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공동체주거] 마지막 시간 후기

요요
2023-01-19 15:59
291

3회의 세미나와 1번의 탐방으로 구성된 시니어 공동체 주거 상상하기 세미나를 마쳤습니다.

첫날 세미나를 시작할 때만 해도 모르는 분들이 많아서 낯설고 긴장되었는데, 세 번째 세미나에서 한 분 한 분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뭔지 모를 친밀감과 동지애가 느껴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우리 세미나의 제목이 '시니어 공동체 주거 상상하기' 였지만. 아마도 세미나에 모인 분들이 '상호 돌봄'과 '공동체'에 대해 알고 싶었고, 대안을 찾으려는 공통의 물음을 갖고 있었기 때문 아닐까 싶습니다.  

 

<가족을 구성할 권리>가 기존의 가족규범이나 가족모델을 그대로 두고, 그 위에 다양성을 얹는 것이 아니라, 통치의 도구이자 규율로서의 가족과 가족규범에 대해 급진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책이었던 것도 아주 좋았던 것 같습니다. make kin, not babies는 페미니즘의 언어이기도 하지만 기존의 가족규범에서 벗어나 노년의 다른 생애주기를 발명하려는 사람들에게도 영감을 주는 선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제 마음 속에는 여전히 안온하고 고요하고 평안한 노후에 대한 욕망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잡한 돌봄과 그런 욕망이 꼭 충돌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문란하지만 고요하게, 난잡하지만 평안하게, 그런 이종교배적인 삶의 양식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ㅎㅎ 

 

<쫌 앞서가는 가족>을 읽으면서 함께 산다는 것의 문제에 대해 생각할 꺼리들을 만난 것 같습니다. 세미나 중에 가마솥님과 진선님의 사례발표도 그랬거니와 '오늘공동체'방문을 통해서도 공동체적 삶을 일구는 것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생각할 기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공동체 탐방에 함께 한 세미나 회원분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한 것이 오늘공동체를 보면서 나의 니즈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남으로써 내 안의 욕구를 확인하고, 또 내가 무엇에 집착하고 있는지, 어떤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것이 타자들과의 마주침 없이는 결코 생겨날 수 없는 화학반응이지요. 우리 세미나도 그런 장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3회의 짧은 세미나였지만, 아마 모두의 마음에 남겨진 하나의 공통된 물음이 있다면 그것은 '서로를 돌보는 공동체'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각자 세미나 소감을 나누는 중에 가장 많이 나온 말 중의 하나가 '공동체력'이었다는 것도 저는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나이 들어 우리가 길러야 하는 것 중에 중요한 것이 체력이라는 것은 많은 분들이 동의하실텐데요. 적어도 이 세미나에 모인 분들은 지력이나 체력과 함께 '공동체력'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 세미나의 주제가 '시니어 공동체주거 상상하기'였는데요. 저는 세미나를 끝내면서 비로소 이제부터 상상하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하는구나, 라는 느낌이 왔습니다.  솔직히 아직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상상력을 발휘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공부와 활동을 잘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세 번의 세미나 동안 진지하게 참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댓글 10
  • 2023-01-20 08:49

    거의 모든 일이 그렇긴 하지만 이번 세미나도 시작할 때는 이렇게 (멋지게) 끝나게 될지 몰랐습니다. 하하하하
    저에게 이번 세미나는 이런 거(아래와 같은)였더군요. (늘, 사후로만 정리됩니다. 해봐야, 어디에 도착했는지 압니다^^)

    첫째, 요즘 가족 논의가 어떤 언어들을 차용하고 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아니 다르게 말해보자면 가족 논의와 실천을 끌고 가는 새로운 주체들이 어디서 만들어지고 있는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둘째, 책에서도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세미나 때도 많이 나왔던 '느슨한 관계' 가 뭘까,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그건 주거와 관련된 것일까요? 아니면 타자와의 관계기술에 관련된 것일까요? 느슨하다는 것도 쫀쫀하다는 것도 다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것일텐데...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봤습니다. 문탁은 어떤 공동체인가? 음, 느슨한 공동체 같네요. 푸하하하핫

