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독일도착기

현민
2023-01-15 23:46
367

 

 

 

 

 

 

 

글쓴이 현민

친구들과 함께 동천동의 책방 우주소년을 운영했습니다.

서점을 운영하며 스쿨미투집 <밀려오는 파도 막을수는 없다> 1권과 같은 이름의 공동체 탐구집 2권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독일에서 삽니다. 사진에서 가장 귀엽게 웃고있는 사람.

 

 

 

독일 도착기

 

 

 

나는 서점을 떠났다. 그리고 독일에 왔다.

 

지극히 사실인 이 문장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내가 정말 충동적으로 떠났으므로. 작고, 지역적이고, 미시적인 이야기들을 다루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던 나는 서점을, 동천동을 왜 떠났을까? 한국을 왜 떠났을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그곳에 두고, 스스로 멀어지기를 선택한 것은 왜일까? 등의 스스로 피어오르는 질문들에 마땅히 대답이 될 이야기들을 지금은 쓸 수가 없다.

 

독일이라는 나라가 나에게 멀게 느껴지진 않았다.  부모가 공부하고 결혼해 기억나지 않는 어린 시절을 보냈던 나라. 영국이나 미국보다 비교적 유학에 돈을 많이 쓰지 않을 수 있는 복지 좋다는 나라. 페미니즘 문화의 이삼십대 언니들이 많이 유학하고 취업하는 나라.

 

사람 사는 곳에는 언제나 문제가 있는 거라고, 대안학교를 다닐 적에 슬퍼하던 내게 부모가 해줬던 말을 기억한다. 독일이라는 땅을 한국과 비교해 대체지나 종착지, 환상의 세계로 여기지는 않을 거다. 백인들의 땅, 니네가 얼마나 잘났냐 하는 마음과 모든 것을 선과 악으로 구분할 수 없다는 걸 오랜 시간 배워왔으니 말이다. 최악과 최선을 내가 떠나온 곳에서 모두 느꼈던 것 같다. 새로운 세상에 대한 냉소와 그럼에도 세상이 아름다운 곳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사는 것이 좋은 것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내겐 있다.

 

그저 나는 집을 찾고 있는 것 같다. 부모의 집이 내 집이 아니고, 태어난 나라도 마땅한 곳이라고 느끼지 않았던 것처럼. 내가 거쳐온 모든 주거공간을 ‘우리 집’이라고 부를 때마다 어색함을 느꼈던 것처럼. 집이라는 게 세상에 태어났다고, 혹은 찾아 헤맨다고 주어지지 않는 것이라는 건 아직도 조금 슬프다. 독일에 오기 전 집을 못 구해서 엄청 슬퍼하는 내게 조은이가 이렇게 말했다. 넌 진짜... 집을 찾는 게 네 인생의 화두가 될 것 같애. 여기서 말하는 집이라는 게 단순히 비바람 막아줄 지붕과 벽을 말하는 것이면서도 아니라는 걸 읽는 이들께서 알아주시기를. 그래도 내 친구들도 다 가난하고 집 없고 가족 찾아 삼만리면서도 아름다운 애들이고 걔네가 옆에 있어서 기분이 괜찮다.

 

그래서 독일에 온지 두달이 되었고 나는 아직도 집이 없다. 길거리에 나앉더라도 독일 노숙자가 되라는 친구들의 말을 새기고 도착했지만 집이 없고, 친구가 없다는 게 이렇게까지 나를 약하게 만들 줄은 몰랐다. 이제까지 내가 얼마나 사람들에 둘러싸여 살았는지를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이전까지는 집이 없고, 친구가 없어도 외롭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다. 그것이 강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또 그건 외롭거나 상처받을 여지를 만들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비롯된 마음이었던 것 같다. 두 달간 집이 없어 괴로워하고, 친구가 없어 슬퍼하고, 또 친구들을 만나 기뻐하는 시간들을 몇 번 반복해보니 이제는 내가 떠돌기보다는 머물 집이 필요하고, 친구들이 있어야 더 세상에서 잘 노는 사람이라는 걸 인정한다. 우와! 이 문장을 쓰고 나니 내가 너무 대견하다.

 

 

 

약간의 존경심이 들만큼 커다란 나무 앞에서 너털너털 웃으며 쓰잘떼기 없는 이야기 나누며 스트레칭 하기

 

 

 

독일에서 만난 프랑스인이 내게 이런 질문을 했다.

How can I say ‘Germany’ for korean? (한국어로 독일 뭐라고 말해?)

It’s pronounce like ‘Dok-ill’ (‘독일’이라고 발음함)

What? Why? (엥, 왜?)

그러게. 그럼 프랑스나 스페인은 뭐냐고 묻는데 그건 그냥 프랑스랑 스페인이란다, 라고 대답하면서 검색을 했다.

독일은 영어로는 Germany이지만, 독일어로는 Deutschland인데 고대 중국에서 도이치Deutsch를 덕의지(德意志)로 표기했고, 한걸음 나아가서 덕국(德國)으로 기입했다고 한다. 누가 골랐는지 우연히 너무 좋은 한자다. 그러다가 그게 우리나라에 그대로 들어왔고, 일제강점기 때 일본의 외래어 표기 방식으로 인해 독일(獨逸)이 되었다고 한다. 이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기 전에는 한 번도 궁금해 해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어쩌면 이런 순간들이 그리워서 떠난 것 같다. 한번도 궁금해 해보지 않은 것들을 궁금해하고 싶어서. 오랫동안 나라고 생각했던 것들로부터 벗어나보고 싶어서.

