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나는 어쩌다 명상에 입문했나

요요
2023-01-10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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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

문탁에서 불교와 철학을 공부하고 있다. 불교 공부도 철학 공부도 이제부터 시작이다.

앞으로 10년은 불교세미나를 계속 함께 할 친구들을 찾고 있다. 불교를 공부하는데 철학공부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나이듦연구소의 활동을 통해 친구들과 함께 존엄하게 늙는 길을 찾고 싶다.

명상적 삶, 일상의 영성, 공동체와 영성, 나이듦과 영성이 풀어야 할 화두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쩌다 명상에 입문했나

 

 

아침 6시 20분에 눈을 떴다. 자동적으로 핸드폰으로 손이 간다. 카톡이 여러 개 와 있다. 어제 저녁 자기 전에 침대에 앉아 명상할 때 까톡까톡하는 소리가 들렸다는 게 그제서야 기억이 난다. 자기 전에 잠깐이라도 명상을 하면 진짜 잠이 잘 온다. 어젯밤에도 명상 덕분에 아무 생각 없이 스르륵 잠이 들었나 보다. 카톡을 읽기 위해 더듬더듬 돋보기를 찾다가 이건 아니지 싶어 멈추었다. 카톡을 읽다 보면 또 다른 연관 검색어들을 찾아 인터넷 세상 어디를 헤매게 될 지 모르기 때문이다. 벌떡 일어나서 옷을 챙겨입고 작은 방으로 가서 명상 방석 위에 앉았다. 나의 아침 루틴이다. 아침마다 명상을 시작한 게 2019년 초부터이니 4년을 꽉 채웠나보다. 늦잠을 자거나 바쁜 일이 있으면 명상을 건너뛰는 날도 많다. 하지만 4년전부터 어쨌든 가능한 매일 명상을 하는 것을 일과로 삼고 있다. 밥먹을 때 먹을까 말까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매일같이 꾸준히 명상하는 게 나의 목표다.

 

봉옥샘에게 얻은 나의 명상방석

 

부처님이 가르친 명상법이라고 하는 위빠사나를 접하기 전부터 나는 명상 비슷한 것과 인연이 있었다. 처음 시작은 단전호흡이었다. 인천에서 노동운동하던 80년대 중반이었다. 그때는 남편이 단전호흡을 하자고 권유해서 그걸 배운다고 새벽에 일어나 멀리 서울까지 갔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방하선원인지 방하도장인지 하는 이름을 가진 곳이었다. 그 때는 그 뜻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지만 방하가 나름 의미심장한 말이라는 것은 나중에 불교공부를 하면서 알았다. 선수행에서는 방하착(放下著)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방하착이란 집착을 내려놓는다는 뜻으로 방하는 거기에서 유래한 것이었던 듯. 길게 하지는 못했지만 그것이 나에게 수행이라는 걸 생각하게 한 최초의 수련이었던 셈이다.

 

90년대 초 동구 사회주의권의 몰락과 함께 노동운동을 떠나 남들처럼 직장도 다니며 아이 키우는 삶을 살기 시작했다. 그런데 나는 정말 돈벌이가 괴로웠다. 이 세상을 뒤집는 혁명을 꿈꾸며 살다가 자본주의 시장의 한 귀퉁이에서 각자도생의 경쟁적 삶을 살려니 이념과 실제 생활의 괴리가 너무 컸다.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속으로는 곪아 들어가는 현실 부적응자로 거의 십년 가까이 살면서 나는 어떤 것이 진짜 나인지 알 수 없는 분열을 견디고 있었다. 혹시 부자가 되었으면 내적 분열을 극복하고 그 달콤함에 젖을 수 있었을까? 그런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끝내 현실의 나와 화해하지 못했다.

 

그래도 밥을 벌어야 하고 아이를 키워야 하고 즐겁게 살기 위해 현실과 화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90년대는 바야흐로 심리학의 대중화가 이루어지던 시기였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와중에도 집단상담 프로그램과 MBTI 워크샵, 애니어그램, 심성수련 프로그램들과 같은 힐링판을 기웃거리면서 숨 쉴 구멍을 냈다. 그런데 그런 노력은 단지 미봉책일 뿐이었다. 일시적 충전으로 잠깐씩 반짝하기는 했지만 결국 에너지가 고갈되었다. 밥이 모래 알갱이처럼 서걱거리더니 힘이 쑥 빠져 나갔고,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그제야 병이 났다는 핑계로 일을 그만 둘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어리석었다. 병이 나기 전에 자신을 돌보는 법을 몰랐던 때였다. 쉬는 동안 단전호흡도 하고 요가도 하고 108배도 했다. 심지어 뜨개질도 했다.^^ 여기 기웃 저기 기웃 수행의 세계와 접했고 우연히 인연이 닿아 불교 공부를 시작했다.

 

월정사 아래 명상마을에서

 

본격적으로 위빠사나 수행을 배운 것은 21세기 초였다. 불교공부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미얀마에서 공부하고 와서 선원을 열어 위빠사나를 가르친다는 스님의 기사를 읽고 당장 그곳으로 달려가서 초보자를 위한 위빠사나를 배웠다. 수행처에 가지 않아도 집에서 명상을 할 때면 편안하고 좋았다. 마침 그즈음 대안학교를 설립하는 일에 올인하기 시작했는데 그 일을 하는 것에 재미를 느껴서였는지, 명상을 해서 그런 것인지 나도 잘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우리 삶에는 늘 예상치 못한 순간들이 찾아온다. 하기 싫은 일도 그만두고 좀 의미있는 일을 하며 살 수 있을 것 같았던 때에 심각한 가정경제의 위기가 왔다. 남편의 사업이 망한 것이다. 경제적 위기도 버거웠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춘기를 맞은 아들이 담배, 술, 삥땅 등 요즘 같으면 학폭이라 불릴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나 자신이 반듯한 모범생으로 살아왔던 터라 이게 뭔 일인가 싶었다. 윤리적으로 용납이 되지 않았다.(지금 생각하면 담배가 뭐 어때서, 술이 뭐 어때서 싶은데 말이다. 삥땅은 다른 문제이지만)  리버럴하게 아이를 키워서 그렇다는 둥 쑥덕거리는 소리가 들려올 때면 모욕당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나를 괴롭힌 건 다름 아닌 내가 만든 아상(我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의식이었다.

