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공 9회차 후기 <피휘(避諱)에 대하여>

토용
2022-10-09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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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공의 아들 장공이 적부인(嫡夫人)의 장자로 태어나서인지 이름 짓는 법에 대한 좌전의 기록도, 그에 따른 양백준의 주석도 꽤 길고 자세하다.

환공이 대부 신수에게 이름 짓는 법을 물었는데, 이에 신수는 이름 짓는 5가지 방법을 말하고 나서 반대로 짓지 말아야할 경우를 말한다. 지난번 후기에 이름 짓는 5가지 방법에 대해 썼으니 이번에는 이어서 그 반대의 경우를 적어본다.

국명, 관직명, 산천명, 병명, 가축명, 제사에 쓰는 기물과 폐백 등은 이름으로 쓰지 않는다. 그런데 자기 나라의 이름을 쓰면 안 되지만, 다른 나라의 이름을 쓰는 것은 상관없었다. 예를 들면, 위선공의 이름은 진(晉)이고, 노정공의 이름은 송(宋), 진도공의 이름은 주(周)였다. 관직이나 산천의 이름을 쓰지 말라고 했지만 쓴 경우도 있다. 그럴 경우에는 관직과 산천의 이름을 바꾼다. 군주의 이름을 바꿀 수는 없으니까. 군주가 죽고 피휘(군주의 이름으로 쓴 글자를 사용하지 않는 것)의 시간이 지나도 바뀐 산천의 이름은 그냥 바뀐 채로 둔다. 이미 오랜 시간 사람들에게 익숙해졌으니까.

 

피휘의 예법은 주나라에서 시작되었다. 다만 주나라의 피휘는 아주 엄격하지 않아서 생전에는 피휘하지 않고 죽은 후에 하였다. 그래서 위양공의 이름은 악(惡)이었는데 신하 중에 석악(石惡)이 있었으나 꺼리지 않았다고 한다. 피휘는 한나라 이후 엄격해져서 비록 글자가 다르더라도 음이 같으면 피휘했고, 두 글자 이름도, 생존시에도 피휘를 했다.

천자와 제후의 경우 고조부까지 피휘했고, 경대부 이하는 모두 한 대만 했다.

 

환공이 신수의 대답을 모두 듣고 나서 장공의 이름은 뭐라 지었을까? 동(同)이다. 환공과 장공의 생일이 같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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