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공 3회 후기

느티나무
2022-08-29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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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장애백이 펼친 군주론의 주석은 군주가 취해야 할 각종 예법이 소개되었다면  이번엔 군주의 행차와 관련된 다양한 내용들이 소개되고 있다.

♦ 지(至)와 음지(飮至)의 용례다.

"환공이 당으로부터 돌아와(至) 종묘에 고했다. 범례에 공이 행차할 때 종묘에 고하고, 돌아와서종묘에서 연회를 열고 군신들과 술을 나누어 마시고(飮至), 공적을 기록하는 것이 예다."

    지(至)는 군주가 몸소 출정을 한 후 돌아온 것을 뜻하는 것으로 여기서 그 첫 용래로 사용했다. 지(至)를 쓰는 경우는 군주가 직접 행차를 하고 종묘에 고하는 경우에만 쓴다.

  음지(飮至)는 군주가 천자를 만나거나, 다른 나라의 제후와 만나거나, 제후들끼리 결맹을 하거나, 군사를 거느리고 출정을 나가는 등의 일을 마치고 돌아와 종묘에 제사를 올리고 일의 결과를 보고한 후 군신을 모아 연회를 베푸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출행에 군주가 직접 다녀왔는가 혹은 종묘에 그것을 고하였는가 아닌가를 나누어 기록하고 각각의 글자를 다르게 사용하고 있다. 예식의 복잡한 절차를 보면 어떻게 이러고 살까 답답한 마음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그 섬세함이 놀랍기도 하다. 왕의 권위를 세우기 위한 것인지 왕의 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다음으로는 회합이나 회맹을 맺을 경우의 주관자를 누구로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회합의 경우 반드시 주관자가 있어야 한다. 만약 군주가 단독으로 다른 한 나라의 군주와 화합을 할 경우에 회합이 이루어진 곳의 지명을 쓰는데 이것은 서로 누가 주관자가 되었는지를 양보하는 겸손의 뜻으로 그렇게 했다. 이를  讓事(양사)라고 한다. 그러나 셋 이상의 나라가 화합을 할 경우는 군주가 다른 나라로 갈 경우에만 회합한 장소의 지명을 쓴다. 다른 나라의 군주가 올 경우는 회합한 사실만 기록하였는데 이는 노나라의 군주가 주관하여 회합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를   成事(성사)라고 한다.

 

♦장차 군주가 될 자식의 이름을 이렇게 짓다니...

 晉나라 목공의 부인 강씨가 조(산서성 안읍진)의 전쟁 중에 태자를 낳았다. 이때 전쟁에서 패하였다는 이유로 태자의 이름을 仇(원수 구)라고 지었다. 이후 그의 아우가 천무의 전쟁에서 태어났는데 이 전쟁에서 승리하자 이름을 成師(이룰 성, 스승 사)라고 지었다. 군주가 자식의 이름을 이렇게 함부로 지은 것이 후에 형이 쇠퇴하고 동생이 형을 전복한 일과 연결 시키는  빌미가 되었다고 한다. 晉나라의 대부 사복이 이를 두고 ‘무릇 이름은 만물의 義를 정하고 이 義에서 禮가 나오니 禮로써 정치가 이루어지고 백성을 바르게 할 수 있는 법’이라 말하며 군주가 아들의 이름을 기이하게 지은 것을 개탄하고 있다. 결과야 어찌 되었든 晉목공은 군주이기 이전에 부모로서도 자식의 이름을 이렇게 경박하고 험하게 짓는 것은 이해하기가 힘든 부분이다. 더구나 한나라의 제후가 자신의 뒤를 이을 태자의 이름을 이렇게 짓다니... ...

<춘추좌전>에는 ‘세상에 이런 일이’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들이 수두룩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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