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공 1회차 후기 : 계우가 돌아왔다

토용
2023-05-01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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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662년 장공은 자신이 죽기 전 후계자를 세워야 했다. 자리를 계승할 마땅한 맏아들이 없었고, 맹녀를 사랑하여 그녀의 아들 반을 세우고 싶었다. 둘째 동생 숙아를 불러 물어보니 첫째 동생 경보를 세우자고 한다. 셋째 동생 계우에게 물어보니 반을 세워주겠노라 약속을 한다.

 

계우는 장공의 명령을 받아 형 숙아를 죽인다. 독약을 마시고 얌전히 죽으면 제사를 지내줄 후손을 세워주겠다 하자 숙아는 짐독을 마시고 죽는다. 약속대로 숙아의 후손을 보존해주니 바로 숙손씨이다.

 

장공이 죽자 계우는 반을 군주 자리에 세우지만, 두 달 만에 경보가 반을 죽이고 숙강의 아들 개를 세우니 바로 민공이다. 장공은 제나라 애강과 혼인 했으나 자식이 없었고, 애강의 동생 숙강이 낳은 아들이 군주가 된 것이다. 그런데 권력다툼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경보와 애강이 예전부터 사통해왔고, 민공을 세운 이후 경보가 다시 민공을 죽이고 스스로 군주가 되려고 했다. 이 사건은 다음 시간에....

 

장공이 죽으면서 등장한 경보, 숙아, 계우는 환공의 세 아들들이자 장공의 동생들이다. 춘추 말 노나라 국정을 좌우했던 삼환(三桓)인 맹손씨, 숙손씨, 계손씨의 세 집안이 바로 이들의 후손이다.

 

민공 원년(BC661) 경(經)에 제나라와 맹약을 맺고 계우가 돌아왔다는 기사가 있다. 경에는 단지 계자래귀(季子來歸)만 써있는데, 좌전에서는 경에 ‘계자가 돌아왔다’고 쓴 것은 계우를 아름답게 여긴 것이라고 말한다.

 

계우는 경보가 반을 죽이고 민공을 세우는 난리통에 진(陳)으로 도망을 갔었다. 자신이 세운 군주 반이 죽었으니 당연히 피신을 하는게 맞는데, 의문은 왜 이렇게 빨리 다시 노나라로 돌아왔는가이다. 심지어 민공은 제나라에 계우가 돌아올 수 있게 도와달라고 요청까지 하고, 계우가 돌아올 때 랑땅에서 기다리기까지 한다. 더군다나 민공은 즉위시 나이가 많아야 8세였다. 그렇다면 국정은 경보와 애강이 잡고 있었을텐데 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 계우를 불러들였다는 점이 의아했다.

 

두예는 주석에서 “민공이 처음 즉위하여 국가에 어려운 일이 많았다. 계자가 충성스럽고 현능하였기 때문에 패주(覇主)인 제후(齊侯)에게 요청하여 귀국시킨 것이다”라고 하였다. 갑자기 이렇게 화목하게 사건이 마무리가 된다고? 그럴 리가.

 

상상력을 보태자면 경보가 계우의 세력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싶다. 어쩔 수 없이 계우를 불러들이긴 했는데 경보가 계우에게 위협을 느꼈을까? 불과 이듬해에 경보가 민공을 죽이고 스스로 군주가 되려고 하다가 실패하고 거나라로 도망을 간다. 애강을 끼고 정권을 잡으려던 경보는 결국 제나라 지지를 얻지 못하고 실패한 것 같다. 그런데 왜 제나라에 부탁까지 해가면서 계우를 불러들였는지 여전히 의문은 해결되지 않는다. 

 

그런데 <사기>에서는 계우가 민공이 경보에게 죽임을 당할 때 노나라에 돌아온다고 되어 있다. 들어와서 희공을 세우고 정리! 이러면 오히려 깔끔하게 이해가 되는데, <춘추>와 <좌전>은 민공 원년이라고 하니.....

 

댓글 1
  • 2023-05-06 17:15

    원년이나 2년이나...뭐, 이미 낌새가 만연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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