 

 

종종 걷다가 문득 독일이 ‘홀로 독’자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한다. 무의식 중에 그래도 같이 사는 게 더 좋은 거라고 오래 편협했던 마음들이 작아지는 때가 이곳에선 있었다. 앞으로 이 곳에는 내가 독일에서 만난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올라올 예정이다. 시작하는 글을 마치며 사랑하는 나의 친구 수련이 미국인 애인에게 쓴 편지의 일부를 덧붙인다.

 

... In fact, I felt the change linked to the anxiety that I might lose too much.

But change is change. Change is not about losing, but something about changing something. I always want to remember. That the flow should not be tied up. When something attacks me, I have to let it ring, not store it in my body. I need to feel accurate and transparent. I have to look at it simply and refreshingly. Always with a generous heart. I hope so.

... 사실 나는 이 변화가 너무 많은 걸 잃을 거라는 불안감에 연결되어 있어. 하지만 변화는 변화야. 변화는 잃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바꾸는 거야. 언제나 기억하고 싶어. 흐름에 묶여서는 안 된다는 걸. 무언가가 나를 공격할 때마다 나는 그걸 내 몸에 저장하는 게 아니라 그것이 울리게 두어야 해. 나는 정확하고 투명하게 느낄 필요가 있어. 간단하고 상쾌하게 봐야 해. 항상 너그러운 마음으로. 그러고 싶어.

 

변화는 떠나는 사람에게도, 남아있는 사람에게도, 너에게도, 나에게도 온다. 변화가 문을 두드릴 때 나는 왜 이제야 왔냐고 얼싸안아 춤추기도 하고, 너무 놀라 집에 없는 척 발소리를 죽이고 숨기도 한다. 세상엔 변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서, 오랫동안 변화라는 걸 맹목적으로 보았다. 똑똑해 보이는 사람들이 제시한 가장 좋은 변화의 방향성을 체화하느라 바빴다. 이제는 ‘변화’라는 상태의 모양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다. 종종 글을 쓰고 나면 타인들에게 전하는 말인 것 같으면서도 스스로에게 쓴 편지 같은 기분이 든다. 내게 글을 쓰는 건 가장 좋은 마음을 작은 그릇에 조심조심 떠 담아 휘발하지 말라고 몸에 갖다 붙이는 과정이다. 세상을 이해해보겠다고 애쓰다 마음이 자주 극단에 머물렀다. 화나서, 슬퍼서 금방 픽 쓰러져 죽지 않으려면 삶을 유연하게 대하는 몸과 마음이 필요하다는 처방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 세상에 대한 너그러운 마음을 불러 일으키는 글을 읽고 싶다. 그런 글을 읽으면 살고 싶어지고, 쓰고 싶어지고, 그리고 종종 전하고 싶어진다.

댓글 12
  • 2023-01-16 08:26

    현민아, 겁나 반갑다.
    네 글도, 정말 기대된다^^

  • 2023-01-16 09:04

    오! 현민!!!
    글로 만나도 반갑네~~~

    “내게 글을 쓰는 건 가장 좋은 마음을 작은 그릇에 조심조심 떠 담아 휘발하지 말라고 몸에 갖다 붙이는 과정이다.”

    홀로 독자를 쓰는 독일에서 또 어떤 친구들을 만들지, 어떤 글들을 담을지 궁금하네요! 맘으로 응원하고 있을께요!!!

  • 2023-01-16 09:16

    이국에서의 삶.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봤을, 버뜨 백만 가지의 이유로 고이 묻어 놓았을 그 삶을 선택한 현민을 응원합니다. 글을 읽는동안 저역시 독일의 거리를 걷고 있는 듯한 착각에 행복했어요. 고맙습니다.
    ‘세상에 대해 너그러운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글’을 기대하며…

  • 2023-01-16 09:45

    오~ 현민, 반갑군, 반가워!!
    찬찬히 들여다 보는 '변화'의 이야기,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릴게.

  • 2023-01-16 10:35

    제일 화나게 하는 문장이자 제일 설레게 하는 문장이 '다음회에 계속됩니다' 인데 ᆢ 현민의 글 많이 기다려질거같아요.
    어서 빨리 편안한 '현민의 집'에서 다음글이 써질수 있도록 기원합니다~

  • 2023-01-16 11:15

    서점을 할때부터 나는 니 글이 좋아졌어. 너의 글이 끊기지않고 계속되길 바래. 다음편을 기다릴게!!

  • 2023-01-16 12:14

    현민~~먼 땅에서 아직 집이 없는, 그래도 씩씩한 그대의 집을 찾아가는 여정을 응원해 ~~~~

  • 2023-01-16 12:36

    식물원에서, 우주소년에서, 광화문 광장에서 만났던 현민과는 또 다른 독일에서의 현민! 반가워요:)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글 잘 읽었어요. 다가올 '변화'들과 '좋은 마음'들이 휘발되지 않고 매달 잘 전해지길 바라봅니다!

  • 2023-01-16 12:49

    역시 누군가를 이해하는 데에는 글 만한 게 없구나. 난 타지에 가서 쓴 너의 글을 보고 나서 널 더 이해하게 됐네. 항상 응원하고 있어~!