 

그럴 때 명상이 의지처가 되었다. 위빠사나 수행은 마음 속에서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며 알아차리라고 했다. 방하착하기 위해 앉아 있는 그 순간만큼은 나를 괴롭히던 자의식이 엷어져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어쩌면 아들이 친 숱한 사건 사고가 없었다면 내가 이렇게 쉽게 아상에 붙들려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었을까. 그러고 보면 세상 일에는 좋은 것도 없고 나쁜 것도 없는게 분명하다. 좋은 것인 줄 알았던 것이 나의 괴로움을 증장시키는 조건이 되고, 나를 괴로움에 빠뜨리는 것인 알았던 일이 나를 구원하는 동앗줄로 변신하기도 하니 말이다.

 

아들이 한참 속썩이던 시절 집중명상을 간 적이 있다. 일주일인지 열흘인지 묵언하며 명상하던 중에 엄청난 희열이 느껴졌다. 아, 이런 것이구나! 이러다 내가 거의 깨닫게 되는 건 아닐까, 기뻤다. 그러고 나서 며칠 동안 어찌나 명상이 잘 되는지, 명상 방석 위에 앉아 있으면서도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았고 스스로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이제 아들이 어떤 짓을 해도 마음이 고요할 것 같았다. 그런데 집중명상이 끝나고 선문을 나서는 순간 그동안 잠잠했던 온갖 마음의 소리가 시끄럽게 되살아나는 것이 아닌가! 며칠간 꺼놓았던 핸드폰을 켜자마자 나는 산사의 집중수행으로부터 멀리멀리 멀어져 갔다. 명상 후의 나는 이전의 나와 거의 달라진 게 없었다.

 

부처님이 처음 출가한 후 웃따까 라마뿟따와 알랄라 깔라마에게 선정을 배운 뒤 아주 높은 경지에 이르렀음에도 왜 고행의 길로 나섰는지 아주 쪼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물론 지금 생각하면 그 또한 부끄럽다.^^) 아무튼 그 이후에도 마음이 시끄러울 때면 앉아서 명상을 하기도 하고, 수행처를 찾기도 했다. 그러나 뭔가 변했다. 나는 이전처럼 명상에 매달리지 않았다. 물론 문탁에서 인문학 공부를 시작한 것도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물긷고 밥짓고 땔감을 마련해 와야 하는 사미승처럼 문탁에서 밥짓고 청소하고 댓글 달고 사포질을 하고 유리창을 닦고 책읽고 세미나를 하고 에세이를 썼다. 사람들 사이에서 부대끼며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버라이어티한 문탁의 일상은 한동안은 명상만큼이나 강력한 성찰을 요구했고 새롭게 접한 인문학 공부도 그랬다.

 

그러다 4년 전인 2019년 새해를 맞이하며 나는 매일 명상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다시 명상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한 중요한 계기는 일본의 애즈원 네트워크를 방문한 것이었다. 2018년 가을 그곳을 방문하고 나는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그곳에 사는 분들이 너무 편안하고 자유로워 보였기 때문이다. 당시 문탁은 학생모집이 되지 않는 파지스쿨을 계속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 내부의 갈등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었다. 생각이 다르다고 이해를 못한다고 누구는 화를 냈고, 누구는 마음이 상해서 울고, 누구는 좌절했다. 어쨌든 우리는 자신의 이야기만 무한 반복하고 있었다. 내 마음도 그 일로 무척 괴로웠던 차였다.

 

 2020년 2월, 문탁친구들의 두번째 애즈원 방문

 

인문학 공부를 열심히 하는데도 왜 우리는 ‘나’를 내려놓지 못할까, 질문이 계속 일어났다. 애즈원을 만나고 나서 나는 인문학 공부가 주지 못하는 무엇인가가 거기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게 무엇일까? 지적인 성찰을 넘어 몸을 변형시키는 수행이 필요했다. 어쩌면 이 둘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 그것을 하나로 체화하지 못하고 있는 한 지금까지 소홀히 해 온 영성에 실천적으로 접근하는 수밖에 없었다. 문득 내게 다시 영성이라는 문제계가 던져졌고,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그 물음에 성실히 응답하고 싶었다. 그것이 내게는 불교 공부였고, 명상 수행을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일상에서 명상 루틴 만들기가 시작되었다.

댓글 14
  • 2023-01-11 08:59

    요요님, 글 읽고 보니 공감이 많이 가서 댓글 남기게 되네요.
    저역시 20대 중반부터 가톨릭 영성 수련을 해 왔죠. 몇년간 세파에 휘둘리며 이것 저것 변죽을 울려보다가, 방배동 제따와나 선원을 다니면서 초기 불교 경전에 따른 수행을 흉내내 보고, 절에 들어가 장기 묵언 명상도 빡세게 해보고...
    그러다 지금은 다시 매일 1시간씩 깊은 침묵 가운데 가톨릭 영신 수련을 하고 있답니다. 예, 무척 귀한 시간 입니다.
    "나를 버린다"... 요 며칠 저의 화두는 십자가의 성 요한의 '나다(nothing)'를 통한 '토도(everything)'입니다. ㅎ
    요요님,정진하시겠지요...? 기원합니다^^

  • 2023-01-11 09:09

    요요샘의 어마어마한 세계를 엿보는 은혜(?)를! 요요샘이 어떤 분인지 은근히 궁금했는데 말이죠. 샘의 글을 읽으며, 불교철학과 명상에 반발짝 이끌려간 느낌입니다.

