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공 17회차 후기 - 번외 / [관중론]읽기

진달래
2023-04-17 14:08
95

지난 시간에 노 장공은 죽었다. 그럼 원래 한 주 쉬는 게 맞지만.... 

노 장공 8년에 공손무지가 제 양공을 을 죽이자, 그의 동생인 규와 소백이 각각 노나라와 거나라로 도망을 가는 일이 생긴다. 

이 때 공자 소백을 포숙아가 공자 규를 관이오와 소흘이 모시고 간다. 

 

노 장공 9년 공손무지가 옹름에서 죽임을 당했다.

이에 노나라는 공자 규를 제나라에 들여보내지만 소백이 먼저 제나라에 들어갔고, 포숙아가 노나라에 와서 공자 규를 노나라에서 죽여주기를 청한다. (經에서는 제나라 사람들이 공자 규를  죽였다고 했다) 이 때 소흘과 관이오는 살려 달라고 했는데 소흘은 규를 따라 죽었고, 관중은 스스로 잡혀가기를 청하여 제나라로 돌아간다.

이 때 이야기를 <좌전>에서는 제나라에 온 관중을 포숙아가 제 환공에게 "관중이 고혜보다 정치를 잘합니다. 재상으로 삼을 만 합니다."라고 하자  제 환공이 그 말을 따랐다고만 되어 있다.  양백준 선생의 주석을 보면 이에 대한 이야기가 후에 계속 다른 버전으로 쓰여있다. <국어>, <사기>, <관자>, <여씨춘추>등등

 

당시 왕위를 이을 후계자를 모시던 그룹들은 그들이 모시던 공자가 이렇게 자리에서 밀려나 죽게 되면 같이 죽는 것이 관례였다. 소흘이 규를 따라 죽은 것도 이에 해당된다. 그러니까 관중이 그를 따라 죽지 않은 것은 후대에도 계속 문제가 되고 이는 <논어>에서도 볼 수 있다. 

 

북송의 학자인 소순과 그의 아들 소식도 [관중론]이라는 글로 남겼다. 

소순의 [관중론]은  그가 오랫동안 제 환공과 함께 했으면, 자기가 죽은 다음에 '수조, 역아, 개방을 쓰지 마십시오.'라고 해도 뻔히 쓸 걸 알면서 미리 방지 하지 않을 것을 비난하고 있다. 제나라의 우환은 수조, 역아, 개방과 같은 간신이 있는 것이 아니라 관중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가 자기의 죽음에 이르러 현자로 자기의 자리를 잇게 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소식은 [관중론]을 두 개나 썼는데 하나는 관중이 제 환공을 이끌어 패자가 되게 한 공을 말하고, 다른 하나는 관중의 진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북송 때의 글이라 그런지 앞서 관중의 이야기만을 쓰는 게 아니라 후대의 일까지 나열하며 이야기를 하는 통에 정신이 없었다. 아버지 소순의 글과 소식의 글이 서로 통하는 것이 있다면 신하의 역할을 매우 중요하게 밝혀 놓었다는 것이다. 송대 사대부의 모습이 일관되게 드러나는 것이도 하다. 

진법에 관해 이야기 하고 있는 두 번째 이야기는 사실 뭐가 몇 개 모이면 뭐가 되고 이런 이야기는 잘 모르겠고, 이 당시 변하고 있는 전쟁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전의 [주관周官]이나 [사마법司馬法]에 의하면 군대는 부득이 한 경우에만 출병을 하고 적에게 이기는 것을 구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는 아마 봉국 사이에 출정은 주로 잘못한 일에 대한 성토를 위한 것이었기 때문인 듯하다. 그런데 이 글을 보면 관중의 시기에 이르면 이런 주의 제도가 바뀌어  이기기 위해서 전쟁을 하는 것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이전의 군대의 법은 복잡했는데 관중의 법은 분명하고 알기 쉽게 되어 있다고 한다.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가 싶었는데 아마도 이는 소식이 살던 때에 왕안석, 사마광 등의 신법당과 구법당의 갈등을 염두에 둔 글이 아닌가 싶다. 변법變法의 문제는 오랫동안 논의 되어 왔던 것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주례가 통용되지 않는 사회가 도래하고 있는 시점, 즉 제 환공이 패자가 되는 것이 이제 예가 아니라 힘이 질서가 되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는 지점을 보여 주고 있는 듯하다. 

 

얼마 전에 <사기열전 읽기> 세미나에서도 [관안열전]을 읽었는데, 관중은 그 때도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관중론] 읽기를 끝으로 노 장공의 시대를 마무리 하고, 한 주 쉬고 4월 25일부터 민공과 희공 때의 이야기를 읽을 예정이다. 

계손의 시작인 계우도 나오고, 조금씩 공자의 시대에 가까워지면서 알고 있는 이야기도 늘어나고 있다. 

재미있는데 원문강독이라 다 읽으려면 한 5년쯤 걸리지 않을까 한다고 하니 다들 꺼려하는 분위기다. 그래도 재미있는데.... 더 많이 같이 읽으면 좋을텐데^^;;

 

 

댓글 1
  • 2023-04-18 23:49

    예악 정벌로 서로를 권면하던, 겉보기에는 아직 봉건제도가 남아있는 것처럼 보이는 춘추시대가 환공과 관중의 등장으로 하나의 분기점을 맞이했던 것 같아요.
    소식이 <관중론>에서 진법의 변화에 대해 말한 것은 미처 몰랐던 부분이라 새로웠습니다.
    '정벌'(성토대회^^)의 의미를 <좌전>을 읽으면서 확실히 알게되었는데, 이제 시대는 정벌을 지나 승리하기 위한 전쟁을 시작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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