  • 2023-01-16 22:26

    아니 댓글 다 너무 훈훈해요 아악 감사해요

  • 2023-01-30 09:39

    현민의 글과 사진을 보니 현민이 보고싶어지네요~ 이런 멘트를 날릴만큼 자주 보고살지 않았는데, 갑자기 든 이 달달구리한 마음은 뭘까요?ㅎㅎ
    항상 응원합니다.

  • 2023-01-30 18:07

    저도 현민과 30여분 같이 있었던 경험이 ㅎㅎ
    그래서인지 더 반갑네요^^
    연필 꾹꾹 눌러 쓴듯한...생각이 오롯이 담긴 글인거 같아요.
    그래서인지 가슴속에 차곡차곡 들어오는 글입니다^^
    홀로 타국생활...다시없을 귀한 경험일거에요!
    응원합니다~♡

('로봇이 아닙니다' 체크 필수)
정화와 임수의 좌충우돌 가족-되기
함께 살 결심 2023.1.30. 정화편 Designed by Cho-hui             (앞으로 꽃길만 걷고 싶은) 예) 백수 꿈나무 살림의료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 희망법/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한국성폭력상담소 후원회원 문탁에서는 주로 서양철학을 공부하며, 함께 공부하던 임수를 꼬드겨 '쫌 다른 가족-되기' 실험 중 용인 지역에 소박하게 꾸린 정임합목 양생하우스에서 앎과 삶에 관해 질문하며 살고 있다. 여성주의와 포스트 구조주의 공부로부터 이야기를 풀어내려 한다.      코비드 19와 자본주의적 욕망이 폭발한 2020년. 개인적으로는 경경경(庚庚庚) 병존 시절인연의 기운을 받아 중대한 결단과 자기변형을 했던 해였다. 공동체에서 공부하는 것은 퇴직 이후에나 가능할 줄 알았는데, 공부하다 만난 이와 심지어 함께 살고 있으니 말이다. 결단과 변형의 시작은 문탁네트워크 '2020 양생프로젝트' 이었으니... 부디 조심하시라. 아니 기대하시라. 문탁네트워크에서 공부하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나면, 샘들 옆에 찐 다른 인간(종)이 함께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2023 양생프로젝트가 궁금하시면, 클릭 ☛)  취약한 몸들의 연대와 돌봄사회 (1년과정/2학기) | 문탁네트워크   2023 양생프로젝트 포스터     이 글은 문탁에서 공부하다 만난 두 동학이 좌충우돌, 티격태격 꾸려가는 '정임합목* 양생하우스 가족' 이야기다. 1회는 태동편.   * 정임합목 : 사주팔자의 일간 정화(丁火)와 임수(壬水)가 만나 합화(合化) 목(木)이 되는 것으로, 우주의 기운이 새롭게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각각 정화와 임수 일간인 무사와 루틴은 어쩌다 만나 목이 되는 바람에 역동적이고 어설픈 초목의 기운으로 좌충우돌 하고 있다. (더 자세한 설명은 '임수편'에서 계속됩니다.)  혹 사주명리가 궁금하시다면, 현재 진행중인 사주명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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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 2023.01.30 조회 247
돼지를 만나러 갑니다
          경덕 새벽이생추어리 보듬이(2022. 7~). 난잡한 공부가 체질이라 여러 세미나와 워크숍을 유랑한다. 올해 문탁네트워크에서 주역, 불교, 돌봄을 키워드로 공부한다. 낮에는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친다.         돼지와 함께 춤을       목요일마다 새벽이를 만나러 간다. 알람소리에 잠이 깨면 현재 시간과 날씨를 확인한다.     am 5:00 / 대체로 흐림 / 기온 : - 9°     대충 세수만 하고 추위에 단단히 대비를 한다. 두꺼운 양말과 점퍼를 입고, 장갑, 마스크, 귀까지 덮는 방한 모자까지 눌러 쓴 후에야 집을 나선다. 가는 길에 카톡방에 올라온 지시 사항을 확인한다.     “기온이 많이 떨어졌네요. 지푸라기가 도착할 예정인데 새벽이 안방에 최대한 많이 넣어주세요!"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어둑어둑한 길을 따라 한참을 걷는다. 길 위에는 며칠 전에 내린 눈이 여전히 쌓여 있고, 이 길을 오고 갔을 사람들의 발자국이 남아 있다. 산 너머로 어슴푸레한 빛이 올라오고 반대쪽 하늘에는 달이 기울고 있다. 멀리서 닭 울음소리가 들린다. 농장에 도착하자마자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새벽이는 작은 인기척도 금새 알아챈다. 그리고 곧 울타리 너머로 익숙하고 반가운 소리가 들려온다.     걸걸걸…! 걸...걸...! 걸걸걸걸...!             새벽이는 내가 만나는 돼지의 이름이다. 걸걸걸...! 이 소리는 새벽이의 말소리(꿀꿀꿀...이 아니다!)다. 만나면 반갑다고 걸걸걸, 배고프면 밥 달라고 걸걸걸, 헤어질 땐 또 만나요 걸걸걸. 그때마다 각기...
