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은의 인터뷰-일욜엔 양생] 사는 건 대체로 재미가 없지만

동은
2022-02-10 03:06
279

일욜엔 양생을 기다리며...

저의 인터뷰가 돌아왔습니다! 갈수록 인터뷰는 어렵네요. 하지만 프로그램을 앞두고 심기일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돌이켜보니 저와 깊~~고도 묘~~한 연이 있었던 기린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1년간의 변화들

    올해로 문탁에 온지 8년차가 되었다. 이 곳이 연차가 경력이 되는 그런 곳은 아니지만 보내온 시간은 무시 못하는게 사실이다. 그동안 뭘 했나 싶어도, 1년 만에 다시 인터뷰를 하며 지난 해를 돌아보니 생각보다 많은 일이 있었다.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고, 문탁티비에서 월간문탁을 만들며 영상을 다룰 줄 알게 된 덕에 인문약방에서 일하게 되었다. 코로나 때문에 불안불안했던 <한문이 예술>은 기존보다 더 큰 규모로 진행할 수 있었다. 덕분에 연초부터 정신이 없어 진지하게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는 게 없어 인터뷰를 하겠다고 했던 작년과 비교하면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이런 나의 변화를 더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기린쌤이다. 내가 문탁에 파지스쿨을 문의하러 왔을 때 처음 만난 사람이 바로 기린쌤이었다. 그러나 파지스쿨 이후로 오랫동안 기린쌤과의 특별히 긴밀한 접점은 없었다. 나중에 이문서당을 통해 같은 교실에 앉아있게 된 이후에도 말이다. 기린쌤은 문탁에서 공부한지 12년차다. 나보다도 더 오래 공부를 했으니 얼마나 더 많은 일을 하셨을까? 파지스쿨에서 처음 만난 기린쌤, 자누리 작업을 하던 기린쌤, 더치커피를 내리던 기린쌤, 고전공방의 기린쌤, 주방을 지키는 기린쌤... 그런데 프로그램을 여는 기린쌤은 처음이다. 아니다, 내가 몰랐던 건가?

    문탁 12년차, 고전을 만난지 10년차. 그리고 인문약방 3년차. 올해 새롭게 인문약방의 프로그램 <일욜엔 양생>을 여는 기린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압력 밥솥같은 모집글

 

    프로그램 홍보를 위한 인터뷰를 부탁받으면 가장 먼저 모집글을 살펴본다. 모집글에서는 신청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만나는 프로그램의 첫인상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기린쌤의 프로그램은 뭔가가 가득하다. 꾹꾹 눌러 담겨있는 압력 밥솥처럼, 커리큘럼만 봐도 와글와글 모여있는 밥알같다. 기초를 탄탄히? 어떤 기초를 다지는 것이지? 네 가지 키워드는 무엇을 말하는 것이고...? 열기가 느껴지는 모집글에 던질 질문을 한가득 안고 기린쌤을 만났다.

 

 

동은(이하 동): 쌤! 쌤이 혼자 프로그램을 여는 게 처음인 것 같더라구요. 긴장되고 떨리실 것 같은데...

 

기린(이하 린): 그러게나 말이다... 내가 너랑 만난게 파지스쿨이 처음이었지? 그거 아니? 너를 만났을 때는 문탁에서 청소년들과 고전을 공부했었는데 그런데 이제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열게 됐어. 우여곡절 끝에 단독 프로그램이라 괜시리 긴장이 되네.

 

: 모집글만 봐도 뭔가가 느껴졌어요. 뭐라고 해야할까, 흥미로운 주제를 따르는게 아니고 커리큘럼도 굉장히 촘촘하고 쉽지 않은 느낌이더라구요.

 

: 아무래도 그렇지. 시간도 그렇잖아. 일요일 오전이라니. 물론 그 시간에 프로그램을 개설하겠다고 한 것도 쉬운 결정은 아니었어. 아마도 신청을 고민하는 사람들한테도 그럴거고.