  • 2023-01-11 09:21

    담담하게 풀어나가는 요요님 글을 읽으며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다음 글도 기대합니다.
    저도 집단상담, MBTI, 애니어그램, 심성수련 같은 프로그램을 거쳐 위빳사나 수행을 만났어요.
    아직 갈 길이 너무 멀어요. 요요인 글 읽으며 저도 부지런히 정진해 나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2023-01-11 11:34

    아상을 깨기가 어렵다는 걸 매번 느낍니다. 일상에서 짧게라도 명상이던 영신수련이던 내관이던 자기를 들여다 볼 시간이 그래서 필요한 것 같습니다. 시간을 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 2023-01-11 12:15

    음, 제가 말입니다, 저 위의 두번째 단락에 있는 방하 어쩌구에 새벽마다 그 부부를 좇아갔었더랬습니다.
    음 지금 생각하면 제 발로 간 것 같지는 않고 아마 강제동원된 것 아닐까요? ㅎㅎㅎ
    그 때의 기억은 오로지 단 하나!! 새벽에 가서 내내 졸다 왔다는^^

    전, 언제쯤 명상에 제대로 입문할 수 있을지... 전 아침에 일어나면 명상 대신 요가 하거든요. ㅋㅋㅋㅋ
    저 방석을 나도 갖고 있으니 조만간? ㅎㅎㅎㅎ

  • 2023-01-11 14:30

    오, 집중명상이란 게 있군요, 열흘간~~~~ 명상한다고 앉아서 이후에 할일 체크했던 지난 캠프때의 내가 떠오르고.... 집중도 몸에 익히는 시간이 필요한 걸까요?

  • 2023-01-11 17:40

    요요샘의 글에서는 개인사가 거의 드러나지 않는데, 이 짧은 글에서는 몇 가지 사건이 눈에 띄네요^^ 전 그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 2023-01-11 18:09

    저도 한 때 아침 108배 루틴 만들려고 야침차게 절방석도 사고.. 예불 음원도 찾아보곤 했었는데ㅎㅎ 혼자서는 꾸준히가 안되더라고요.
    올해 요요쌤 명상 에세이 구독하고 불교학교 참여하면서 작고 꾸준한 영적 루틴을 만들고 싶어요!

  • 2023-01-11 20:53

    저두 봉옥생께 얻은 저 멋진 방석이 몇개나 있건만ᆢ
    이참에 꺼내놔 봐야겠어요. 그럼 앉을테고ᆢ 앉으면ᆢ ^^

  • 2023-01-21 10:22

    명상에 한동안 집중하고 기쁨도 덕도 보았는데 살만하면 놓아버리는 한 사람이네요. 꾸준히가 어려운 1인입니다. 여기 자주 찾아와서 영감과 힘을 얻어가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 2023-01-21 10:56

    요요님, 잘 지내시죠^^
    경덕님 에세이 타고 들어왔다가 요요님의 귀한 글까지 읽게 되었네요.
    저도 불경 공부랑 명상 수행에 관심 많은 일인이랍니다ㅎ

    나중에 한 번 찾아봴게요.

    주고 받는 덕담 속에 정이 넘치는 설 명절 보내세요^^

    • 2023-01-21 16:02

      오! 산책님, 반갑습니다!! 그러잖아도 경덕님의 글을 읽으면서 산책님을 생각했거든요.^^

  • 2023-01-24 22:40

    요요샘의 명상에 관한 글이 드디어 올라왔네요. 세미나발표때 얘기듣고 샘의 명상도 참 궁금했었는데 글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다음 글이 기대됩니다!^^

  • 2023-01-30 09:36

    "나를 괴롭힌 건 다름 아닌 내가 만든 아상(我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의식" 요 문구가 뇌리에 남네요.
    사주적으로 말하면 전 자의식이 굉장히 강한 사람이거든요. 내가 만든 아상에 갇힌 사람인거죠.
    알면서도 벗어나는게 참 힘들어요. 명상이 필요한 1인인데, 자꾸 미루게 되네요... 급한 사건이 저를 떠밀지 않았다는 반증이겠지만..
    이런 급조된 마음 말고 꾸준한 마음을 갖고 싶어지네요^^

