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 똥 냄새, 땅 냄새

경덕
2023-04-20 16:47
440

 

 

 

 

경덕

새벽이생추어리 보듬이(2022. 7~).

난잡한 공부가 체질이라 여러 세미나와 워크숍을 유랑한다.

올해 문탁네트워크에서 주역, 불교, 돌봄을 키워드로 공부한다.

낮에는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친다.

 
 
 
 
 
똥 냄새, 땅 냄새
 
 
 
 
냄새 공동체
 
새벽이 냄새를 처음 맡았을 때 ‘고기 냄새’와 ‘새벽이 냄새’가 동시에 감각되어 혼란스러웠다, 고 지난 글에 적었다. 하지만 새벽이를 만날수록 새벽이 냄새는 n가지 냄새로 확산되었다. 식단에 따라, 날씨에 따라, 계절에 따라, 또 그날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어떤 냄새라고 딱 구분 짓기 어려운 다양한 냄새를 풍겼다.
 
새벽이생추어리를 오가며 새벽이 이외의 온갖 이질적인 존재들과 접촉할수록 새벽이 냄새와 새벽이 아닌 냄새는 마구 섞여서 뚜렷하게 구별되지 않았다. 오히려 어떤 익숙하고 공유된 냄새가 점차 우리 안에 스며들고, 흐르고, 쌓이는 것 같았다.
 
(새벽이생추어리의 인간-비인간 존재들은 서로의 신원을 냄새로 알아볼 수 있을까? 킁킁.. 저기 혹시?)
 
 
 
똥과 부식토학
 
새벽이생추어리의 냄새들 중에서 새벽이가 갓 배출한 응가 냄새는 꽤 강렬했다. 후각을 강하게 자극하는 응가 냄새를 처음으로 맡았을 땐 숨을 잠시 멈출 수밖에 없었다. (흐읍-) 근데 맡으면 맡을수록 우리의 관계가 점점 더 끈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맡다 보니 또 익숙해졌다. 사람 똥과 비교하면 구수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나는 숨을 참지 않았다. (후-하-, 후-하-)
 
새벽이는 식사를 마치고 주위를 조금 걷고 뛰다가 일정한 장소에 볼일을 본다. 인간이 똥과 오줌을 누려면 사전에 많은 준비가 필요하고(은밀한 장소, 수세식 변기), 사후에도 많은 에너지 자원을 소비하지만(휴지, 하수 처리), 새벽이는 신호가 오면 무심하게 응가 존(zone)으로 가서 똑바로 선 채로, 응가를 툭-툭- 떨어뜨린다. 새벽이가 볼일을 마치고 다른 곳으로 가면 돌봄 활동가들은 큰 통과 집게를 들고 응가를 줍는다. 수거한 응가는 새벽이 집에서 조금 떨어진 퇴비간에 쏟아 붓고 톱밥을 섞어 퇴비화한다. 응가와 톱밥이 섞여 발효되는 퇴비간 냄새는 코를 톡 쏘지만 약간은 한약냄새 같기도 해서, 퇴비간에 입장하면 약방에 들어온 기분이 든다. 약사도, 처방전도 없는 약방이지만 상상력을 조금 발휘해서 새벽이 똥으로 약을 조제할 수 있다면? 미생물 조제사를 통해 퇴비화된 새벽이 똥이 세상을 널리 비옥하게 한다면? 돌봄 활동이 인간의 '자기돌봄', 인간-비인간 사이의 '난잡한 돌봄', 더 나아가 복수의 행위자들이 참여하는 '지구돌봄'과도 맞닿는다면? 새벽이 똥의 잠재력을 여러 층위에서 상상하다 보니 퇴비를 물질-기호론적으로 사유하다가 '벌레가 득실대는 퇴비 더미'로 뛰어들었다는 해러웨이가 떠올랐다.
 
