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공4회차 후기...숙손무지, 이름값을 하다

봄날
2022-12-2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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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공7년이 위나라 이야기였다면 장공8년으로 넘어오면서는 조금씩 패권을 키워가는 제나라 이야기 되시겠다.

 

(제)희공에게 이중년이라는 친동생이 있었다. 이중년은 아들 숙손무지를 낳았는데 희공이 조카를 총애해서 자기 친아들인 양공(이름은 제아)과 의복등의 대우를 똑같이 했다. 양공은 즉위하자 즉시 그 특권적인 지위를 뺏어버렸다. 가진 것을 빼앗긴 숙손무지는 양공을 미워했다. 양공을 미워한 이가 또 있었으니 바로 앞의 내용, 연칭과 관지보가 멀리 규구땅을 지키고 있었는데 교대하는 사람을 보내주기로 약속한 양공이 그 약속을 지키지 않자 반란을 도모한 것이다. 여기서 잠깐 제희공은 어떻게 죽었을까. 왜냐 하면 제 명에 못죽은 군주가 하나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33년동안 제위했고 별 말이 없는 걸 보니 희공은 병들어 죽었나보다...

 

암튼 이제부터 양공이 죽기까지의 이야기이다. 연칭에게 사촌누이가 있었는데, 양공의 첩이었으나 양공의 이쁨을 받지는 못했다. 그래서 연칭은 그녀에게 양공을 정탐하라고 시켰다. 나중에 이 일이 성공하면 자신이 그녀를 거두겠다고 말하고...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양공은 고분으로 놀러도 다니고 패구로 사냥질도 다녔다. 거기서 큰 돼지를 봤는데 시종이 그것이 ‘공자 팽생’이라고 하자 화가 나서 쏴버렸다. 그랬더니 큰 돼지가 마치 사람처럼 뒷발로 서서 소리쳤다. 놀란 양공은 정신없이 도망치다 발도 다치고 신발도 잃어버렸다. 여기서 양공이 그렇게나 놀란 이유는 바로 '팽생'이라는 말 때문이었다.  팽생이 누구인가. 노나라 환공18년에 제양공은 자기 아버지가 자신이 문강과 내통한 것을 나무라자 앙심을 품고 환공을 죽이기로 맘먹고 공자 팽생에게 그 일을 맡겼다. 팽생은 거나하게 취한 환공을 환송한다는 명분하에 마차에 탔고 그 속에서 환공의 허리를 부러뜨려 죽였다. 문제는 왕의 죽음에 책임을 묻자 양공은 자신을 위해 환공을 죽인 팽생을  죽임으로써 그 일을 마무리했던 것이다. 그런 팽생이 돼지가 되어 나타났으니 혼비백산할 수밖에...

 

나중에 사실을 알고 무안해진 제양공은 신발은 자기가 잃어버려놓고 신발관리인을 피가 나게 등에 매질을 했다. 신발관리인(비)은 도망가다 숙손무지 일행을 만났다. 자신의 등짝을 보여주며 “이렇게 때린 놈을 내가 어찌 보호하겠는가”하며 자기가 먼저 앞장서겠노라 했다. 하지만 충성스런 신발관리인 비는 양공을 숨기고 적들과 싸우다 문앞에서 죽었다. 석지분여라는 신하 역시 싸우다 계단 아래에서 죽었다. 양공이 신하복은 있는가보다. 마침내 양공의 침소까지 쳐들어간 숙손무지 일행은 침대에 누워있는 자를 죽였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왕같지가 않다. “아무래도 왕이 아니다. 그 용모가 비슷하지 않아” 그들이 죽인 것은 맹양이라는 또 하나의 충신이었다. 가만히 보니 죽은 시체 아래 양공의 발이 삐죽이 나온 것을 봤다. 결국 양공을 죽이고 숙손무지를 옹립했다.(그런데 열국지에는 도인 비가 양공을 옷장에 숨기고 공손무지 일행을 멀리 끌어내어 외려 그들을 공격했다고 되어있단다.)

 

양공이 즉위했을 때 포숙아가 한 말이 있다. “(왕의 행동이 일관성이 없으니)백성을 방종하게 만들어 결국 난이 일어날 것이다.” 그말대로 양공은 숙손무지에게 죽임을 당했다. 그런데 숙손무지가 한 술 더 떴다. 그의 군주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양공이 죽은 것이 장공8년 12월인데, 숙손무지는  장공9년 정월에 학정을 견디지 못한 옹림사람(혹은 옹름)에게 죽었으니, 기껏 한두달 왕노릇을 한 것이었다. 9년 경(經)에 제나라사람이 무지를 죽였다는 사실이 바로 이것이다.

 

이제 제나라에 군주가 없으니 노나라 장공은 제나라 대부와 기땅에서 맹약을 맺었다. 여름에는 장공이 제나라를 치고 자규를 제나라로 들여보냈다. 가을7월에는 양공을 장사지냈는데, 9개월이나 걸린 것은 난 때문인 것을 알 수 있다.

 

8월에는 제나라군대와 건시에서 싸웠는데, 노나라군대가 연거푸 패했다.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제나라는 노나라가 들이밀었던 자규를 죽여버렸다. 당시 양공이 즉위하자 관중은 공자 규를 모시고 노나라로, 포숙아는 공자 소백을 모시고 거나라로 망명한 상황. 양공에 이어 숙손무지도 죽고 무주공산(無主空山)이 된 제나라. 노나라가 규를 들이밀었을 때 이미 제나라에는 소백이 먼저 들어와서 환공으로 즉위한 후였다. 드디어 다음회차에 관중과 포숙아가 등장할까?

 

세미나 도중에 누군가가 물었다. “군주의 이름은 나중에 짓는 거 아냐?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사람 이름을 ‘무지(無知)’라 짓냐?” 그 말에 일리가 있다. 이름 때문에 무지해진 건지, 나중에 그의 무지를 비웃어 ‘무지’라 지은 건지, 내막을 알 도리는 없다~~~

댓글 1
  • 2022-12-26 13:09

    우샘이 환공은 죽었니? 물어 보시더군요.
    - 저희가 너무 번잡한 양백준의 주를 다 읽는 걸 걱정하세요. 일관성이 없어서 맥락 잡기가 어려울 거라고.
    저는 한편으로는 이렇게 주를 읽는게 속도를 조절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마구 달리면 진짜, 애네는 왜 이래? 뭐 이러다 끝날 것 같아서요.

    음, 장공으로 들어오니 진짜 버라이어티 한 일이 우수수 떨어지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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