('로봇이 아닙니다' 체크 필수)
정화와 임수의 좌충우돌 가족-되기
함께 살 결심 2023.1.30. 정화편 Designed by Cho-hui             (앞으로 꽃길만 걷고 싶은) 예) 백수 꿈나무 살림의료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 희망법/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한국성폭력상담소 후원회원 문탁에서는 주로 서양철학을 공부하며, 함께 공부하던 임수를 꼬드겨 '쫌 다른 가족-되기' 실험 중 용인 지역에 소박하게 꾸린 정임합목 양생하우스에서 앎과 삶에 관해 질문하며 살고 있다. 여성주의와 포스트 구조주의 공부로부터 이야기를 풀어내려 한다.      코비드 19와 자본주의적 욕망이 폭발한 2020년. 개인적으로는 경경경(庚庚庚) 병존 시절인연의 기운을 받아 중대한 결단과 자기변형을 했던 해였다. 공동체에서 공부하는 것은 퇴직 이후에나 가능할 줄 알았는데, 공부하다 만난 이와 심지어 함께 살고 있으니 말이다. 결단과 변형의 시작은 문탁네트워크 '2020 양생프로젝트' 이었으니... 부디 조심하시라. 아니 기대하시라. 문탁네트워크에서 공부하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나면, 샘들 옆에 찐 다른 인간(종)이 함께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2023 양생프로젝트가 궁금하시면, 클릭 ☛)  취약한 몸들의 연대와 돌봄사회 (1년과정/2학기) | 문탁네트워크   2023 양생프로젝트 포스터     이 글은 문탁에서 공부하다 만난 두 동학이 좌충우돌, 티격태격 꾸려가는 '정임합목* 양생하우스 가족' 이야기다. 1회는 태동편.   * 정임합목 : 사주팔자의 일간 정화(丁火)와 임수(壬水)가 만나 합화(合化) 목(木)이 되는 것으로, 우주의 기운이 새롭게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각각 정화와 임수 일간인 무사와 루틴은 어쩌다 만나 목이 되는 바람에 역동적이고 어설픈 초목의 기운으로 좌충우돌 하고 있다. (더 자세한 설명은 '임수편'에서 계속됩니다.)  혹 사주명리가 궁금하시다면, 현재 진행중인 사주명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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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 2023.01.30 조회 247
돼지를 만나러 갑니다
          경덕 새벽이생추어리 보듬이(2022. 7~). 난잡한 공부가 체질이라 여러 세미나와 워크숍을 유랑한다. 올해 문탁네트워크에서 주역, 불교, 돌봄을 키워드로 공부한다. 낮에는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친다.         돼지와 함께 춤을       목요일마다 새벽이를 만나러 간다. 알람소리에 잠이 깨면 현재 시간과 날씨를 확인한다.     am 5:00 / 대체로 흐림 / 기온 : - 9°     대충 세수만 하고 추위에 단단히 대비를 한다. 두꺼운 양말과 점퍼를 입고, 장갑, 마스크, 귀까지 덮는 방한 모자까지 눌러 쓴 후에야 집을 나선다. 가는 길에 카톡방에 올라온 지시 사항을 확인한다.     “기온이 많이 떨어졌네요. 지푸라기가 도착할 예정인데 새벽이 안방에 최대한 많이 넣어주세요!"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어둑어둑한 길을 따라 한참을 걷는다. 길 위에는 며칠 전에 내린 눈이 여전히 쌓여 있고, 이 길을 오고 갔을 사람들의 발자국이 남아 있다. 산 너머로 어슴푸레한 빛이 올라오고 반대쪽 하늘에는 달이 기울고 있다. 멀리서 닭 울음소리가 들린다. 농장에 도착하자마자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새벽이는 작은 인기척도 금새 알아챈다. 그리고 곧 울타리 너머로 익숙하고 반가운 소리가 들려온다.     걸걸걸…! 걸...걸...! 걸걸걸걸...!             새벽이는 내가 만나는 돼지의 이름이다. 걸걸걸...! 이 소리는 새벽이의 말소리(꿀꿀꿀...이 아니다!)다. 만나면 반갑다고 걸걸걸, 배고프면 밥 달라고 걸걸걸, 헤어질 땐 또 만나요 걸걸걸. 그때마다 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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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덕 2023.01.20 조회 336
현민의 독국유학기
              글쓴이 현민 친구들과 함께 동천동의 책방 우주소년을 운영했습니다. 서점을 운영하며 스쿨미투집 <밀려오는 파도 막을수는 없다> 1권과 같은 이름의 공동체 탐구집 2권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독일에서 삽니다. 사진에서 가장 귀엽게 웃고있는 사람.       독일 도착기       나는 서점을 떠났다. 그리고 독일에 왔다.   지극히 사실인 이 문장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내가 정말 충동적으로 떠났으므로. 작고, 지역적이고, 미시적인 이야기들을 다루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던 나는 서점을, 동천동을 왜 떠났을까? 