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 '그 쪽'으로 가는 길

경덕
2023-03-20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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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덕

새벽이생추어리 보듬이(2022. 7~).

난잡한 공부가 체질이라 여러 세미나와 워크숍을 유랑한다.

올해 문탁네트워크에서 주역, 불교, 돌봄을 키워드로 공부한다.

낮에는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친다.

 

 

 

 

‘그 쪽’으로 가는 길

 

 

 

새벽이생추어리에 가면 새벽이와 잔디 뿐만 아니라 온갖 이질적인 존재들과 접촉한다. 식사를 준비하며 고구마, 비트, 호박, 보리, 서리태, 시금치 등의 식재료를 손질하고, 물그릇에 미강을 넣고 손으로 휘휘 저어 섞어준다. 새벽이와 잔디의 분비물이 묻은 밥그릇과 물그릇을 설거지하다 보면 물이 옷에 튀고, 덩굴 잎을 채취하느라 잎 사이를 헤집다 보면 씨앗이 옷에 달라붙고, 진흙 위를 걷다 보면 흙탕물이 바지에 묻어 얼룩이 진다. 돌봄을 마치고 나면 내 몸은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은밀한 존재들이 우글거리는 작은 아지트가 된 기분이다. 그리고 귀가하는 길에 지하철에서 겪은 일이 떠올라 이런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 더운 여름 날 돌봄활동을 하다 보면 많은 것들이 내 몸에 들러붙는다. 나는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온갖 존재들과 긴밀해진다. 그 존재들이 땀샘을 통해 내 몸 밖으로 나온 노폐물과 섞이고 반응하면 특유의 냄새가 만들어진다. 돌봄 후 귀갓길 지하철에서 하차하려고 일어난 줄 알았던 내 옆자리 사람이, 나와 멀리 떨어진 좌석으로 이동(피신)해서 앉는 모습을 보았다. 혹시나 하고 땀으로 젖은 셔츠를 살짝 들어 코에 가져다 대었더니 시큼한 냄새가 올라왔다. 그때 나는 부끄러움보다는 어떤 사이-존재(자연과 문화, 인간과 비인간)로서 새로운 네트워크의 일원이 되었다는 생각에 고양되었다.

 

 

 

       

 

 

 

냄새들

 

새벽이를 만나기 전에도 나는 누군가에게 새벽이와 새벽이생추어리에 대해 어느 정도는 설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새벽이의 존재가 '앎'의 차원을 넘어 '감각적 사건'으로 깊이 각인된 순간은 새벽이를 직접 만나 새벽이 냄새를 맡았을 때였다. 작년 미학 세미나에서 발표한 에세이에서 나는 이렇게 썼다.

 

- 새벽이를 처음 만진 날을 기억한다. 새벽이가 울타리 가까이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을 때 손을 뻗어 새벽이의 등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거친 털의 감촉이 느껴졌고 새벽이 피부와 내 손 사이에 무언가 오고 갔다. 새벽이 냄새가 내 손에 배었고 처음으로 살아 있는 돼지의 냄새를 맡았다. 익숙한 냄새(고기 냄새)와 낯선 냄새(새벽이 냄새)가 동시에 감각되어 혼란스러웠다. 

 

새벽이 냄새는 그저 냄새로만 지각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기억들을 불러왔다. 내 앞에서 걷고 뛰고, 내가 준 밥과 물을 먹고, 내 앞에서 오줌과 똥을 누는, 명백하게 살아 있는 새벽이 냄새는 익숙하게 맡아왔던 냄새(마트의 정육 코너와 식당에서, 냉장고에서, 프라이팬 위에서, 주방에서 풍겨오던)와 만나 극단적인 부조화를 이루었다. 냄새의 부조화는 내 안에서 즉시 해소되어 새로운 의미로 통합되는 대신, 조화되지 않은 채로 머물며 과거에 있었던 일을 환기하고 미래의 선택에 영향을 주었다.

 

 

 

 

 

 

 

딜레마들

 

몇 년 전에 마장동 축산물 시장 잡지에 '고기로 안 태어나서'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기고한 적이 있다. 축산물 시장 잡지에 채식을 고민하는 사람의 글이 실릴까 싶었지만, 충분히 래디컬하지 않아서인지 별 다른 말은 없었다. 공장식 축산 농장에 관한 르포 에세이 <고기로 태어나서, 한승태>를 읽고 채식을 고민하면서도 계속 고기를 먹게 되는 상황에 대한 글이었다.

 

- <고기로 태어나서>를 읽은 후에도 나는 극적으로 달라지진 않았다. 그런데 고기를 볼 때마다 마음 한 켠에서(어쩌면 위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건 아니지. 그래 이건 아닌데. 아무래도 아닌데. 내 안의 목소리가 들릴수록 조금씩 변화가 있기도 했다. 채식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되고, 친구와 비건 식당에 가보며 채소와 과일의 세계에 조금씩 다가갔지만, 그러면서도 고기는 먹었다. (...) 채식을 지향하면서도 고기를 먹는 모순된 생활이 이어지는 중에도, 마음 한 켠의 목소리는 계속 들려오지 않을까.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중에도 무언가를 계속 읽고, 보게 되지 않을까. 비건을 선언한 김한민처럼 극적이진 않지만, 조금씩 달라지는 순간이 있지 않을까. 아무래도 변화가 더딘 건 고기로 '안' 태어났기 때문은 아닐까. 

 

작년 말에 파지사유에서 참여한 공생자 행성(생태적 삶을 고민하며 하나의 주제로 팀원들과 돌아가며 실천 일지를 남기는 프로젝트)의 주제는 '잡식가족의 딜레마'였다. 그땐 난 이미 새벽이생추어리 보듬이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밀양 농활에 가서 비건테이블에 같이 앉은 현민님과 나눈 대화를 계기로 '페스코비건'을 선언하였다.

 

- 얼마 전 청년들과 밀양으로 농활을 가서 감을 엄청 땄다. 점심으로 같이 카레를 만들어 먹었는데 고기를 넣은 카레와 넣지 않은 비건 카레로 준비했다. 나는 자연스럽게 비건 카레 존(zone) 앞에 앉았다. 근데 옆에 앉은 현민님이 "저는 페스코 비건이에요." 라고 하길래, "오, 저도 페스코 비건이요! 11월 부터!!" 라고 말해버렸다. (...) 유연한 채식지향인이라는 이유로 잡식가족, 혹은 잡식사회 안에서 마주하는 딜레마를 비교적 쉽게 피해왔다. 고작 한달이지만 페스코 비건을 선언한 나는 앞으로 어떤 딜레마와 만나게 될까? 나는 냄새와 허기 앞에서, 잡식 가족과 잡식 사회의 딜레마 앞에서 어떤 태도를 취하게 될까? 한 달 후에 나는 또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프로젝트 기간 중에는 이런 딜레마를 토로하였다.

 

- 사다리에서 미학 세미나가 있던 날. 우리(우현, 동은, 경덕)는 가는 길에 붕어빵을 사 먹었다. (음.. 붕어빵은 괜찮겠지.) 시간이 남아 근처 카페에서 세미나 책을 읽었다. 나는 이곡라떼를 마셨다. (음, 라떼에 들어가는 우유도 괜찮지.) 이후 머내에서 저녁을 같이 먹었다. 동은님이 여기 알밥 엄청 맛있다며 알밥을 시켰다. (음, 알은 괜찮지. ) 나도 알밥을 먹었다. (...) 돌아보니 자꾸 괜찮지, 괜찮지, 하고 있는데 아주 괜찮지는 않은 기분.. 설마 나, 페스코가 허용하는 동물성 식품(동물성 해산물, 유제품, 동물의 알)을 굳이, 애써, 어쩌면.. 집요하게 고르며 안도하고 있나? (흠..)

 

프로젝트 마지막 글에는 이런 고해성사를 덧붙였다.

 

- 페스코 선언 이후에 육식을 피하는 것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조직생활을 하지 않으니 회식 자리도 거의 없고, 어쩌다 같이 먹는 친구들도 채식지향적 삶에 공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나는 가족과 가깝지만 분리된 생활을 하다 보니 메뉴 선택도 어렵지 않았다. 어쩌다 고기를 권하는 부모님의 호의도 자연스럽게 거절했다. 그럼에도 나는 페스코를 엄격하게 실천하지는 못했다. 부모님 집에서 엄마가 끓여 놓은 된장찌개를 퍼서 먹다가 다진 소고기를 발견하기도 했다. 누가 덜어준 라면과 라면 국물을 먹기도 했다. 대놓고 먹지는 않았지만 슬쩍 곁들여 있는 작은 고기는 망설이다 삼키기도 했다.

