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공 13회차 후기

느티나무
2022-11-14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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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좌전에는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역사는 이러한 인물들의 얼키고 설킨  관계들 속에서 만들어 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좌전의 환공 15년과 16년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보면서 권력의 속성을 그러한 것인지, 권력을 향한 인간의 욕망이 그러한 것인지 비정하고 무도하다. 

  먼저 아버지의 편에 서서 남편을 죽음에 이르게 한 채중의 딸이자 옹규의 부인 이야기이다. 환공 15년 정나라는 장공이 죽자 장공에게 큰 신임을 받았던 채중이 권력을 행사했다. 그리고 태자 홀이 아니라 왕자 돌을 군주로 세웠는데 그가 여공이다. 여공은 채중에 의해 군주의 자리에 올랐으나 그의 전횡을 못마땅히 여겼다. 그래서 채중의 사위인 옹규로 하여금 채중을 죽이라고 했다.   옹규의 부인이자 채중의 딸은 이 일을 알고 어머니에게 아버지와 남편 중에 누가 더 친한 존재인가 물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아버지는 한 명밖에 없지만 남편은 남자라면 누구나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옹규의 부인은  아버지 채중에게 달려가 남편의 계획을 고하였다. 마침내 채중은 옹규를 잡아 죽이고 저잣거리에 그 시신을 내걸었다. 이 일로 여공은 변경의 역읍으로 쫒겨나게 되고 공자 홀이 즉위하여 소공이 되었다.

  고대 정치에서 여자들은 로비에 이용되었다. 이때 여성들의 입장은 주로 남편보다는 친정 가문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 이유가 바로 "아버지는 한 명밖에 없지만 남편은 누구나 될 수 있다"는 데에 있었다.  채중의 딸은 어떤 마음이었을지 새삼 궁금해진다. 

 비슷한 시기에 위(衛)나라에는 권력에 눈이 먼 또 한 명의 인물이 있었다. 후에 위(衛)나라 혜공의 자리에 오르는 공자 삭이다.

위(衛)나라의 군주 선공은 공자일때부터 여색을 탐했는데 심지어 아버지 장공의 첩인 이강과 사통하여 아들 급을 낳았다. 위(衛)선공은 급을 매우 사랑하여 세자로 삼고자 했다. 급의 나이 16세가 되자 그를 보좌하던 우공자가 제나라 희공의 딸 선강과 혼례를 맺어주고자 했다. 그러나 선강의 아름다움을 전해 들은 위선왕은 며느리가 될 선강을 취하여 아내로 삼았다. 그리고 그녀와의 사이에서 수와 삭 두 아들을 낳고 좌공자에게 보좌하게 했다. 급의 어머니 이강이 스스로 목을 매에 죽자 신강은 삭과 함께 태자 급을 헐뜯고 미워했다. 공자 수와 급은 사이가 매우 돈독하였으나 삭은 형인 수와 달리 성격이 사납고 시기심이 많고 악독하였다. 급기야 삭은 어머니 선강과 도모하여 급을 없애고자 하였다.  위선공 또한 급의 부인을 가로챈 이후로 마음 속으로 급을 눈에 가시와 같이 여기게 되었고 그를 폐위하여 공자 수를 태자로 삼고자 했다. 이런 차에 선공은 선강과 삭의 참소를 듣게되고 크게 노하여 급에게 흰 깃발을 신표로 주면서 제나라로 갈 것을 명하였다. 그리고는 도적을 매복시켜 흰깃발을 든 자가 오면 죽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 모의의 전말을 듣게 된 공자 수는 급에게 가 이 사실을 알리고 피신할 것을 권하였다. 그러나 급은 아버지의 명을 거역할 수 없다며 거절한다. 그러자 수는 급과 술을 나누어 마시고 급이 취한 틈을 타 그의 깃발을 들고 자신이 대신 제나라로 간다. 숨어있던 살수는 흰 깃발을 보고 급이라 여겨 공자 수를 죽인다. 뒤늦게 수의 의중을 파악한 급이 제나라로 달려 갔으나 수는 이미 죽은 후였다. 급은 살수를 향해 자신이 공자 급임을 스스로 밝히고 또한 죽음을 맞는다. 이후 위선공은 삭을 태자로 삼았다. 선공이 죽자 삭이 군주의 자리에 올라 위(衛)혜공이 된다. 

위(衛)나라는 이로써 선공에서부터 혜공과 그의 아들 의공까지 폐륜군주의 대가 이어졌다. 권력과 탐욕 앞에서 부모와 자식과 형제의 관계도 아무런 의미가 될 수 없었는 춘추시대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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