한국을 왜 떠났을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그곳에 두고, 스스로 멀어지기를 선택한 것은 왜일까? 등의 스스로 피어오르는 질문들에 마땅히 대답이 될 이야기들을 지금은 쓸 수가 없다.   독일이라는 나라가 나에게 멀게 느껴지진 않았다.  부모가 공부하고 결혼해 기억나지 않는 어린 시절을 보냈던 나라. 영국이나 미국보다 비교적 유학에 돈을 많이 쓰지 않을 수 있는 복지 좋다는 나라. 페미니즘 문화의 이삼십대 언니들이 많이 유학하고 취업하는 나라.   사람 사는 곳에는 언제나 문제가 있는 거라고, 대안학교를 다닐 적에 슬퍼하던 내게 부모가 해줬던 말을 기억한다. 독일이라는 땅을 한국과 비교해 대체지나 종착지, 환상의 세계로 여기지는 않을 거다. 백인들의 땅, 니네가 얼마나 잘났냐 하는 마음과 모든 것을 선과 악으로 구분할 수 없다는 걸 오랜 시간 배워왔으니 말이다. 최악과 최선을 내가 떠나온 곳에서 모두 느꼈던 것 같다. 새로운 세상에...
              글쓴이 현민 친구들과 함께 동천동의 책방 우주소년을 운영했습니다. 서점을 운영하며 스쿨미투집 <밀려오는 파도 막을수는 없다> 1권과 같은 이름의 공동체 탐구집 2권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독일에서 삽니다. 사진에서 가장 귀엽게 웃고있는 사람.       독일 도착기       나는 서점을 떠났다. 그리고 독일에 왔다.   지극히 사실인 이 문장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내가 정말 충동적으로 떠났으므로. 작고, 지역적이고, 미시적인 이야기들을 다루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던 나는 서점을, 동천동을 왜 떠났을까? 한국을 왜 떠났을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그곳에 두고, 스스로 멀어지기를 선택한 것은 왜일까? 등의 스스로 피어오르는 질문들에 마땅히 대답이 될 이야기들을 지금은 쓸 수가 없다.   독일이라는 나라가 나에게 멀게 느껴지진 않았다.  부모가 공부하고 결혼해 기억나지 않는 어린 시절을 보냈던 나라. 영국이나 미국보다 비교적 유학에 돈을 많이 쓰지 않을 수 있는 복지 좋다는 나라. 페미니즘 문화의 이삼십대 언니들이 많이 유학하고 취업하는 나라.   사람 사는 곳에는 언제나 문제가 있는 거라고, 대안학교를 다닐 적에 슬퍼하던 내게 부모가 해줬던 말을 기억한다. 독일이라는 땅을 한국과 비교해 대체지나 종착지, 환상의 세계로 여기지는 않을 거다. 백인들의 땅, 니네가 얼마나 잘났냐 하는 마음과 모든 것을 선과 악으로 구분할 수 없다는 걸 오랜 시간 배워왔으니 말이다. 최악과 최선을 내가 떠나온 곳에서 모두 느꼈던 것 같다. 새로운 세상에...
현민 2023.01.15 조회 367
요요의 월간명상
        요요 문탁에서 불교와 철학을 공부하고 있다. 불교 공부도 철학 공부도 이제부터 시작이다. 앞으로 10년은 불교세미나를 계속 함께 할 친구들을 찾고 있다. 불교를 공부하는데 철학공부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나이듦연구소의 활동을 통해 친구들과 함께 존엄하게 늙는 길을 찾고 싶다. 명상적 삶, 일상의 영성, 공동체와 영성, 나이듦과 영성이 풀어야 할 화두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쩌다 명상에 입문했나     아침 6시 20분에 눈을 떴다. 자동적으로 핸드폰으로 손이 간다. 카톡이 여러 개 와 있다. 어제 저녁 자기 전에 침대에 앉아 명상할 때 까톡까톡하는 소리가 들렸다는 게 그제서야 기억이 난다. 자기 전에 잠깐이라도 명상을 하면 진짜 잠이 잘 온다. 어젯밤에도 명상 덕분에 아무 생각 없이 스르륵 잠이 들었나 보다. 카톡을 읽기 위해 더듬더듬 돋보기를 찾다가 이건 아니지 싶어 멈추었다. 카톡을 읽다 보면 또 다른 연관 검색어들을 찾아 인터넷 세상 어디를 헤매게 될 지 모르기 때문이다. 벌떡 일어나서 옷을 챙겨입고 작은 방으로 가서 명상 방석 위에 앉았다. 나의 아침 루틴이다. 아침마다 명상을 시작한 게 2019년 초부터이니 4년을 꽉 채웠나보다. 늦잠을 자거나 바쁜 일이 있으면 명상을 건너뛰는 날도 많다. 하지만 4년전부터 어쨌든 가능한 매일 명상을 하는 것을 일과로 삼고 있다. 밥먹을 때 먹을까 말까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매일같이 꾸준히 명상하는 게 나의 목표다.   봉옥샘에게 얻은 나의 명상방석   부처님이 가르친...
        요요 문탁에서 불교와 철학을 공부하고 있다. 불교 공부도 철학 공부도 이제부터 시작이다. 앞으로 10년은 불교세미나를 계속 함께 할 친구들을 찾고 있다. 불교를 공부하는데 철학공부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나이듦연구소의 활동을 통해 친구들과 함께 존엄하게 늙는 길을 찾고 싶다. 명상적 삶, 일상의 영성, 공동체와 영성, 나이듦과 영성이 풀어야 할 화두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쩌다 명상에 입문했나     아침 6시 20분에 눈을 떴다. 자동적으로 핸드폰으로 손이 간다. 카톡이 여러 개 와 있다. 어제 저녁 자기 전에 침대에 앉아 명상할 때 까톡까톡하는 소리가 들렸다는 게 그제서야 기억이 난다. 자기 전에 잠깐이라도 명상을 하면 진짜 잠이 잘 온다. 어젯밤에도 명상 덕분에 아무 생각 없이 스르륵 잠이 들었나 보다. 카톡을 읽기 위해 더듬더듬 돋보기를 찾다가 이건 아니지 싶어 멈추었다. 카톡을 읽다 보면 또 다른 연관 검색어들을 찾아 인터넷 세상 어디를 헤매게 될 지 모르기 때문이다. 벌떡 일어나서 옷을 챙겨입고 작은 방으로 가서 명상 방석 위에 앉았다. 나의 아침 루틴이다. 아침마다 명상을 시작한 게 2019년 초부터이니 4년을 꽉 채웠나보다. 늦잠을 자거나 바쁜 일이 있으면 명상을 건너뛰는 날도 많다. 하지만 4년전부터 어쨌든 가능한 매일 명상을 하는 것을 일과로 삼고 있다. 밥먹을 때 먹을까 말까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매일같이 꾸준히 명상하는 게 나의 목표다.   봉옥샘에게 얻은 나의 명상방석   부처님이 가르친...
