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인문학>1분기마무리글-특권에 대한 생각

조은영
2023-05-02 11:56
172

  아들의 면회를 위해 출발한 기차여행, 가족과 떠나는 기차여행은 즐겁다. 돌아오는 기차를 혼자타고 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성인이 되고 직접 운전하는 차가 생긴 이후로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일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업무상출장을 가야할 때는 서류가방 하나만 들고 가고 도착해서도 차를 렌트하니 이동에 불편함이나 제한이 생기지는 않았다. 이번 여행은 달랐다. 2박3일의 여행 짐에 아들이 엄마에게 준다고 px에서 잔뜩 사서 안긴 물건까지 캐리어와 작은 여행 가방은 짐으로 꽉 채워졌다. 캐리어를 끌고 지하철로 이동하니 생각보다 계단은 너무 많았고 엘리베이터는 없거나 점검중인 곳이 많았다. 끙끙대며 가방을 들고 계단을 이동할 때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이동할 수 있었다. 그러다 문득 계단에 설치된 장애우 이동장치를 보았다. 짐이 없을 때는 나의 이동에 제한 요인은 없었다. 당연하다 생각하고 살았던 상황이 불편한 상황으로 나에게 직면하자 다른 이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도움을 받기위해 역무원실에 울리는 도움벨을 눌러야 하고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기다리고, 승강장과 지하철의 미세한 턱 높이 차이로 인식하게 되는 불편함,엘리베이터가 고장 났을 때 느꼈을 난감함 등이었다.

 

  이번 퇴근길 인문학은 ‘몸’에 대한 세미나였다. 사회적인 조건하에서 몸은 모두 같은 몸이 아니고 질병의 사회적 원인도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분포 되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김소민 작가의 『나의 아름답고 추한 몸에게』 에서는 “특권은 편안함이다. 너무 자연스러워 특권을 누리는 게 느껴지지 않아야 일상적 특권이다. 피부색 성별 가난 탓에 자기가 타인에게 어떻게 보일지 매순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자유다. 타인의 시선, 타인의 시선으로 자기를 보는 자기 시선, 그 자기시선을 회의 하는 또 다른 자기 시선, 이모든 시선에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거다. 그 시선들의 투쟁이 일어나는 복잡한 마음을 알지도 못하면서 묻는다. ‘그걸 왜 못해?’ ‘왜 그렇게 꼬였어?’”(p109) 라고 이야기 한다.

 

  특권이라는 단어는 대단한 일에만 적용될 것 같은 생각에, 뉴스에서 나오는 사회 고위층의 특권만 특권이고 갑질만 갑질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내가 일상생활이라며 당연하게 누리는 어떤 것들은 누군가에게는 비장애인의 특권인 것이다. 나의 편안함이 당연한 게 아닌 것처럼 누군가의 불편함도 인내하고 참아야 할 것이 아니다. 특권은 누군가를 배제시키는 방법으로 작동할 수 있다. 장애인이동을 위한 전용택시제공의 경우, 지하철에 시설을 갖추어서 모두 함께 사용하기보다는, 그들만이 타는 교통편을 제공함으로 배려를 가장한 배제를 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번 시즌에 몸을 주제로 샤론 모알렘의 『아파야 산다』 김소민의 『나의 아름답고 추한 몸에게-아무 몸으로 살아갈 권리』 김승섭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를 읽었다. 이 책들에서는 우리 몸은 사회적인 조건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혼자 잘 살수는 없으며 같이 살아가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나아가 사회적 책임은 어디까지 인지 질문하고 있다.

 

   나는 세미나를 하며 책에서 다룬 주제에 피상적으로 공감을 했다. 이 말은 곧 나에게 와 닿지 않았다는 얘기였다. 머리에서 하는 공감은 가슴까지 내려오지 않아 세미나가 끝나고도 씁쓸한 여운이 남아 있어 불편한 마음이었다. 타인의 슬픔이나 아픔이 나의 문제로 바뀌지 않고 그의 문제와 나의 문제로 나뉘어져 있었다. 이런 고민이 있었던 터라 평소라면 무심코 지나쳤던 장애우이동장치가 눈에 들어왔던 것 같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이 우리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떤 사회가 우리 모두에게 좋은 사회일까 라는 질문이 가슴으로 한걸음 내려가는 경험이었다.

댓글 1
  • 2023-05-08 12:25

    함께 읽으며 고민했던 지점을 정리하셨네요~애쓰셨습니다 ~2분기에는 마음 탐구로 생각의 폭을 또 넓혀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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