 
 
 
“나의 파트너인 러스틴 호그니스는 인문학humanities 대신에 부식토학humusities을, 포스트휴먼(휴머니즘) 대신에 퇴비compost를 제안했고, 나는 벌레가 득실대는 퇴비 더미 속으로 뛰어들었다. (...) 에코섹슈얼 아티스트인 베스 스티븐스Beth Stephens와 애니 스프링클Annie Sprinkle은 나를 위해서, 우리를 위해서, SF를 위해서 범퍼 스티커를 만들어주었다. “퇴비 만들기는 끝내줘요!” (<트러블과 함께하기>, 도나 해러웨이)
 
해러웨이가 언급한 부식토학, 퇴비 만들기는 다양한 인간-비인간 존재들의 얽힘과 공생을 강조하는 물질-기호론적 개념이다. 해러웨이의 부식토학은 이론적 수사만은 아니고 함께 살아내고 비옥한 토양을 발효시키는 다양한 실천들로 확장되고 연결된다. 새벽이생추어리 돌봄 활동가들은 매주 똥을 줍고 퇴비 더미를 밟으며 발효된 냄새를 몸에 묻힌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는 일지를 쓰며 그날의 똥을 다시 곱씹는다.
 
오늘 대변의 상태는? 음, 3군데 정도 알알이, 모양은 포도송이 같았고. 곡식이 묻어 있었던가? 비가 와서 좀 묽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근데 냄새가 오늘 유난히 강했어!)
 
 
 
 
일상 속에서도 몸에 묻은 퇴비 냄새는 사라지지 않는다. 활동가들은 동물권/기후 행진에 참여하고, 비건을 실천하고, 무언가를 읽고 쓰고, 그림을 그리고, 북을 치고, 노래를 부르고, 몸을 마구 흔들며 부식토 냄새를 밖으로 널리 퍼뜨린다. 새벽이생추어리의 돌봄 활동은 새벽이를 돌보는 것뿐만 아니라 복수의 존재들(새벽이, 잔디를 포함한 비인간 동물들, 식물들, 새생이, 보듬이, 매생이, 연대하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물질적이고(똥을 줍고, 퇴비를 만들는), 동시에 기호론적인(인간중심주의, 종차별주의, 자본주의에 저항하는) '퇴비 만들기'다. (돌봄 활동은 끝내줘요!)
 
 
 
후각 능력
 
근데 내가 새벽이 냄새를 맡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새벽이가 내 냄새를 훨씬 더 잘 맡을 것이란 사실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런 생각은 진작부터 하고 있었는데, 나의 심증을 과학적으로 입증해주는 연구 결과를 발견했다.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한 논문에는 후각수용체 유전자 수로 동물들의 후각 능력을 비교했는데 돼지의 후각수용체 유전자 수는 약 1300개, 개는 약 1100개, 그리고 인간은 약 400개였다고 한다. 유전자만 보면 돼지가 개보다도 냄새를 더 잘 맡는 것이다. 인간의 후각 능력은 포유동물 중 최하위였다. (이런 자료를 인용하면서도 동물 연구가 어떤 과정을 거쳐 진행되고, 어떤 목적으로 사용될지에 대한 관심과 고민도 필요할 것이다. 연구진의 인터뷰 내용 중 이런 내용이 있었다. “돼지의 장기와 조직 모양을 결정하는 유전자가 인간과 거의 비슷했다”, “돼지를 바이오 장기용 동물로 키울 길이 활짝 열렸다” 헐...?)
 
 
 
 
새벽이 집 울타리에 가까이 가면 새벽이는 걸걸걸 하면서 다가온다. 그럼 나는 구멍이 숭숭 뚫린 울타리 가까이 내 얼굴을 가져다댄다. 새벽이는 걸걸걸 소리를 내며 코를 울타리에 바짝 들이민다. 나는 아주 가까이서 새벽이 눈을 보고 새벽이의 길고 노오란 속눈썹을 관찰한다. 그리고 인간의 언어로 말을 건낸다. 새벽아 안녕? 잘 잤어? 울타리 틈새로 볼록 나온 새벽이 코에 손등을 살짝 댈 때도 있고, 겨울엔 나의 입김이 새벽이 얼굴에 닿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새벽이는 걸걸걸 소리를 내고 코를 씰룩이면서 킁킁! 나의 신원과 안부를 확인한다. 어느 계절이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도 잘 지내는 새벽이와 달리 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꽁꽁 싸매고 새벽이를 만나러 간다. 그럼에도 새벽이는 멀리서부터 익숙한 돌봄 활동가들을 잘 알아보고 낯선 사람들은 무척 경계한다.
 
 
 
돼지 코와 연결되기
 
도나 해러웨이는 <트러블과 함께하기>에서 피모아 크툴루Pimoa cthulhu라는 거미를 소개한다.
 