요요 2023.01.10 조회 382
기린의 걷다보면
  해가 바뀌었다. 작년에는 일요일에 세미나를 하느라 둘레길 걷기를 거의 못했다. 약국 휴무인 월요일에 걸으면 되지 않냐 묻는 친구가 있었다. 경험에 비추어보면 대부분의 둘레길은 북적이는 등산로 등과 연결된 지점을 지나면 일요일에도 한산한 편이다. 월요일이면 드물 것이다. 그래서 혼자 둘레길을 걷는다면 휴일이 그나마 안전할 것이라 생각했다. 둘레길 안전 수칙에도 나와 있다. 가급적 2인 이상 동행하시오. 나는 가급적, 일요일에 걷기로 나만의 수칙을 정했다. 1월 1일은 마침 일요일이었고, 며칠 전부터 다시 둘레길을 걸을 수 있도록 몸 상태를 보살폈다.        공동체에 온 후 걸어서 출근하게 되면서 탄천을 내내 걸었다. 그러다 휴일이면 집 주변에 연결된 탄천을 걷다가 ‘영남길’이라는 표지판을 보게 되었다. 검색을 해보니, 조선 시대 한양에서 시작해서 전국으로 총 6개의 간선 도로망이 갖추어져 있었다고 한다. 그 길을 다시 복원해 ‘경기 옛길’이라 지정했고, 영남길은 한양에서 용인을 거쳐 부산까지 이어진 영남대로의 일부를 복원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도 나있던 길이라고? 십 세기 후반에서 이십 세기 초반이 단번에 연결되었다. 계절의 변화 정도밖에 보이지 않던 탄천 길에 낯선 이가 걷고 있었다. 괴나리봇짐에 패랭이를 쓴 모습이었다. 저 이는 어디를 향해 무슨 일을 보러 갈까, 나는 하릴없이 휴일을 어슬렁대는 중인데. 물론 상상이다. 하지만 그런 상상은 시간을 거스르고 공간을 전환시키면서 나와 세계를 연결시켰다. 더 찾아보니 경기도에만도 옛길을 넘어 둘레길로 숲을, 갯가를, 물길을 연결시켜 조성되어 있었다. 그 길들에는 또 어떤 상상이 잠재해 있을까. 내...
  해가 바뀌었다. 작년에는 일요일에 세미나를 하느라 둘레길 걷기를 거의 못했다. 약국 휴무인 월요일에 걸으면 되지 않냐 묻는 친구가 있었다. 경험에 비추어보면 대부분의 둘레길은 북적이는 등산로 등과 연결된 지점을 지나면 일요일에도 한산한 편이다. 월요일이면 드물 것이다. 그래서 혼자 둘레길을 걷는다면 휴일이 그나마 안전할 것이라 생각했다. 둘레길 안전 수칙에도 나와 있다. 가급적 2인 이상 동행하시오. 나는 가급적, 일요일에 걷기로 나만의 수칙을 정했다. 1월 1일은 마침 일요일이었고, 며칠 전부터 다시 둘레길을 걸을 수 있도록 몸 상태를 보살폈다.        공동체에 온 후 걸어서 출근하게 되면서 탄천을 내내 걸었다. 그러다 휴일이면 집 주변에 연결된 탄천을 걷다가 ‘영남길’이라는 표지판을 보게 되었다. 검색을 해보니, 조선 시대 한양에서 시작해서 전국으로 총 6개의 간선 도로망이 갖추어져 있었다고 한다. 그 길을 다시 복원해 ‘경기 옛길’이라 지정했고, 영남길은 한양에서 용인을 거쳐 부산까지 이어진 영남대로의 일부를 복원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도 나있던 길이라고? 십 세기 후반에서 이십 세기 초반이 단번에 연결되었다. 계절의 변화 정도밖에 보이지 않던 탄천 길에 낯선 이가 걷고 있었다. 괴나리봇짐에 패랭이를 쓴 모습이었다. 저 이는 어디를 향해 무슨 일을 보러 갈까, 나는 하릴없이 휴일을 어슬렁대는 중인데. 물론 상상이다. 하지만 그런 상상은 시간을 거스르고 공간을 전환시키면서 나와 세계를 연결시켰다. 더 찾아보니 경기도에만도 옛길을 넘어 둘레길로 숲을, 갯가를, 물길을 연결시켜 조성되어 있었다. 그 길들에는 또 어떤 상상이 잠재해 있을까. 내...
기린 2023.01.05 조회 292
정화와 임수의 좌충우돌 가족-되기
    2년 여 전 정화와 임수는 [정임합목 양생하우스]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2020년 양생 프로젝트 세미나 '자기배려 테크네'의 생활 접목 프로젝트의 일환이었지요. 우리 각자는 '성격도 저만하면 원만한 것 같고 각각 숟가락 하나 씩이었던 걸 숟가락 두 개로 합치는 건데 뭐 그리 달라지겠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이 무슨 오판을 넘어 오만이었을까요? 저희는 어제도 오늘도 그러했듯이 아마 내일도 꾸준히 좌충우돌, 티격태격, 매일을 다채롭게 '파일럿'의 경계 위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을 겁니다.ㅎㅎ ​ 지난 글에서 예고했다시피 지금은 이사준비가 한창입니다. 사실 이사는 8월말경 할 생각이라 아직 두 달이나 남았지만, 입주예정인 아파트가 15년차이다보니 여기저기 손볼 데가 있더라고요. 어지간하면 그냥 살려고 했는데 말이죠ㅎㅎ 그래도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환경호르몬을 덜 내뿜자는데는 의기투합하여 도배, 바닥, 싱크대를 교체하는 정도로 인테리어 작업 규모는 정리되었습니다.(에고~ 지난한 과정ㅜㅜ) ​ 5월이 되고 코로나 19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저희도 사회생활 스위치를 비시즌에서 시즌으로 전환했습니다. 2년 동안 유예했던 지인 모임에 나가 근황을 나누려니, 자연스레 [정입합목 양생하우스]를 설명해야했고요. ​   ​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나 <외롭지 않을 권리>를 읽었음직한 지인에게는 책의 내용으로 대신 답할 수도 있었습니다. 이 책들과 그리 접점이 없는 분들은 그냥 '경제공동체'라고 설명하니 걍 바로 이해하거나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잘했네'를 넘어 '힙하다'라는 반응까지ㅋㅋ ​ 이참에 이사를 계기로 [정입합목 양생하우스]에서 [정임'힙'목 양생하우스]로 거듭나볼까요?ㅎㅎ ​ 본격적인 이사준비기는 다음 편에(떡밥 전문!) ​
