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 아찔한 동거

경덕
2023-05-10 23:41
499

 

 

 

 

경덕

새벽이생추어리 보듬이(2022. 7~).

난잡한 공부가 체질이라 여러 세미나와 워크숍을 유랑한다.

올해 문탁네트워크에서 주역, 불교, 돌봄을 키워드로 공부한다.

낮에는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친다.

 

 

 

아찔한 동거
 
 
어느 날 새벽이생추어리에서 정체불명의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돌봄 일지에도 같은 소리를 들었다는 보듬이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울음소리는 한 두 명이 내는 소리가 아니었다. 아주 많은 인원들이 호롤ㄹㄹ- 호롤로ㄹㄹ- 하며 웃는 건지, 우는 건지 알 수 없는 소리를 쉬지 않고 내고 있었다. 소리의 근원지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저쪽에서 무언가 폴짝 뛰는 움직임이 보였다. (헉..!)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천천히 다가갔다. 어둡고 축축해 보이는 무언가가 땅에 납짝 엎드려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저.. 저기요?) 손을 내밀어 꽁무니를 슬쩍 건드리니까, 폴짝!
 
 
새벽이생추어리에 개구리가 나타났다. 경칩이 지나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날 시기였다. 올해 경칩은 3월 6일이고 내가 개구리 소리를 들은 날은 3월 9일이었다. 겨울잠에서 깨어난지 며칠밖에 안 된 날이었다. 개구리는 특히 겨울잠을 깊이 자는 동물이다. 곰의 경우엔 겨울잠 중간에 깨기도 하는데, 개구리는 심장박동과 호흡이 거의 멎는 가사 상태로 겨울을 보낸다고 한다. 말 그대로 죽은 듯이 자다가 봄이 되어서야 잠에서 깨는 것이다. 요즘은 온난화 때문에 너무 일찍 잠에서 깼다가 갑작스런 추위에 얼어 죽는 개구리가 많다고 한다. 제때 개구리 소리를 듣는 건 점점 귀한 일이 되고 있다.
 
호롤ㄹㄹ- 호롤로ㄹㄹㄹ- ( >경칩 개구리 소리!) 그날 들은 개구리 울음 소리는 논밭에서 익숙하게 들어온 경쾌하고 속이 꽉 찬 소리가 아니었다. 약간 흐물거리는 소리랄까? 근데 깊은 잠을 자다가 이제 막 깨어난 상태라면 그런 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목이 아직 덜 풀린 상태에서 기쁨에 겨운 나머지 ‘나 무사히 깨어났다~’, ‘너도?’,  ‘응! 너도?’ ‘이얏호~~’  하며 친구들과 자축하는 소리 같기도 했다. 
 
사방에서 끊이지 않는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으며 돌봄 활동을 시작했다. 밥을 주고나서 물을 가득 담은 물조리개를 들고 새벽이 물그릇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멀리서 걸걸걸 소리를 내며 새벽이가 뛰어왔다. 나는 물조리개 주둥이를 물그릇에 잘 조준해서 물을 세차게 부었다. 그때! 또 다른 개구리가 물그릇 안에서 폴짝 뛰어올랐다. 개구리는 하늘에서 갑자기 쏟아지는 물벼락을 맞고 깜짝 놀란 모양이었다. 나도 놀라서 바로 물주기를 멈췄다. 개구리는 도망치려고 폴짝 폴짝 뛰어오르는데 물그릇 높이가 높아서 계속 미끄러졌다. 그런 상황도 모르고 새벽이는 정신 없이 물을 들이키고 있었다! 새벽이가 물을 마시는 속도는 상상 이상이다. 마치 모터 달린 펌프로 물을 빨아들이는 것 같다. 나는 혹시라도 새벽이가 개구리를 삼키거나 무는 건 아닌지 조마조마했다. 손을 뻗어보았지만 개구리는 내 손에 닿지 않았다. 물을 마시고 있는 새벽이는 도무지 멈출 생각이 없어보였다. 나는 잠시 지켜보다가 다른 쪽 입구로 가서 새벽이를 간식으로 유인했다. 다행히 물보다 간식이 우선인 새벽이가 다른 쪽으로 이동했다. 그 틈에 물그릇 가까이 가서 개구리의 생사를 확인했는데 다행히 그 안에 무사히 있었다. 계속 뛰어오르다가 지쳤는지 가만히 물 속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나는 안도하며 물 밖으로 얼굴만 빼꼼히 내밀고 있는 개구리를 잡아 울타리 너머로 놓아주었다.
 