“나는 이 거미에게서 귀환, 그리고 뿌리와 경로 탐색에 도움을 받으려 한다. 이 다리 열덟 개를 촉수로 달고 있는 거미류의 절지동물은 유타주의 고슈트 부족 언어에서 속명을 얻었고, 땅속의 생물들, 즉 땅속의chthonic 것이라고 불리는 지하의 원소적 실체에게서 종명을 얻었다.”
 
“이 촉수 있는 것들은 육체를 벗어난 형상들이 아니다. 그것은 자포동물이고, 거미이고, 인간이나 너구리같이 손가락이 있는 존재이고, 오징어이고, 해파리이다. 신경회로의 화려한 쇼이고, 섬유 모양의 실체이고, 편모가 있는 존재자이고, 근원 섬유 다발이고, 엉키고 눌어붙은 미생물과 진균류의 얽힘이다. 더듬어 탐사하는 덩굴식물이고, 늘어나는 뿌리이고, 위로 뻗어 올라가는 덩굴손을 가진 것들이다. 또한 클라우드를 들락거리는 망이며 네트워크이고, IT 크리터들이다.”
 
 
 
 
해러웨이는 거미와 같이 촉수로 세계를 더듬어 탐사하는 동물들의 형상들을 살피고, 그들로부터 '촉수 사유'라고 부르는 새로운 방식의 관계 맺기를 배운다. 촉수 사유는 땅과 긴밀한 지구거주자들과의 연결을 상상하고, 촉수적 연결은 '모든 것'과의 연결이 아니라 '어떤 것'과의 연결을 의미하며, ‘부착’과 ‘분리’를 통해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함께 '잘 살고 잘 죽기'를 고민한다. (최유미)
 
해러웨이의 개념을 빌리자면 새벽이의 코 역시 촉수적 사유를 촉발한다. 연구에 따르면 다른 동물들에게는 없는 돼지만 갖고 있는 후각수용체 유전자가 따로 있다고 한다. 이것은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돼지의 후각이 단순히 냄새를 맡는 것 이상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증거라고 한다. 새벽이는 식사 후에 돌아다니며 루팅(코로 땅을 파는 행동)을 하는 습성이 있다. 이전에는 그저 새벽이의 취미로만 생각했는데 돼지의 후각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중요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상상하니, 루팅은 새벽이가 땅과 교감하는 아주 특별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이는 보들보들하면서도 강한 코로 굴삭기처럼 땅을 파헤치고, 흙 더미를 이리 저리 쓸며 탐색하고, 여름에는 진흙탕을 뒹굴며 온 몸으로 땅과 접촉한다. 새벽이는 땅의 세계와 긴밀하고 일상적으로 연결되어있다. 그 세계는, 땅을 상품 생산과 이윤을 위한 자원으로만 바라본다면 다가갈 수 없는 세계일 것이다. 새벽이의 촉수(코)는 땅에 대한 새로운 지각과 사유를 불러 일으키고, 새벽이의 코와 연결된 돌봄은 ‘퇴비 만들기’에 이어 ‘땅 살피기’로 이어질 것이다. 
 
 
 
 
 
빼앗긴 땅
 
땅 주인의 사정으로 새벽이생추어리는 이사를 앞두고 있다. 운영 활동가 영인, 나현, 무모는 새벽이, 잔디와 함께 새로운 땅을 찾아 남쪽으로 내려갈 예정이다. 전염병과 살처분의 위험을 피해서. "더는 쫓겨나지 않아도 되는, 미래에 더 많은 사람 포함 동물들이 모일 수 있는" 새집을 찾아서.
 
새벽이의 코가 땅과 안전하게 교감할 수 있는 땅을 찾아, 많은 이들이 촉수를 더듬고 있다. 
 

 


 
 
- 새벽이생추어리 이사 후원  https://box.donus.org/box/dawnsanctuary/moving_project
- [김소민의 그.래.도] ‘자유 돼지’ 새벽이의 새집을 찾아서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86856.html
- 건국대 연구팀, 돼지 후각 유전자 1301개 규명  http://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116761
 
 
댓글 7
  • 2023-04-20 18:30

    촉각이라면, 손일까?
    돼지의 코는 촉각과 후각을 공감각적으로 느낄까?
    코끼리 아저씨만 코가 손인건 아니구나~
    경덕님한테서, 경덕님 글에서
    똥 냄새 나요~새벽이 냄새나요~ㅎㅎ

