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 전쟁의 연속

토용
2022-07-03 18:05
81

은공 9년에는 정나라가 송나라를 토벌하는 일이 있었다. 때는 기원전 714년으로 정나라가 주왕실의 좌경사로 주왕의 명을 받고 토벌한 것이었다. 이유는 송나라가 주왕에게 조회를 하지 않았다는 것(宋公不王). 그런데 양선생의 주에서는 춘추시대에는 제후가 주왕에게 조회를 하는 일은 극히 적었다고 한다. 노나라의 경우만 보더라도 12명의 군주 240여 년간 희공이 2번, 성공이 1번 있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정나라가 조회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빌미로 송나라를 친 것은 제나라 환공이 초나라를 친 것(띠풀을 공물로 바치지 않아서)처럼 핑계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관심이 갔던 것은 ‘王’의 용례였다. 제후가 천자에게 조회를 하는 것을 ‘왕’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뒤에는 이 왕과 같은 뜻으로 정(庭)도 쓰고 있다. 좌전에는 모르던 용례가 제법 많이 나오는데, 이것도 좌전을 읽는 재미 중 하나이다.

 

송나라 토벌은 한번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은공 10년에는 전쟁이 많았다.

여름에는 노나라, 제나라, 정나라가 연합하여 송나라를 다시 토벌한다. 이 토벌에서 정나라가 송나라 땅인 고(郜)와 방(防)을 빼앗아 노나라에 준다.

군자는 이에 대해 “정나라 장공이 이번 일을 공정하게 처리했다. 천왕의 명으로 조회하지 않는 제후를 토벌하였으면서도 그 토지를 탐하지 않고 노나라에 주어 그 노고를 위로하였으니, 정치의 요체를 얻었다고 하겠다.”라고 논평하고 있다. 이 당시는 확실히 정나라가 패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여러 제후국들의 형님노릇을 하고 있었던 듯하다.

가을에는 송나라, 위나라가 정나라를 침입하고, 송나라, 채나라, 위나라가 연합하여 재나라를 쳤는데 정나라가 쉽게 이 세 나라를 제압한다.

겨울에는 제나라, 정나라가 송나라를 치라는 주왕의 명을 듣지 않은 성나라로 쳐들어갔다.

 

이번에 좌전을 읽으면서 재밌었던 양선생의 주석은 각 나라의 군주에 대한 호칭이었다.

제나라 희공을 제인(齊人), 정나라 장공을 정인(鄭人)이라고 하고, 그 밖에 다른 나라 군주들도 모두 송인(宋人), 채인(蔡人), 위인(衛人)이라고 쓰고 있다. 노나라 희공(원년은 BC659년) 이전에는 대부분 이렇게 썼다는 것이다. 그런데 예외가 있었다. 희공 이후에는 진(秦)과 초(楚) 두 군주만 진인, 초인 이렇게 썼다. 선공 5년(BC604년) 이후에 진인, 초인이라고 부르지 않았다고 한다. 이 때는 진나라가 목공 이후 강성해지기 시작하는 때였고, 초나라는 춘추오패 중 하나인 장왕의 시대였다. 일단 나라가 부강해져야..... 양선생은 이에 대해 시대가 달라서 호칭이 다른 것이지 소위 미언대의와는 관계가 없다고 말한다.

 

댓글 1
  • 2022-07-05 19:08

    전쟁을 끼고 전쟁에 관한 글을 읽으니... 참 마음이 그러네요. 

    별거 아닌 것 갖고 싸우는 것 같고, 사이좋게 지내면 참 좋을 것 같은데 

    사람 사는게 그런게 아닌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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