긴 잠에서 깨자마자 봉변을 당했다면 억울해서 어쩔뻔?
 
 
 
깨어나는 시간
 
“경칩은 만물이 약동하는 시기로, 움츠려 지냈던 겨울이 끝나고 새로운 생명력이 소생하는 절기이다.” - 한국세시풍속사전
 
“이월에는 식물의 싹을 보호하고 어린 동물을 기르며 고아들을 보살펴 기른다.”
- 『예기(禮記)』 「월령(月令)」
 
개구리만 잠에서 깨어난 것은 아니었다. 새벽이생추어리의 비인간 존재들은 겨울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봄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수와 경칩이 지나고 날이 따뜻해지자 그들은 적당한 때에 맞춰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무채색에 가까웠던 풍경이 서서히 초록 빛으로 물들었다. 앙상했던 나뭇가지에 새싹이 피어나고, 갈색 땅 위로 작은 생명이 올라왔다. 낮이 밤보다 길어지기 시작하는 춘분(3/21)이 지나면서 아침 해도 일찍 떠올랐다. 겨울에는 깜깜한 새벽에 지지 않은 달을 보며 아침 돌봄을 가야 했는데 이제는 집을 나설 때부터 환해서 새벽이생추어리에 가서도 랜턴을 켤 필요가 없다. 어느 날엔 평소보다 새벽이생추어리에 가는 길이 더 밝은 것 같았다. 길 옆에서는 무언가 반짝이고 있었다. 가까이 들여다보니 풀잎 위에 이슬이 맺혀 있었다. 마디마다 동글 동글 맺혀 있는 물방울들이 빛을 반사하며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날씨가 가장 좋다는 청명(4/5)을 지나서는 쇠뜨기가 올라왔다. 쇠뜨기는 새벽이가 즐겨 먹는 야생 식물 중 하나이다. 환삼덩굴, 돼지풀, 칡잎, 곰마리, 쇠뜨기는 새벽이의 최애 간식이다. 이제 새벽이는 식후에 간식 시간을 추가로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새벽이의 식사 루틴은 메인 식사 > 미강 물 > 간식 타임 > 루팅 > 식물 채취 코스로 풍성해졌다. “청명에는 부지깽이만 꽂아도 싹이 난다”라는 말이 있다. 새벽이는 이제 매일 땅에서 새롭게 올라오는 식물들을 탐색하고 마당을 산책하며 중간 중간 허기를 달랠 수 있다. 곡우(4/20)가 지나서는 며칠 간격으로 비가 많이 내렸다.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면 새 생명들이 기름진 땅에서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여름이 가까워지면 온갖 식물들이 새벽이생추어리를 뒤덮는다. 새벽이생추어리에 새로운 생명들이 등장하면서 새벽이와 잔디의 움직임도 가벼워졌다. 겨울에는 언 땅을 밟으며 조심 조심 움직여야 했는데 이제는 부드러운 땅 위를 성큼 성큼 걷고, 뛰며 마음껏 몸을 놀리고, 한껏 움직이고 나면 흙바닥 위에 누워 한가롭게 봄볕을 쬔다.
 
 
 
아찔한 동거
 
어느 순간부터 개구리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을까? 어딘가 숨어서 조용히 지내고 있을까? 그 때 내가 본 개구리들은 무사할까? 개구리는 더이상 보이지 않았지만 그들의 2세들이 등장했다. 새벽이 집 마당에 있는 개울과 웅덩이에 개구리 알이 많이 보였다. 작고 검은 알들이 여기 저기 빼곡했다. 개울물이나 웅덩이 물은 날이 가물면 마르기도 하고 비가 오면 불어나기도 한다. 어느 날에는 바짝 마른 흙 위에 점점이 밖힌 검은 알갱이 사진이 일지에 올라왔다.
 