 

: 커리큘럼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학기마다 공부하는 내용들이 되게 어려워보이는 것도 있어요. 자율, 시중, 용신, 치병.... 너무 용어들도 너무 어려워 보이고요 @.@

 

: 그래? 그럼 일단, 자율이란 건 말이야... (설명에 시동을 거는 기린쌤)

 

: 잠깐, 잠깐!!! 그보다도 선생님한테 먼저 물어보고 싶은게 있어요. 도대체 "양생"이 뭐에요?

 

 

   어느 순간 몇년 전부터 문탁에 양생이라는 바람이 불었다. 너도 나도 양생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특히 문탁쌤이) 인문약방이 만들어지면서 양생에 대해 배우자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나는 사실 양생이라고 하는 것이 도대체 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잘 살아보자는 말인 것 같은데... 그게 다가 아닌 것 같다. 쉽게 대답하긴 힘들어 보이는 이 개념, 도대체 뭘까?

 

 

 

문혜왕과 포정(소잡이)

 

 

: 양생은 단순하게 해석하자면 "삶을 기르는 방법"이야. 장자의 <양생주養生主>에는 소잡이가 19년동안 소를 잡는 방법을 통달한 것을 보고 문혜왕이 양생의 도를 깨달았다는 내용이 있어. 보통 소를 잡으면 한 달에 한 번 칼을 바꿔야 하는데 소잡는 일에 통달한 사람은 19년동안 칼을 바꾸지 않았다는 거야.

 

: 달인이 되었다는 건가요?

 

: 그렇게 볼 수도 있지. 소를 해체하는 그 사람만의 방법이 있었던 거야. 그 칼을 다루는 것이 마치 우리의 삶을 다루는 방법이라고 생각해보면, 그 맥락에서 양생은 곧 삶을 기르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어. 양생은 곧 나를 배려하는 일이고, 이 과정에서 자기배려의 방법, 곧 자기배려 테크네(기술)을 고민하게 되는 거지.

 

: 오... 테크네니, 자기배려니, 왜 이런 단어들이 나왔는지는 알겠네요. 그런데, 그렇다면 쌤에게 양생은 어떤 거에요? ...그러니까, 기린이 삶을 다루는 방법 말이에요.

 

 

   당신은 어떻게 삶을 돌보고 있나요?! 쉽지 않은 질문이다. 그런데, 기린쌤의 프로그램이 삶을 다루는 방법에 대한 공부라면 일단 누군가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힘차게 양생을 설명하던 기린쌤은 질문을 듣고 신중한 표정으로 대답을 골랐다.

 

 

 

양생의 3단 변신

 

 

: 나에게 양생이라... 맨 처음 양생이라는 말을 들었을 땐, 성실함이 제일 우선이라고 생각했어. 매일매일, 꾸준히, 정한 것을 해내는 것 말이야. 이건 내가 문탁에 와서 작은 일을 성취하는 경험으로부터 시작된거고, 나에게 안착한 것이기도 해. 지금도 아침 여섯시 반에 진달래와 고전을 읽고, 아침에 할 일들을 끝내고 출근하고 있거든. 이렇게 매일매일 하는 일들을 지키는 것이 내가 잘 사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어.

 

: 와, 그럼 하루가 엄청 뿌듯할 것 같아요.

 

: 맞아. 매일매일 내가 정한 삶의 루틴을 실천하는 것이 내가 살아나가는 힘이 되는거야. 그런데 이렇게 내가 가장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채워가다 보니 내 성취에 너무 취하게 되더라고. 마치 간증한 사람처럼 내가 그렇게 해냈으니,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 할 수 있는데, 너희들은 안하는거다!라는 식으로 말이야. 내심 소잡는 경지에 이른 소잡이처럼 어떤 경지에 이르렀다고 생각했지.

 

 

    이야기만 들으면 기린쌤이 마치 우물 안의 개구리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기린쌤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의 단점을 극복했다면 얼마나 뿌듯하겠는가? 하지만 말하는 기린쌤은 뿌듯해서 기쁘기보단 착잡해보였다.