    셋째, 문탁과 오늘공동체의 차이를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탐방 이후 저는 메모장에 요런 메모를 남겼었습니다.
    오늘 공동체, 대단하다.
    1. 목사님의 카리스마와 사명이 이 공동체의 큰 동력이다. (이 공동체는 목사님의 목회활동이겠죠? 예배대신 공동체!!!)
    2. 목사와 함께 20대 초반부터 함께 공부해온 기독교적 심성(정신)의 청년 주체들의 존재 (cf: 레닌의 혁명조직, 일제 하 지하독립운동조직, 386운동권, 정토회청년들, 스즈카공동체...오늘공동체에서 나는 이들을 떠올렸다. ㅋㅋㅋㅋㅋ)
    3. 공동체 학교라는 배치 (cf: 스즈카의 사이엔즈 스쿨)
    4. 아이를 낳고 키우는, 생애사적 주기의 측면에서의 현실적 효용성 (cf: 성미산 소행주)
    5. 낮에 각자 밥벌이(교환관계). 저녁때는 '좋은 삶'을 살고 싶은 젊은이들이 모여... 퇴근 이후 늦게 까지 뽁딱뽁딱 알콩달콩^^ (이게 우리랑 다름^^ 우리 문탁은 낮에 빡세게 공동체...저녁 때 지쳐서 각자 집에 가서 쉼..ㅋㅋ)
    6. 성격적으로도 이게 불편하지 않은 사람들이 모인게 아닐까? (mbti나 사주를 봐보고 싶어짐)

    넷째, 제 욕구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낮의 시간=공동체의 시간을 40년 보냈고, 심지어 지난 9년간은 낮에도 공동체, 밤에도 공동체(오마니 부양) 하다보니, '고독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저는 '고독력', 짱인 사람입니다^^) 그걸 가능하게 하는 주거방식을 통해 일종의 디톡스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다섯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 마지막 세미나 시간이 전 정말 좋았습니다. 전국 각지에 나랑, 우리랑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에 무척 고무되었어요. 뭔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뭔가를....... 언젠가는...........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섯째, 공동주거는 어떤 과정의, 자연스러운 결과여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것을 바로 목표로 하기 보다는... 자주 보고 이야기 나누고 함께 공부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 공통개념을 형성하고 감각을 맞춰가고, 상대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그 끝에 함께 살기....그렇게 되길 희망합니다.

    • 2023-01-20 08:51

      저희 홈피 댓글난에 칸 띄우기, 들여쓰기가 구동이 되질 않아.... 읽기가 힘들겟어요. ㅋㅋ

  • 2023-01-20 09:29

    저는 이번 세미나를 통해 또 새로운 꿈이 생겼습니다.
    좀 더 커졌달까..
    나이듦 세미나 마지막에서 노인재가복지센터를 차려 문탁네트워크의 선배님들과 학인들의 부모님들을 돌보고 싶다고 했는뎅.
    이젠 요양원을 차리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가족을 구성할 권리>에서 가족을 재전유한다고 했는데 우리는 요양원을 재전유하는거죠.
    관에서 주도하고 종교단체가 위탁받아 운영하는게 지금의 현실인거 같은데 민(문탁네트워크 ㅋㅁㅋ)에서 주도하고 시민(학인,동학)들이 운영하는 상호돌봄과 돌봄력을 뽐내고 기를 수 있는 그런 곳을 상상해봅니다.
    사회복지사 1급 취득하고 노인복지관에서 실전 경험을 해보겠습니다. ㅅㅇㅅ
    아직 사회복지사 공부 시작도 안했는뎅.. 큰소리와 함께 큰 꿈을 꾸어봅니당. ㅎㅎㅎㅎㅎ

    • 2023-01-20 13:40

      윤경님의 꿈을 응원합니다~ 홧팅!!