   새벽이 마당 한 부분이 이렇게 되어 있었어요.. 이 검은 알갱이들.. 뭘까요? 
   검은 알갱이... 개구리 알이지 않을까요?
   아.. 개구리 알일 수 있겠네요..! 아이구 어쩌다가 저 곳에 ㅠㅠ
 
생명력이 소생하는 절기에도 무언가는 죽고 부패한다. 흙은 죽은 것과 산 것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안에 서식하는 균류가 사체에 생명을 부여한다고, 린 마굴리스는 말한다. 그녀는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존재의 창조적 행위를 칭송한다. 
 
"동물이 죽으면 균류는 죽은 동물에게 자연의 묘지를 허락한다. 균류를 통해 사체는 풀이나 나무의 거름이 된다. (...) 이것은 사후 영혼이 다른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는 동양의 윤회설을 떠올리게 한다. 균류는 물질의 윤회를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 균류는 많은 보완적인 성과 난잡하게 유성생식을 하고, 뚜렷한 경계 없이 아무 곳에서나 자란다. (...) 창조하는 동시에 파괴하고, 유인하는 동시에 밀어내고, 착수하는 동시에 전복하는 그들은 대지의 일부이다." (생명이란 무언인가, 린 마굴리스/도리언 세이건)
 
얼마 후에는 무사히 부화한 올챙이들이 개울물과 웅덩이에 가득 찼다. 새벽이가 개울 근처로 가서 움직이니까 가만히 있던 올챙이들이 이리 저리 헤엄치며 꼬물거렸다. 새벽이가 개울 위로 머리를 내밀면 새벽이 머리 모양으로 동그랗게 대열을 형성하기도 했다. 새벽이가 개울 근처에서 오줌을 누면 작은 물길이 만들어지고 오줌-물은 개울쪽으로 졸졸졸 흘러간다. 새벽이의 오줌이 올챙이의 세계에 어떤 영향을 줄까? 개울을 점령한 올챙이들을 보며 새벽이는 무슨 생각을 할까? 
 
 
새벽이, 잔디, 개구리, 올챙이, 쇠뜨기, 균류, 그리고 인간 ..... 어쩌면 서로가 그리 달갑지 않을 때도 있을테지만 대지의 거주자들은 자연계의 오묘한 법칙에 따라, 균류가 주도하는 '물질의 윤회'에 참여하고,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현장 속에서, 아찔한 동거를 지속한다.
 
 
여름의 시작
 
“입하 초후에는 땅강아지와 청개구리가 운다. 이후에는 지렁이가 나온다. 삼후에는 왕과가 생한다.“
『국역 유경도익 운기편』, 김은하 편역
 
입하(5/6)가 지났고, 절기에 따르면 개구리 울음 소리가 곧 다시 울려 퍼질 거라고 한다. 입하의 개구리는 경칩의 개구리와 달리 양기가 충만해지고 생식욕구가 높아져 목청이 대단하다고 한다. 비오는 날엔 지렁이가 흙 밖으로 나와 꿈틀댈 것이다. 작고 귀엽던 새싹들이 폭풍 성장하여 새벽이생추어리를 에워쌀 것이다.
 
양기의 힘으로, 여름의 비인간들이 몰려오고 있다.
 
 

 
 
- 새벽이생추어리 이사 후원  https://box.donus.org/box/dawnsanctuary/moving_project
- 겨울잠 일찍 깬 개구리 동사…온난화 탓에 생태계 '뒤죽박죽' https://m.mbn.co.kr/news/society/4905447
- 김동철·송혜경,『절기서당』, 북드라망
- 린 마굴리스·도리언 세이건,『생명이란 무엇인가』, 리수
 
댓글 10
  • 2023-05-11 06:36

    와, 조타!!