 

 

 

 

 

 

페스코들

 

어느 날에는 페스코 선언 딜레마로 고뇌(?)하는 내용의 일지에 문탁샘이 응원(?)의 댓글을 달아주셨다.

 

- 뭘 선언하면 그리 되는 듯..............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또 어느 날엔 페스코를 지향하는 다른 가족들과 함께 초밥을 드셨다는 청량리샘의 일지에 이렇게 남기셨다.

 

- ㅋㅋㅋ 우리 대부분....육고기는 적극적으로 멀리하지만.... 물살이는 먹고 싶다는(있다는) 거죠? <물고기는 알고있다>...읽으면 괴로울텐데.... 원양어업에 대한 진상을 알게 되면 심란할텐데.... 특히 연어가 우리 식탁에 어떻게 오는지 알게 되면 머리가 지끈거릴텐데.... 문어가 얼마나 지능이 높은지 알면 피곤할텐데.... 며칠 전... 페북에서 어떤 동영상을 봤어요. 게를 묶어서 물에 넣고 끓이는데(삶는데) 게가 필사적으로 묶은 걸 풀고 냄비 밖으로 탈출했어요. ㅠ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락토도 페스코도 아니구.....진정한 잡식주의자 입니다. ㅠㅠㅠ

 

그러던 문탁샘이 얼마 후에 경향신문 칼럼에서 페스코를 선언하셨다.

 

- 최근 공동체 공론장에 낯선 단어, ‘페스코’가 등장했다. 11월 한 달 동안 진행한 ‘잡식가족의 딜레마’라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젊은 남성 회원 한 명이 자신을 페스코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페스코는 ‘페스코 베지테리언’의 준말이고, 소·돼지·닭 등의 고기는 먹지 않되 우유·치즈·달걀, 그리고 해산물은 섭취하는 채식주의의 한 종류를 뜻하는 말이란다. (...) (<훔친 돼지만이 살아남았다>) 그 책을 읽은 날이 생생히 기억난다. 올해 1월 첫 일요일, 우연히 그 책을 집어 들게 되었는데 단숨에 읽었고 책을 덮은 다음 좀 울었다. 나는 그날, 훔쳐서 구조한 돼지, ‘새벽이’를 돌보는 그 생크추어리가 우리 사회 반차별투쟁의 최전선이자 우리를 구원할지도 모르는 마지막 성지라고 생각했다. (...) 또 새해가 온다. 세상이 달라질까? 나는 한 가지 결심을 해본다. 어떤 폭력도 반대하며, 모든 생명은, 그것이 원숭이든 돼지든 닭이든, 애도할 만한 가치를 동등하게 갖고 있다는 신념을 표현하기 위해, 또 무뎌지는 나의 감수성을 계속 갱신하기 위해 비건을 실천하는 것이다. 아직 초보니까 ‘페스코’부터 시작할 작정이다.

(경향신문 오피니언 -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212150300015)

 

 

 

 

 

 

문탁샘은 오랫동안 잡식주의자였지만 성차별, 종차별에 대응하는 스쿨미투 청년들의 민감한 감수성, <나의 문어 선생님>의 문어가 보여준 창의적이고 고유한 생존 방식, 새벽이와 새벽이생추어리의 반차별투쟁 이야기에 감명 받아 새해에 페스코를 선언하셨다. 근데 첫 문단에 나온 '공생자 행성', '페스코', '젊은 남성 회원'의 교집합에 속하는 사람이 나 말고 떠오르지 않았고, 얼마 전에 있었던 <양생프로젝트> 세미나 뒷풀이 자리에서 나는 우연히 문탁샘 앞에 앉게 되었다.

 

나 : 샘! 페스코 비건 계속 하고 계세요?"

문탁샘 : 응, 그럼!"

나 : 그 때 쓰신 칼럼에서 젊은 남성 회원이 혹시..."

문탁샘 : 응, 너야 (ㅎㅎ)!“

나 : 아.......!

 

‘페스코’는 이제 더이상 문탁 공론장에서 낯선 단어가 아니다!

 

 

 

'그 쪽'으로만 갑시다!

 

세미나 뒷풀이는 각자 음식을 조금씩 챙겨오는 자리여서 나는 김밥을(야채, 참치) 사갔는데, 건너편에 앉아 계시던 둥글레샘이 샌드위치를 하나 권해주셨다. 감사함니당, 하고 받아서 먹으려는데 안에 치킨슬라이스가 보여서, 어 샘! 감사하지만 저 치킨이 있어서 못 먹어요, 라고 말하는 대신 조용히 치킨을 덜어내고 먹었다. 나는 잡식테이블에서 나의 비건 정체성을 서슴없이 밝히지 못하고 여전히 쭈뼛대는 경향이 있다. 이 글을 쓰며 앞으로는 그냥 담백하게 말하고 행동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옆 테이블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요요샘과 모로샘의 목소리.

 

요요샘 : 경덕님 비덩이라고 알아요? 덩어리 고기는 먹지 않는 채식주의라는데...”

나 : 아 처음 들었어요. 근데 뭔지 알 것 같아요! 채식 하다보면 덩어리 고기 안 먹는 건 좀 쉬운데 육수까지 피하는 건 좀 더 신경을 써야...”

모로샘 : 샘, 그럼 사골국은요?“

요요샘 : 그건 안돼지!!!

 

요요샘은 공동체에서 <훔친 돼지만이 살아남는다>를 가장 먼저 읽고(혹은 두 세 번째?) 추천사를 게시판에 남겨주시기도 했다.

 

- 몇주전에 책을 한 권 선물받았습니다. 간간히 문탁의 세미나에 참석하기도 한 박정애님이 오랜만에 오셔서 주고 간 선물입니다. 문탁의 친구들과 함께 읽고 싶다고 선물한 책을 차일피일 미루다 오늘에야 펼쳤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가슴이 떨려 왔고, 다 읽을 때까지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동물권에 관심이 많은 정애님은 새벽이 생추어리에서 작년부터 정기적으로 자원활동을 해왔는데, 이 책을 같이 나누고 싶었던 정애님의 마음이 오롯이 느껴졌습니다. (...) 이 책을 읽고 난 지금, 저도 더 많은 친구들에게 이 책을 함께 읽자고 권하고 싶어지는군요.

 

 

 

 

 

 

세미나 뒷풀이는 술을 한 잔 곁들이는 자리여서 알딸딸한 기분으로 대화가 오갔다. 세미나에서 아이리스 매리언 영의 <차이의 정치와 정의>를 읽고 ‘이질적 공중’을 키워드로 열띤 토론을 벌인 이후였다. 이질적 공중에 인간 뿐 아니라 비인간 존재들까지 포함하면 어떤 이론과 정치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그럼 또 어떤 '딜레마', 혹은 '부조화'와 맞닥뜨리게 될까? 질문에 답을 할 수 있기까지는 많은 공부가 필요할까? 아니면 당장 전환하거나 실천할 수 있는 어떤 것일까? 아무튼 지금은 공부와 활동을 병행하며 느슨한 페스코 비건, 비건 지향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공생자행성 마지막 글에서 나는 어떤 선언을 하든, 하지 않든 딜레마는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그러니 다가올 딜레마를 어떻게든 계속 잘 맞이해보자고 썼다. 그리고 낮달(전 아낫)샘은 댓글로 이런 제안을 해주셨다.

 

- 저도 '비건'이라고 하다가 그러면 종종 쏟아지는 질문과 시선들이 부담이 되어서.. 요새는 '비건 지향'이라고 해요. 그 궁금함도 이해는 됩니다. 얼마나 궁금한게 많으시겠어요...비건, 락토, 락토 오보, 페스코.. 이런 말들은 자꾸 '그 사람'에게 초점이 가는것 같아서요. 채식을 지향하면.. 채식지향, 비건을 지향하면 비건지향 .. 그게 나를 도덕적으로 판단하지 않게 도와주더라구요. 저도 페스코로 한참 살았어요. 응원하고 감사합니다. 흔들리면서 공부는 하면서 '그 쪽'으로만 갑시다!!