    2년 여 전 정화와 임수는 [정임합목 양생하우스]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2020년 양생 프로젝트 세미나 '자기배려 테크네'의 생활 접목 프로젝트의 일환이었지요. 우리 각자는 '성격도 저만하면 원만한 것 같고 각각 숟가락 하나 씩이었던 걸 숟가락 두 개로 합치는 건데 뭐 그리 달라지겠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이 무슨 오판을 넘어 오만이었을까요? 저희는 어제도 오늘도 그러했듯이 아마 내일도 꾸준히 좌충우돌, 티격태격, 매일을 다채롭게 '파일럿'의 경계 위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을 겁니다.ㅎㅎ ​ 지난 글에서 예고했다시피 지금은 이사준비가 한창입니다. 사실 이사는 8월말경 할 생각이라 아직 두 달이나 남았지만, 입주예정인 아파트가 15년차이다보니 여기저기 손볼 데가 있더라고요. 어지간하면 그냥 살려고 했는데 말이죠ㅎㅎ 그래도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환경호르몬을 덜 내뿜자는데는 의기투합하여 도배, 바닥, 싱크대를 교체하는 정도로 인테리어 작업 규모는 정리되었습니다.(에고~ 지난한 과정ㅜㅜ) ​ 5월이 되고 코로나 19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저희도 사회생활 스위치를 비시즌에서 시즌으로 전환했습니다. 2년 동안 유예했던 지인 모임에 나가 근황을 나누려니, 자연스레 [정입합목 양생하우스]를 설명해야했고요. ​   ​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나 <외롭지 않을 권리>를 읽었음직한 지인에게는 책의 내용으로 대신 답할 수도 있었습니다. 이 책들과 그리 접점이 없는 분들은 그냥 '경제공동체'라고 설명하니 걍 바로 이해하거나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잘했네'를 넘어 '힙하다'라는 반응까지ㅋㅋ ​ 이참에 이사를 계기로 [정입합목 양생하우스]에서 [정임'힙'목 양생하우스]로 거듭나볼까요?ㅎㅎ ​ 본격적인 이사준비기는 다음 편에(떡밥 전문!) ​
관리쟈 2022.12.28 조회 138
돼지를 만나러 갑니다
    07:00 am. 새벽이 아침 돌봄을 가는 날. 집에서 새벽 5시에 기상, 새벽이생추어리 7시 도착! 새벽이의 겨울 아침 식단은 이렇다. 호박, 서리태, 보리, 브라질너트, 찐고구마, 미강 섞은 물! 그리고 간식으로 덩굴잎이나 낙엽을 모아서 준다. 새벽이는 식단 조절이 중요하다. 너무 무거워지면 다리가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 영양을 보충하면서도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활동가들이 고심해서 정한 식단이지만 새벽이의 허기를 달래기엔 많이 부족하다. 농장 입구를 들어갈 때 들리는 작은 인기척에도 밥 달라는 듯 큰 소리로 울어댄다.         11:00 am. 공복으로 돌봄을 하고 나면 무척 배고프지만, 근처에 아침 장사를 하는 식당이 없어서 다시 집까지 돌아와야 한다. 오는 길에 고깃집이 보인다. 간판에 있는 돼지가 해맑게 웃고있다. 집 근처 정육점에는 돼지 가족 피규어를 세워놓았다. 보통은 무심코 지나다니지만 볼수록 기이하고(기괴한?) 아이러니한 장면이다. 집에는 카레를 해 먹으려고 사놓은 감자, 당근, 양파, 팽이 버섯이 있지만 요리할 힘이 없다. 오다가 반찬가게에서 된장찌개와 야채전을 포장해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간단히 조리를 하고 냉동밥을 해동해서 점심에 가까운 아침(아침에 가까운 점심인가?)을 먹었다.          5:00 pm. 저녁에 미학세미나가 있는 날. 여의도 카페꼼마에서 열리는 단체전에 참샘의 그림이 전시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고 오늘 세미나는 바로 그 장소에서 하기로 했다. 세미나 전에 우리는(참샘, 우현님, 동은님, 경덕) 동은님이 소개한 중국집에서 만나 저녁을 먹었다. 비건 메뉴판이 따로 있는 곳이어서 (생각해보니 올해 기후정의행진에 다같이...