  • 2023-05-11 10:29

    절기따라 달라지고 많은 비인간생명들이 동거하는 새벽이생추어리가 활발발하네요^^
    여름절기의 그곳은 또 어떨지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 2023-05-11 10:38

    개구리, 새벽이, 개구리알까지는 따라가겠는데 균류, 잔디, 쇠뜨기는 자주 보지 않아서 상상이 힘드네요. 경덕님 덕분에 균류, 잔디, 쇠뜨기 상상해봅니다.

  • 2023-05-11 12:24

    ''양기의 힘으로, 여름의 비인간들이 몰려오고 있다."
    이 부분에서 빵터졌어요~~! 읽기만 했는데도 기분이 좋아지네요~!!

  • 2023-05-11 15:09

    어른들이 읽는 동화 같아욤^^

  • 2023-05-11 16:48

    ㅋ '아찔한'에서 풍기는 감각.... 인간의 인식이 담겨있어 그럴까요? "창조하는 동시에 파괴"로 보는 자연에서 비인간의 탄생을 표현할 감각을 상상하며 읽게 되네요^^ ㅋ

  • 2023-05-12 17:30

    가끔 좋은 글 보면 이마 탁치면서 아 이걸 내가 썼어야 되는데 싶은 때가 오는데 이번글 좀 질투나요 내가 썼어야 되는데
    너무 조타

  • 2023-05-14 21:28

    새벽이 덕에 절기를 더 절실하게 느끼며 살 수 있게 되는 것 같네요~ ^^
    쇠뜨기에 맺힌 이슬이 정말 “영롱”합니다!!!

