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라의 암 이야기5> 돈 많이 든 '재활치료'
문탁
2023-04-19 09:58
238
노라
얼마나 놀기 좋아하면...ㅎㅎ..
문탁의 터줏대감이다. 모르는게 있으면 나에게^^
1년이 금방 지나갔다. 힘든 일도 금방 잊혀 진다. 겉으로 보기엔 전혀 환자 같지 않은 내가 작년 이맘땐 무엇을 하고 있었나? 정답! 표적항암과 재활치료를 계속하고 있었다. 난 암이 림프절까지 침범하였기에 수술에서 림프절을 40개 넘게 떼어내었다. 림프액은 림프관을 따라 흐르면서 몸의 순환과 균형을 맞추는 일은 한다. 림프액이 잘 흐르지 않아 부종이 올까 늘 조심해야 한다. 일단 왼손으로 5kg 넘는 짐을 들면 안 되고, 압박 스타킹을 왼팔에 끼고 있어야 되고, 림프 마사지를 해줘야 한다. 림프절이 부어서 팔이 코끼리 다리처럼 되면 다시 큰 수술을 해야 한다. 그런데 림프절을 보호한다고 왼팔을 안 쓰다 보니, 어느 날 왼쪽 어깨가 굳어 버렸다. 대신 오른쪽 어깨를 많이 쓰다 보니 그 어깨에도 문제가 생겼다. 밤마다 어깨가 아파 울면서 잠을 깼다. 난 재활의학과로 옮겨가 도수치료를 받아야 했다.
도수치료는 일주일에 세 번, 하루에 30분씩 받는다. 한 번에 10만원씩 지불하다보니 돈이 푹푹 들어갔다. 국가에서 암환자라 주던 중증환자 혜택은 (치료비의 5%) 여기서는 없다. 첫 날 치료를 받으며 난 ‘독립투사’는 절대 못 하겠다 생각했다. 고문기구판 같은 곳에 매달려서 협착된 근육조직을 뜯어내는 것은 너무 아팠다. 신음과 고함을 지르는 고문을 자발적으로 받으러 가야했다. 치료사는 매일 팔운동을 해야 한다며 그 주에 해야 할 운동은 알려줬다. 환자 100명 중 단 한 명만 그 숙제를 하고 온단다. (난 물론 99명에 속한다) 돈이 아까워서라도 운동을 해야 하는데 아파서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매일 아침 안부를 물어주던 ‘써포터즈’ 친구들과 ‘운동보고모임’을 만들었다. 오늘 몇 보를 걸었는지, 어떤 운동을 했는지를 매일매일 카톡에 올렸다. 숙제를 안올리면 친구들에게 종일 구박을 받았다.
게다가 난 앞으로 호르몬 억제 약을 5년 이상 먹어야 한다. 그 약의 부작용은 관절이 아프고 골다공증이 심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칼슘약을 먹는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온 관절이 굳어 있다. 약을 먹으면 어깨에 석회가 축적되니 조심해야하고, 그 약 때문에 소화가 안 되니 또 약을 먹어야 하고…… 끝이 없는 반복이다! 매일 공원에 있는 팔 돌리기 운동기구를 이용하고 적당시간 걷기로 했다. 동네에는 걸을 수 있는 좋은 길이 많았다. 처음엔 느리게 남편의 부축을 받으며, 만나는 의자마다 다 앉아보면서 걸었다. 걷고 오면 발바닥 통증이 덜 느껴져서 좀 편안하게 잘 수 있었다. 행여 비소식이 들려오는 날이면 걷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종일 행복했다. 어느 날 ‘기린’이 탄천에서 손잡고 걷는 중년남녀를 보면 좀 이상해 보인다고 했다. 난 아마 둘 중 하나가 아파서 부축하고 걷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해줬다.
보험 얘기를 좀 해보자. ‘나꼼수’가 인기였던 10여 년 전에 보험을 해지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보험이 아니라 ‘공동체가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다’라는 말에 우리는 모여서 이것저것 따져가며 각자의 보험을 정리했다. 나는 몇 십년간 보험료를 꼬박꼬박 내면서도 보험금을 안타는 것이 좋은 것이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 동안 아프지 않았다는 뜻이니까! 나와 남편의 보험을 제외한 모든 보험을 정리했다. 암에 걸리고 난 후, 남겨둔 보험에서 진단비와 치료비가 나왔다. 1년 동안 돈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어 그것도 다행이었다. 실손 보험이 있는 환자들이 도수치료와 암 요양병원 이용에 큰 혜택을 받는 것은 꽤 부러웠다. 한 달에 몇 백 만원씩! 어쩌면 과잉 치료일수 있는 여러 혜택들에 실손 보험 회사의 돈이 뭉텅뭉텅 들어간다. 그리고 그 손실은 그 다음 실손 보험료의 인상으로 이어진다. 그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나는 살이 찌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살이 찌면 지방이 축적되고 그 안에서 호르몬이 생성된다. 마찬가지로 알콜 섭취도 조심해야한다. 알콜 분해과정에서 호르몬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나의 암은 호르몬을 먹고 자란다. 그래서 나에게 체중관리가 제일 중요한 일이기에 먹거리와 운동을 늘 신경 써야 한다. 1년 동안 친구들과 전국에 걷기 좋은 곳을 찾아 다녔다. 둘레길, 잔도길, 저수지길, 탄천길 들을 걸으며 조금씩 체력을 높여갔다. 걷기모임을 넘어 등산모임까지 하게 되었다. 근처에 있는데도 한 번도 안 올랐던 광교산, 눈꽃이 예쁘다던 덕유산도 가 보았다. 작년에 걸은 길이 평생 내가 걸은 길보다 훨씬 많았다. 다행이다. 운동에 약간이나마 취미를 붙이게 된 것이.
드디어 다음이 마지막 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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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의 암 이야기는, 일리치약국 뉴스레터 <건강한달>에 2022년7월부터 6개월간 연재되었습니다.
이제 여기 홈페이지 <자기돌봄의 기술>에 Re-Play 합니다.
1편: "우리 엄마 아미래" https://moontaknet.com/?page_id=14957&uid=38860&mod=document
2편: 항암'산'을 넘다 https://moontaknet.com/?page_id=14957&uid=38861&mod=document&pageid=1
3편: 수술이 가장 쉬었어요 https://moontaknet.com/?page_id=14957&uid=38869&mod=document&pageid=1
4편: 방심하면 안 되는 방사선 치료 https://moontaknet.com/?page_id=14957&uid=38870&mod=document&pageid=1
5편: 돈 많이 든 '재활치료'
6편: 사람이 아주 겸손해질 때 https://moontaknet.com/?page_id=14957&uid=38872&mod=docu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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