          경덕 새벽이생추어리 보듬이(2022. 7~). 난잡한 공부가 체질이라 여러 세미나와 워크숍을 유랑한다. 올해 문탁네트워크에서 주역, 불교, 돌봄을 키워드로 공부한다. 낮에는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친다.         돼지와 함께 춤을       목요일마다 새벽이를 만나러 간다. 알람소리에 잠이 깨면 현재 시간과 날씨를 확인한다.     am 5:00 / 대체로 흐림 / 기온 : - 9°     대충 세수만 하고 추위에 단단히 대비를 한다. 두꺼운 양말과 점퍼를 입고, 장갑, 마스크, 귀까지 덮는 방한 모자까지 눌러 쓴 후에야 집을 나선다. 가는 길에 카톡방에 올라온 지시 사항을 확인한다.     “기온이 많이 떨어졌네요. 지푸라기가 도착할 예정인데 새벽이 안방에 최대한 많이 넣어주세요!"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어둑어둑한 길을 따라 한참을 걷는다. 길 위에는 며칠 전에 내린 눈이 여전히 쌓여 있고, 이 길을 오고 갔을 사람들의 발자국이 남아 있다. 산 너머로 어슴푸레한 빛이 올라오고 반대쪽 하늘에는 달이 기울고 있다. 멀리서 닭 울음소리가 들린다. 농장에 도착하자마자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새벽이는 작은 인기척도 금새 알아챈다. 그리고 곧 울타리 너머로 익숙하고 반가운 소리가 들려온다.     걸걸걸…! 걸...걸...! 걸걸걸걸...!             새벽이는 내가 만나는 돼지의 이름이다. 걸걸걸...! 이 소리는 새벽이의 말소리(꿀꿀꿀...이 아니다!)다. 만나면 반갑다고 걸걸걸, 배고프면 밥 달라고 걸걸걸, 헤어질 땐 또 만나요 걸걸걸. 그때마다 각기...
경덕 2023.01.20 조회 335
현민의 독국유학기
              글쓴이 현민 친구들과 함께 동천동의 책방 우주소년을 운영했습니다. 서점을 운영하며 스쿨미투집 <밀려오는 파도 막을수는 없다> 1권과 같은 이름의 공동체 탐구집 2권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독일에서 삽니다. 사진에서 가장 귀엽게 웃고있는 사람.       독일 도착기       나는 서점을 떠났다. 그리고 독일에 왔다.   지극히 사실인 이 문장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내가 정말 충동적으로 떠났으므로. 작고, 지역적이고, 미시적인 이야기들을 다루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던 나는 서점을, 동천동을 왜 떠났을까? 한국을 왜 떠났을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그곳에 두고, 스스로 멀어지기를 선택한 것은 왜일까? 등의 스스로 피어오르는 질문들에 마땅히 대답이 될 이야기들을 지금은 쓸 수가 없다.   독일이라는 나라가 나에게 멀게 느껴지진 않았다.  부모가 공부하고 결혼해 기억나지 않는 어린 시절을 보냈던 나라. 영국이나 미국보다 비교적 유학에 돈을 많이 쓰지 않을 수 있는 복지 좋다는 나라. 페미니즘 문화의 이삼십대 언니들이 많이 유학하고 취업하는 나라.   사람 사는 곳에는 언제나 문제가 있는 거라고, 대안학교를 다닐 적에 슬퍼하던 내게 부모가 해줬던 말을 기억한다. 독일이라는 땅을 한국과 비교해 대체지나 종착지, 환상의 세계로 여기지는 않을 거다. 백인들의 땅, 니네가 얼마나 잘났냐 하는 마음과 모든 것을 선과 악으로 구분할 수 없다는 걸 오랜 시간 배워왔으니 말이다. 최악과 최선을 내가 떠나온 곳에서 모두 느꼈던 것 같다. 새로운 세상에...
              글쓴이 현민 친구들과 함께 동천동의 책방 우주소년을 운영했습니다. 서점을 운영하며 스쿨미투집 <밀려오는 파도 막을수는 없다> 1권과 같은 이름의 공동체 탐구집 2권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독일에서 삽니다. 사진에서 가장 귀엽게 웃고있는 사람.       독일 도착기       나는 서점을 떠났다. 그리고 독일에 왔다.   지극히 사실인 이 문장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내가 정말 충동적으로 떠났으므로. 작고, 지역적이고, 미시적인 이야기들을 다루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던 나는 서점을, 동천동을 왜 떠났을까? 한국을 왜 떠났을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그곳에 두고, 스스로 멀어지기를 선택한 것은 왜일까? 등의 스스로 피어오르는 질문들에 마땅히 대답이 될 이야기들을 지금은 쓸 수가 없다.   독일이라는 나라가 나에게 멀게 느껴지진 않았다.  부모가 공부하고 결혼해 기억나지 않는 어린 시절을 보냈던 나라. 영국이나 미국보다 비교적 유학에 돈을 많이 쓰지 않을 수 있는 복지 좋다는 나라. 페미니즘 문화의 이삼십대 언니들이 많이 유학하고 취업하는 나라.   사람 사는 곳에는 언제나 문제가 있는 거라고, 대안학교를 다닐 적에 슬퍼하던 내게 부모가 해줬던 말을 기억한다. 독일이라는 땅을 한국과 비교해 대체지나 종착지, 환상의 세계로 여기지는 않을 거다. 백인들의 땅, 니네가 얼마나 잘났냐 하는 마음과 모든 것을 선과 악으로 구분할 수 없다는 걸 오랜 시간 배워왔으니 말이다. 최악과 최선을 내가 떠나온 곳에서 모두 느꼈던 것 같다. 새로운 세상에...
