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욜엔양생> 3회차『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후기

사유
2022-03-31 09:56
266

 

 공간을 가득 메우는 웃음소리와 그믐님이 준비해주신 풍성한 간식 그리고 일리치가 주는 치열한 영혼의 울림이 있는 <일욜엔 양생> 세 번째 시간이다.

주말 오전, 잠이 아닌 영혼을 살찌우는 '자기배려를 위한 공부'를 선택한 그녀들이 모였다.

첫 시간, 기린의 질문 "일리치 처럼 생각한다는 건 어떻게 생각하는 것일까?”로 기린, 그믐, 은영, 초이, 단풍, 사유는 그저 일상을 나누지만, 회를 거듭하며 그 안에 정치적 행동을 위한 치열한 고민이 묻어난다.

 

한 치 앞이 내다보이지 않을 때도 한 발을 떼는 것, 희망이 있다고 믿는 것, 그것이 정치적 행동이다. (David Graeber)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에서 이반일리치는 20세기 중반을 ‘인간을 불구로 만든 전문가의 시대’로 부르자고 제안하며 시민들의 자발적인 행동 능력을 빼앗아간 산업 시스템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담아냈다. 일리치는 인간의 권리를 전문가가 만들어 내는 사회에서는 자유가 소멸할 수밖에 없다는, 부당한 시대의 거짓 풍요를 발견하고 고발하는 것으로, 사회적으로 치명적일 수 있는 풍요의 한계를 시민 스스로 인식하여 사회적 차원의 상한선과 한계를 설정하는 정치 절차를 만들어 갈 것을 촉구한다.

 

그리고 이 시대에 현명한 선택을 내리기 위해서는 ‘누가, 누구로부터, 무엇을, 왜 갖는지를 결정하는 과정에 전문가가 무슨 역할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한다.

 

나는 이반일리치(1926~2002)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일리치처럼 생각하고(희망), 정치적 행동(실천)을 해나가는 것은 무엇일까? 란 질문 속에 그와 동시대를 산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1917~2012) 정치사상가 한나 아렌트(1906~1975)가 떠올랐다. 

 

우리에게 자유와 평등, 권력 등의 의미가 무엇인지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는 정치사상가 한나 아렌트는 말한다. 우리는 우리를 잉여적 존재로 만드는 사회문화에 대해 개인으로서 또 시민으로서 제대로 저항하고 있는지 물어보아야 한다.” 그리고 정치는 인간적 행위이며 인간이 공동의 생활을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안내한다. 이러한 정치적 행동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안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본질적 요소로, 정치를 통해 비로소 자유로워지는 인간 실존을 강조했다. 

 

생각을 멈추면 판단능력을 잃게 되어 결국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게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절대 악이 발생할 수 있다. 현대인의 바쁜 생활로 우리는 이와 같은 악의 평범성에 노출된다.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생각 없이 성실하게 살아가면 우리는 성실한 악행자가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 속에는 늘 생각이 살아있어야 한다.”

그녀는 말한다. '생각하는 능력’, ‘비판하는 능력’, ‘말하는 능력’에서 희망을 찾는다고,

... 

우리를 ‘쓸모없는 인간’으로 만드는 산업 시스템 안에서 나만의 ‘쓸모 있는 실업을 할 권리’를 찾기 위해 발버둥 치지만 여전히 머물러 있는 내 존재를 인식하며 힘들었던 한 주였다며 깊은 한숨을 내 쉬는 그믐,

 

우리는 함께 질문했다.

산업서비스에 의존하여 살고 있다고 실감하는 영역은 어떤 영역이 있을까?

서비스에 의존하지 않고 살았던 기억은 무엇이 있을까?

의존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일리치의 말처럼 사회에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음을 뼈저리게 인식할 수 있었다. 

이반일리치는 한계를 지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삶의 기반이 흔들리게 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절제결단을 우리에게 촉구한다.

 

기린은 또 질문했다. 그렇다면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란 무엇일까?"

그믐/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란 게 공전이 아닌 자전, 내 중심축을 움직이는 것을 말하는 것 아닐까? 나 스스로 움직이고 변해야 한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으로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사유/ 내가 결정적으로 이렇게 살면 안 되겠구나 인식하게 된 순간은 1903년 에드워드 그리핀의 '일반교육위원회 설립 목적’을 확인했을 때였다. 나는 '아! 내가 내 의지대로 잘살고 있는 것이 아니구나!', '왜 나는 이 제도에 순응하기 위해 이리도 성실하게 열심히 살고 있는가?' 라는 깊은 고뇌에 빠져 내 안에 치열한 전쟁과 결단이 일었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나는 지금 중용과 균형을 고민하게 된다.

