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공6회 후기...노환공(桓公)5년, 여기저기 환공이 수도 없이 나온다...ㅠ

봄날
2022-09-19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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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공 5년은 주환왕13년이고, 채나라 환공의 8년이며, 조나라 환공 50년이고, 진나라 환공 38년이기도 하다. 같은 글자(桓)를 가진 제후가 4명이나 나와서 엄청 혼란스럽다. 그래도 그럭저럭 '아, 이때는 채환공인가보다, 이때는 진환공인가보다'...하면서 넘어간다. 桓이라는 글자가 나름 좋은 의미가 있는 걸까...

 

환공5년 전은 진(陳)환공의 사망으로 시작한다.  부고를 두번이나 한 것에 대해 전은 "환공이 정신병이 있어서 집을 나갔다가 그 길로 죽었고, 시신이 발견됐는데 사망일을 언제로 할 것인가를 고민하다  두 개의 날을 부고일로 삼았다는 설과, 진나라가 혼란스러워져 문공자(환공의 동생)이 태자를 죽이고 자신이 보위에 올랐고, 진나라 백성이 혼란을 피해 사방으로 흩어져서 부고를 두 번 냈다는 설이 있다. 어떤 설이건 권력은 무상한 것이다. 

 

환공5년에서 가장 큰 사건은 아마 수갈전쟁일 것이다. 당시 정장공이 주환왕 밑에서 경사를 맡았는데, 환왕이 경사직을 빼앗자 장공은 조회하지 않았다. 당시 정나라는  남쪽으로 허나라를 정벌하고 환왕과는 땅을 바꾸는 계략으로 남양으로 진출했으며, 송나라를 정벌하고, 노나라와의 친교를 다지는 등, 그 세력이 크게 확장되었다. 아마도 환왕은 이를 경계했으리라. 가을에 환왕은 위나라와 채나라 진나라와 함께 정나라를 치러 갔다. 이때 정장공은 진나라와 채나라, 위나라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먼저 이 나라의 군대들을 치면 그들이 뿔뿔이 흩어질 것이고 정나라 군대는 왕의 중군을 집중공략하면 이길 수 있으리라는 정자원의 전략을 받아들였다. 이때 썼던 진법이 '어리진'(魚麗陳)법이다. 어리진법은 한대의 전차가 앞에 가면 그 뒤에 5명의 보병이 틈을 메우는 방식의 진법이다.  그런데....그 해석이 학자들마다 제각각이다. 사마법에는 25대의 전차를 '편(偏)'이라 부르고, 125대는 '오(伍)'라고 했다고 하고, 그러니 25대의 수레를 편, 5명의 보병을 오라고 한 것은 잘못이라고 한다. 결국 자료가 부족해 무엇이 정확한지 모른다는 거다. 아무튼 어리진이라는 진법은 후한시대까지 있었던 것이라고 한다. 물고기 비늘같이 생긴 모양으로 추측하면 전차뒤에 보병이 따르는게 맞는 것 같기는 한데, 기원전 7백년 전후의 일을 우리가 짐작하기 쉽지는 않다.

 

전쟁 못지 않게 중요한 역사적 사실은 가을에 기우제를 지냈다는 것인데, <춘추>에 기우제를 지냈다는 사실을 기록한 것은, 연례적인 것이 아니라 불시에 이루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원래 기우제는 하력4월에 정기적으로 지내는데 이 정기적인 기우제는 기록하지 않는다. 그런데 가을이 되어 기우제를 지냈으니 그 때가 맞지 않았다는 뜻이다.  아마도 그 해 가뭄이 심했던 것 같다. 여울아가 북앤톡에 썼던 글이 생각난다. 기우제는 실제로 비를 내리게 하지 않는다. 다만 가뭄으로 흩어진 백성들의 마음을 모아내는 기능으로 지내는 것이다. 전쟁과 가뭄으로 하루도 편한 날이 없는 민초들의 고단함이 엿보였다. 

댓글 2
  • 2022-09-19 08:08

    굳셀 환

    그래서 남자 이름에 많이 쓰잖아요?

    석환, 태환, 정환.............. ㅋㅋ

     

    • 2022-09-26 13:27

      오, 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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