 

‘그 쪽’을 지향하는 이질적인 존재들과의 만남으로 새로운 이야기는 계속 만들어진다.

‘그 쪽’으로 가는 길은 하나가 아니고, ‘그 쪽’은 이미 있는 길도 아니기 때문이다.

 

 

 


 

 

 

 

 

새벽이생추어리 이사합니다!

 

새벽이생추어리는 올해 현재 부지를 떠나 더 나은 곳으로 이사 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작년부터 오랜 시간 고민해온 사안이며, 최근 활동가들을 가장 바쁘게 만든 일이기도 합니다. 새벽이와 잔디, 그리고 새벽이생추어리의 미래가 불투명한 현재 상황에서 보다 많은 분들의 연대가 절실합니다.

모두와 함께 이뤄낸 새벽이와 잔디의 기적 같은 삶이 지속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저항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이 견고한 폭력의 시대에 계속해서 균열을 낼 수 있도록 힘을 더해주세요. 지금껏 그래왔듯이 우리는 연대함으로써 착취의 고리를 끊고 해방으로 연결되는 돌봄 공동체를 지켜낼 수 있을 것입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와 후원 방법은  https://box.donus.org/box/dawnsanctuary/moving_project 에서 확인해주시길 바랍니다.

 

성공적인 모금을 위해 본 게시글과 모금함을 널리 공유해주세요!!  많은 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새벽이생추어리 인스타그램에서 퍼옴)

댓글 19
  • 2023-03-20 20:27

    비건을 지향해서 가는 방향에도 이렇게 흔들리면서 고민이 많군요^^ 다들 흔들리며 사는 거죠뭐^^

    • 2023-03-26 16:30

      흔들 흔들..... 우왕좌왕..... 지그재그 ㅎㅎㅎ

  • 2023-03-21 06:49

    ㅋㅋ 아놧 제 이름 나와서 깜짝놀랐네.
    저도 페스코 겨우 하고 사는데 고2 때 시작하면서 그래 차근차근 하는거지뭐~ 하고 지금 5년째 페스코걸랑유.. 나의 문어 선생님 보면 진짜 음식먹을때 번뇌 장난아닐것 같아서 못(안)보고 있어요.

    음식 먹을때 이렇게 번뇌하기 싫다... 근데 이건 내가 고기로 안태어나서 하는 나태함이지!!! 그래도 내가 여태 안먹어서 줄인 고기가 얼마야.. (<-근데 이 생각은 너무 재수없어서 안하려고 노력해요) 이 번뇌를 오가면서 5년째 페스코 하고 있어요. 하하 어떻게 살아야되지? 맨날 알면서 조금 모른척하고.. 그래도 독일와서 강제적으로 생선섭취 줄이고 (돈없음, 독일은 거의 사방이 땅이라 물고기가 없거나 비쌈) 우유는 거의 안먹고 귀리유(우유보다 쌈)로 대체해서 살고 있는데 치즈는 진짜 많이 먹는... 또 아보카도도 자주 먹는데 이놈자식 비건이긴한데 환경파괴 엄청나다고 하고... 저는 대체육도 별로 안좋아해요 ㅋㅋ 맛없어서 ㅋㅋ 도대체 머가 나은걸까요?? 우하하 우하하 저도 몰라 경덕쌤도 몰라~~ 그래도 저는 몰라서 우왕자왕 쿠당탕하는 사람들 좋아해요. 확신에 찬 사람들보다 귀엽잖아요.

    • 2023-03-26 16:38

      저를 페스코로 전향시킨 장본인이시군요ㅎㅎ 번뇌는 해결되지 않지만 우리는 계속 무언가를 지향하며 살아간다! 우왕좌왕, 쿠당탕 하는 귀여운 사람들과 연대합니다ㅋㅋㅋ

  • 2023-03-21 07:46

    '냄새' 이야기를 좀 발전시켜보면 좋겠어요.
    그 이야기, 강렬해요^^

    • 2023-03-21 08:37

      그러니까... 비인간동물까지 포함하는 정치에 대해서 이미 라투르가 이야기한 바 있어요.
      ‘물정치’(사물정치·Dingpolitik)가 라투르 정치학의 핵심개념이죠.

      즉 정치를 아이리스 매리안 영처럼 '차이의 정치'로 그리고 모든 차이나는 것(영에게는 '집단')이 자신을 드러내고(re-present), 또 공론장에서 자신들을 정당하게 대표(represent)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그 대표해야 하는 것(대표되어야 하는 것)에 비인간동물+사물(과속방지턱, 남극 빙하 등)도 당연히 들어갈 수 밖에 없다는 게 라투르 논지의 핵심이에요. 90년의 영보다 더 나아간 거죠^^

    • 2023-03-26 16:44

      그렇다면 공론장 협상 테이블에 다종자양한 인간, 비인간 존재들이 참석하고, 거기서는 온갖 행위자들의 웅성거림이 합리적 이성과 언어를 압도하는 어떤 우화가 그려집니다ㅎㅎㅎ 정치 공부 어렵지만...... 참 재밌습니다!

  • 2023-03-21 14:22

    엇! 저는 그 세미나 멤버도 아닌데.. 우연히 점심밥 얻어먹으러 끼었다가 경덕님 글에 찬조출연하게 되었네요.^^
    페스코는 우유, 계란, 치즈, 해산물을 먹는다고 하니, 윤경님(?)이 그러셨나요?
    닭이야말로 공장식 축산으로 알도 고기도 제공하지 않느냐고.
    평소 계란을 즐겨먹지는 않지만.. 그 이야기 듣고 나서 가능한 계란 먹지 말아야겠다 마음먹었습니다. 단백질은 두부에 더 올인하는 걸로!!하하하
    다 잘먹고 잘살자고 하는 짓인데.. 잘먹고 잘사는 것이 정말 중요한데.. 그게 참!! 허허허
    먹고 사는 게 정말 얽혀 사는 모습을 말해준다는 생각이 듭니다.

    • 2023-03-26 16:50

      출연해주시고 재밌는 에피소드 제공해주셔서 연재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샘ㅋㅋㅋ 붓다의 말씀과 명상이 저의 비건 지향에 어떤 영향과 가르침을 줄지 기대됩니다!

  • 2023-03-21 15:21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중에서..

    경덕샘과 모든 비건분들을 응원합니다.~~

    • 2023-03-26 16:59

      감사해요^^ 제 김밥보다 훨씬 더 맛난 선주샘의 김밥 덕분에 충분히 만족스런 뒷풀이였어요!

  • 2023-03-21 22:43

    경덕샘 미워요. 얼마 전에 고대하던 회를 먹으러 수산시장에 가서 횟감으로 숭어를 골랐는데, 어찌나 몸부림(아, 여기서도 또 몸부림이네)을 치는지 나도 모르게 얼굴이 찡그려지더라구요. 애써 잊고 맛있게 회를 먹으려 했으나, 실제 회가 별로 맛이 없었어요. 글을 읽으니 기억 저편으로 밀어넣었던 그때 일이 또 생각이 나네요. 생선이니 고기니 혀에 달게 느껴지는 음식들 맛있게 먹고싶은데 자꾸 여러가지 생각이 들게 하고, 도덕적으로 나를 옭아매는 것 같은 이런 글들, 나빠요. "아~~~. 안 들려, 안 보여.아~~~".