  • 2023-05-15 07:31

    아, 정말이지 함께 살아있다는 느낌, 생명의 약동이 느껴지는군요!!
    이런 느낌, 정말 오랜만이에요..ㅎ

  • 2023-05-16 18:32

    새벽이 보러 가고싶어요!
    생기 가득한 글 읽고, 창문을 슬그머니 열어 바람을 들여다놓았어요~고마워요~

아스퍼거는 귀여워
  감자는 정말, 정말정말정말 오줌, 똥을 못 가렸다. 만 3살이 지나, 한국 나이로 5살이 되었는데도, 기저귀를 못 뗐으니 말 다 했지. (네이버에 쳐보니 ‘기저귀를 떼는 시기는 18개월에서 24개월이 적당하다.’라고 쓰여있다) 발육이 남다른 감자에게 맞는 기저귀 사이즈가 더 이상 없어서, 더 큰 기저귀를 찾으려면 성인용으로 가야 할 판이였다. 이걸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 어린이집을 가게 되었다. 사람들이 말하길 일단 벗기고 팬티를 입혀 놓으면 자신도 축축한 것을 알게 되어서 자연스럽게 떼게 된다나? 그 말을 믿고 덜컥 어린이집 적응과 배변 훈련을 동시에 해버리자는 안일한 생각을 해버렸다. 어린이집 적응도 힘든 마당에 배변 훈련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 나도 울고, 감자도 울고, 어린이집 선생님도 (아마도) 울었다.       기저귀 벗기 강제집행을 시행한 후, 어린이집에서 하루 평균 2~3번 오줌을 쌌다. 여벌 바지와 팬티를 수도 없이 챙기고, 심지어 바지가 모자라는 날은 친구 것을 빌려 입고 오는 일도 허다했다. 외출 시에는 무조건 화장실만 보이면 억지로 오줌을 뉘었다. 내가 신경 써서 화장실을 보내면 괜찮지만, 조금만 무언가에 정신이 팔려있거나, 내가 집안일이라도 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실수했다. 외출도 불안하고, 늘 둘 다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다. 그래도 늘상 실수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오줌은 나았는데, 똥 문제는 정말 심각했다. 갈수록 똥 누는 걸 너무 무서워한 나머지, 나중에 가서는 변을 5일에서 일주일 정도에 한 번 눴다. 똥은 딱딱해질 대로 딱딱해져서 더 누기 힘든 악순환. 온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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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이는 마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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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7 | 조회 202
가마솥의 59년생 서른살
    고기리 집은 2층집이다. 설계 컨셉을 ‘따로 또 같이’로 잡았다. 건물 전체 덩어리를 5개 정도로 나누어, 함께 쓰는 공간과 독립적으로 쓰는 공간이 분리되게 설계하였다. 당시 공항동에 사셨던 장인, 장모님을 모시기 위하여 1층을 독립공간처럼 방과 화장실 그리고 거실을 크게 만들었다. 2층의 아이들 방도 침실과 공부방 그리고 거실을 두었다. 우리 부부도 침실과 전실 공간을 두었다. 음식을 나누는 식당과 부엌은 1층 가장 좋은 뷰를 가진 공간에 두었다.           장모님이 치매로 혼자 생활하기 힘들어 졌다. 우리 집에 오셔서 4년을 함께 지냈다. 미리 준비한 아래층, 부모님 공간에 계셨으니 지내시는데 크게 무리가 없었다. 문제는 3년 전에 아들놈이 집으로 들어오면서부터 발생했다. 녀석들이 결혼하기 전에 사용했던 2층, 방 2개와 거실공간에서 그럭저럭 지낼만 했는데, 아이가 생기고 고 녀석이 자람에 따라 ‘아이의 공간’이 많이 필요하게 되었다. 모든 일상에서 아이가 1순위이니, 공간도 녀석의 성장에 맞추어 늘려 주었지만 항상 북적거렸다. 젊은 부부들의 살림살이를 우리들 공간으로 재배치하여 공간을 확보하여도 아이의 장남감이 곳곳에서 발에 채이기 일쑤였다. 문득, 이 넓은 공간에도 세 집 살림이 힘들다니, 옛날 우리 5형제는 그 작은 고향집에서 어떻게 살았지? 하고 떠올려 본다.           그 전에 어떻게 살았더라?       올해 들어 장모님을 더 이상 집에서 모시기 어려워졌다. 파킨슨과 치매가 더욱 심해져 거동할 수 없게 되었다. 침대에 누워계신 장모님을 시간마다 이리 저리...
