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공 3회차 후기 - 신생의 동산 정벌에 대한 여러 대신들의 대처

진달래
2023-05-09 15:16
123

이번 이야기의 주요 포인트는 진(晉)나라 태자 신생에 관한 것이었다. 

앞서 본 대로 진헌공은 여러 왕자들을 두고 있었고, 이미 태자로 신생이 있었다. 

진헌공이 총애하는 여희가 아들을 낳고, 아마도 그녀가 자기 아들을 후계로 삼고 싶어했기 때문에, 진헌공이 신생을 여러모로 곤란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계속 이어진다. 

그 중 하나의 에피소드로 등장하는 것이 신생을 동산고락씨의 정벌에 내보내는 일이다. 

원래 태자는 군주의 후계자이기 때문에 직접 군대를 통솔하여 전쟁에 나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이극이 진헌공에게 신생을 전쟁터에 내보내면 안 된다고 간한다. 그러자 진헌공은 자기가 아직 누구를 후계로 세울지 결정하지 않았다고 대답을 한다. 

 

이극이 나오자 태자 신생이 그에게 묻는다. "내가 폐위될 것 같은가요?"

여기서 이극은 그저 옳은 말, "곡옥에서 백성을 다스리게 하고 군대를 맡기니, 이런 일들을 잘 해내지 못할까 걱정해야지 어찌 폐위를 말하십니까? 효를 하지 못할까를 걱정하시고 왕위를 잇지 못할까를 걱정하지 마십시오. 자기를 닦고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돌리지 않으면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라고 대답한다. 

<좌전>의 이야기만 보면 이극이 헌공 앞에서는 태자를 위하는 듯한 이야기를 하고, 태자와는 그냥 옳은 소리만 띡하고 가는 것처럼 보여서 이극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갸우뚱하게 된다. 

주석에 이 이야기는 <진어(晉語)>와 조금 다르다고 했는데 이극의 말에 헌공의 대답이 길게 되어 있고, 신생과의 문답도 길게 되어 있었다.

 

이극이 물러나와 태자를 만나 뵙자 태자가 말하기를 "임금께서 나에게 양쪽이 서로 다른 옷(偏衣)과 금결(金玦)을 내려 주신 것은 무슨 뜻입니까?" 하니 이극이 말했다. 

"유자(孺子)께서는 두려우십니까?  임금이 자신의 옷 반쪽을 가져다 입혀 주셨고, 병권의 핵심을 쥐어 주셨으니 명령이 야박하진 않습니다. 유자께서는 무엇을 두려워 하십니까? 아들 된 사람은 불효를 두려워하고 군주의 자리를 얻지 못하는 것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하였습니다. 또 제가 듣기로 '공경하는 태도가 무엇을 요구하는 것보다 낫다.'고 하였습니다. 유자께서는 힘쓰도록 하십시오."

군자가 말하기를 "부자의 사이에서 잘 처신하였다."고 하였다. 

 

여기서 군자들의 말이란 당시 세간의 평을 말한다. 이극의 이러한 말 속에 '신생의 출병'이 간단한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양백준의 주에 따르면 <세가>에는 이후 이극이 병을 핑계로 태자를 따라 가지 않았다고 했는데, 이극의 입장을 헤아리기 쉽지 않다. 

 

(결(玦) / 보통 옥으로 만드는데 신생에게 준 것은 청동으로 만든 것으로 옛 사람들은 금속(金)은 찬 기운으로 보고 이것이 살(殺)의 의미가 있다고 여겼다. / 사진 출처 바이두)

 

여하튼 태자가  결국 군대를 이끌고 전쟁에 나가려고 할 때 선우, 호돌, 주단목, 한기, 양여자양, 양설대부와 같은 인물들이 한 마디씩 한다. 이들은 진헌공이 양쪽의 색이 다른 옷(偏衣)과 금속으로 만든 패옥(金玦)을 준 것을 보고 진헌공이  태자를 죽이려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이미 눈치를 챘다. 하지만 그래도 부모의 말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과  도망가야 한다는 입장으로 의견이 갈린다. 

그래서 <진어>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대의(大義)를 "태자신생의 동산 정벌 전후로 나타나는 진나라 대신들의 서로 다른 여러 대처"라고 적고 있다. 