 

그믐/ 핀란드와 같은 복지선진국은 어떨까? 그런 나라도 산업사회의 문제점에 공감할까?

기린/ 우리는 핀란드와 같은 나라보다 부탄과 같은 나라를 상상해야 하지 않을까?

 

기린/ 우리는 ‘학이시습’의 '습(習)'을 위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사회에 살고 있다. 현대사회는 충분히 익힐 시간을 주지 않는다. 전문가의 도움 이면에 스스로 충분히 익히며 터득할 시간이 필요한데, 사회도 나도 그럴 시간을 주지 않는다. 우리에게 “나는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는가?”라는 성찰이 필요하다. 나역시, 산업사회가 요구하는 방식대로 시간을 사용하고, 다른 이에게도 요구하고 있지는 않은가?”

 

은영 / 나는 돈을 좋아해서, 일반적으로 물건의 필요를 먼저 선택하지 않지만, 필요를 갖게 하는 사회에서 '가난의 현대화가' 마음에 많이 와닿았다. 그리고 얼마 전, 아는 지인에게 폐경기 수업을 들었다고 하자, 동네 친구들과 이야기하면 다 아는 걸, 왜 수업을 들었냐고 하더란다. 순간, '아! 나는 왜 그랬을까? 그런 걸 나눌 친구가 없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 안에 다른 별 '초희', 언제나 궁금한 초희의 생각, 조심조심 한 마디 한 마디 그의 별로 우리를 초대한다. 초희의 생각은 우리에게 다르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초희 / "기대를 하고 봤으나 노동하고 있지 않아서 많은 공감이 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에, 그럼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노동이 아니라고 생각하는가?, 한 사람 임금의 기준은 얼마라고 생각하는가? 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무어라 정의하기 어려운 생각의 파편들을 정의해 내도록 질문해대는 우리, 

 

초희 / 필요가 상품과 같은 말이 되었다는 것에 대해, 필요가 있어도 돈이 없으면 필요를 충족할 수 없다고도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은가?, 전문가는 장인보다 성직자에 가깝다고 말하고 있는데, 전문가와 장인은 무엇이 다를까? 초희의 질문 하나하나는 사유를 위한 중요한 매개가 되었다. 우리는 '무사유' 속에서 중요하고 가치 있는 질문의 의미를 놓치고 그저 살아가고 있는건 아닌가?

 

그렇게 두 시간이 한 순간처럼 지나갔다.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진 후 매주 이어지는 기린쎔의 잘 정리해내는 수고가 오늘도 어김없이 아름다운 마무리를 해주었다.

 

우리는 ‘일리치 처럼 생각하고, 일리치 처럼 행동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치열하게 고민하는 한 주를 보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번 세미나를 통해 함께 가고자 하는 길 위에 조금씩 올라서고 있었다.

 

# 오늘의 자기배려를 위한 걷기 / 기린, 은영님

# 4회차에는 ‘과거의 거울에 비추어’ 1. 

- 메모 / 은영, 초이

- 간식 / 사유

# 자기배려를 위한 걷기/ 기린, 그믐, 사유 그리고...

댓글 11
  • 2022-03-31 10:16

    초희^^

    초이, 아니구...ㅋㅋ

    • 2022-03-31 10:29

      앗!!!

      고맙습니다. ^^;;

       

      • 2022-04-03 03:00

        ㅋㅋㅋ

        • 2022-04-03 06:21

          초희, 쏴리~~~ ^^*

  • 2022-03-31 10:30

    전장연 싸움이 .... 그러니까, 교통 수단이 필요한 사람들.

    굳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이 교통수단을 점령하고 있네요.  주객이 전도되서 주인행세를....

    참나 !!!!!!!!!

    • 2022-03-31 14:28

      내말이!!!!!

  • 2022-03-31 14:28

    세미나 시간에 나누었던 생각들이 둥둥 떠다녔었는데^^ 사유님이 정리해 주니 좋네요^^

    다음 시간에도 어떤 생각들이 우리의 질문에 길을 낼지 함께 해 봅시다요~

    • 2022-03-31 15:06

      좋아요!!!

      잘 이끌어 주셔서 어설프지만 낯선 것으로부터 자유롭게 적응해 갑니다.
      그믐님도 여러모로 잘 안내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 2022-04-02 00:00

    사유샘~ 그날의 온도 마져도 느껴지는 후기 덕분에 

    전주 참석도 못하고 한주 임금노동자 답게 사느라 지쳐버려 일리치는 저만치 뜬그름 같았는데... 쑤우욱 환기가 되었습니다.

    열심히 남은 주말 바아짝 공부하고 뵙겠습니다~!  

    • 2022-04-02 21:49

      단풍님 보고싶어요~~

  • 2022-04-02 21:53

     

    본문에 넣기에 많아서 따로 올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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