    • 2023-03-26 17:17

      저도 이 글이 밉습니다ㅠ 제가 쓴 글이 저 또한 옭아매거든요.... (근데 ‘옭아맴’ 너머 자유의 길이 있을 것 같은데,,, 규범과 도덕을 가로질러 해방으로 향하는 이야기, 확장된 이질적 공중의 이야기를 쓰고 싶은데,,,) 야무진 꿈을 꿔봅니다..ㅎㅎ

  • 2023-03-22 11:07

    경덕 샘 접시에 뭐가 있길래 그제사 그 샌드위치에 고기가 든 걸 알았어요. ㅠㅠ 그 샌드위치는 제가 주문한 게 아닌데 주문이 엉켜서 빨리 된 걸 가져온 거랍니다. 암튼 미안했어요… 저도 십몇년전 회사생활을 하는 와중에도 2~3년 유제품 안먹는 페스코로 살았어요. 5년쯤 전에 동물권 세미나를 하고 다시 페스코가 되었었죠. 그때 문탁에서 채식을 문제삼는 친구들에게 핏대 올리며 얘기했던 게 기억나네요. ^^ 지금은…아무거나 먹는데 채식 위주로 먹습니다. 전 채식을 엄청 지지하지만 다시 페스코 등의 채식을 하겠다고 선언은 안할 거 같아요. 암튼 저도 그쪽을 지향하고 있어요~~ ㅋ

    • 2023-03-26 17:32

      샘 페스코의 긴 역사가 있으셨군요! 선언도 하나의 형식이자 실험이라면 저는 선언 이후의 딜레마를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너무 맥락 없이 샘 이야기가 나와서 당황하셨지요...ㅠ 샌드위치가 건내진 배경 자세히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

  • 2023-03-26 21:09

    저는 원래 고기를 별로 안좋아하지만 생선은 좋아했어요.
    그런데 집에 채식하는 사람이 있어서 자연스레 먹는 횟수가 줄어들었고
    덜먹다보니 이제 그 맛이 좋았다는 기억도 차츰 옅어지더군요.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는 말은 진리인 것 같아요
    맛은 길들여지는 듯 해요.
    맛이 사회적이라면 맛을 대체할 또다른 사회적 장치가 필요한 것 같기도 하구요.
    사회적 의례에 해당하는 무엇, 강렬한 그 무엇, 그런게 있겠지요?
    그리고 이건 다른 말인데, 페스토 같은 용어, 외국어 울렁증 있는 사람을 위해 우리말로 좀 바꿔주면 안될까요?

    • 2023-03-26 23:44

      1가구 1비건이 식문화를 바꾸고 있는 걸까요?^^
      맛을 대체할 사회적 장치... 욕구를 억제하는 것보다 문화, 의례... 이런 것들이 바뀌는 것이 더 강력할텐데 말이죠!
      페스'토'도 영어, 페스'코'도 영어...ㅠ 자누리 우리말 순화 연구소 오픈하시면 가입하겠습니다ㅋㅋㅋ

