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좌전후기) 은공11년...은공, 피살되다

봄날
2022-07-1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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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노나라 14대 군주인 은공제위 마지막해의 경을 읽었다. 은공은 내부인물에 암살당했다.(공자휘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한다)
나는 그동안 읽는 것에만 급급해 감정이입되는 일이 없었는데, 군주의 죽음, 더욱이 제 명대로 살지 못하고 죽은 사실을 읽고 보니, 좌전을 읽는다는 것은 새삼 권력을 둘러싼 암투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노은공은 노혜공의 아들이고 서자출신이다. 서자인 그가 군주가 된 것은 혜공의 적자 윤이 어려서 섭정을 하기 위해서였다. 공자휘가 윤을 죽이고 정식으로 즉위하라고 했지만, 윤이 크면 정권을 돌려주겠다고 한 것을 보면, 은공은 나름대로 의리있는 인물이었던 듯 하다. 
 
춘추에 기록된 은공11년의 일은 네 줄이다. 
11년 봄에 등나라 제후와 설나라 제후가 조회하러 왔다. 여기에 나온 조(朝)에는 몇 가지 뜻이 있다. 1)신하가 임금을 볼 때 2)제후가 천자를 보러 올 때 3)제후끼리 볼 때(공식적 만남)를모두 '조'라고 한단다. 춘추시대 후반부터는 소국과 대국의 힘은 크게 달라졌고, 소국은 이 '조'가 아니고는 대국을 만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여름에는 은공이 정백을 시래에서 만났다. 래땅에서 정공을 만난 것은 장차 래땅을 정벌하는 것을 의논하기 위한 것이었다. 
 
가을 7월 임오일에는 은공과 제희공, 정 장공과 허땅으로 쳐들어갔다. 원래 허땅은 노나라 땅이었다. 그런데 은공8년, 정백이 태산근처의 방땅을 허전과 바꾸자고 했던 것. 이때문에 허땅을 정벌했을 때 제희공이 허땅을 은공에게 양보한 것이 이 때문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있다. 허땅은 두고두고 정쟁의 중심에 있었던 것 같은데, 이 일은 나중에 주환공이 정나라를 칠 결심을 하는데 중요한 계기 중의 하나였다고 '나무위키'에는 나와있다. 이것과 관련한 것은 나중에 나오지 않을까....암튼 이때 제나라와 정나라, 노나라가 함께 송과 허를 치는 과정에서 무공을 세운 이가 바로 공자휘였다. 군사적인 힘이 세지는 것을 경계하지 않은 탓일까..결국 은공은 호랑이 새끼를 키운 꼴이 됐다.
 
겨울 11월15일에 은공이 훙(薨)했다. 은공이 제사를 지내기 위해 대부 위씨의 집에 머물렀는데, 이때 우보(공자휘)가 천한 이를 시켜 은공을 살해한 것으로 나와있다. 경에 은공이 어디서 어떻게 죽었는지를 기록하지 않은 것은 그를 군주의 예로써 장례지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나라 임금 중 피살된 것은 세 명이다. 은공, 환공, 민공이 그들이다. 이중 환공은 제나라 사람에게 피살되었기 때문에 그의 죽음이 기록된 반면, 은공과 민공은 노나라사람에게 피살됐기 때문에 어디서 어떻게 죽었는지, 또한 장사지내는 것에 대한 기록도 남아있지 않고, 단지 '薨'했다고만 쓰여져 있다. 너무 많은 뜻을 함축하고 있는 춘추의 말은, 해석 없이는 그 정황을 파악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렇게 단 한글자로 군주의 죽음을 기록함으로써 후대 사람들에게 훨씬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글자가 주는 힘을 일깨우는 대목이다.
 
 
댓글 1
  • 2022-07-12 14:15

    다음 시간 은공론을 보면 어떨지.... 
    그러니까 군주의 자리에 오르고 내리는 건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 뭐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 

    은공이 나름 의리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죽임을 당하는 걸 보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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