    • 2023-04-21 12:50

      샘... 그래서 오늘 아침에 시청역에서 만나자마자 떠나신건가요...? 다음에 더 제대로 냄새 묻혀 가겠습니다 ㅋㅋㅋ
      공감각적 코 맞는 것 같아요..사람은 콧구멍에 모래 한 알만 들어가도 난리가 나는데 말이죠 킁킁

  • 2023-04-21 14:38

    언어적 사유와 촉수적 사유의 차이는 뭘까요?
    나, 너, 세계, 책상, 흙.. 이런 구분이 아니라 수많은 냄새가 뒤섞이고 수많은 감각이 명확한 형태 없이 공존하는 분자적 차원의 만남이 촉수적 사유일까요?
    언젠가 불교적 사유를 '촉'의 사유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는데..
    음.. 그동안 잊고 있었던 그때의 질문이 문득 떠오르네요.
    다음에 경덕님 만나면 일단 코 주위의 공기흐름에 주의를 집중해봐야겠어요.ㅋ

    • 2023-04-22 21:24

      불교학교 개인 과제처럼 느껴지는 건 기분탓이겠죠 샘ㅋㅋㅋ
      잘 모르겠지만 촉수사유는 색성향미촉법의 ‘촉’과 연결될 수 있을지...
      불교적 관점에서 냄새와 감촉의 알아차림은 어떤 사유로 이어질 수 있을지...
      1학기 복습하면서 12처 부분을 더 살펴보게될 것 같습니다 ㅎㅎ

  • 2023-04-26 11:53

    경덕님이 새벽이 이야기를 쓸 때마다 어릴 때 엄마가 길렀던 돼지 생각이 나요.
    '새벽이'라는 이름도 없고 그저 열심히 짬밥을 먹고 팔려가는 인생의 돼지였죠.
    그런데 그 돼지가 새끼를 낳았어요. 엄마, 아버지는 밤새 전등을 켜고 출산을 옆에서 도왔어요.
    분홍이다 못해 투명했던, 짧은 다리를 버둥거리던 새끼돼지를 끌어안았을 때의 그 묘한 느낌이 살아나요.
    고질적인 알러지비염때문에 '냄새'에 관한 감각이 제로에 가까운 저는 그래서
    누군가 저의 냄새를 맡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아예 없었어요.....
    어릴 적 내 품에서 그 새끼돼지는 나의 냄새를 얼마나 공포스럽게 느꼈을까...
    아, 그러고 보니 그때 엄마가 돼지우리를 치우던 냄새가 생각나기도 하는데, 볏짚과 섞인 그 똥냄새가 그렇게 역하지만은 않았던 것 같네요.
    재밌게 읽고 있어요~ㅎㅎ

    • 2023-04-29 16:26

      어린 봄날샘이 투명한 아기 돼지를 끌어안고 있는 장면이 그려집니다ㅎㅎ
      갓 태어난 생명과 마주할 때의 묘한 느낌은 어떤 걸지 궁금해요.
      영화 <군다>에 갓 태어난 아기 돼지들이 엄마 젖을 빨고 천방지축 뛰어노는 장면도 생각나고요.
      저는 새벽이가 이미 다 큰 상태에서 만나다 보니까 어릴 때 만나지 못한 아쉬움도 들더라고요.
      대신 새벽이 만나러 갈 때 버둥거리던 봄날샘의 새끼돼지가 또 생각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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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08 12:21