      • 2023-03-27 09:26

        아, 페스코.. ㅋㅋ 이것봐요, 헷갈리잖아...
        이 단어를 들은지 쫌 됐는데도 제대로 입력, 출력이 안돼ㅠㅠ

        • 2023-03-28 10:51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윤경이는 마을활동가
      2024년 나의 중요한 일정 중 하나는 토요일 양생프로젝트와 죽음 탐구 세미나에서 공부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봄에 2주나 결석했다. 2019년 감이당 일성으로 시작해 1년 과정을 6년 동안 공부해오는 동안 결석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매주 꼬박꼬박 공부하러 가는 것이 수행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수업에 출석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였다. 그런데 이번에 2주 연속 빠지게 된 것이다. 그런 결정을 내린 사건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선거사무원으로 참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신앙처럼 지켜온 인문학 수업 출석을 어기게 한 이 사건을 정리하며 나에게 정치적 활동이란 무엇일까 다시 짚어보고 싶다.           나의 첫정당 활동 연대기     내가 처음 정당에 가입한 것은 2012년, 녹색당이었다. 그때 나는 하기 싫은 일에 매여 사는 나의 일상이 싫었다. 그 탓을 이명박 정권 때문이라 생각했나 여하튼 정권에 불만이 쌓여 있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을 만나 매일매일 술을 마시며 정권을 욕했다. 그러나 술 먹고 욕하는 걸로는 불만이 해소되지 않았다. 무언가 새로운 탈출구가 필요했다. 그래서 2012년 3월, 직장을 그만두고 다르게 살고자 첫 백수 생활에 도전했다. (나의 백수 도전기와 다르게 사는 도전은 나의 연재 글 <1화 금천에서 다시 시작하기>를 참고하시길^^) 그러다 마을에서 만난 녹색당에 가입했다.         녹색당에서 ‘녹색 가치’에 대해 공부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나 핵 발전소와 탈핵 운동에 대해서 그랬다. 밀양 765kV 송전탑 건설과 관련된 투쟁,...
      2024년 나의 중요한 일정 중 하나는 토요일 양생프로젝트와 죽음 탐구 세미나에서 공부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봄에 2주나 결석했다. 2019년 감이당 일성으로 시작해 1년 과정을 6년 동안 공부해오는 동안 결석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매주 꼬박꼬박 공부하러 가는 것이 수행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수업에 출석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였다. 그런데 이번에 2주 연속 빠지게 된 것이다. 그런 결정을 내린 사건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선거사무원으로 참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신앙처럼 지켜온 인문학 수업 출석을 어기게 한 이 사건을 정리하며 나에게 정치적 활동이란 무엇일까 다시 짚어보고 싶다.           나의 첫정당 활동 연대기     내가 처음 정당에 가입한 것은 2012년, 녹색당이었다. 그때 나는 하기 싫은 일에 매여 사는 나의 일상이 싫었다. 그 탓을 이명박 정권 때문이라 생각했나 여하튼 정권에 불만이 쌓여 있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을 만나 매일매일 술을 마시며 정권을 욕했다. 그러나 술 먹고 욕하는 걸로는 불만이 해소되지 않았다. 무언가 새로운 탈출구가 필요했다. 그래서 2012년 3월, 직장을 그만두고 다르게 살고자 첫 백수 생활에 도전했다. (나의 백수 도전기와 다르게 사는 도전은 나의 연재 글 <1화 금천에서 다시 시작하기>를 참고하시길^^) 그러다 마을에서 만난 녹색당에 가입했다.         녹색당에서 ‘녹색 가치’에 대해 공부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나 핵 발전소와 탈핵 운동에 대해서 그랬다. 밀양 765kV 송전탑 건설과 관련된 투쟁,...
김윤경~단순삶
2024.04.20 | 조회 256
현민의 독국유학기
이 모든 지리적 사실   네덜란드는 독일의 북쪽에 맞닿아있다. 세 명의 친구가 살고 있지만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었다. 지난 겨울 니키가 운전해서 네덜란드에 간다고 하길래, 그럼 가는 길에 친구가 사는 도시에 내려 달라고 부탁했다. 서경은 독일과 국경이 맞닿아있는 아른헴에서 공부한다. 모부님께 네덜란드 유학을 가고 싶다고 말했을 때 그들은 성매매와 마약 합법 때문에 꼭 그곳이어야겠냐고 물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네덜란드에서는 정치적 혼란시기였던 19세기 마땅한 보수정당이 없어 동성결혼, 성매매와 마약 합법 등을 실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네덜란드의 흔한 커피샵 커피도 파는데 대마초도 판다. 일상적으로 사람들이 와서 대마초를 피우는 곳이다.   서경은 영어권 국가 중 네덜란드가 가장 물가가 싼 편이라 네덜란드 대학에 지원했다. 네덜란드에는 더치Dutch라고 불리는 고유어가 있음에도 영어권 국가라고 불릴 만큼 국민 90%는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 독일인들은 네덜란드어가 독일어에서 파생한 괴상한 사투리라고 말하는데, 네덜란드에 와보니 더치는 생각보다 더 고유했다. 영국과 미국에 비교하면 굉장히 싼 유학비지만, 독일과 비교했을 땐 비싼 생활비 그리고 주거난 때문에 아직도 에어비엔비에서 산다는 서경의 학교 동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 나라에 이주민 비율이 큰 이유가 궁금해졌다. 헤이그에서 공부하는 지연은 현재 네덜란드가 보수집권이지만 여성·퀴어 인권은 너무 당연해서 보수당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말해주었다. 그 대신 보수당은 이주민을 규제하고 싶어한다고 했다.   일 년 만에 만난 서경과 새벽까지 조잘대며 회포를 풀고, 아침에 일어나 밥을 짓기 시작했다. 서경은 내 음식을 좋아한다. 그래서 집에서 마른 미역과 들깻가루,...
이 모든 지리적 사실   네덜란드는 독일의 북쪽에 맞닿아있다. 세 명의 친구가 살고 있지만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었다. 지난 겨울 니키가 운전해서 네덜란드에 간다고 하길래, 그럼 가는 길에 친구가 사는 도시에 내려 달라고 부탁했다. 서경은 독일과 국경이 맞닿아있는 아른헴에서 공부한다. 모부님께 네덜란드 유학을 가고 싶다고 말했을 때 그들은 성매매와 마약 합법 때문에 꼭 그곳이어야겠냐고 물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네덜란드에서는 정치적 혼란시기였던 19세기 마땅한 보수정당이 없어 동성결혼, 성매매와 마약 합법 등을 실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네덜란드의 흔한 커피샵 커피도 파는데 대마초도 판다. 일상적으로 사람들이 와서 대마초를 피우는 곳이다.   서경은 영어권 국가 중 네덜란드가 가장 물가가 싼 편이라 네덜란드 대학에 지원했다. 네덜란드에는 더치Dutch라고 불리는 고유어가 있음에도 영어권 국가라고 불릴 만큼 국민 90%는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 독일인들은 네덜란드어가 독일어에서 파생한 괴상한 사투리라고 말하는데, 네덜란드에 와보니 더치는 생각보다 더 고유했다. 영국과 미국에 비교하면 굉장히 싼 유학비지만, 독일과 비교했을 땐 비싼 생활비 그리고 주거난 때문에 아직도 에어비엔비에서 산다는 서경의 학교 동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 나라에 이주민 비율이 큰 이유가 궁금해졌다. 헤이그에서 공부하는 지연은 현재 네덜란드가 보수집권이지만 여성·퀴어 인권은 너무 당연해서 보수당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말해주었다. 그 대신 보수당은 이주민을 규제하고 싶어한다고 했다.   일 년 만에 만난 서경과 새벽까지 조잘대며 회포를 풀고, 아침에 일어나 밥을 짓기 시작했다. 서경은 내 음식을 좋아한다. 그래서 집에서 마른 미역과 들깻가루,...
현민
2024.04.17 | 조회 201
가마솥의 59년생 서른살
    고기리 집은 2층집이다. 설계 컨셉을 ‘따로 또 같이’로 잡았다. 건물 전체 덩어리를 5개 정도로 나누어, 함께 쓰는 공간과 독립적으로 쓰는 공간이 분리되게 설계하였다. 당시 공항동에 사셨던 장인, 장모님을 모시기 위하여 1층을 독립공간처럼 방과 화장실 그리고 거실을 크게 만들었다. 2층의 아이들 방도 침실과 공부방 그리고 거실을 두었다. 우리 부부도 침실과 전실 공간을 두었다. 음식을 나누는 식당과 부엌은 1층 가장 좋은 뷰를 가진 공간에 두었다.           장모님이 치매로 혼자 생활하기 힘들어 졌다. 우리 집에 오셔서 4년을 함께 지냈다. 미리 준비한 아래층, 부모님 공간에 계셨으니 지내시는데 크게 무리가 없었다. 문제는 3년 전에 아들놈이 집으로 들어오면서부터 발생했다. 녀석들이 결혼하기 전에 사용했던 2층, 방 2개와 거실공간에서 그럭저럭 지낼만 했는데, 아이가 생기고 고 녀석이 자람에 따라 ‘아이의 공간’이 많이 필요하게 되었다. 모든 일상에서 아이가 1순위이니, 공간도 녀석의 성장에 맞추어 늘려 주었지만 항상 북적거렸다. 젊은 부부들의 살림살이를 우리들 공간으로 재배치하여 공간을 확보하여도 아이의 장남감이 곳곳에서 발에 채이기 일쑤였다. 문득, 이 넓은 공간에도 세 집 살림이 힘들다니, 옛날 우리 5형제는 그 작은 고향집에서 어떻게 살았지? 하고 떠올려 본다.           그 전에 어떻게 살았더라?       올해 들어 장모님을 더 이상 집에서 모시기 어려워졌다. 파킨슨과 치매가 더욱 심해져 거동할 수 없게 되었다. 침대에 누워계신 장모님을 시간마다 이리 저리...