현민 2023.01.15 조회 367
요요의 월간명상
        요요 문탁에서 불교와 철학을 공부하고 있다. 불교 공부도 철학 공부도 이제부터 시작이다. 앞으로 10년은 불교세미나를 계속 함께 할 친구들을 찾고 있다. 불교를 공부하는데 철학공부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나이듦연구소의 활동을 통해 친구들과 함께 존엄하게 늙는 길을 찾고 싶다. 명상적 삶, 일상의 영성, 공동체와 영성, 나이듦과 영성이 풀어야 할 화두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쩌다 명상에 입문했나     아침 6시 20분에 눈을 떴다. 자동적으로 핸드폰으로 손이 간다. 카톡이 여러 개 와 있다. 어제 저녁 자기 전에 침대에 앉아 명상할 때 까톡까톡하는 소리가 들렸다는 게 그제서야 기억이 난다. 자기 전에 잠깐이라도 명상을 하면 진짜 잠이 잘 온다. 어젯밤에도 명상 덕분에 아무 생각 없이 스르륵 잠이 들었나 보다. 카톡을 읽기 위해 더듬더듬 돋보기를 찾다가 이건 아니지 싶어 멈추었다. 카톡을 읽다 보면 또 다른 연관 검색어들을 찾아 인터넷 세상 어디를 헤매게 될 지 모르기 때문이다. 벌떡 일어나서 옷을 챙겨입고 작은 방으로 가서 명상 방석 위에 앉았다. 나의 아침 루틴이다. 아침마다 명상을 시작한 게 2019년 초부터이니 4년을 꽉 채웠나보다. 늦잠을 자거나 바쁜 일이 있으면 명상을 건너뛰는 날도 많다. 하지만 4년전부터 어쨌든 가능한 매일 명상을 하는 것을 일과로 삼고 있다. 밥먹을 때 먹을까 말까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매일같이 꾸준히 명상하는 게 나의 목표다.   봉옥샘에게 얻은 나의 명상방석   부처님이 가르친...
        요요 문탁에서 불교와 철학을 공부하고 있다. 불교 공부도 철학 공부도 이제부터 시작이다. 앞으로 10년은 불교세미나를 계속 함께 할 친구들을 찾고 있다. 불교를 공부하는데 철학공부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나이듦연구소의 활동을 통해 친구들과 함께 존엄하게 늙는 길을 찾고 싶다. 명상적 삶, 일상의 영성, 공동체와 영성, 나이듦과 영성이 풀어야 할 화두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쩌다 명상에 입문했나     아침 6시 20분에 눈을 떴다. 자동적으로 핸드폰으로 손이 간다. 카톡이 여러 개 와 있다. 어제 저녁 자기 전에 침대에 앉아 명상할 때 까톡까톡하는 소리가 들렸다는 게 그제서야 기억이 난다. 자기 전에 잠깐이라도 명상을 하면 진짜 잠이 잘 온다. 어젯밤에도 명상 덕분에 아무 생각 없이 스르륵 잠이 들었나 보다. 카톡을 읽기 위해 더듬더듬 돋보기를 찾다가 이건 아니지 싶어 멈추었다. 카톡을 읽다 보면 또 다른 연관 검색어들을 찾아 인터넷 세상 어디를 헤매게 될 지 모르기 때문이다. 벌떡 일어나서 옷을 챙겨입고 작은 방으로 가서 명상 방석 위에 앉았다. 나의 아침 루틴이다. 아침마다 명상을 시작한 게 2019년 초부터이니 4년을 꽉 채웠나보다. 늦잠을 자거나 바쁜 일이 있으면 명상을 건너뛰는 날도 많다. 하지만 4년전부터 어쨌든 가능한 매일 명상을 하는 것을 일과로 삼고 있다. 밥먹을 때 먹을까 말까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매일같이 꾸준히 명상하는 게 나의 목표다.   봉옥샘에게 얻은 나의 명상방석   부처님이 가르친...
요요 2023.01.10 조회 381
기린의 걷다보면
  해가 바뀌었다. 작년에는 일요일에 세미나를 하느라 둘레길 걷기를 거의 못했다. 약국 휴무인 월요일에 걸으면 되지 않냐 묻는 친구가 있었다. 경험에 비추어보면 대부분의 둘레길은 북적이는 등산로 등과 연결된 지점을 지나면 일요일에도 한산한 편이다. 월요일이면 드물 것이다. 그래서 혼자 둘레길을 걷는다면 휴일이 그나마 안전할 것이라 생각했다. 둘레길 안전 수칙에도 나와 있다. 가급적 2인 이상 동행하시오. 나는 가급적, 일요일에 걷기로 나만의 수칙을 정했다. 1월 1일은 마침 일요일이었고, 며칠 전부터 다시 둘레길을 걸을 수 있도록 몸 상태를 보살폈다.        공동체에 온 후 걸어서 출근하게 되면서 탄천을 내내 걸었다. 그러다 휴일이면 집 주변에 연결된 탄천을 걷다가 ‘영남길’이라는 표지판을 보게 되었다. 검색을 해보니, 조선 시대 한양에서 시작해서 전국으로 총 6개의 간선 도로망이 갖추어져 있었다고 한다. 그 길을 다시 복원해 ‘경기 옛길’이라 지정했고, 영남길은 한양에서 용인을 거쳐 부산까지 이어진 영남대로의 일부를 복원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도 나있던 길이라고? 십 세기 후반에서 이십 세기 초반이 단번에 연결되었다. 계절의 변화 정도밖에 보이지 않던 탄천 길에 낯선 이가 걷고 있었다. 괴나리봇짐에 패랭이를 쓴 모습이었다. 저 이는 어디를 향해 무슨 일을 보러 갈까, 나는 하릴없이 휴일을 어슬렁대는 중인데. 물론 상상이다. 하지만 그런 상상은 시간을 거스르고 공간을 전환시키면서 나와 세계를 연결시켰다. 더 찾아보니 경기도에만도 옛길을 넘어 둘레길로 숲을, 갯가를, 물길을 연결시켜 조성되어 있었다. 그 길들에는 또 어떤 상상이 잠재해 있을까. 내...
