수행할 때 뒤로 물러서거나 깨달음을 잃어버리지 않는 상태라고 한다. 어떤 경우에도 보살이 수행의 과정에서 물러나지 않게 되는 경지를 말하는 듯하다.

7가지 불퇴전의 원리는

1) 자주 모이고 자주 만나는 것   2) 화합하는 것  3) 공인된 것을 수용하는 것 - 규정된 것을 지키는 것 4) 승가를 이끄는 장로들을 공경하는 것,   5) 폭력으로 제압하지 않는 것 - 번뇌를 일으키는 갈애에 사로잡히지 않는 것 6) 탑묘에 공양하는 것 - 수행을 지속하는 것    7) 알아차림을 확립하여 동료수행자를 환대하는 것.

평범해 보이지만 중요한 메시지이다. 어느 집단이나 그 조직이 서로 화합하고 존중하며, 자주 모이기를 힘쓰는지, 윗 사람을 공경하는지, 규정된 것들을 잘 지키는지, 검소한 생활을 하는지 등등.. 별로 특별해 보이지 않는 메시지이다. 그러나 쉽지 않다. 나도 병원 조직들, 학회 내 조직들을 경험하면서 깊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마무리를 하면서 쓸쓸한 노년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붓다의 말년에 제자들이 먼저 세상을 떠나갔다. 붓다가 가장 사랑한 제자이자 가장 지혜가 출중한 제자인 사리뿟따가 먼저 세상을 떠났다. 초기 승가의 기둥이었던 신통 제일의 목갈라나도, 자신을 키워준 어머니이자 비구니 승가의 지도자였던 마하빠자빠띠도 먼저 입멸했다. 붓다 자신의 종족인 샤카족의 나라는 이미 사라졌다. 사촌인 데바닷따로부터 목숨의 위협을 받고, 동갑내기였던 두 왕이 권력투쟁의 과정에서 아들들에게 축출되는 것을 보았다.(요요샘 자료 중)

 

붓다는 분명히 인간적으로볼 때 쓸쓸한 노년을 맞고 있었다. 요요샘이 이렇게 공감했다.  그러면서도 물론 붓다는 쓸쓸하지 않고 언제나처럼 열반의 평화를 누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인다. 

아무튼, 대반열반경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붓다는 신적인 존재도 아니고, 초능력을 지닌 인물도 아니다. 늙은 몸을 이끌고 신체적 고통을 참으며 중생에게 다가가는 붓다의 모습을 보여준다. 붓다가 더 친근해진다.

열반을 이룬 깨달은 자 붓다도 쓸쓸했을까? 깨달음을 이룬 사람도 쓸쓸할까? 붓다가 세상을 떠나면서 우리들에게 남긴 메시지는 무얼까? 이런 몇가지 질문들을 갖고서, 대반열반경을 읽고 요요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댓글 1
  • 2023-04-05 01:41

    의미적으로는 '대 반열반 경'이라고 새겨야 하지만 구어적인 습관은 '대반 열반경'이기 일쑤니 습이라는 놈은 참 고약합니다. 첫 시작이 세존이 아버지를 굶겨죽인 이력을 자랑하는 마가다의 왕이 밧지(왓지)족을 멸하려 한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승가대를 불러 모으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저의 습은 마가다의 왕의 공격을 말리거나, 평화를 만들거나 아니면 적어도 평화를 위해 노력하다가 좌절하거나 하는 시나리오를 예상하는데, 세존은 거기에 관심이 없습니다. 자기의 죽음 후 승가의 안위가 더 걱정인 쪽으로 기울어서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계/정/혜 삼학의 경이 나오는 맥락이 이렇습니다. 저의 습은 여기서도 틀렸네요...대체로 틀리면서 삽니다. 이제 틀리는 것에 익숙해져가고 있으니 불경의 말씀을 들어 볼 적당한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런데...7가지 불퇴전의 힌트까지 주기도 했던 밧지(왓지)족은 어찌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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