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인문학>1분기마무리글-몸을 주제로 한 책읽기

단풍
2023-05-02 12:28
132

  인문약방에서 오랜만에 퇴근길 인문학이 열렸다. 주말에만 했던 세미나를 퇴근 후 주중으로 옮기고 주말에 자유 시간을 갖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와 같은 생각은 많진 않았나 보다. 주중에 시작하는 세미나는 처음부터 순탄하지 못했다. 신청자 은영샘, 단풍 이후에는 소식이 없다. 튜터 기린샘은 세미나를 시작 못 할 수도 있다는 톡을 보낸걸 보면 기린샘도 속이 타긴 하셨을 것이다. 톡에서는 우주의 기운을 모아 보자며 하루를 더 기다려 보자 하셨다. 정말 우주의 기운이 모인 듯 진우샘과 에스델샘이 추가로 신청 하셨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퇴근길 인문학은 시작 할 수 있었다. 튜터샘도 주중으로 옮긴 세미나를 안착 시킬 수 있는 힘이 생길 것 같아 다행이었다.

 

  양생을 기본 주제로 한 2023 퇴근길 인문학은 1분기에는 3권의 책으로 시작했다. 첫 번 째 시즌은 ‘몸’이 주제였다. 자신의 몸을 통해 자기배려를 어떻게 사유할 수 있을지 궁금함으로 시작했다.

 

  첫 번 째 책 샤론 모알렘의 『아파야 산다』는 인간의 질병을 진화의 관점으로 따라가다 보면, 질병도 살아있는 개별 존재임을 느끼게 된다. 질병의 원인인 바이러스, 세균도 진화를 통해 생존과 번식이라는 사명감으로 살아가고 있는 생명체였음을 상기 시켜준다. 말라리아나 콜레라 같은 세균은 인간의 도움 없이도 새로운 숙주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에 인간과의 동맹적 진화를 선택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말라리아는 인간이라는 숙주를 말려버리면서 모기라는 새로운 숙주를 통해 생존과 번식으로의 진화를 선택한 것이다. 그에 비해 감기바이러스는 공기나 신체 접속을 통해 쉽게 생존할 수 있기에 인간을 움직일 수 있는 상태로 병독성을 유지하게끔 진화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질병을 일으키는 박테리아와 세균의 진화는 통제 가능 할 수 있다고 한다. 박멸을 위한 항생무기가 아닌 순한 종으로 선택할 수 있게 길들여, 인간의 몸에 공짜 백신을 접종 받은 것과 같은 사례들을 이야기 해준다. 이와 같은 세균의 통제방식의 사례는 더불어 인간과 공생 할 수 있는 길이 있음을 알려 주었다. 샤론모알렘은 이 세계 모든 것에는 생명의 위대함이 담겨져 있다고 한다. 우주에서 만들어진 생명체의 이유를 알아가기 위한 질문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한다. 당연하게 생각한 모든 것들에 질문이 필요하고, 거기서서부터 우리 삶에 대한 이해를 시작할 수 있다고 한다.

 

  두번째 책 『나의 아름다고 추한 몸에게』의 저자 김소민은 중년의 여성, 글 쓰는 노동자, 반려견과 살고 있다. 삶 속에서 느꼈던 다른 몸들과 차이에서 오는 감정을 솔직 담백하게 이야기 한다. 여자의 생리를 바라보던 사회의 가치관이 불결함에서 여성이 자연스럽게 존중 받아야 할 생물학적 증상임을 바라보기까지 여성에게 쏟아지는 언행적 차별이 만행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 차별을 받았던 여성조차도 생물학적 여성성을 드러내며, 트랜스젠더에게 쏟아지는 혐오의 시선에 앞장서 있는 여성은 자신이 차별당한 방식과 논리 그대로 다른 약자를 차별하고 있는 현실을 꼬집는다. 우리에게 당연하게 주어진 일상들이 특권임을 상기시켜 주시도 했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는 일상들을 각자의 자리로 가서 닿을 수 있을까? 라고 우리에게 질문을 하는 듯했다. 여성혐오로 부터 오는 폭력 앞에서 던져지는 현실에 대해 남성들의 “옷차림 신경 써라”, “밤에 돌아다니지 말라”는 충고가 문제 제공자라는 프레임에서 나오는 충고라는 것을 인지 할 수 있을까? 신체가 자유롭고, 대한민국에 살고 있기에 매일 맞이하는 나의 하루가 트랜스젠더나 제3세계에 살고 있는 어느 여성의 하루는 결코 같지 않을 것이다. 작가는 일상들에서 누리는 나의 특권을 상기시켜 주었다.

 

  김승섭은 『아픔이 길이 되려면』에서 사회역학자로서 사회에서 차별 받는 소수자 집단의 신체의 건강을 살펴보는 통계를 통하여 좀 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며 차별이 신체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 직장 안에서 여성이 받는 차별경험을 표현하지 못하는 여성이 표현하는 여성보다, 통계적으로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표현을 하지 못하는 여성들의 신체가 더 많이 아팠다고 한다. 반대로 학교폭력 앞에서 ‘아무 느낌 없다’ 표현했던 남성이 우울증상 발병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것이다. 한국사회의 남성에게 요구되는 강한남성 프레임이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사회구조 안에서 비정규직의 불안정한 고용형태는 건강과 결부되는 큰 문제이기도 했다. 그만큼 마음 편하게 쉴 수 없었고, 상대적 박탈감은 자신이 열등하다는 심리적 압박감으로 작용했음을 알리고 있었다. 이렇게 사회적 폭력으로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종종 자신의 경험을 말하지 못하지만, 몸은 정직하게 그 시간 들을 새긴다고 통계로서 증명해준다.

 

  1분기에 이런 책들을 읽으며 나의 몸은 어떻게 사유 했을까? 나의 신체는 동천동 거주자이며, 중년 여성으로서 경제권, 사회적 위치가 어느 정도 보장 되어 있으며, 이동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 특권을 보게 된다. 그 특권 안에서 내가 다른 타자를 느낄 수 있는 감각이 협소했음을 알게 되었다. 소수성 혹은 차별 받는 존재들을 만난 적이 거의 없다보니 연대했던 감각이 별로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이번 분기 주제들을 접하며 정치적 올바름을 내세워 ‘몸빵’ 하려는 습관이 다시 도졌다. 세미나에서 그런 나의 생각을 나누면서 개별적이면서도 사회적 관계에서 벗어나기 힘든 각각의 몸에 대한 사유를 보충하면서, 연대적 관계에 대한 경험적 감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나는 다른 타자와 연대하고 싶다. 물론 지금은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호기심에 불과할지라도 그런 마음이 더욱 깊어지게 하는 책들이었다.

댓글 1
  • 2023-05-08 12:26

    1분기에 읽은 책들의 내용이 다시 떠오르네요, 단풍 2분기에도 함께 공부하면서~~~지혜를 모아봅시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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