    돼지와 연결되어 알게되는 것들이 점점 풍성해지는군요~~ 냄새공동체? ㅋ 상상해보게 되는 표현이네요~

아스퍼거는 귀여워
  감자는 정말, 정말정말정말 오줌, 똥을 못 가렸다. 만 3살이 지나, 한국 나이로 5살이 되었는데도, 기저귀를 못 뗐으니 말 다 했지. (네이버에 쳐보니 ‘기저귀를 떼는 시기는 18개월에서 24개월이 적당하다.’라고 쓰여있다) 발육이 남다른 감자에게 맞는 기저귀 사이즈가 더 이상 없어서, 더 큰 기저귀를 찾으려면 성인용으로 가야 할 판이였다. 이걸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 어린이집을 가게 되었다. 사람들이 말하길 일단 벗기고 팬티를 입혀 놓으면 자신도 축축한 것을 알게 되어서 자연스럽게 떼게 된다나? 그 말을 믿고 덜컥 어린이집 적응과 배변 훈련을 동시에 해버리자는 안일한 생각을 해버렸다. 어린이집 적응도 힘든 마당에 배변 훈련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 나도 울고, 감자도 울고, 어린이집 선생님도 (아마도) 울었다.       기저귀 벗기 강제집행을 시행한 후, 어린이집에서 하루 평균 2~3번 오줌을 쌌다. 여벌 바지와 팬티를 수도 없이 챙기고, 심지어 바지가 모자라는 날은 친구 것을 빌려 입고 오는 일도 허다했다. 외출 시에는 무조건 화장실만 보이면 억지로 오줌을 뉘었다. 내가 신경 써서 화장실을 보내면 괜찮지만, 조금만 무언가에 정신이 팔려있거나, 내가 집안일이라도 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실수했다. 외출도 불안하고, 늘 둘 다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다. 그래도 늘상 실수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오줌은 나았는데, 똥 문제는 정말 심각했다. 갈수록 똥 누는 걸 너무 무서워한 나머지, 나중에 가서는 변을 5일에서 일주일 정도에 한 번 눴다. 똥은 딱딱해질 대로 딱딱해져서 더 누기 힘든 악순환. 온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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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민의 독국유학기
이 모든 지리적 사실   네덜란드는 독일의 북쪽에 맞닿아있다. 세 명의 친구가 살고 있지만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었다. 지난 겨울 니키가 운전해서 네덜란드에 간다고 하길래, 그럼 가는 길에 친구가 사는 도시에 내려 달라고 부탁했다. 서경은 독일과 국경이 맞닿아있는 아른헴에서 공부한다. 모부님께 네덜란드 유학을 가고 싶다고 말했을 때 그들은 성매매와 마약 합법 때문에 꼭 그곳이어야겠냐고 물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네덜란드에서는 정치적 혼란시기였던 19세기 마땅한 보수정당이 없어 동성결혼, 성매매와 마약 합법 등을 실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네덜란드의 흔한 커피샵 커피도 파는데 대마초도 판다. 일상적으로 사람들이 와서 대마초를 피우는 곳이다.   서경은 영어권 국가 중 네덜란드가 가장 물가가 싼 편이라 네덜란드 대학에 지원했다. 네덜란드에는 더치Dutch라고 불리는 고유어가 있음에도 영어권 국가라고 불릴 만큼 국민 90%는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 독일인들은 네덜란드어가 독일어에서 파생한 괴상한 사투리라고 말하는데, 네덜란드에 와보니 더치는 생각보다 더 고유했다. 영국과 미국에 비교하면 굉장히 싼 유학비지만, 독일과 비교했을 땐 비싼 생활비 그리고 주거난 때문에 아직도 에어비엔비에서 산다는 서경의 학교 동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 나라에 이주민 비율이 큰 이유가 궁금해졌다. 헤이그에서 공부하는 지연은 현재 네덜란드가 보수집권이지만 여성·퀴어 인권은 너무 당연해서 보수당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말해주었다. 그 대신 보수당은 이주민을 규제하고 싶어한다고 했다.   일 년 만에 만난 서경과 새벽까지 조잘대며 회포를 풀고, 아침에 일어나 밥을 짓기 시작했다. 서경은 내 음식을 좋아한다. 그래서 집에서 마른 미역과 들깻가루,...
