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인문학> 1학기 -나의 아름답고 추한 몸에게 첫번째 시간 후기

기린
2023-04-05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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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고위직에 오르면 이런 인물 기사가 나온다.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그냥 섬세한 것도 아니고 ‘특유하게’ 섬세하단다. 뭐가 됐건 나한테는 없다. 나는 여자가 아닌가? 여성에게만 발견된다는 그 정체불명의 ‘섬세함과 부드러움’이 그렇게 중요한 거라면 왜 국내 200대 상장기업 임원 가운데 고작 2.7퍼센트만 여성인가? 「나의 아름답고 추한 몸에게」 44쪽_김소민저

 

「나의 아름답고 추한 몸에게」를 읽고 모인 첫 시간, 위의 표현에 함께 모인 네 명의 여성은 충분히 열을 냈다. 직장 생활 30년 차에 이르면서 이런 일을 너무 허다하게 겪어서 이제는 대한민국이 변하지 않을 것이란 강한 확신을 갖게 되었다는 에스델님, 그래서 똑똑한 후배들이 이런 환경을 바꿀 수 있도록 힘써 도와주어도.... 어느 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으면 정말 아까워서 어쩔 줄 모른다는 후일담에는 격하게 공감했다.

 

단풍님은 인문학 공부를 시작하면서 이런 성차별이 직장에서 만연해있다는 것을 새롭게 깨닫고, 한 치의 희롱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직장에서 점점 싸움닭으로 등극하고 있는 현실, 집에서는 가족들 사이의 성차별을 조목조목 따지지만 남편의 비웃음에 힘이 빠진다는 하소연까지. 아~~ 우리의 성토는 여전히 뜨거웠다.

 

그 틈바구니에서 여성이 직장에서 여성성을 발현하는 행위가 왜 문제인가 좀 더 구체적인 근거가 필요하다고 호소하는 은영님을 향해 단풍님 왈 “사무실은 일하는 곳이잖아요, 일로서 해결해야지 여자라서 공감능력이 뛰어나잖아 운운은 적합한 표현이 아니지 않을까요?” 음... 수긍이 되는 듯한 표정이었다. 월경과 관련한 내용에서 지난 세미나에서 들었던 정보 “케냐의 여성 의원, 월경 얼룩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일상적인 일로 받아들여 주세요.” 라며 월경혈이 묻은 흰바지를 그대로 입고 의회에 출근했다더라는 말에는^^ 그렇게 까지.... 라는 표정도 동시에 떠오른 시간~~~ 우리의 생각은 또 그렇게 흘러 갔다.

 

나는 탈코르셋에 대한 복잡한 마음이 드러나는 부분에서 “머리 길이, 연애 여부 등을 OX 퀴즈처럼 질문 받고 밪는 답을 내야 페미니스트로 인정하겠다는 태도를 볼 때는 반감이 인다. 단순할 수 없는 인간을 단순하게 정리하려는 것이 폭력 아닌가.”(58) 에 공감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것만으로 너무 쉽게 외면하고 타협하고 있지는 않은가? 라는 질문도 동시에 생겨나는 곤란함을 토로했다. 우리는 모두 단순과 복잡 그 사이를 헤매여 이번 책을 읽는 첫 시간을 보냈다.

 

그러느라, 2부 <추방당한 몸>은 넘어가지도 못하고^^ 1부 <관리당하는 몸>만 신나게 떠들고 세미나가 끝났다. 우리 세미나의 청일점 정진우님이 출장 간 틈에 열린 소소한 해방구였을까. ㅋㅋ 다음 시간에는 이 책의 두 번째 시간, 에스델님이 메모 차례다.

댓글 1
  • 2023-04-05 21:52

    관리당하는 몸의 이야기로 세미나 이야기 꽃을 피웠을 네 분의 모습이 조금은 상상이 갑니다 ^^ 저도 무지와 통념에 갇혀 어떤 차별의 말이나 행동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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