  • 2023-01-20 11:02

    저는 80대인 친정 엄마와 살고 있는데, 엄마를 보니 지금도 간단한 집안일을 하시고 집안일 하는 걸 좋아하세요. 저도 그러지 않을까 싶어요. 근데 80대 이후 그리고 90대에는 분명 다른 사람의 돌봄이 필요한 시기가 오겠죠! 공동주거의 논의를 보며 든 생각은 70대까지는 지금처럼 살고, 80대에는 들어가 살 요양원이든 기숙사든 있으면 알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2023-01-20 18:27

    이번 세미나에서 <가족을 구성할 권리>를 읽으며 제가 공동체에 접속하기 전 해에 인문학 축제 슬로건이었던 '가족을 흔들어라' 가 떠올랐는데요, 흔들어야 했던 가족의 의미를 이번에서야 개념화 해 보았다는 의미에서요, 동시에 지난 시간동안 나름 흔들려 보려고 애썼던 기억과 더불어 여전히 탄탄했던 토대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오늘의 공동체를 방문 경험과 연결해 보면, 이미 가족을 꾸리고 그 안에서 분투하고 있는 친구들을 흔들기보다, 이제는 다른 모색, 예를 들자면 비혼들의 상호의존력을 키우기 위한 관심과 실천이 더 유의미하지 않을까... 그런 질문을 하면서 세미나를 마쳤습니다~

  • 2023-01-21 10:44

    새해 벽두부터 저에게 의미있는 고민을 안겨준 세미나였습니다. 좋은 책 읽고, 좋은 곳 가보고, 좋은 사람들의 고민을 얻어듣게 된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가족의 의미를 확장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족을 구성할 권리'라는 개념으로 다듬을 수 있었고, 현실을 담지 못한 제도를 어떻게 바꿔가야 할까,라는 고민도 숙제처럼 마음에 남겨주었습니다. 공동체에 대한 저의 허접한 수준의('그게 되겠어?', '이상적일 뿐 현실적이지 않은 교조적 개념 아닌가?' 하는 몹시 회의적인) 생각이야말로 관념이고 편견이었구나 깨닫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나이듦 연구소'라는 말에 이끌려 세미나에 접속했고, 공동체주택에 큰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도시의 익명성에 기대 오래 살아온 저에게 공동체 주택은 의구심의 영역이었습니다. 오늘공동체 방문을 통해 주거방식으로 공동체 소속(구성)여부가 결정되는게 아니라는 것, 함께 토론하고 합의하고 실천해가는 공동체적 삶의 추구가 훨씬 더 중요한 기본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써놓고 보니 당연한 얘기를, 여지껏 저는 왜 과정 잘라먹고 결론만을 들여다보며 엄두가 안 난다는 생각만 했는지... 정작 엄두를 내야 할 것은 ‘공동체의 가치’를 포기하지 않고, 함께 배우고 실현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인데 말이죠. 아무 생각없이 가볍게 들어온 세미나에서 귀한 가르침을 얻었습니다. 이런 시간 마련해준 문탁네트워크에 감사드립니다. 후기는 여기까지.
    <이건 꼭 하고 싶은 얘기라서 붙입니다>
    참여하신 분들 말씀을 듣다보니, 나이 들면서 하게 되는 고민이 비슷하구나 싶어서요. 특히 저와 동년배인 오십 초반이라는 분들이 계셔서... 같이 공부하며 더 많이 얘기나누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작년에 듣고 너무 좋아서 저는 아래 세미나 올해도 신청했어요. 도움이 많이 됩니다 ㅋㅋ 저의 주거지는 서울. 문탁 회원 아님(그런데 문탁은 문턱이 없더라고요). 내돈내산 진심 추천!^^;; (나 왜 여기서 간증하고 있지..).
    https://moontaknet.com/?page_id=14953&uid=37929&mod=document&pageid=1

    • 2023-01-21 16:34

      지영샘, 꺅, 넘 우껴, 넘 조아^^

  • 2023-01-22 23:03

    저에게는 이 세미나 신청에 도전의 마음이 필요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막상 참여했을 때 좋으신 분들의 다양한 나눔에 따뜻함이 느껴졌습니다. 뭣보다 나이듦연구소 란 타이틀이 정말 마음에 듭니다. 내 마음의 힐링 프로그램~💜으로 간직할게요. 감사합니다.

    • 2023-01-23 22:13

      재이쌤, 앞으로도 쭉~~ 같이 잘 늙어갑시다. 끌어주고 밀어주고, 그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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