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1 '몸'두번째 시간

조은영
2023-03-14 11:10
186

목요일 퇴근길. 일리치약국과 파지사유도 퇴근하는 시간이 되면 우리는 하나둘씩 인문약방에 모인다. 퇴근길 인문학 동학들이다.

처음에는 피곤한 얼굴로 모여서 차 한 잔 하며 근황을 얘기하다보면 시든 꽃에 물을 주면 꽂이 살아나듯 우리는 얘기 보따리가 터지며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이번 수업은 샤론 모알렘의 ‘아파야 산다’ 이다. 처음 제목을 보고 아파야 산다니? 라는 의문이 들었고 그렇고 그런 얘기일수 있다 생각했다. 이 책 은 내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대학은 문과라서 과학과목이 없었으니)때부터 배운 유전의 내용과는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생물시간에 배운 과학은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우성한 인자만이 진화되는 것이고 열성인자는 도태한다고. 사론 모알렌은 우리에게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진화는 환경에 따라 적응된 결과이다. 유목민들은 빈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염되지 않은 게 아니라 빈혈 때문에 감염되지 않았다(p39) 말라리아에 걸리지 않기 위해 몸이 빈혈이 있는 상태로 진화한 것처럼 생명이 있는 모든 개체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진화하는 것이다.

샐러리라는 놈은 공격받는다고 느끼면 소랄렌 생산을 급격히 늘리는 재주가 탁월하다. 상처 난 셀러리는 온전한 셀러리에 비해 소랄렌 함유량이 100배에 달한다. 합성 살충제를 사용하면 여려 문제를 일으키기는 하지만 대신 식물을 침입자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역할은 한다. 유기농에서는 합성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유기농 셀러리는 벌레와 균류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벌레가 셀러리를 갈아먹으면 셀러리는 다량의 소랄렌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유기농 방식에서는 독물을 뿌리지 않는데 그 경우 식물 내부에 다량의 독물이 생성되는 생물학적 과정이 반드시 일어난다. 고로 생명현상이란 절충이다. (p118)

놀라웠다. 식물도 이렇게 자기 몸을 보호할 수 있다는 사실과 건강하려고 먹는 유기농이 꼭 그렇지 만도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이.(물론 독성이 심각하지는 않겠지만.)이렇듯 저자는 우리에게 기존의 우리가 아는 진화의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보라고 제시해준다. 우리 몸은 우리만으로 살아 가는 게 아니라 미생물과 동식물과 같이 진화하고 있고 같이 살아가야할 존재라고.

 

진화에 대한 얘기에서 시작된 세미나가 시시비비를 따지는 우리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까지 얘기는 끝이 없었다. 블랙&화이트로 캐릭터가 굳어질까 고민하는 단풍과 회색이 보여야 어른이 된다는 에스델님의 명언과 사혈체험담을 얘기한 은영, 낮은 목소리로 진지하게 진화에 대한 생각을 얘기하시는 진우 샘까지. 이렇게 우리 목요일 퇴근길 어벤저는 목요일 하루를 조용히(?)마감했다.

 

댓글 4
  • 2023-03-14 16:15

    퇴근길 어벤저!! 멋지십니다~

  • 2023-03-16 08:10

    ㅋ 1분기 '몸'을 둘러싼 우리의 이야기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 지^^ 갈수록 훙미진진해지겠지요^^? 조용히(?) 활기찬 세미나 분위기도 그렇고요~~
    2회차에 샤렌 모알렘의 진화 이야기에서 건져낸 몸이 전하는 깨달음에까지 가 봅시다요~~

  • 2023-03-16 09:43

    제 몸뚱이의 삶과 죽음에는 민감해 하면서 정작 우리가 오랫동안 어떻게 진화해 왔고 보이지 않는 것들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무관심 했던 나를 새삼 보게 되었습니다!
    후반부 샤론 모알렘과 저희들의 이야기가 궁금해 집니다.

  • 2023-03-16 18:45

    아프면 산다는 질병의 관점이 아닌 생명진화의 관점으로 풀어내는 저자의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으면서도 몸의 대한 관점을 새롭게 제시하고 있어 관점전환이 되어 환기됩니다~2번째 시간이 기대됩니다 곧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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