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공 10회차 후기....수나라제후는 소사와 계량 둘 중에 누구의 말을 들었을까

봄날
2022-10-15 00:06
90

환공 8년 속기(速杞)에서 초나라가 수(隨)나라를 물리친 사건은 실제로는 환공6년부터 시작한다.

당시 중원의 강국이었던 수나라를 치려고 마음먹은 초나라는 바야흐로 떠오르는 강자였다.  초 무왕에게는  투백비라는 모사가 있었다. "우리 군대를 갑옷으로 무장하고 강한 것처럼 보이니 작은 나라들이 힘을 합쳐 우리에 대항하므로 우리가 그 나라들을 도모할 수가 없습니다. 이는 우리가 우리 발등을 찍은 것입니다.  현재 한수漢水 동쪽의 강국은 수나라이니, 수나라를 쳐야 되는데 마침 소사라는 간신이 있어 그를 이용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소사에게 마치 초나라 군대가 허접하게 보이게 해서 그를 교만하게 만들면 수나라 제후에게 반드시 초나라를 칠 것을 청할 것이다. 초나라에 대한 경계가 느슨해지면 주변국들과의 결속이 또한 느슨해질 것이니 그때에 수나라를 잡자...

그런데 수나라에는 소사라는 간신도 있지만 현명한 계량이라는 충신도 있었다. 소사의 계략이 실패할 것임을 간파한 계량이 넘어가지 말라고 간청한다.  이때만 해도 계량의 간언이 먹혀들었고, 수나라는 군대를 출동시키지 않고 내치를 강화해서 초나라가 넘보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불과 2년 만에 소사는 군주의 총애를 얻었다. 이것은 초나라로서는 수나라를 칠 절호의 기회, 투백비가 말했던 '훗날의 정세'였다.  마침내 초나라는 수나라 접경에 진을 쳤다. 충신 계량은 항복하자고 간언했다. "(우리가 항복했는데)적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전쟁을 도발하면 아군은 분노에 찰 것이고 적군은 태만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군주의 팔랑귀는 이미 소사에 기울었다. "속전해야 합니다." 

전쟁에 나서는 군주에게 계량은 다시 현명하게 간언한다. "초나라는 왼쪽을 높게 봅니다. 그러니 초 무왕은 군대(혹은 마차)의 왼쪽에 있을 것입니다. 주군께서는 좌측에 서서 무왕을 맞닥뜨리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 상태에서 초나라 군대의 오른쪽을 칩니다. 초나라 군대의 오른쪽에는 변변한 장수가 없을 것이니 초나라 군대를 흔들 수 있습니다. 한쪽이 무너지면 다른 쪽도 흩어지니 승리할 것입니다."

그러나 소사는 군주의 자존심을 자극한다. "초 무왕과 맞장뜨지 않으면 제대로 된 싸움이 아닙니다." 결국 소사의 말을 들은 수나라 제후는 대패했고, 소사는 초나라에 사로잡혔다. 

수나라가 초나라에 화평을 요청하려 왔지만 초 무왕은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투백비는 또 앞을 내다보는 사람이었다. "하늘이 수나라의 걱정거리(소사)를 내쳤지만 아직 수나라를 차지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무왕은 수나라와 동맹을 맺고 들아갔다.

하루가 멀다 하게 강국들이 소국들을 치는 춘추시대, 한 명의 신하가 세치 혀로 나라를 뒤흔드는 시대, 군주에게 요구되는 가장 큰 자질은 '군주와 나라를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충언하는 신하를 변별해내는 것' 아니었을까...

댓글 0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96
희공 39회차 후기 : 순무를 캐고 뜯는 것은 그 뿌리 때문이 아니다. (1)
진달래 | 2024.03.26 | 조회 15
진달래 2024.03.26 15
95
희공38회차 후기: 효산전쟁
봄날 | 2024.03.25 | 조회 15
봄날 2024.03.25 15
94
희공 37회차 후기 : 말 안 듣는 진(秦)목공 (1)
토용 | 2024.03.19 | 조회 30
토용 2024.03.19 30
93
희공36회차 후기 : 그 귀신이 아니면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1)
진달래 | 2024.03.11 | 조회 36
진달래 2024.03.11 36
92
희공35회차 후기: 질긴 위성공의 목숨
봄날 | 2024.03.04 | 조회 38
봄날 2024.03.04 38
91
희공 34회차 후기 : 대부가 제후를 고소하다 (1)
토용 | 2024.02.27 | 조회 40
토용 2024.02.27 40
90
회공 33회차 후기 : 자옥이 패한 이유 (1)
진달래 | 2024.02.20 | 조회 48
진달래 2024.02.20 48
89
희공32회차 후기: 성복전쟁은 겨우 이틀? (1)
봄날 | 2024.02.12 | 조회 45
봄날 2024.02.12 45
88
희공 31회차 후기 : 성복전쟁의 서막
토용 | 2024.02.04 | 조회 46
토용 2024.02.04 46
87
희공 30회차 후기 : 희공 28년 경(經)은 왜 이렇게 긴가 (1)
진달래 | 2024.01.30 | 조회 51
진달래 2024.01.30 51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