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공 5회차 후기 - 춘추에서 처음 쓰기 시작했다

진달래
2022-12-30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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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공 9년 공자 규를 제나라로 들여보내려고 했던 일이 실패했다. 

이에 제나라는 소백, 제 환공이 즉위하였다. 공자 규와 그를 모시던 소흘은 죽고 관중은 잡혀갔다.

 좌전에는 그다지 이 일이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지는 않다. 

내가 오히려 눈여겨 본 건은 이 때 장공이 제나라와 건시에서 전쟁을 했다는 것이다.  

공자 규가 노나라로 도망을 온 것은 그의 어머니가 노나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양공이 죽고 공자 규가 제나라로 돌아가려고 할 때 노나라가 가만히 있었던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규를 즉위시키려고 했던 것 같다.  이렇게 보니 공자 규를 제나라에서 죽이려고 했던 것이 더 이해가 갔다. 단순히 제나라 내부의 후계 쟁탈이 아니라 주변국 사이의 세력 다툼까지 포함된 일이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춘추시대가 복잡해 보인다. 

장공은 어머니 문강의 세력, 즉 제나라의 힘을 업고 즉위했는데, 이런 그의 행보를 보면 제나라를 견제하려는 시도가 꾸준히 일어나고있기 때문이다. 뭐, 달리 생각하면 장공이 그만큼 제나라에게 시달렸던 것 같기도 하다. 

 

장공 10년 2월에 노나라가 송나라를 침략했다. 

보통 '노나라가 송을 쳤다(伐)' 이렇게 많이 쓰는 데 여기서는 침(侵)자를 사용했ek. 

주를 보니 춘추에서 침(侵)을 비로소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면 침(侵)과 벌(伐)은 어떻게 구분하는 걸까?

주석에 따르면 군대가 종과 북을 울리면서 하면 벌(伐)이라고 하고 그것이 없으면 침(侵)이라고 한다고 했다. 

말 그대로 습격한다는 의미인 듯하다. 

 

같은 해 겨울 제나라 군대가 담나라를 멸망(滅)시켰다는 내용이 있다. 

여기서도 춘추에 '멸국(滅國)'이 비로소 쓰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때 멸(滅)자를 쓰는 것은 사직을 끊고 그 땅을 소유하는 것을 말한다고 했다.

이전의 전쟁에서는 보통 승리한 나라가 전쟁에 진 나라 사람들에게 제사를 계속 이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예였다. 

 

이렇게 이전에 사용되지 않았던 글자들이 사용되는 것으로 보아  이제 전쟁의 양상이 점차 바뀌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춘추시대의 전쟁은 대부분 넓은 들판에 나가 의례에 따라서 이루어지는 것이었는데 이제 종이나 북을 울려서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방식이 아니라 습격을 한다거나, 상대편 나라를 아예 멸망시키는 방식의 전투가 등장한 것이다. 

가이즈카 시게기의 <중국의 역사, 선진시대>를 보면 춘추시대의 전쟁의 주체는 전차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좌전을 읽다보면 수레에 대한 이야기가 가끔 나온다. 크기가 큰 수레인지 작은 수레인지, 수레를 끄는 말은 몇 마리인지, 수레에 휘장을 쳤는지 안 쳤는지.... 뭐 이렇게 종류가 많을까 싶을 때도 있다. 

귀족이 모는 전차를 중심으로 한 전투 방식에서 점차로 보병 중심으로 옮겨가면서  전국시대에 이르면 흔히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성을 무너뜨리고, 성 안으로 쳐들어가는 공성전의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제 환공의 등장으로 이제 춘추시대는 패자의 시대를 맞게 된다.  글자 하나를 통해 이렇게 많은 변화를 읽을 수 있는 것이 원문을 읽는 중요한 포인트가 아닌가 싶다. 그냥 망했다 혹은 도망갔다가 아니라 상황 전체를 이해해야진 그 글자가 왜 쓰였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

 

댓글 1
  • 2022-12-30 15:04

    제나라는 점점 더 강해지고 그 와중에 고군분투하는 노나라가 보이네요.
    莊이라는 시호로 볼 때 장공은 영토를 넓히고 나라를 강성하게 만들려는 의지를 보였던 군주였을텐데, 제나라와의 간시전투에서 그 모습을 좀 엿볼수 있었어요.
    장공은 적장자였기 때문에 노나라 내부 기반은 튼튼했을 것 같고, 어머니 문강의 사통 때문에 더 강한 노나라를 만들고 싶어했을 것 같아요.
    제나라 양공에게 아버지가 그렇게 죽임을 당한 것을 보고 분하지 않았을까요? 거기다가 아버지가 죽고나서도 문강은 계속 양공을 만나고 다녔으니.....
    규를 들여보내 제나라 군주로 만들었다면 노나라가 제나라와 좀 대등하게 되었을텐데, 장공 뜻대로 되지 않았네요.
    어쨌든 점점 흥미진진해지는 춘추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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