    고기리 집은 2층집이다. 설계 컨셉을 ‘따로 또 같이’로 잡았다. 건물 전체 덩어리를 5개 정도로 나누어, 함께 쓰는 공간과 독립적으로 쓰는 공간이 분리되게 설계하였다. 당시 공항동에 사셨던 장인, 장모님을 모시기 위하여 1층을 독립공간처럼 방과 화장실 그리고 거실을 크게 만들었다. 2층의 아이들 방도 침실과 공부방 그리고 거실을 두었다. 우리 부부도 침실과 전실 공간을 두었다. 음식을 나누는 식당과 부엌은 1층 가장 좋은 뷰를 가진 공간에 두었다.           장모님이 치매로 혼자 생활하기 힘들어 졌다. 우리 집에 오셔서 4년을 함께 지냈다. 미리 준비한 아래층, 부모님 공간에 계셨으니 지내시는데 크게 무리가 없었다. 문제는 3년 전에 아들놈이 집으로 들어오면서부터 발생했다. 녀석들이 결혼하기 전에 사용했던 2층, 방 2개와 거실공간에서 그럭저럭 지낼만 했는데, 아이가 생기고 고 녀석이 자람에 따라 ‘아이의 공간’이 많이 필요하게 되었다. 모든 일상에서 아이가 1순위이니, 공간도 녀석의 성장에 맞추어 늘려 주었지만 항상 북적거렸다. 젊은 부부들의 살림살이를 우리들 공간으로 재배치하여 공간을 확보하여도 아이의 장남감이 곳곳에서 발에 채이기 일쑤였다. 문득, 이 넓은 공간에도 세 집 살림이 힘들다니, 옛날 우리 5형제는 그 작은 고향집에서 어떻게 살았지? 하고 떠올려 본다.           그 전에 어떻게 살았더라?       올해 들어 장모님을 더 이상 집에서 모시기 어려워졌다. 파킨슨과 치매가 더욱 심해져 거동할 수 없게 되었다. 침대에 누워계신 장모님을 시간마다 이리 저리...
가마솥
2024.04.15 | 조회 177
일상명상
  매일 아침 명상을 한다. 5년이 좀 넘게 계속해 온 아침 의례다. 어쩌다 며칠 명상을 놓치게 되면 명상시간을 확보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진다. 마음을 집중하여 들숨과 날숨을 온전히 알아차릴 때 누리는 고요와 평화가 그립기 때문이다. 그럴 때 알게 된다. 일상에서 그럭저럭 마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나의 힘이 아니라 매일의 명상 덕분이었다는 것을. 내게 명상은 마음을 돌보는 시간이면서 마음에 좋은 에너지를 충전하는 귀한 시간이다.   호흡관찰   나는 붓다가 가르친 ‘호흡 수행(아나빠나사띠)’과 ‘사념처 수행(사띠파타나)’에 의지해서 명상을 하고 있다. 경전은 이렇게 명상을 시작하라고 한다.   여기 숲으로 가거나 나무의 뿌리로 가거나 빈집에 가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몸을 똑바로 세우고 면전에 마음챙김을 확립하여 마음챙겨 숨을 들이쉬고 마음챙겨 숨을 내쉰다.   명상을 하기 위해서는 조용한 곳에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가부좌 자세로 앉아 알아차림을 확립하여 숨을 들이쉬고 숨을 내쉰다. 조용한 곳으로 가는 것은 외부에서 오는 번다한 자극으로부터 물러나 몸과 마음을 잘 관찰할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조용한 곳에서 명상할 때 우리는 마음이 얼마나 산만하고 시끄러운지 더 잘 알 수 있다. 산만함을 가라앉히는 방법은 산만함과 대결하는 것이 아니라 산만함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번뇌의 대치법도 다르지 않다. 어떤 환경에도 구애받지 않고 마음을 고요히 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 정도 내공을 갖추기 전까지는 조용한 곳에서 명상을 하며 힘을 기르는 수밖에...
  매일 아침 명상을 한다. 5년이 좀 넘게 계속해 온 아침 의례다. 어쩌다 며칠 명상을 놓치게 되면 명상시간을 확보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진다. 마음을 집중하여 들숨과 날숨을 온전히 알아차릴 때 누리는 고요와 평화가 그립기 때문이다. 그럴 때 알게 된다. 일상에서 그럭저럭 마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나의 힘이 아니라 매일의 명상 덕분이었다는 것을. 내게 명상은 마음을 돌보는 시간이면서 마음에 좋은 에너지를 충전하는 귀한 시간이다.   호흡관찰   나는 붓다가 가르친 ‘호흡 수행(아나빠나사띠)’과 ‘사념처 수행(사띠파타나)’에 의지해서 명상을 하고 있다. 경전은 이렇게 명상을 시작하라고 한다.   여기 숲으로 가거나 나무의 뿌리로 가거나 빈집에 가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몸을 똑바로 세우고 면전에 마음챙김을 확립하여 마음챙겨 숨을 들이쉬고 마음챙겨 숨을 내쉰다.   명상을 하기 위해서는 조용한 곳에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가부좌 자세로 앉아 알아차림을 확립하여 숨을 들이쉬고 숨을 내쉰다. 조용한 곳으로 가는 것은 외부에서 오는 번다한 자극으로부터 물러나 몸과 마음을 잘 관찰할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조용한 곳에서 명상할 때 우리는 마음이 얼마나 산만하고 시끄러운지 더 잘 알 수 있다. 산만함을 가라앉히는 방법은 산만함과 대결하는 것이 아니라 산만함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번뇌의 대치법도 다르지 않다. 어떤 환경에도 구애받지 않고 마음을 고요히 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 정도 내공을 갖추기 전까지는 조용한 곳에서 명상을 하며 힘을 기르는 수밖에...
요요
2024.04.14 | 조회 192
기린의 걷다보면
30대 중반을 통과하던 무렵이었다. 신문에서 일본 시코쿠섬에 위치한 88개의 절을 순례하는 도보 여행가의 여행기를 보게 되었다. 1번 절에서 출발해서 88번까지 이르는 완주 과정 자체가 내게는 경이롭게 다가왔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방을 빼고 적금을 깨 여행을 떠났다는 이력도 그랬고, 여자 혼자서 그 길을 완주하는 실행력도 멋있어 보였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도 좋았고, 오랜 걷기로 발가락에 생긴 물집 터뜨리기에 점점 능숙해지는 변화도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하던 일을 때려치우고 홀가분하게 떠난 그의 도전이 부러웠다. 언젠가는 나도 한 번 해 봐야지 다짐했다.     그렇지만 나는 하던 일을 때려치울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그 다짐은 서서히 잊혔다. 시간이 지나 인문학공부를 하게 되면서 다른 일상으로 접어들었고, 타고 다녔던 승용차를 처분했다. 집을 나서서 걷는 일이 점점 많아졌다. 그사이 걷기가 점점 더 많은 이들의 관심 영역으로 떠올랐다. 제주도 올레길이나 산티아고 순례길 등을 걷는 이야기들이 더 자주 들려왔다. 시코쿠 순례길을 알게 되었을 때처럼 끌리지는 않았다. 그러다 고향집을 통과하는 해파랑길을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 가장 긴 트레일 코스로 50개 코스로 이루어진 750km의 길이었다. 고향집 주변 코스부터 몇 코스를 걷기 시작하면서 다시 예전의 그 다짐이 떠올랐다. 나도 한번 해 봐야지.       해파랑길을 검색하다보니 완주한 사람들의 사연도 올라왔다. 명예퇴직을 한 후 이 길을 완주하면서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는 50대 중년의 이야기도 있었고, 전국의 길을 다 걷겠다는 의지를 실천하는 걷기의 달인도 있었다. 언젠가가...
30대 중반을 통과하던 무렵이었다. 신문에서 일본 시코쿠섬에 위치한 88개의 절을 순례하는 도보 여행가의 여행기를 보게 되었다. 1번 절에서 출발해서 88번까지 이르는 완주 과정 자체가 내게는 경이롭게 다가왔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방을 빼고 적금을 깨 여행을 떠났다는 이력도 그랬고, 여자 혼자서 그 길을 완주하는 실행력도 멋있어 보였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도 좋았고, 오랜 걷기로 발가락에 생긴 물집 터뜨리기에 점점 능숙해지는 변화도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하던 일을 때려치우고 홀가분하게 떠난 그의 도전이 부러웠다. 언젠가는 나도 한 번 해 봐야지 다짐했다.     그렇지만 나는 하던 일을 때려치울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그 다짐은 서서히 잊혔다. 시간이 지나 인문학공부를 하게 되면서 다른 일상으로 접어들었고, 타고 다녔던 승용차를 처분했다. 집을 나서서 걷는 일이 점점 많아졌다. 그사이 걷기가 점점 더 많은 이들의 관심 영역으로 떠올랐다. 제주도 올레길이나 산티아고 순례길 등을 걷는 이야기들이 더 자주 들려왔다. 시코쿠 순례길을 알게 되었을 때처럼 끌리지는 않았다. 그러다 고향집을 통과하는 해파랑길을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 가장 긴 트레일 코스로 50개 코스로 이루어진 750km의 길이었다. 고향집 주변 코스부터 몇 코스를 걷기 시작하면서 다시 예전의 그 다짐이 떠올랐다. 나도 한번 해 봐야지.       해파랑길을 검색하다보니 완주한 사람들의 사연도 올라왔다. 명예퇴직을 한 후 이 길을 완주하면서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는 50대 중년의 이야기도 있었고, 전국의 길을 다 걷겠다는 의지를 실천하는 걷기의 달인도 있었다. 언젠가가...