내용은 <좌전>과 대체로 같다.

일단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살펴보자. 특히 신생이 도망가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호돌은 호언의 아버지로 중이(후에 문공)의 외할아버지이다. 양설대부는 숙향의 할아버지다. 앞에 나왔던 조숙이나 필만, 사위 등과 함께 이들은 후에 진나라의 중요 대부집안을 이루고 진문공이 패자가 된 후에도 진나라의 패자의 자리를 유지 할 수 있게 만드는 이들이다. 

이들의 이야기가 이렇게 길게 나오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태자 신생의 죽음이 당대에 큰 스캔들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들이 있었기에 신생은 죽었지만 여희의 아들인 해제가 왕위를 제대로 잇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고 또 이들의 후손이 문공을 왕위에 올리는 사람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죽을 걸 뻔히 알고 아니, 아버지가 자기를 죽이고 싶어한다는 것을 뻔히 알고 가는 아들의 심정은 어떨까? 

그걸 다 알면서 도망가라고 말하는 신하도,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하는 신하도 나름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래서 더 짠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이들이 서로 자기 주장이 맞다고 하는 데 근거로 효(孝)를 든다.  아버지가 살아계신데 죽는 것도 불효고, 그렇다고 아버지의 명을 어기는 것도 불효고... 

일단 <좌전>은 양설대부의 말로 이 여러 대신들의 말을 마무리 한다. 

 

"명을 어기는 것은 불효이고, 일을 버리는 것은 불충입니다.  비록 죽을 것을 알아도 불효와 불충할 수는 없습니다. 그대는 가서 죽으십시오" 

 

하지만, 호돌은 끝까지 태자 신생을 말린다. 이 전쟁에 이겨서 살아 돌아온다고 해도 살 수가 없으니 도망가자고. 

<진어>를 보면 신생이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왔지만 참언이 더욱 일어나 호돌이 문을 닥고 나가지 않았고, 이에 군자가 말하기를 훌륭한 '심모원려(深謨遠慮)'라고 하였다고 했다. 

 

댓글 1
  • 2023-05-13 01:28

    晉나라도 참 독특한 나라인것 같아요. 다른 나라를 보면 보통 간언하는 신하는 한 두명 정도인데, 진나라는 벌떼네요.
    특히 강한 세력을 가진 대부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은 것 같아요.
    춘추 초에 이미 방계가 종가를 엎었던 전례가 있어서일까요? 그 와중에 세력을 키운 대부 집안도 있었겠고.
    앞으로 문공과 대부들의 활약이 관전포인트겠네요.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96
희공 39회차 후기 : 순무를 캐고 뜯는 것은 그 뿌리 때문이 아니다. (1)
진달래 | 2024.03.26 | 조회 13
진달래 2024.03.26 13
95
희공38회차 후기: 효산전쟁
봄날 | 2024.03.25 | 조회 15
봄날 2024.03.25 15
94
희공 37회차 후기 : 말 안 듣는 진(秦)목공 (1)
토용 | 2024.03.19 | 조회 30
토용 2024.03.19 30
93
희공36회차 후기 : 그 귀신이 아니면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1)
진달래 | 2024.03.11 | 조회 36
진달래 2024.03.11 36
92
희공35회차 후기: 질긴 위성공의 목숨
봄날 | 2024.03.04 | 조회 38
봄날 2024.03.04 38
91
희공 34회차 후기 : 대부가 제후를 고소하다 (1)
토용 | 2024.02.27 | 조회 40
토용 2024.02.27 40
90
회공 33회차 후기 : 자옥이 패한 이유 (1)
진달래 | 2024.02.20 | 조회 48
진달래 2024.02.20 48
89
희공32회차 후기: 성복전쟁은 겨우 이틀? (1)
봄날 | 2024.02.12 | 조회 45
봄날 2024.02.12 45
88
희공 31회차 후기 : 성복전쟁의 서막
토용 | 2024.02.04 | 조회 46
토용 2024.02.04 46
87
희공 30회차 후기 : 희공 28년 경(經)은 왜 이렇게 긴가 (1)
진달래 | 2024.01.30 | 조회 51
진달래 2024.01.30 51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