  해가 바뀌었다. 작년에는 일요일에 세미나를 하느라 둘레길 걷기를 거의 못했다. 약국 휴무인 월요일에 걸으면 되지 않냐 묻는 친구가 있었다. 경험에 비추어보면 대부분의 둘레길은 북적이는 등산로 등과 연결된 지점을 지나면 일요일에도 한산한 편이다. 월요일이면 드물 것이다. 그래서 혼자 둘레길을 걷는다면 휴일이 그나마 안전할 것이라 생각했다. 둘레길 안전 수칙에도 나와 있다. 가급적 2인 이상 동행하시오. 나는 가급적, 일요일에 걷기로 나만의 수칙을 정했다. 1월 1일은 마침 일요일이었고, 며칠 전부터 다시 둘레길을 걸을 수 있도록 몸 상태를 보살폈다.        공동체에 온 후 걸어서 출근하게 되면서 탄천을 내내 걸었다. 그러다 휴일이면 집 주변에 연결된 탄천을 걷다가 ‘영남길’이라는 표지판을 보게 되었다. 검색을 해보니, 조선 시대 한양에서 시작해서 전국으로 총 6개의 간선 도로망이 갖추어져 있었다고 한다. 그 길을 다시 복원해 ‘경기 옛길’이라 지정했고, 영남길은 한양에서 용인을 거쳐 부산까지 이어진 영남대로의 일부를 복원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도 나있던 길이라고? 십 세기 후반에서 이십 세기 초반이 단번에 연결되었다. 계절의 변화 정도밖에 보이지 않던 탄천 길에 낯선 이가 걷고 있었다. 괴나리봇짐에 패랭이를 쓴 모습이었다. 저 이는 어디를 향해 무슨 일을 보러 갈까, 나는 하릴없이 휴일을 어슬렁대는 중인데. 물론 상상이다. 하지만 그런 상상은 시간을 거스르고 공간을 전환시키면서 나와 세계를 연결시켰다. 더 찾아보니 경기도에만도 옛길을 넘어 둘레길로 숲을, 갯가를, 물길을 연결시켜 조성되어 있었다. 그 길들에는 또 어떤 상상이 잠재해 있을까. 내...
기린 2023.01.05 조회 292
정화와 임수의 좌충우돌 가족-되기
    2년 여 전 정화와 임수는 [정임합목 양생하우스]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2020년 양생 프로젝트 세미나 '자기배려 테크네'의 생활 접목 프로젝트의 일환이었지요. 우리 각자는 '성격도 저만하면 원만한 것 같고 각각 숟가락 하나 씩이었던 걸 숟가락 두 개로 합치는 건데 뭐 그리 달라지겠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이 무슨 오판을 넘어 오만이었을까요? 저희는 어제도 오늘도 그러했듯이 아마 내일도 꾸준히 좌충우돌, 티격태격, 매일을 다채롭게 '파일럿'의 경계 위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을 겁니다.ㅎㅎ ​ 지난 글에서 예고했다시피 지금은 이사준비가 한창입니다. 사실 이사는 8월말경 할 생각이라 아직 두 달이나 남았지만, 입주예정인 아파트가 15년차이다보니 여기저기 손볼 데가 있더라고요. 어지간하면 그냥 살려고 했는데 말이죠ㅎㅎ 그래도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환경호르몬을 덜 내뿜자는데는 의기투합하여 도배, 바닥, 싱크대를 교체하는 정도로 인테리어 작업 규모는 정리되었습니다.(에고~ 지난한 과정ㅜㅜ) ​ 5월이 되고 코로나 19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저희도 사회생활 스위치를 비시즌에서 시즌으로 전환했습니다. 2년 동안 유예했던 지인 모임에 나가 근황을 나누려니, 자연스레 [정입합목 양생하우스]를 설명해야했고요. ​   ​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나 <외롭지 않을 권리>를 읽었음직한 지인에게는 책의 내용으로 대신 답할 수도 있었습니다. 이 책들과 그리 접점이 없는 분들은 그냥 '경제공동체'라고 설명하니 걍 바로 이해하거나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잘했네'를 넘어 '힙하다'라는 반응까지ㅋㅋ ​ 이참에 이사를 계기로 [정입합목 양생하우스]에서 [정임'힙'목 양생하우스]로 거듭나볼까요?ㅎㅎ ​ 본격적인 이사준비기는 다음 편에(떡밥 전문!) ​
