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공 6회차 후기 : 전쟁에 쓰이는 용어

토용
2023-01-04 01:39
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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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한자를 옥편에서 찾던 시절 궁금했던 것이 하나 있었다. 한자의 용례를 보다보면 좌전이 출처인 경우가 꽤 많았다. 그 당시엔 뭘 아는게 없어서 그저 좌전이 상당히 권위가 있는 책인가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춘추좌전을 강독하다보니 이 책이 역사서일 뿐만 아니라 사전의 역할도 하고 있음을 새삼 알게 된다.

 

장공 11년에 노나라가 송나라와의 전쟁에서 이긴다. 간단한 이 기사 뒤에 좌전은 전쟁과 관련된 글자를 설명한다.

 

1.敗某師 (모 군대를 패배시켰다) : 적이 진(陣)을 치기 전에 공격하여 패배시키는 것.

2.戰 : 양군이 모두 진을 친 뒤에 공격하는 것.

3.敗績 : 크게 붕궤되는 것.

4.克 : 우두머리를 잡는 것.

5.取某師(모 군대를 모두 잡았다) : 복병으로 적을 기습해 패배시키는 것.

6.王師敗績于某(周王의 군대가 아무에게 대패하였다) : 京師(周王의 군대)가 패배하는 것.

 

재미있는 것은 이 용례들에 대해서 양백준이 꼭 그런 것은 아니라고 주석을 달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춘추경을 근거로 조목조목 따지고 있다는 것. 긴긴 주석을 읽느라 고단했지만 이런 부분이 양백준의 주석을 읽는 재미이기도 하다.

양백준의 말대로 꼭 좌전의 용례대로 쓰이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좌전에서 말한 뜻대로 쓰인 경우도 있지 않았을까? 앞으로 이런 글자들을 보면 좌전에서 설명한 뜻이 생각날 것 같다. 아, 잊어버리지 말아야 할텐데....

 

***

가을에 송나라에 큰 홍수가 났다.(秋, 宋大水)

經은 간단하게 이 기사 한 줄인데 傳은 좀 자세하다.

노나라는 사신을 보내어 송나라를 위로한다. 여름에는 전쟁하고 가을에는 위문을 하고. 봉건시대 예법이 아직은 무너지지 않았다고 해야하나. 어쨌든 노나라 사신의 위문에 송나라 민공이 대답하기를 “고(孤)가 실로 하늘을 공경하지 않아 하늘이 재앙을 내린 것인데, 도리어 군(노나라 장공)께 근심을 끼쳐  송구합니다.”고 말한다.

장문중은 송나라는 아마도 부흥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송의 군주가 우임금과 탕임금처럼 죄를 자신에게 돌렸기 때문이고, 스스로를 孤라고 칭한 것이 예에 맞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민공의 대답과 장문중의 말 사이의 간극이다. 만약 사신으로 간 사람이 장문중이라면 장문중의 말은 민공의 대답을 듣고 나서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좌전에서는 사신으로 간 사람이 장문중이라고 쓰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장문중이 훗날 한 말일 수도 있다.

 

그런데 사마천은 송세가에서 사신으로 간 사람이 장문중이라고 적고 있다. 양백준의 주석에 따르면 장문중이 춘추경에 처음 나오는 때가 장공 28년이라고 한다. 그리고 문공 10년에 죽었다고 한다. 장공 28년~문공 10년은 50년이다. 노나라가 사신으로 보낸 것은 장공 11년으로 문공 10년으로부터는 68년이다. 만약 장문중이 90세에 죽었다고 해도 사신으로 갔을 때 나이가 불과 22살이었다는 것이다.

양백준은 아마도 사마천이 ‘장문중왈’로 시작하는 좌전의 기사를 보고 장문중이 사신으로 간 것이라고 잘못 생각했을 것이라고 본다.

이 밖에도 양백준은 사기와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거의 짚고 넘어간다. 사실 이렇게 세세하게 따지고 있는 것을 읽다보면 좀 지치기도 하지만 좌전과 사기의 내용이 겹치는 부분이 많으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또 읽다보면 재미있기도 하고.

 

 

 

댓글 1
  • 2023-01-08 09:06

    맞아요...사기의 내용과 기타 여러 텍스트들이 서로 다른 말, 사건을 주장하는 것을 양백준은 그냥 지나칠 수 없나 봅니다. 같이 읽다 보면 '그게 뭣이 중헌디?'하는 생각이 들 때가 한 두번이 아니예요. 위의 전쟁과 관련된 용어도 '그런가보다'하고 넘어가다 보면 또 어디서는 '이 글자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라고 하고 예외적인 이야기를 하죠....그럼 그렇게 단정할 수 없는 것 아냐?하고 딴지를 걸고 싶지만 그래도 짚고 넘어가기는 해야할 것 같기도 합니다. 사기를 읽어보지도 않고, 책을 읽는데만 급급한 나에 비해서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이 이렇게 입체적으로 이야기해줘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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