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좌전 은공의 섭정에 대한 소식의 론

느티나무
2022-08-08 02:53
57

  역사책에는 섭정에 얽힌 이야기들이 많다.  왕실과 외척 사이의 날 선 대립의 장이 펼쳐지는 자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섭주는 세습하는 군주나 대부가 적자가 없이 죽었거나 적자가 너무 어려 왕위를 수행할 능력이 없는 경우 서자나 조카가 임시로 대리하여 후계자가 되는 것을 말한다. 그 대표적 인물이 주공이다. 그러나 공자가 주공을 성인급으로 높이 추앙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섭정을 의심하는 의견들이 적지 않다. 노나라의 은공 역시 그러한 논란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은공은 노나라 혜공의 서자였다. 혜공이 죽자 어린 환공을 대신하여 은공이 섭정을 맡게 되었다. 그러던 중 공자 휘가 은공에게 환공을 죽일 것을 청하였지만 거절당하였다. 은공은 자신은 환공이 어리기 때문에 섭정을 하는 것이니 장차 그에게 임금 자리를 물려주고 ‘토구’(벼슬을 내놓고 은거하는 곳이나 노후에 여생을 보내는 곳)로 가 노년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휘는 자신의 청이 거절당하자  뒷일이 두려워 도리어 환공에게 은공을 참소하였다. 이에 환공은 자객을 보내 은공을 시해한 후 즉위했다.

 은공의 섭위는 과연 즉위한 것인가 섭위한 것인가에 대한 많은 논란들이 있다. 이는『춘추』에 은공의 즉위에 대한 기록이 없고 대신 서문의 마지막 구절에 ‘시이은공립이봉지’(이로써 은공이 환공을 태자로 세워 받들었다)를 기록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춘추좌전』에서는 ‘경에 즉위를 기록하지 않은 것은 은공이 환공을 대신해 섭정하였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당송팔대가 중 한 사람인 소식(소동파) 역시 이것에 대해 논하였다. 

  구양수는 은공이 만일 섭위를 했다면 춘추에 ‘공’이라고 쓰지 않았을 것이며, 은공이라고 쓴 것은 섭위한 것이 아님을 의심할 것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소식은 생각이 달랐다.

그 이유는 『춘추』는 믿을 만한 역사책이며 여기에는 은공이 섭위 하였는데 환공이 시해하였다는 내용이 자세하게 나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은공에 ‘공’을 붙인 것에 대해서는 주나라 주공은 섭위를 했다가 조카인 성왕에게 돌려준 후에 죽었으므로 주공이라 칭하였고 은공은 환공이 즉위하기 전 공의 지위로 시해되었으므로 공이라고 칭하였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과연 은공의 섭위가 예에 맞는 것일까?

소식은 예기의 증자문에 나오는 공자의 말을 들어 예에 합당함을 논한다.

증자가 물었다. “무엇을 섭주라 말합니까?”

공자께서 대답하시기를 “옛날에 천자와 제후와 경대부가 세자가 아직 태어나지 않았는데 죽으면 그 아우나 또는 형제의 자식 중에 마땅히 서야 할 자를 섭주로 삼으니 임금과 경대부가 죽은 뒤에 자식이 태어났는데 딸이면 섭주가 즉위하고 사내이면 섭주가 물러가니 이것을 섭주라 이른다.”고 하였다.

옛사람 중에 공자의 말씀과 같이 행한 자가 있으니 그가 바로 노나라 대부 계강자이다. 계장자는 춘추시대 노나라의 집정대신 계환자의 서자이며 이름은 ‘비’이다. 계환자가 죽음에 임하여 신하인 정상에게 명하여 ‘부인 남유자가 아들을 낳으면 노나라 군주에게 고하여 그를 계씨 집안의 후계자로 세우고 딸이면 비가 즉위하도록 하라’고 하였다. 계환자가 죽자 계강자가 즉위하였고 남씨는 아들을 낳았다. 그러자 정상은 남유자의 아들을 수레에 싣고 조정으로 달려가서 계환자의 유명을 전하며 계강자에게 물러날 것을 청했다. 공자가 말한 섭주가 바로 이것이다.

소식은 당시 사람들이 이러한 옛날의 예를 닦아서 행하지 않고 모후의 섭정을 당연히 여기게 된 것에 대해 이를 논하여 경계로 삼고자 했다. 

 무엇이 진실인지 알 길은 없지만 왕위를 향한 권력 다툼은 부모나 자식이나 형제에 있어서도 예외가 없는 피의 전쟁이었음을 짐작케 한다.

댓글 1
  • 2022-08-13 23:23

    춘추좌전의 기록에 대한 후대 학자들의 평가를 읽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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