이 모든 지리적 사실   네덜란드는 독일의 북쪽에 맞닿아있다. 세 명의 친구가 살고 있지만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었다. 지난 겨울 니키가 운전해서 네덜란드에 간다고 하길래, 그럼 가는 길에 친구가 사는 도시에 내려 달라고 부탁했다. 서경은 독일과 국경이 맞닿아있는 아른헴에서 공부한다. 모부님께 네덜란드 유학을 가고 싶다고 말했을 때 그들은 성매매와 마약 합법 때문에 꼭 그곳이어야겠냐고 물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네덜란드에서는 정치적 혼란시기였던 19세기 마땅한 보수정당이 없어 동성결혼, 성매매와 마약 합법 등을 실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네덜란드의 흔한 커피샵 커피도 파는데 대마초도 판다. 일상적으로 사람들이 와서 대마초를 피우는 곳이다.   서경은 영어권 국가 중 네덜란드가 가장 물가가 싼 편이라 네덜란드 대학에 지원했다. 네덜란드에는 더치Dutch라고 불리는 고유어가 있음에도 영어권 국가라고 불릴 만큼 국민 90%는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 독일인들은 네덜란드어가 독일어에서 파생한 괴상한 사투리라고 말하는데, 네덜란드에 와보니 더치는 생각보다 더 고유했다. 영국과 미국에 비교하면 굉장히 싼 유학비지만, 독일과 비교했을 땐 비싼 생활비 그리고 주거난 때문에 아직도 에어비엔비에서 산다는 서경의 학교 동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 나라에 이주민 비율이 큰 이유가 궁금해졌다. 헤이그에서 공부하는 지연은 현재 네덜란드가 보수집권이지만 여성·퀴어 인권은 너무 당연해서 보수당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말해주었다. 그 대신 보수당은 이주민을 규제하고 싶어한다고 했다.   일 년 만에 만난 서경과 새벽까지 조잘대며 회포를 풀고, 아침에 일어나 밥을 짓기 시작했다. 서경은 내 음식을 좋아한다. 그래서 집에서 마른 미역과 들깻가루,...
현민
2024.04.17 | 조회 202
가마솥의 59년생 서른살
    고기리 집은 2층집이다. 설계 컨셉을 ‘따로 또 같이’로 잡았다. 건물 전체 덩어리를 5개 정도로 나누어, 함께 쓰는 공간과 독립적으로 쓰는 공간이 분리되게 설계하였다. 당시 공항동에 사셨던 장인, 장모님을 모시기 위하여 1층을 독립공간처럼 방과 화장실 그리고 거실을 크게 만들었다. 2층의 아이들 방도 침실과 공부방 그리고 거실을 두었다. 우리 부부도 침실과 전실 공간을 두었다. 음식을 나누는 식당과 부엌은 1층 가장 좋은 뷰를 가진 공간에 두었다.           장모님이 치매로 혼자 생활하기 힘들어 졌다. 우리 집에 오셔서 4년을 함께 지냈다. 미리 준비한 아래층, 부모님 공간에 계셨으니 지내시는데 크게 무리가 없었다. 문제는 3년 전에 아들놈이 집으로 들어오면서부터 발생했다. 녀석들이 결혼하기 전에 사용했던 2층, 방 2개와 거실공간에서 그럭저럭 지낼만 했는데, 아이가 생기고 고 녀석이 자람에 따라 ‘아이의 공간’이 많이 필요하게 되었다. 모든 일상에서 아이가 1순위이니, 공간도 녀석의 성장에 맞추어 늘려 주었지만 항상 북적거렸다. 젊은 부부들의 살림살이를 우리들 공간으로 재배치하여 공간을 확보하여도 아이의 장남감이 곳곳에서 발에 채이기 일쑤였다. 문득, 이 넓은 공간에도 세 집 살림이 힘들다니, 옛날 우리 5형제는 그 작은 고향집에서 어떻게 살았지? 하고 떠올려 본다.           그 전에 어떻게 살았더라?       올해 들어 장모님을 더 이상 집에서 모시기 어려워졌다. 파킨슨과 치매가 더욱 심해져 거동할 수 없게 되었다. 침대에 누워계신 장모님을 시간마다 이리 저리...
    고기리 집은 2층집이다. 설계 컨셉을 ‘따로 또 같이’로 잡았다. 건물 전체 덩어리를 5개 정도로 나누어, 함께 쓰는 공간과 독립적으로 쓰는 공간이 분리되게 설계하였다. 당시 공항동에 사셨던 장인, 장모님을 모시기 위하여 1층을 독립공간처럼 방과 화장실 그리고 거실을 크게 만들었다. 2층의 아이들 방도 침실과 공부방 그리고 거실을 두었다. 우리 부부도 침실과 전실 공간을 두었다. 음식을 나누는 식당과 부엌은 1층 가장 좋은 뷰를 가진 공간에 두었다.           장모님이 치매로 혼자 생활하기 힘들어 졌다. 우리 집에 오셔서 4년을 함께 지냈다. 미리 준비한 아래층, 부모님 공간에 계셨으니 지내시는데 크게 무리가 없었다. 문제는 3년 전에 아들놈이 집으로 들어오면서부터 발생했다. 녀석들이 결혼하기 전에 사용했던 2층, 방 2개와 거실공간에서 그럭저럭 지낼만 했는데, 아이가 생기고 고 녀석이 자람에 따라 ‘아이의 공간’이 많이 필요하게 되었다. 모든 일상에서 아이가 1순위이니, 공간도 녀석의 성장에 맞추어 늘려 주었지만 항상 북적거렸다. 젊은 부부들의 살림살이를 우리들 공간으로 재배치하여 공간을 확보하여도 아이의 장남감이 곳곳에서 발에 채이기 일쑤였다. 문득, 이 넓은 공간에도 세 집 살림이 힘들다니, 옛날 우리 5형제는 그 작은 고향집에서 어떻게 살았지? 하고 떠올려 본다.           그 전에 어떻게 살았더라?       올해 들어 장모님을 더 이상 집에서 모시기 어려워졌다. 파킨슨과 치매가 더욱 심해져 거동할 수 없게 되었다. 침대에 누워계신 장모님을 시간마다 이리 저리...
