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공14회차 후기: 막장드라마의 희생양, 뼈가 부서져 죽은 환공

봄날
2022-11-22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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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공17년과 18년 경/전을 읽었다.

 

17년 봄 정월 병진일에 桓公이 齊侯‧紀侯와 회합하여 黃에서 결맹하였다. 이것은 노나라가 제나라와 기나라를 화평하게 하고 또 위나라의 일을 모의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때 회(會)와 맹(盟)은 별개의 사건으로 봐야 한다, 회는 하고 맹은 하지 않은 경우가 있고, 회하고 다시 맹을 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또 2월에는 환공이 주의보와 추에서 결맹했는데, 이것은 은공원년의 멸땅에서의 맹약을 다지기 위한 것이었다.

5월에는 또 제나라 군대와 계땅에서 전쟁했다. 이것은 노나라와 제나라가 서로 싸운 최초의 사건이다.

6월에는 채나라 장공이 죽었다. 그러자 채계가 채나라로 돌아갔다(歸). 채환후에게 아들이 없었으므로 동생인 계를 들여 임금으로 세운 것이다. 이때 나라밖에 있던 군주가 본국으로 들어오는 경우에는 입(入) 혹은 귀(歸)라는 글자를 쓰는데, 본국에서 받아들이는 것을 入, 다른 나라에서 들여보내는 것을 歸로 쓴다고 한다. 채계는 진나라에 있다가 들어갔으므로 歸를 쓴 것. 글자 하나만으로도 상황을 알 수 있게 춘추필법, 은근 매력이다.

또 11월초하루엔 일식이 있었는데, 경에 날짜가 적혀있지 않았다. 그런데 전의 해석을 보면 일관이 날짜를 잊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늘날은 초하루가 날짜이지만 당시에는 나라마다 일지를 따로 가지고 쓰고 있었기 때문에 날짜를 기록하는 것은 역법을 지키는 것이 중대한 일이었다. 그래서 천자에게는 일관, 제후에게는 일어(日御)를 두어 매일의 간지를 백관에 알려야 하는데, 이 날을 일어가 잊고 기록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매일의 간지를 고하는 것을 잊은 일관도 일관이지만 도대체 일관이 그것을 잊었다는 건 또 어떻게 알았을까?

춘추의 기록은 여기까지. 그런데 좌전은 다른 역사적 사실을 환공17년에 덧붙였다. 다름 아닌 정나라 임금이 바뀐 사건이다. 당초에 정백은 고거미(高渠彌)를 경으로 삼으려 했으나 소공이 반대했다. 하지만 정백은 밀어붙였다. 소공이 즉위하자 고거미는 소공이 자기를 죽일까 두려워해서 소공을 죽이고, 그 아우인 공자단(亹)을 임금으로 세웠다. 이에 대해 군자는 “소공은 미워할 상대를 알았다”고 하였고, 노나라대부인 공자달(達)은 고거미가 주살될 것이라고 했는데, 자신의 출세를 막았다고 해서 군주를 죽인 것은 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환공즉위의 마지막해인 환공18년은 막장으로 치닫는 드라마 그 자체였다. 시작은 환공의 부인 문강에서 시작됐다. 정월에 환공이 제양공과 낙(濼)에서 회합하고 문강과 제나라로 갔다. 현명한 신하 신수(申繻)가 ““여자에게는 남편이 있고 남자에게는 아내가 있어, 서로 모독하지 않는 것을 예(禮)가 있다고 하니, 이를 어기면 반드시 패망합니다.”라고 하였다. 이 말인즉슨 환공이 문강을 데리고 제나라에 가는 것이 화란을 부를 것을 예언한 것이다. 그리고 경에는 4월 환공이 제나라에서 죽었다고 돼있다. 두어달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좌전에 그 내용이 자세하게 나와있다. 제양공은 문강과 사통했다. 사랑은 움직이는 거니까 그럴 수 있다손 치더라도 문제는 제양공과 문강이 남매지간이라는 것. 환공이 이것을 알고 문강을 나무랐다. 문강은 이를 제양공에게 일러바쳤다. 제양공은 환공을 ‘없앨 결심’을 했다.

 

4월 병자일에 제양공은 환공을 불러 연회를 벌였다. 술도 거나하게 먹었겠지...양공은 환공을 배웅하는 길에 공자 팽생(彭生)을 시켜 환공이 수레에 오르는 것을 도와주었다. 환공은 수레안에서 죽었다. 공자 팽생이 환공의 뼈를 부러뜨려 죽인 것이다. 군주의 죽음앞에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노나라는 팽생을 죽여달라고 했다. 누군가에게는 죄를 물어야 하고 제후들 사이에 팽생이 그리 평이 좋지 않은 터라 제양공은 (기꺼이)팽생을 죽여 이 일을 무마했다. 막장드라마는 계속된다. 환공의 장례는 12월에야 치러졌다. 4월에 죽었으니 7개월이나 지났으니 늦은 것이다. 경의 해석에서는 환공이 타국에서 숨진데다가, 관이 오고가는 것이 늦었고, 왕위를 이어받을 자가 어리고, 이리저리 나라안에 일들이 많아 부득이하게 됐다고 말한다. 어쨌든 권력은 무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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