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 화의 싹은 미리 제거해야

토용
2022-06-05 22:16
77

은공 6년의 전(傳)을 읽었다.

 

봄에 노나라가 정나라와 우호관계를 더욱 돈독히 했다.

2년 전에 송나라, 진나라, 채나라, 위나라가 연합하여 정나라를 공격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노나라의 대부 우보가 은공이 허락하지 않았음에도 마음대로 군대를 이끌고 정나라를 공격한 일이 있었다. 

또 노나라는 송나라와 동맹관계였고 정나라와는 원래 예전부터 원한관계였다. 그런데 작년 송나라와 정나라가 싸울 때 송나라의 구원 요청을 노나라가 거절한 적이 있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정나라가 사신을 보내어 우호관계를 맺은 것이다.

 

여름에 정나라가 진(陳)나라를 침공해서 포로를 많이 잡았다.

이것은 작년에 진나라가 정나라의 화평 요청을 거절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만일 진나라가 정나라를 무시하지 않고 우호 관계를 맺었더라면 전쟁은 없었을 것이다.

진나라 군주는 정나라를 우습게 여겼다. 신하 오보가 어진이를 가까이 하고 이웃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나라의 보배(親仁 善隣 國之寶也)라고 간언해도 말을 듣지 않더니 나라를 위태롭게 했다.

 

좌전에는 ‘군자왈(君子曰)’로 시작하는 논평부분이 있다. 군자가 정확히 누구를 지칭하는지는 알 수 없다. 좌전의 저자 좌구명이라고도 하고, 당시의 명망 있는 사람의 말을 가져다가 쓴 것이라고도 한다. 어쨌든 이 ‘군자왈’로 시작하는 부분이 좌전을 읽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정나라를 우습게 여기다가 화를 당한 진나라 군주에 대해 ‘군자왈’은 다음과 같은 논평을 한다. “선(善)을 잃어서도 안 되고 악(惡)을 키워서도 안 된다. 이는 진환공(陳桓公)을 두고 한 말일 것이다. 악을 키우고 바로잡지 않으면 그 화(禍)가 자신에게 미칠 것이니, 아무리 구제하고자 한들 어찌 구제할 수 있겠는가.”

화의 싹은 농부가 잡초를 제거하듯 미리미리 제거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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