    07:00 am. 새벽이 아침 돌봄을 가는 날. 집에서 새벽 5시에 기상, 새벽이생추어리 7시 도착! 새벽이의 겨울 아침 식단은 이렇다. 호박, 서리태, 보리, 브라질너트, 찐고구마, 미강 섞은 물! 그리고 간식으로 덩굴잎이나 낙엽을 모아서 준다. 새벽이는 식단 조절이 중요하다. 너무 무거워지면 다리가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 영양을 보충하면서도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활동가들이 고심해서 정한 식단이지만 새벽이의 허기를 달래기엔 많이 부족하다. 농장 입구를 들어갈 때 들리는 작은 인기척에도 밥 달라는 듯 큰 소리로 울어댄다.         11:00 am. 공복으로 돌봄을 하고 나면 무척 배고프지만, 근처에 아침 장사를 하는 식당이 없어서 다시 집까지 돌아와야 한다. 오는 길에 고깃집이 보인다. 간판에 있는 돼지가 해맑게 웃고있다. 집 근처 정육점에는 돼지 가족 피규어를 세워놓았다. 보통은 무심코 지나다니지만 볼수록 기이하고(기괴한?) 아이러니한 장면이다. 집에는 카레를 해 먹으려고 사놓은 감자, 당근, 양파, 팽이 버섯이 있지만 요리할 힘이 없다. 오다가 반찬가게에서 된장찌개와 야채전을 포장해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간단히 조리를 하고 냉동밥을 해동해서 점심에 가까운 아침(아침에 가까운 점심인가?)을 먹었다.          5:00 pm. 저녁에 미학세미나가 있는 날. 여의도 카페꼼마에서 열리는 단체전에 참샘의 그림이 전시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고 오늘 세미나는 바로 그 장소에서 하기로 했다. 세미나 전에 우리는(참샘, 우현님, 동은님, 경덕) 동은님이 소개한 중국집에서 만나 저녁을 먹었다. 비건 메뉴판이 따로 있는 곳이어서 (생각해보니 올해 기후정의행진에 다같이...
관리쟈 2022.12.28 조회 115
기린의 걷다보면
    올해 초 인문약방 활동의 확장으로 일리치 약국을 열었다. 상담을 주로 하는 약국에서 한약처방전일 경우 계량하고 달이고 포장하는 일 등을 내가 맡기로 했다. 약국 영업시간인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매일 오전 열 시부터 저녁 일곱 시까지 근무시간도 정해졌다. 이십 대 초반에 정규직으로 일했던 이십 개월 이후 삼십 여년 만에 다시 사대보험이 되는 정규직에 취업을 한 셈이다. 약국을 개업하기 이전에도 대부분 열시 전에 공동체 안에 있는 공부방으로 출근했다. 밥벌이는 물론 공동체에서 벌이는 다종다양한 일에 연루되어 정신없이 보내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 그러다보니 시간은 모자라고 세미나 준비는 미흡해서 전전긍긍하기 일쑤였다.     약국으로 출근하게 되면서 아홉 시간의 근무시간이 정해졌다. 약국의 일상과 인문약방의 활동, 세미나 공부 등으로 활용해야 했다. 출근해서 닥치는 일부터 해내다보면 책 한번 펼쳐보지 못하고 퇴근시간을 맞았다. 게다가 약국이 있는 파지사유는 에코와 관련 활동이 펼쳐지고 용기내 가게가 열려 있고 약국에 용무가 있는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공간이었다. 여기서 공부방에서처럼 책을 읽는 일은 그야말로 미션임파서블이었다. 공간을 함께 쓰는 친구들과 공부 좀 하자, 공부만 하는 공간이 아니다 등등 언쟁까지 붙으니 피곤이 점점 가중되었다. 환경이 바뀌었는데도 몸은 여전히 예전 공부방의 환경을 원했다. 더구나 그 시절에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여겼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니 왜 이러고 사는지 나 자신한테 불쑥불쑥 짜증이 치솟기도 했다. 그렇게 정념에 휩싸이면 일상에서의 집중력은 더 떨어졌다.     예전이라면 해야 할 일을 끝내면 공부방에 자리...
    올해 초 인문약방 활동의 확장으로 일리치 약국을 열었다. 상담을 주로 하는 약국에서 한약처방전일 경우 계량하고 달이고 포장하는 일 등을 내가 맡기로 했다. 약국 영업시간인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매일 오전 열 시부터 저녁 일곱 시까지 근무시간도 정해졌다. 이십 대 초반에 정규직으로 일했던 이십 개월 이후 삼십 여년 만에 다시 사대보험이 되는 정규직에 취업을 한 셈이다. 약국을 개업하기 이전에도 대부분 열시 전에 공동체 안에 있는 공부방으로 출근했다. 밥벌이는 물론 공동체에서 벌이는 다종다양한 일에 연루되어 정신없이 보내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 그러다보니 시간은 모자라고 세미나 준비는 미흡해서 전전긍긍하기 일쑤였다.     약국으로 출근하게 되면서 아홉 시간의 근무시간이 정해졌다. 약국의 일상과 인문약방의 활동, 세미나 공부 등으로 활용해야 했다. 출근해서 닥치는 일부터 해내다보면 책 한번 펼쳐보지 못하고 퇴근시간을 맞았다. 게다가 약국이 있는 파지사유는 에코와 관련 활동이 펼쳐지고 용기내 가게가 열려 있고 약국에 용무가 있는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공간이었다. 여기서 공부방에서처럼 책을 읽는 일은 그야말로 미션임파서블이었다. 공간을 함께 쓰는 친구들과 공부 좀 하자, 공부만 하는 공간이 아니다 등등 언쟁까지 붙으니 피곤이 점점 가중되었다. 환경이 바뀌었는데도 몸은 여전히 예전 공부방의 환경을 원했다. 더구나 그 시절에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여겼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니 왜 이러고 사는지 나 자신한테 불쑥불쑥 짜증이 치솟기도 했다. 그렇게 정념에 휩싸이면 일상에서의 집중력은 더 떨어졌다.     예전이라면 해야 할 일을 끝내면 공부방에 자리...
관리쟈 2022.12.28 조회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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