 

 

: 이런 교만을 깨닫게 된게 인문약방을 시작하고 나서야. 내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관심이 없다고만 생각했지, 그게 내가 듣고 싶지 않아서 라는걸 몰랐어. 어쩌면 알았지만 상관 없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 내 스스로에 대한 성취와 다른 사람과 잘 지내는 일은 달랐던거야. 그 전에는 내가 잘하면 된다고만 생각했거든.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고.

 

: 인문약방을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어떠셨어요?

 

: 신기하게도 인문약방을 시작하고 나서부턴 나의 방법이 먹히지 않았어. 자꾸만 부딪치고,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도 안되는 거야. 난 내가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내가 행동하지 않고 말만 하고 있는 순간들을 발견했어. 그렇게 자신있게 생각하던 계획한 걸 해내던 내가 그렇지만도 않았다는 걸 알게 된거지. 

 

: 지금까지의 방법이 먹히지 않게 되었다면 쌤의 양생법도 조금 달라졌겠네요?

 

: 내 생각대로 안되는 일들이 오히려 내 공부와 삶을 더 선명하고 명료하게 만들었어. 내 생각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인문약방이 나의 삶의 현장이 된 거지. 이제는 내 방법, 내 공부만이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들과 잘 지내는 일도 중요해졌어. 내 몸, 습관을 바꾸는게 전부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균형을 맞추는 것, 공통감각을 기르는 것이 나에게 정말 필요한 능력이라는 걸 안거야. 

 

 

10대의 세 사람이 겪는 내용의 영화 <최선의 삶>

 

 

    양생, 어려울 수 밖에 없구나!  기린쌤의 답변은 정돈되어 있지만 그 차분함 속에 많은 우여곡절이 담겨있었다. 자신의 부족함을 마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물쩍 넘기려 들면 러시아의 어느 시구처럼 언젠가는 삶이 우리를 속이고 만다. 그래서 사는 게 재미가 없는 것 같다. 삶이란게 어떻게든 부닥치는 일 없이 알아서 굴러 가면 안되는 건지, 하루하루는 분명 느리고 지루한데 어느 순간 알아챌 틈도 없이 빠르게 고꾸라져 초조하고 불안해진다. 도무지 잘 산다는 감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기린쌤은 어떻게 그 과정을 지날 수 있었을까? 어쩌면 그 과정이 바로 이 프로그램에 담겨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모집글을 보고 느꼈던 가득 담겨있던 뭔가는, 바로 기린쌤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 이렇게 바뀔 수 있었던 건, 같이 지내는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야. 그리고 세미나를 열게 된 것도 새롭게 만날 친구들을 찾고 싶어서이기도 해. 그렇다면 나의 또 새로운 면들을 찾을 수도 있겠지. <일욜엔 양생>은 그런 마음을 담은 프로그램이야. 

 

 

   삶을 기르는 방법이라는게, 이런 저런 고민 없이 모든 것을 아울러 잘 살 수 있는 공통된 방법이 있다면 좋겠지만... 루틴을 지키던 기린쌤이 다른 사람과의 조화를 추구하게 되고, 또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양생이란 모든 것을 관통하는 방법 따윈 없다는 걸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프로그램에 담겨있는 기린쌤의 양생

 

 

 

: 이제서야 모집글에 있는 내용을 물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도대체 이 프로그램에선 어떤 걸 공부해보려고 하는 건가요?

 

: 커리큘럼이 크게 두 개로 나뉘어 있지? 1학기는 이론에 대한 내용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자율과 시중은 내가 일리치와 공자를 공부하며 배운 양생의 방법이야. 일리치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자율의 힘을 믿었던 사람이고, 공자는 평생 사람답게 사는 길에 대해 배우기를 게을리 하지 않은 사람이야. 일리치를 통해서는 현대 사회에서 나의 고유한 삶을 실천할 수 있는 능력(자율) 알아보고, 공자를 통해서는 자신이 처한 상황 속에서 적합하게 행동할 수 있는 균형감각(시중)을 배워볼거야.

