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11회차 후기 : 초나라는 예가 없으니...

진달래
2025-12-17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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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좌전 세미나가 난항입니다. 

독감과 에세이 등등. 왕이 죽지 않으면 쉬지 않는다고 했지만, 쉽지 않습니다. - 뭐, 사실 왕은 언제나 누구든지 죽긴 합니다.

 

춘추시대 중반부터는 중원의 맹주인 진晉과 무섭게 부상하는 초楚나라의 대결 구도가 펼쳐집니다. 

이 두 나라의 세력 싸움에 그 사이에 낀 약소국들이 이리저리 휘둘리고 있는 상황이지요. 

그런데 드디어 진과 초나라 사이에 우호관계가 성립되었습니다. 

그래서 노 성공 12년에 진나라의 극지가 초나라에 사신으로 갑니다. 

결맹을 마친 극지를 위하여 초나라는 연회를 준비했습니다. 

극지가 막 연회장으로 올라가려고 할 때 단상 밑에 있던 악기들이 큰 소리로 연주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쓰인 악기가 타악기이니 얼마나 놀랐겠습니까?

깜짝 놀란 극지가 냅다 뛰쳐나갔고, 이를 뒤따라 온 자반이 다시 돌아가기를 청합니다. 

극지가 얼마나 놀랐는지 아마 한참을 연회장으로 돌아가지 않은 모양입니다. 

극지가 정중하게 말합니다. 

 

“초나라 군주께서 우리 선군과의 우호를 잊지 않으시고 저에게까지 은혜를 베푸시어 성대한 예를 내려 주시고 이런 음악까지 연주해 주시니 만약 하늘이 복을 내려 진나라와 초나라의 두 임금이 서로 만난다면 어떤 음악으로 이를 대신하겠습니까? 제가 이 연회를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초나라에서 연회를 담당하고 있던 자반이 극지의 말에 이렇게 대답을 합니다. 
 
“만약 하늘이 복을 내려 두 나라의 임금이 서로 만나게 된다면 서로 한 대의 화살을 쏘아 보낼 뿐이니 어찌 음악을 사용하겠습니까? 우리 임금께서 기다리고 계시니 그대는 속히 들어가십시오.”
 
그러니까 이 말은 진나라 군주와 초나라 군주가 만나게 된다면 전쟁터에서나 보겠지... 뭐 이런 뜻입니다. 
결국 극지가 네가 주인이니까 일단 네 말에 따르겠다고 하고 연회장에 들어갑니다.
 
나중에 진나라로 돌아와 범문자에게 이를 말하니
범문자가  "초나라에 예가 없어 말을 지키지 않을 것이니 내가 곧 죽겠구나"라고 했습니다. 
지금은 진나라와 초나라가 우호를 맺고 있지만 이 우호가 오래 가지 못함을 예견한 것입니다. 
그 때 전쟁이 일어난다면 범문자가 나서야 하니 결국 자기가 죽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예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다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생각이 납니다. 
아마 자기도 모르는 사이 자반의 속 마음이 튀어 나온 것이겠죠? 
그러나 아마 자반의 말에 길~게 답을 했던 극지의 말.... 자반은 아마 이게 더 예의가 없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초나라 사람들의 말이 없어서 좀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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