가마솥
2024.04.15 | 조회 180
일상명상
  매일 아침 명상을 한다. 5년이 좀 넘게 계속해 온 아침 의례다. 어쩌다 며칠 명상을 놓치게 되면 명상시간을 확보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진다. 마음을 집중하여 들숨과 날숨을 온전히 알아차릴 때 누리는 고요와 평화가 그립기 때문이다. 그럴 때 알게 된다. 일상에서 그럭저럭 마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나의 힘이 아니라 매일의 명상 덕분이었다는 것을. 내게 명상은 마음을 돌보는 시간이면서 마음에 좋은 에너지를 충전하는 귀한 시간이다.   호흡관찰   나는 붓다가 가르친 ‘호흡 수행(아나빠나사띠)’과 ‘사념처 수행(사띠파타나)’에 의지해서 명상을 하고 있다. 경전은 이렇게 명상을 시작하라고 한다.   여기 숲으로 가거나 나무의 뿌리로 가거나 빈집에 가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몸을 똑바로 세우고 면전에 마음챙김을 확립하여 마음챙겨 숨을 들이쉬고 마음챙겨 숨을 내쉰다.   명상을 하기 위해서는 조용한 곳에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가부좌 자세로 앉아 알아차림을 확립하여 숨을 들이쉬고 숨을 내쉰다. 조용한 곳으로 가는 것은 외부에서 오는 번다한 자극으로부터 물러나 몸과 마음을 잘 관찰할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조용한 곳에서 명상할 때 우리는 마음이 얼마나 산만하고 시끄러운지 더 잘 알 수 있다. 산만함을 가라앉히는 방법은 산만함과 대결하는 것이 아니라 산만함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번뇌의 대치법도 다르지 않다. 어떤 환경에도 구애받지 않고 마음을 고요히 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 정도 내공을 갖추기 전까지는 조용한 곳에서 명상을 하며 힘을 기르는 수밖에...
  매일 아침 명상을 한다. 5년이 좀 넘게 계속해 온 아침 의례다. 어쩌다 며칠 명상을 놓치게 되면 명상시간을 확보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진다. 마음을 집중하여 들숨과 날숨을 온전히 알아차릴 때 누리는 고요와 평화가 그립기 때문이다. 그럴 때 알게 된다. 일상에서 그럭저럭 마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나의 힘이 아니라 매일의 명상 덕분이었다는 것을. 내게 명상은 마음을 돌보는 시간이면서 마음에 좋은 에너지를 충전하는 귀한 시간이다.   호흡관찰   나는 붓다가 가르친 ‘호흡 수행(아나빠나사띠)’과 ‘사념처 수행(사띠파타나)’에 의지해서 명상을 하고 있다. 경전은 이렇게 명상을 시작하라고 한다.   여기 숲으로 가거나 나무의 뿌리로 가거나 빈집에 가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몸을 똑바로 세우고 면전에 마음챙김을 확립하여 마음챙겨 숨을 들이쉬고 마음챙겨 숨을 내쉰다.   명상을 하기 위해서는 조용한 곳에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가부좌 자세로 앉아 알아차림을 확립하여 숨을 들이쉬고 숨을 내쉰다. 조용한 곳으로 가는 것은 외부에서 오는 번다한 자극으로부터 물러나 몸과 마음을 잘 관찰할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조용한 곳에서 명상할 때 우리는 마음이 얼마나 산만하고 시끄러운지 더 잘 알 수 있다. 산만함을 가라앉히는 방법은 산만함과 대결하는 것이 아니라 산만함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번뇌의 대치법도 다르지 않다. 어떤 환경에도 구애받지 않고 마음을 고요히 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 정도 내공을 갖추기 전까지는 조용한 곳에서 명상을 하며 힘을 기르는 수밖에...
요요
2024.04.14 | 조회 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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