    2년 여 전 정화와 임수는 [정임합목 양생하우스]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2020년 양생 프로젝트 세미나 '자기배려 테크네'의 생활 접목 프로젝트의 일환이었지요. 우리 각자는 '성격도 저만하면 원만한 것 같고 각각 숟가락 하나 씩이었던 걸 숟가락 두 개로 합치는 건데 뭐 그리 달라지겠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이 무슨 오판을 넘어 오만이었을까요? 저희는 어제도 오늘도 그러했듯이 아마 내일도 꾸준히 좌충우돌, 티격태격, 매일을 다채롭게 '파일럿'의 경계 위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을 겁니다.ㅎㅎ ​ 지난 글에서 예고했다시피 지금은 이사준비가 한창입니다. 사실 이사는 8월말경 할 생각이라 아직 두 달이나 남았지만, 입주예정인 아파트가 15년차이다보니 여기저기 손볼 데가 있더라고요. 어지간하면 그냥 살려고 했는데 말이죠ㅎㅎ 그래도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환경호르몬을 덜 내뿜자는데는 의기투합하여 도배, 바닥, 싱크대를 교체하는 정도로 인테리어 작업 규모는 정리되었습니다.(에고~ 지난한 과정ㅜㅜ) ​ 5월이 되고 코로나 19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저희도 사회생활 스위치를 비시즌에서 시즌으로 전환했습니다. 2년 동안 유예했던 지인 모임에 나가 근황을 나누려니, 자연스레 [정입합목 양생하우스]를 설명해야했고요. ​   ​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나 <외롭지 않을 권리>를 읽었음직한 지인에게는 책의 내용으로 대신 답할 수도 있었습니다. 이 책들과 그리 접점이 없는 분들은 그냥 '경제공동체'라고 설명하니 걍 바로 이해하거나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잘했네'를 넘어 '힙하다'라는 반응까지ㅋㅋ ​ 이참에 이사를 계기로 [정입합목 양생하우스]에서 [정임'힙'목 양생하우스]로 거듭나볼까요?ㅎㅎ ​ 본격적인 이사준비기는 다음 편에(떡밥 전문!) ​
관리쟈 2022.12.28 조회 138
돼지를 만나러 갑니다
    07:00 am. 새벽이 아침 돌봄을 가는 날. 집에서 새벽 5시에 기상, 새벽이생추어리 7시 도착! 새벽이의 겨울 아침 식단은 이렇다. 호박, 서리태, 보리, 브라질너트, 찐고구마, 미강 섞은 물! 그리고 간식으로 덩굴잎이나 낙엽을 모아서 준다. 새벽이는 식단 조절이 중요하다. 너무 무거워지면 다리가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 영양을 보충하면서도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활동가들이 고심해서 정한 식단이지만 새벽이의 허기를 달래기엔 많이 부족하다. 농장 입구를 들어갈 때 들리는 작은 인기척에도 밥 달라는 듯 큰 소리로 울어댄다.         11:00 am. 공복으로 돌봄을 하고 나면 무척 배고프지만, 근처에 아침 장사를 하는 식당이 없어서 다시 집까지 돌아와야 한다. 오는 길에 고깃집이 보인다. 간판에 있는 돼지가 해맑게 웃고있다. 집 근처 정육점에는 돼지 가족 피규어를 세워놓았다. 보통은 무심코 지나다니지만 볼수록 기이하고(기괴한?) 아이러니한 장면이다. 집에는 카레를 해 먹으려고 사놓은 감자, 당근, 양파, 팽이 버섯이 있지만 요리할 힘이 없다. 오다가 반찬가게에서 된장찌개와 야채전을 포장해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간단히 조리를 하고 냉동밥을 해동해서 점심에 가까운 아침(아침에 가까운 점심인가?)을 먹었다.          5:00 pm. 저녁에 미학세미나가 있는 날. 여의도 카페꼼마에서 열리는 단체전에 참샘의 그림이 전시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고 오늘 세미나는 바로 그 장소에서 하기로 했다. 세미나 전에 우리는(참샘, 우현님, 동은님, 경덕) 동은님이 소개한 중국집에서 만나 저녁을 먹었다. 비건 메뉴판이 따로 있는 곳이어서 (생각해보니 올해 기후정의행진에 다같이...
    07:00 am. 새벽이 아침 돌봄을 가는 날. 집에서 새벽 5시에 기상, 새벽이생추어리 7시 도착! 새벽이의 겨울 아침 식단은 이렇다. 호박, 서리태, 보리, 브라질너트, 찐고구마, 미강 섞은 물! 그리고 간식으로 덩굴잎이나 낙엽을 모아서 준다. 새벽이는 식단 조절이 중요하다. 너무 무거워지면 다리가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 영양을 보충하면서도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활동가들이 고심해서 정한 식단이지만 새벽이의 허기를 달래기엔 많이 부족하다. 농장 입구를 들어갈 때 들리는 작은 인기척에도 밥 달라는 듯 큰 소리로 울어댄다.         11:00 am. 공복으로 돌봄을 하고 나면 무척 배고프지만, 근처에 아침 장사를 하는 식당이 없어서 다시 집까지 돌아와야 한다. 오는 길에 고깃집이 보인다. 간판에 있는 돼지가 해맑게 웃고있다. 집 근처 정육점에는 돼지 가족 피규어를 세워놓았다. 보통은 무심코 지나다니지만 볼수록 기이하고(기괴한?) 아이러니한 장면이다. 집에는 카레를 해 먹으려고 사놓은 감자, 당근, 양파, 팽이 버섯이 있지만 요리할 힘이 없다. 오다가 반찬가게에서 된장찌개와 야채전을 포장해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간단히 조리를 하고 냉동밥을 해동해서 점심에 가까운 아침(아침에 가까운 점심인가?)을 먹었다.          5:00 pm. 저녁에 미학세미나가 있는 날. 여의도 카페꼼마에서 열리는 단체전에 참샘의 그림이 전시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고 오늘 세미나는 바로 그 장소에서 하기로 했다. 세미나 전에 우리는(참샘, 우현님, 동은님, 경덕) 동은님이 소개한 중국집에서 만나 저녁을 먹었다. 비건 메뉴판이 따로 있는 곳이어서 (생각해보니 올해 기후정의행진에 다같이...