기린
2024.04.06 | 조회 222
동물을 만나러 갑니다
      코에 흙을 잔뜩 묻힌 돼지가 보인다.   돼지는 큰 귀를 곧게 세우고 어딘가를 응시한다.   뒤쪽엔 보다 작은 돼지가 보인다.   돼지는 코를 땅에 대고 냄새를 맡고 있다.   루팅을 하려는 건지도 모르겠다.   돼지들 위로 두 명의 고양이가 나란히 앉아 있다.   한 명은 그릇에 얼굴을 묻고 무언가를 먹는다.   그 옆에 있는 고양이는 허리를 세우고 정면을 본다.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뭘 쳐다보냐는 눈빛으로.     -         봉봉오리님의 『지구에 살 자격』의 표지에는 돼지와 고양이 그림이 있다. 동물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생의 어느 한 순간을 표현한다. 움직이지 않지만 살아 있고 저마다 생기를 분출한다. 책 표지를 넘기면 봉봉오리님의 친필 문구가 보인다.     종차별 없는 연대를.     한 페이지를 더 넘기면 저자의 한 줄 소개가 있다.     동물들과의 만남을 통해 동물해방을 그린다.     나는 새벽이생추어리 보듬이를 하며 봉봉오리님을 만났다. 봉봉오리님은 생추어리와 재개발구역을 오가며 돼지를 돌보고, 또 고양이를 돌본다. 돌봄 일지를 블로그에 공유하고, 동물들 그림을 그려 전시를 한다. 나는 어느날 봉봉오리님에게 재개발 구역에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돼지를 만나온 나는 또 다른 동물 돌봄 현장이 궁금했다. 설 연휴로 날짜가 정해졌다. 같이 갈 사람들이 모였다. 봉봉오리, 그린, 이슬, 세원, 그리고 나. 이들은 새벽이생추어리 돌봄 혹은 비질 모임으로 돼지를 만나온 사람들이었다.  ...
      코에 흙을 잔뜩 묻힌 돼지가 보인다.   돼지는 큰 귀를 곧게 세우고 어딘가를 응시한다.   뒤쪽엔 보다 작은 돼지가 보인다.   돼지는 코를 땅에 대고 냄새를 맡고 있다.   루팅을 하려는 건지도 모르겠다.   돼지들 위로 두 명의 고양이가 나란히 앉아 있다.   한 명은 그릇에 얼굴을 묻고 무언가를 먹는다.   그 옆에 있는 고양이는 허리를 세우고 정면을 본다.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뭘 쳐다보냐는 눈빛으로.     -         봉봉오리님의 『지구에 살 자격』의 표지에는 돼지와 고양이 그림이 있다. 동물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생의 어느 한 순간을 표현한다. 움직이지 않지만 살아 있고 저마다 생기를 분출한다. 책 표지를 넘기면 봉봉오리님의 친필 문구가 보인다.     종차별 없는 연대를.     한 페이지를 더 넘기면 저자의 한 줄 소개가 있다.     동물들과의 만남을 통해 동물해방을 그린다.     나는 새벽이생추어리 보듬이를 하며 봉봉오리님을 만났다. 봉봉오리님은 생추어리와 재개발구역을 오가며 돼지를 돌보고, 또 고양이를 돌본다. 돌봄 일지를 블로그에 공유하고, 동물들 그림을 그려 전시를 한다. 나는 어느날 봉봉오리님에게 재개발 구역에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돼지를 만나온 나는 또 다른 동물 돌봄 현장이 궁금했다. 설 연휴로 날짜가 정해졌다. 같이 갈 사람들이 모였다. 봉봉오리, 그린, 이슬, 세원, 그리고 나. 이들은 새벽이생추어리 돌봄 혹은 비질 모임으로 돼지를 만나온 사람들이었다.  ...
경덕
2024.04.02 | 조회 301
아스퍼거는 귀여워
  - 글 속에서 아이의 지칭을 ‘감자’로 변경. 감자를 좋아하는, 감자같이 귀여운 얼굴의 남자아이. 현재 초등학교 5학년생.     새 학기다. 초조하다. 애써 웃음 지어보지만, 마음 한구석은 돌덩이가 내려앉은 것처럼 무겁다. 우리 감자는 이제 5학년. 개학하기 2주 전부터 서서히 어둠이 도사린다.  “엄마, 학교는 왜 가야 하는 걸까요?”     몇백 번은 이야기 했을 텐데…. 모르는 게 아니지만 가기 싫은 마음으로 질문한다는 걸 안다. 또 답할 수밖에. 먼저 1단계 협박.    “응, 초등학교는 의무교육이라 안 가면 엄마가 잡혀가.”     팩트 체크. 사실 감자는 때에 따라서 홈스쿨링을 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안다. 하지만 구구절절 학교의 장점을 이야기해봤자 감자에게 와 닿는 건 없다. 학교 공부도 지루하고 친구도 없는 아이에게 먹힐 리가. 다음은 2단계 공감.    “근데…. 엄마도 진짜 학교 가기 싫고, 공부도 하기 싫었어. 어릴 때 소심하고 친구도 없어서 맨날 맨 앞자리에 앉아서 종이접기하고 그랬지.”  “진짜 엄마도 그랬어요?”  “그래 진짜지. 아빠한테도 물어봐.”     3단계 동조.    “그래 아빠도 그랬어. 근데 그냥 학교 가서 앉아있기만 하면 되는데 그게 어려워?”     에이 도움이 안 된다. 쩝, 다시 2.5단계 공감+희망.    “엄마도 그래. 쉬다가 약국에 일하러 가는 거 얼마나 가기 싫은 줄 알아? (오바) 몸이 천근만근이라고 (이 정도는 아님) 근데 막상 가잖아? 그럼 또 재미있다?”     협박과 공감과 회유 사이를 무한 반복하면서,...
  - 글 속에서 아이의 지칭을 ‘감자’로 변경. 감자를 좋아하는, 감자같이 귀여운 얼굴의 남자아이. 현재 초등학교 5학년생.     새 학기다. 초조하다. 애써 웃음 지어보지만, 마음 한구석은 돌덩이가 내려앉은 것처럼 무겁다. 우리 감자는 이제 5학년. 개학하기 2주 전부터 서서히 어둠이 도사린다.  “엄마, 학교는 왜 가야 하는 걸까요?”     몇백 번은 이야기 했을 텐데…. 모르는 게 아니지만 가기 싫은 마음으로 질문한다는 걸 안다. 또 답할 수밖에. 먼저 1단계 협박.    “응, 초등학교는 의무교육이라 안 가면 엄마가 잡혀가.”     팩트 체크. 사실 감자는 때에 따라서 홈스쿨링을 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안다. 하지만 구구절절 학교의 장점을 이야기해봤자 감자에게 와 닿는 건 없다. 학교 공부도 지루하고 친구도 없는 아이에게 먹힐 리가. 다음은 2단계 공감.    “근데…. 엄마도 진짜 학교 가기 싫고, 공부도 하기 싫었어. 어릴 때 소심하고 친구도 없어서 맨날 맨 앞자리에 앉아서 종이접기하고 그랬지.”  “진짜 엄마도 그랬어요?”  “그래 진짜지. 아빠한테도 물어봐.”     3단계 동조.    “그래 아빠도 그랬어. 근데 그냥 학교 가서 앉아있기만 하면 되는데 그게 어려워?”     에이 도움이 안 된다. 쩝, 다시 2.5단계 공감+희망.    “엄마도 그래. 쉬다가 약국에 일하러 가는 거 얼마나 가기 싫은 줄 알아? (오바) 몸이 천근만근이라고 (이 정도는 아님) 근데 막상 가잖아? 그럼 또 재미있다?”     협박과 공감과 회유 사이를 무한 반복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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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5 | 조회 322
윤경이는 마을활동가
    나는 마젠마 회원~     우리 동네 금천에는 ‘마젠마’라는 단체가 있다. ‘마을에서 젠더를 마주하다’를 줄인 것이란다. 2013년부터 무려 글쓰는 엄마동아리로 시작해, 2015년에는 금천구마을활동가 모임으로 재구성했고, 2020년 여성의 사회적 성장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로 변신을 이어온 단체였다. ‘우와 우리 동네에도 이런 모임이 있다뉘’. 좀 놀라기도 했고 궁금하기도 했다. 있어 보이는 단체명을 가진 마젠마를 빨리 접하고 싶었다. 기회를 엿보다가 2023년 5월 23일, 함께 영화 보기 행사를 하는 것을 발견했다. 당근 신청했고, 당근 참석했다. 함께 볼 영화는 <와즈다>였다.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에게 금지된 자전거 타기를 도전하는 소녀 와즈다의 이야기였다. 영화를 본 장소는 마을공동체 지원센터였다. 마을 공유공간에서 단체로 영화를 보는 경험은 처음이라 마을공동체의 일원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었다. 그리고 마젠마의 대접도 융숭해 더 만족했었다.       그러다 여름에 마젠마 신입회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았고, 망설임 없이 바로 가입했다. 가입신청서를 낸 얼마 후 신입회원 환영회가 있었다. 상반기 활동을 공유하고 각자 자신을 표현하는 물건으로 자기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신입회원 웰컴 선물도 증정해줬다.^^ 마을에서 여성들끼리 이렇게 즐겁게 시간을 보내며 서로를 위하는 모습에 몸과 마음이 훈훈했다. ‘이런 게 비빌언덕이지. 이런 단체가 하나쯤은 동네에 있어야지’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진짜 이런 단체가 우리 마을에 존재해줘서 고마웠다. 두 팔 벌려 환영해주는 기존 멤버들과 나도 이제 같은 멤버라는 소속감에 마음이 든든했다. 나는 이제 마젠마 회원이다~.             그 후로도...