 

: 오.... 뭔가 이상적인 내용이 될 것 같네요. 그 사람들 말로만 되면 아무 문제 없을 것 같은...

 

린: 그렇지! 그렇기 때문에 2학기에는 실전편이라고 할 수 있어. 마땅히 옳은 것, 좋은 것은 누구나 알지만 세상은 그렇게만 흘러가지도 않잖아. 그렇다고 세상 탓만 하는 것도 당연 양생은 아니겠지. 그래서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를 음양오행의 기호로 해석(사주명리)해보고 삶을 탐구해보려고 해. 사주명리는 실제로 고대 사람들의 양생의 기술 중 하나였어.

 

: 그럼 치병은 뭘 말하는 거에요?

 

: 보통 우리는 싸워서 이기는 법을 알고 싶어하잖아? 병에 걸리면 병과 싸워서 이기면 끝날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하지만 그보다도 병을 다스리거나 함께 살아가는 법(치병)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거야. 그거야말로 기술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지!

 

 

    어렵게만 느껴졌던 네 개의 키워드는 프로그램에서 탄탄히 쌓을 기초들이었고, 곧 기린쌤이 거쳐온 양생의 기반들이었다. 자율을 통해 나를 믿고, 시중으로 세상을 알아가며 사주명리를 통해 나와 세상을 연결하고... 그리고 나의 취약함과 함께 사는 방법을 알아가는 것. 이 프로그램 안에 12년동안 해온 공부의 과정들이 스며들어 있었다.

 

 

: 그나저나 일요일 오전이라니... 쉽지 않아요, 쉽지 않아... (절레절레)

 

: 그렇긴 하지? 그래서 내가 요즘 새롭게 읽히는 논어 문장이 있어. "멀리 있는 친구가 찾아오니 이 또한 즐겁지 않은가(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라는 문장인데, 단순히 거리가 멀리 살고 있는게 아니라 마음이 먼 친구가 찾아오는 것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만큼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신청해준다면 정말 너무너무~ 기쁠 것 같아^^

 

: 그럼 이제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은 쌤처럼 10년은 공부를 해야하는 거에요?

 

: ...

 

: ...

 

: ... 응!!!

 

 

    잠깐의 정적동안 설마 진짜 10년을 공부해야된다고 말하진 않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그럼 도대체 누가 신청하겠어요!! 인터뷰를 써야 하는 입장에서 난감한 답변이었다. 하지만,  기린쌤의 대답은 진심이었다. 

 

 

: 물론 꼭 10년을 해야 한다는건 아니야. 10년도 1년부터 시작해야 흐르는 거니까. 내가 10년동안 공부해 왔으니 그 다음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사람들을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만나고 싶어.

 

 

 

함께 산책하듯 공부할 친구를... 만날 수 있을까?

 

 

    나는 <다른 20대의 탄생>에서 이런 소개글을 적은 적이 있다. "문탁에 온 뒤 살아가는 것과 공부하는 것이 멀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인지 내가 공부를 잘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가끔씩 잘 살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순간을 늘려가고 싶다." 우리가 언제나 잘 살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사는 일이 불안하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가 잘 살고 있다고 믿게 되는 순간을 적극적으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기린쌤은 공부를 통해 그런 순간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혹시라도, 사는 법을 알고 싶은 사람, 궁금한 사람, 혹은 함께 고민할 사람이 필요한,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

올 한해 기린쌤과 함께 공부를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프로그램 홍보라는 막중한 임무를 가지고 쓰는 인터뷰가 쉽지 않네요... ㅋㅋ 하지만 깊은 고민을 담은 프로그램이란걸 알 수 있었습니다. 기린쌤에게 많은 응원과 신청을 위한 홍보 !!! 부탁합니다 ~~! 인터뷰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신청은 요기서: http://moontaknet.com/?page_id=11909&mod=document&uid=35354

댓글 2
  • 2022-02-10 08:37

    동린커플...멋지군요^^

    기린쌤 응원합니다. 멋진 프로그램이 될 거에요~~

  • 2022-02-10 10:26

    응원합니다. 모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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