    고기리 집은 2층집이다. 설계 컨셉을 ‘따로 또 같이’로 잡았다. 건물 전체 덩어리를 5개 정도로 나누어, 함께 쓰는 공간과 독립적으로 쓰는 공간이 분리되게 설계하였다. 당시 공항동에 사셨던 장인, 장모님을 모시기 위하여 1층을 독립공간처럼 방과 화장실 그리고 거실을 크게 만들었다. 2층의 아이들 방도 침실과 공부방 그리고 거실을 두었다. 우리 부부도 침실과 전실 공간을 두었다. 음식을 나누는 식당과 부엌은 1층 가장 좋은 뷰를 가진 공간에 두었다.           장모님이 치매로 혼자 생활하기 힘들어 졌다. 우리 집에 오셔서 4년을 함께 지냈다. 미리 준비한 아래층, 부모님 공간에 계셨으니 지내시는데 크게 무리가 없었다. 문제는 3년 전에 아들놈이 집으로 들어오면서부터 발생했다. 녀석들이 결혼하기 전에 사용했던 2층, 방 2개와 거실공간에서 그럭저럭 지낼만 했는데, 아이가 생기고 고 녀석이 자람에 따라 ‘아이의 공간’이 많이 필요하게 되었다. 모든 일상에서 아이가 1순위이니, 공간도 녀석의 성장에 맞추어 늘려 주었지만 항상 북적거렸다. 젊은 부부들의 살림살이를 우리들 공간으로 재배치하여 공간을 확보하여도 아이의 장남감이 곳곳에서 발에 채이기 일쑤였다. 문득, 이 넓은 공간에도 세 집 살림이 힘들다니, 옛날 우리 5형제는 그 작은 고향집에서 어떻게 살았지? 하고 떠올려 본다.           그 전에 어떻게 살았더라?       올해 들어 장모님을 더 이상 집에서 모시기 어려워졌다. 파킨슨과 치매가 더욱 심해져 거동할 수 없게 되었다. 침대에 누워계신 장모님을 시간마다 이리 저리...
가마솥
2024.04.15 | 조회 180
일상명상
  매일 아침 명상을 한다. 5년이 좀 넘게 계속해 온 아침 의례다. 어쩌다 며칠 명상을 놓치게 되면 명상시간을 확보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진다. 마음을 집중하여 들숨과 날숨을 온전히 알아차릴 때 누리는 고요와 평화가 그립기 때문이다. 그럴 때 알게 된다. 일상에서 그럭저럭 마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나의 힘이 아니라 매일의 명상 덕분이었다는 것을. 내게 명상은 마음을 돌보는 시간이면서 마음에 좋은 에너지를 충전하는 귀한 시간이다.   호흡관찰   나는 붓다가 가르친 ‘호흡 수행(아나빠나사띠)’과 ‘사념처 수행(사띠파타나)’에 의지해서 명상을 하고 있다. 경전은 이렇게 명상을 시작하라고 한다.   여기 숲으로 가거나 나무의 뿌리로 가거나 빈집에 가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몸을 똑바로 세우고 면전에 마음챙김을 확립하여 마음챙겨 숨을 들이쉬고 마음챙겨 숨을 내쉰다.   명상을 하기 위해서는 조용한 곳에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가부좌 자세로 앉아 알아차림을 확립하여 숨을 들이쉬고 숨을 내쉰다. 조용한 곳으로 가는 것은 외부에서 오는 번다한 자극으로부터 물러나 몸과 마음을 잘 관찰할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조용한 곳에서 명상할 때 우리는 마음이 얼마나 산만하고 시끄러운지 더 잘 알 수 있다. 산만함을 가라앉히는 방법은 산만함과 대결하는 것이 아니라 산만함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번뇌의 대치법도 다르지 않다. 어떤 환경에도 구애받지 않고 마음을 고요히 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 정도 내공을 갖추기 전까지는 조용한 곳에서 명상을 하며 힘을 기르는 수밖에...
  매일 아침 명상을 한다. 5년이 좀 넘게 계속해 온 아침 의례다. 어쩌다 며칠 명상을 놓치게 되면 명상시간을 확보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진다. 마음을 집중하여 들숨과 날숨을 온전히 알아차릴 때 누리는 고요와 평화가 그립기 때문이다. 그럴 때 알게 된다. 일상에서 그럭저럭 마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나의 힘이 아니라 매일의 명상 덕분이었다는 것을. 내게 명상은 마음을 돌보는 시간이면서 마음에 좋은 에너지를 충전하는 귀한 시간이다.   호흡관찰   나는 붓다가 가르친 ‘호흡 수행(아나빠나사띠)’과 ‘사념처 수행(사띠파타나)’에 의지해서 명상을 하고 있다. 경전은 이렇게 명상을 시작하라고 한다.   여기 숲으로 가거나 나무의 뿌리로 가거나 빈집에 가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몸을 똑바로 세우고 면전에 마음챙김을 확립하여 마음챙겨 숨을 들이쉬고 마음챙겨 숨을 내쉰다.   명상을 하기 위해서는 조용한 곳에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가부좌 자세로 앉아 알아차림을 확립하여 숨을 들이쉬고 숨을 내쉰다. 조용한 곳으로 가는 것은 외부에서 오는 번다한 자극으로부터 물러나 몸과 마음을 잘 관찰할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조용한 곳에서 명상할 때 우리는 마음이 얼마나 산만하고 시끄러운지 더 잘 알 수 있다. 산만함을 가라앉히는 방법은 산만함과 대결하는 것이 아니라 산만함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번뇌의 대치법도 다르지 않다. 어떤 환경에도 구애받지 않고 마음을 고요히 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 정도 내공을 갖추기 전까지는 조용한 곳에서 명상을 하며 힘을 기르는 수밖에...
요요
2024.04.14 | 조회 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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