    나는 마젠마 회원~     우리 동네 금천에는 ‘마젠마’라는 단체가 있다. ‘마을에서 젠더를 마주하다’를 줄인 것이란다. 2013년부터 무려 글쓰는 엄마동아리로 시작해, 2015년에는 금천구마을활동가 모임으로 재구성했고, 2020년 여성의 사회적 성장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로 변신을 이어온 단체였다. ‘우와 우리 동네에도 이런 모임이 있다뉘’. 좀 놀라기도 했고 궁금하기도 했다. 있어 보이는 단체명을 가진 마젠마를 빨리 접하고 싶었다. 기회를 엿보다가 2023년 5월 23일, 함께 영화 보기 행사를 하는 것을 발견했다. 당근 신청했고, 당근 참석했다. 함께 볼 영화는 <와즈다>였다.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에게 금지된 자전거 타기를 도전하는 소녀 와즈다의 이야기였다. 영화를 본 장소는 마을공동체 지원센터였다. 마을 공유공간에서 단체로 영화를 보는 경험은 처음이라 마을공동체의 일원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었다. 그리고 마젠마의 대접도 융숭해 더 만족했었다.       그러다 여름에 마젠마 신입회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았고, 망설임 없이 바로 가입했다. 가입신청서를 낸 얼마 후 신입회원 환영회가 있었다. 상반기 활동을 공유하고 각자 자신을 표현하는 물건으로 자기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신입회원 웰컴 선물도 증정해줬다.^^ 마을에서 여성들끼리 이렇게 즐겁게 시간을 보내며 서로를 위하는 모습에 몸과 마음이 훈훈했다. ‘이런 게 비빌언덕이지. 이런 단체가 하나쯤은 동네에 있어야지’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진짜 이런 단체가 우리 마을에 존재해줘서 고마웠다. 두 팔 벌려 환영해주는 기존 멤버들과 나도 이제 같은 멤버라는 소속감에 마음이 든든했다. 나는 이제 마젠마 회원이다~.             그 후로도...
김윤경~단순삶
2024.03.20 | 조회 326
현민의 독국유학기
글쓴이 현민 친구들과 함께 동천동의 책방 우주소년을 운영했습니다. 서점을 운영하며 스쿨미투집 <밀려오는 파도 막을수는 없다> 1권과 같은 이름의 공동체 탐구집 2권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독일에 삽니다.             입원기   볼더링을 하다가 떨어졌다. 다음 날 응급실에서 하루종일 엑스레이를 몇 번 찍은 후 의사로부터 인대 파열과 발목 바깥쪽 뼈가 부러졌다는 말을 전해들었다. 뼈를 재위치하기 위해선 다리에 못을 박는 수술을 해야 했다. 살면서 병원에 가는 일이 잘 없는게 자랑이었는데, 갑작스럽게 입원을 하게 되었다. 가장 먼저 한 것은 보험 확인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내게 보험은 있냐고 물었다. 최근 나는 독일에서 새 비자를 받았는데, 그때 독일 사보험을 등록해놓았다. 지난 한 해 동안은 한국에서 가장 싼 여행보험을 들어놓았다. 그동안 한 번도 병원에 갈 일이 없었는데, 독일 보험을 들어놓고 사고를 당해서 다행이었다.   입원하면 금방 수술을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발목이 너무 부으면 수술 후 봉합이 어려워 붓기가 가라 앉을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병원에서 아침 점심 저녁 밤으로 진통제를 받았는데, 살면서 그렇게 많은 약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빈속에 약을 먹어 배가 쓰리면, 그것을 방지하는 약을 먹는 식이었다. 서양 의학이란 이런 것이구나 체감하며 먹으라는 약을 먹었다. 팔에 주사바늘을 꽂고 이름 모르는 주사들을 여러 번 맞으니 몸에 멍 자국이 금방 늘었다. 매일 아침 집단으로 의사 무리가 찾아와 오늘도 수술은 못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예상보다...
글쓴이 현민 친구들과 함께 동천동의 책방 우주소년을 운영했습니다. 서점을 운영하며 스쿨미투집 <밀려오는 파도 막을수는 없다> 1권과 같은 이름의 공동체 탐구집 2권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독일에 삽니다.             입원기   볼더링을 하다가 떨어졌다. 다음 날 응급실에서 하루종일 엑스레이를 몇 번 찍은 후 의사로부터 인대 파열과 발목 바깥쪽 뼈가 부러졌다는 말을 전해들었다. 뼈를 재위치하기 위해선 다리에 못을 박는 수술을 해야 했다. 살면서 병원에 가는 일이 잘 없는게 자랑이었는데, 갑작스럽게 입원을 하게 되었다. 가장 먼저 한 것은 보험 확인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내게 보험은 있냐고 물었다. 최근 나는 독일에서 새 비자를 받았는데, 그때 독일 사보험을 등록해놓았다. 지난 한 해 동안은 한국에서 가장 싼 여행보험을 들어놓았다. 그동안 한 번도 병원에 갈 일이 없었는데, 독일 보험을 들어놓고 사고를 당해서 다행이었다.   입원하면 금방 수술을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발목이 너무 부으면 수술 후 봉합이 어려워 붓기가 가라 앉을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병원에서 아침 점심 저녁 밤으로 진통제를 받았는데, 살면서 그렇게 많은 약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빈속에 약을 먹어 배가 쓰리면, 그것을 방지하는 약을 먹는 식이었다. 서양 의학이란 이런 것이구나 체감하며 먹으라는 약을 먹었다. 팔에 주사바늘을 꽂고 이름 모르는 주사들을 여러 번 맞으니 몸에 멍 자국이 금방 늘었다. 매일 아침 집단으로 의사 무리가 찾아와 오늘도 수술은 못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예상보다...
현민
2024.03.16 | 조회 251
일상명상
다시 돌아온 ‘명상의 시간’   국민학교 저학년 때였을 것이다. 대략 1980년대 초반.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위치한 우신국민학교는 당시 한 교실에 60명 이상의 학생들이 콩나물처럼 쑥쑥 자라나고 있었다. 오전형 콩나물도 있고 오후형 콩나물도 있던 시절. 몇 교시였을까? 수업을 알리는 벨이 울리고 교실에는 "끼이이이이~ 끼~이이이~" 하는 바이올린 선율이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졌다. 곡명은 '타이슨의 명상곡' 또는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로 기억하고 있는데 아닐 수도 있다. 이어 "명상의 시간~"이라는 우아한 멘트가 전교에 울려 퍼지면 우리는 자리에 앉아 눈을 감았다. '명상의 시간'을 왜 갖는 건지 어떻게 명상하는 건지 아무도 알려준 적 없었지만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았던 것 같다. ‘명상의 시간’은 학교 전체가 잠시 고요해지는 시간이었을 뿐이다.   "끼이이이~이~"하던 그 바이올린 연주곡은 중학교를 지나 고등학교까지 극기훈련, 수학여행, 임원 수련회 등에도 종종 따라다녔다. ‘명상의 시간’은 손 안 대고 아이들을 차분하게 만들기 위한 학교 측의 전략이었을까? 공식적인 침묵의 시간 같았던 ‘명상의 시간’에 이따금 소리 내어 우는 친구들도 있었으니 어쩌면 누군가에겐 반성의 시간이기도 했던 모양이다. 의문 가득했던 '명상 시간' 아니 추억 속의 '명상의 시간'. 오랫동안 잊고 있던 ‘명상의 시간’이 세월을 훌쩍 지나 어느 날 내게 다시 돌아왔다.             십 분을 견디기 힘들었다.   명상 방석 위에 앉아 반가부좌를 한다. 방석이 좋긴 하지만 잠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명상을 하거나 여행지에서 명상을 하는 경우엔 이불을 접어 엉덩이에 받치고...
다시 돌아온 ‘명상의 시간’   국민학교 저학년 때였을 것이다. 대략 1980년대 초반.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위치한 우신국민학교는 당시 한 교실에 60명 이상의 학생들이 콩나물처럼 쑥쑥 자라나고 있었다. 오전형 콩나물도 있고 오후형 콩나물도 있던 시절. 몇 교시였을까? 수업을 알리는 벨이 울리고 교실에는 "끼이이이이~ 끼~이이이~" 하는 바이올린 선율이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졌다. 곡명은 '타이슨의 명상곡' 또는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로 기억하고 있는데 아닐 수도 있다. 이어 "명상의 시간~"이라는 우아한 멘트가 전교에 울려 퍼지면 우리는 자리에 앉아 눈을 감았다. '명상의 시간'을 왜 갖는 건지 어떻게 명상하는 건지 아무도 알려준 적 없었지만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았던 것 같다. ‘명상의 시간’은 학교 전체가 잠시 고요해지는 시간이었을 뿐이다.   "끼이이이~이~"하던 그 바이올린 연주곡은 중학교를 지나 고등학교까지 극기훈련, 수학여행, 임원 수련회 등에도 종종 따라다녔다. ‘명상의 시간’은 손 안 대고 아이들을 차분하게 만들기 위한 학교 측의 전략이었을까? 공식적인 침묵의 시간 같았던 ‘명상의 시간’에 이따금 소리 내어 우는 친구들도 있었으니 어쩌면 누군가에겐 반성의 시간이기도 했던 모양이다. 의문 가득했던 '명상 시간' 아니 추억 속의 '명상의 시간'. 오랫동안 잊고 있던 ‘명상의 시간’이 세월을 훌쩍 지나 어느 날 내게 다시 돌아왔다.             십 분을 견디기 힘들었다.   명상 방석 위에 앉아 반가부좌를 한다. 방석이 좋긴 하지만 잠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명상을 하거나 여행지에서 명상을 하는 경우엔 이불을 접어 엉덩이에 받치고...
도라지
2024.03.10 | 조회 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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