관리쟈 2022.12.28 조회 115
기린의 걷다보면
    올해 초 인문약방 활동의 확장으로 일리치 약국을 열었다. 상담을 주로 하는 약국에서 한약처방전일 경우 계량하고 달이고 포장하는 일 등을 내가 맡기로 했다. 약국 영업시간인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매일 오전 열 시부터 저녁 일곱 시까지 근무시간도 정해졌다. 이십 대 초반에 정규직으로 일했던 이십 개월 이후 삼십 여년 만에 다시 사대보험이 되는 정규직에 취업을 한 셈이다. 약국을 개업하기 이전에도 대부분 열시 전에 공동체 안에 있는 공부방으로 출근했다. 밥벌이는 물론 공동체에서 벌이는 다종다양한 일에 연루되어 정신없이 보내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 그러다보니 시간은 모자라고 세미나 준비는 미흡해서 전전긍긍하기 일쑤였다.     약국으로 출근하게 되면서 아홉 시간의 근무시간이 정해졌다. 약국의 일상과 인문약방의 활동, 세미나 공부 등으로 활용해야 했다. 출근해서 닥치는 일부터 해내다보면 책 한번 펼쳐보지 못하고 퇴근시간을 맞았다. 게다가 약국이 있는 파지사유는 에코와 관련 활동이 펼쳐지고 용기내 가게가 열려 있고 약국에 용무가 있는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공간이었다. 여기서 공부방에서처럼 책을 읽는 일은 그야말로 미션임파서블이었다. 공간을 함께 쓰는 친구들과 공부 좀 하자, 공부만 하는 공간이 아니다 등등 언쟁까지 붙으니 피곤이 점점 가중되었다. 환경이 바뀌었는데도 몸은 여전히 예전 공부방의 환경을 원했다. 더구나 그 시절에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여겼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니 왜 이러고 사는지 나 자신한테 불쑥불쑥 짜증이 치솟기도 했다. 그렇게 정념에 휩싸이면 일상에서의 집중력은 더 떨어졌다.     예전이라면 해야 할 일을 끝내면 공부방에 자리...
    올해 초 인문약방 활동의 확장으로 일리치 약국을 열었다. 상담을 주로 하는 약국에서 한약처방전일 경우 계량하고 달이고 포장하는 일 등을 내가 맡기로 했다. 약국 영업시간인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매일 오전 열 시부터 저녁 일곱 시까지 근무시간도 정해졌다. 이십 대 초반에 정규직으로 일했던 이십 개월 이후 삼십 여년 만에 다시 사대보험이 되는 정규직에 취업을 한 셈이다. 약국을 개업하기 이전에도 대부분 열시 전에 공동체 안에 있는 공부방으로 출근했다. 밥벌이는 물론 공동체에서 벌이는 다종다양한 일에 연루되어 정신없이 보내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 그러다보니 시간은 모자라고 세미나 준비는 미흡해서 전전긍긍하기 일쑤였다.     약국으로 출근하게 되면서 아홉 시간의 근무시간이 정해졌다. 약국의 일상과 인문약방의 활동, 세미나 공부 등으로 활용해야 했다. 출근해서 닥치는 일부터 해내다보면 책 한번 펼쳐보지 못하고 퇴근시간을 맞았다. 게다가 약국이 있는 파지사유는 에코와 관련 활동이 펼쳐지고 용기내 가게가 열려 있고 약국에 용무가 있는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공간이었다. 여기서 공부방에서처럼 책을 읽는 일은 그야말로 미션임파서블이었다. 공간을 함께 쓰는 친구들과 공부 좀 하자, 공부만 하는 공간이 아니다 등등 언쟁까지 붙으니 피곤이 점점 가중되었다. 환경이 바뀌었는데도 몸은 여전히 예전 공부방의 환경을 원했다. 더구나 그 시절에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여겼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니 왜 이러고 사는지 나 자신한테 불쑥불쑥 짜증이 치솟기도 했다. 그렇게 정념에 휩싸이면 일상에서의 집중력은 더 떨어졌다.     예전이라면 해야 할 일을 끝내면 공부방에 자리...
관리쟈 2022.12.28 조회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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