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공 2,3회차 후기 : 군주를 옹립할 때 헤아려야 할 점

토용
2022-12-17 23:46
129

장공 5년 경(經)에 “겨울에 장공이 제나라, 송나라, 진나라, 채나라와 연합하여 위나라를 토벌하였다.”는 기록이 있고, 전(傳)에서는 그 이유를 제나라로 도망나와 있던 혜공 삭을 다시 위나라로 들여보내기 위해서라고 적고 있다. 혜공은 8년만에 다시 위나라 군주의 자리로 돌아간 것이다.

 

이쯤 되면 전후 사정을 알아보기 위해 사기 세가를 찾아봐야 한다.

위나라 선공은 총애하던 이강이 급을 낳자 태자로 삼고 우공자로 하여금 가르치게 했다. 태자 급을 위해 제나라에서 태자비를 들였는데 선공이 그 미모에 빠져 자신의 아내로 삼아버렸다. 이 여인은 선강으로 제나라 양공의 여동생이다. 양공은 노나라 환공의 아내이자 자신의 여동생이었던 문강과 사통한 군주이다. 그러니까 문강과 선강은 자매지간인 셈이다. 이 대단한 패밀리는 당시 떠들썩한 스캔들의 주인공들이었다.

선강은 아들 수와 삭을 낳았고 좌공자가 스승이 되었다.

이강이 죽자 선강은 급을 헐뜯어 폐위시키고 죽이려고 하였으나 우여곡절 끝에(중간 생략) 급과 수가 모두 죽게 된다.

선공 19년, 선공이 죽고 태자 삭이 즉위하니 이가 혜공이다.

그런데 급과 수의 스승이었던 좌우 두 공자는 혜공이 급을 죽인 것에 원한을 품고 난을 일으켜 혜공을 내쫓고 급의 동생이었던 검모를 군주로 옹립한다. 이 때가 혜공 4년이었고, 혜공은 제나라로 도망간다.

검모가 즉위한 지 8년만에 제나라 양공이 제후들과 함께 위나라를 정벌하고 혜공을 들여보내고 좌우 공자를 죽였다. 검모는 주나라로 도망간다.

 

이 사건에 대해 좌전은 두 공자가 검모를 옹립한 것은 본말(本末)을 헤아리지 못한 것이라며 논평을 한다. “지위를 공고히 할 수 있는 자는 반드시 그 사람의 본말을 헤아린 뒤에 적당한 방법을 찾아 적당한 시기에 그를 임금으로 세운다. 그 사람의 본(本)을 알 수 없으면 그 사람을 세우기 위해 계획하지 않고, 본이 지엽(枝葉)을 무성하게 하지 못할 것을 알면 억지로 세우지 않는다.”

좌전은 좌우 두 공자가 검모를 잘못 세워 결국 혜공이 다시 돌아오게 만든 것이라고 비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양백준은 주석에서 유현을 인용하여 ‘본(本)을 헤아림은 세우려고 하는 사람이 모친의 총애와 선군의 사랑을 받는지, 신하들의 지원을 얻고 있는지, 나라사람들에게 믿음과 복종을 받고 있는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말(末)을 헤아림은 세우고자 하는 사람이 도량과 지모와 통치술을 가지고 있어서 아랫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라고 쓰고 있다.

 

 

댓글 1
  • 2022-12-24 16:33

    나중에야 그 일을 되짚어 본말을 따질 수 있지만, 당시야 제대로 분별할 수 있었을까요? 좌우공자가 그럼 검모가 아니면 누구를 옹립했어야 하는 걸까요?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97
문공 1회차 후기 : 역법은 어려워! (1)
토용 | 2024.04.20 | 조회 23
토용 2024.04.20 23
96
희공 39회차 후기 : 순무를 캐고 뜯는 것은 그 뿌리 때문이 아니다. (1)
진달래 | 2024.03.26 | 조회 40
진달래 2024.03.26 40
95
희공38회차 후기: 효산전쟁
봄날 | 2024.03.25 | 조회 33
봄날 2024.03.25 33
94
희공 37회차 후기 : 말 안 듣는 진(秦)목공 (1)
토용 | 2024.03.19 | 조회 48
토용 2024.03.19 48
93
희공36회차 후기 : 그 귀신이 아니면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1)
진달래 | 2024.03.11 | 조회 51
진달래 2024.03.11 51
92
희공35회차 후기: 질긴 위성공의 목숨
봄날 | 2024.03.04 | 조회 52
봄날 2024.03.04 52
91
희공 34회차 후기 : 대부가 제후를 고소하다 (1)
토용 | 2024.02.27 | 조회 51
토용 2024.02.27 51
90
회공 33회차 후기 : 자옥이 패한 이유 (1)
진달래 | 2024.02.20 | 조회 66
진달래 2024.02.20 66
89
희공32회차 후기: 성복전쟁은 겨우 이틀? (1)
봄날 | 2024.02.12 | 조회 61
봄날 2024.02.12 61
88
희공 31회차 후기 : 성복전쟁의 서막
토용 | 2024.02.04 | 조회 60
토용 2024.02.04 60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