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밀한 세미나 4주차 후기

송우현
2022-03-09 16:45
213

 

 다들 투표는 하셨는지요. 주말부터 정신이가 좀 없어서 후기를 늦게 올리네요ㅎ. 벌써 3월이고 새학기도 시작되면서 정신이 없기도 하고, 3주째 같은 책을 보고 있어서 그런지 세미나도 힘이 살짝 빠지는데(저만 그런 것 같기도 해요ㅎ), 힘내서 마지막까지 잘 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만복의 발제로 시작이 되었는데, 쏜이 제안하는 성적 합의에 관한 조항들을 정리해주었습니다.

  1. 상대에게 섹스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강요하지 말고, 그의 생각을 인정하자.
  2. 상대의 의사결정에 설명을 요구하지 말자.
  3. 합의와 관련된 도구들(세이프워드, 하드리미트, )을 사용하는 것은 좋지만, 그 도구에 전적으로 의존해서 의사소통해서는 안 된다. 비언어적 반응을 잘 살펴야 한다.
  4. 파트너가 질투하고 있다면 그 감정을 존중하자. 상대방이 선의에서 행동하고 있으며, 나를 조종하려는 것이 아님을 일깨우자. (만복 발제 발췌)

 

 다시 봐도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항들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만복은 좀 더 근본적인 물음을 던졌죠. ‘위 항목들을 정답이라고 한다면, 왜 우리는 이런 오답을 내놓는가?’ 가부장제, 이성애, 비장애 중심주의 등 여러 가지 문화적 요인들이 작용한 결과이겠지만 저희는 그중에서도 미디어의 영향력을 꼽았답니다. ‘연애는 마음이 맞는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을 중심으로 한 여러 가지 로맨스의 이미지들을 쉴새 없이 보여주고 있는 미디어의 영향으로 ‘관계 맺음의 어려움’이 드러나지 않고, 한 번 연인이 되면 성적 합의에 대해서도 신중해지지 않는다는 맥락이었어요.

 질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최근 인터넷을 달군 ‘깻잎 논쟁’(애인의 친구가 깻잎 집는 걸 힘들어할 때 도와주어도 되는가에 대한 논란)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어요. 이런 게 논란이 된다는 것부터 이성애, 독점연애 중심적이면서 질투심의 수행적 면모가 강조된다고 저는 느끼거든요. 증말 열받습니다.

 그럼에도 질투심 그 자체는 자연스러운 감정으로 이해하고,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요. 그러나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 어떻게 해야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상한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정답이 나올 수 없는 부분이지만, 결국 서로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그것을 인정하는 과정은 꼭 필요하다는 결론이...ㅎ

 다음 책인 <성적 동의>에서는 대중문화나 법 등을 면밀하게 파헤치고 있으니, 왜 우리가 ‘오답’을 내놓고 있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의 발제에서는 BDSM과 학대의 유사성에 따른 오해들과 그 속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다루었는데요, 마찬가지로 ‘의사소통의 실패’를 통한 문제가 많았습니다. 모든 관계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권력 역학과 그 구조 속에서는 솔직하고 원활한 의사소통이 힘들다는 맥락이었죠. 그 권력 역학을 만들어내는 것도 가부장제를 비롯한 문화적 영역이니, 정말 성과 페미니즘은 떼어놓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솔직한 의사소통만큼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비언어적 의사소통’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죠. 눈치나 센스로 통용되는 이 의사소통은 제가 많이 부족한 부분이라 잘하고 싶은 욕망이 큽니다. 이걸 전문적으로 배우고 기르는 ‘픽업 아티스트’ 공동체에 배우러 가고 싶었을 정도죠. 픽업

 아티스트는 여성들을 까다로운 퍼즐 쯤으로 보며 단지 그들을 꼬시기 위한 테크닉을 연마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인데요, 그만큼 여성혐오적이지만, 쏜은 그들의 비언어적 테크닉은 배울 점이라며 그 공동체에서의 경험들을 풀어놓습니다. 페미니스트로서는 정말 좋게 봐주기 힘든 집단일 것 같은데, 그곳에서도 배울 점을 찾는 쏜의 태도가 정말 멋있었습니다. 경덕님이 페미니스트 중에서도 BDSM이라는 소수자 집단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는 것 같다고 짚어주셨던 게 기억 나네요.

 

 다음 주는 마지막 책 <성적 동의>를 끝까지 읽어옵니다. 파트를 따로 나누진 않고 저와 경덕님이 발제를 해오기로 했습니다. 에세이도 다가오고 있으니 찬찬히 주제를 생각해놓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한 주 잘 보내시고, 토요일에 뵈어요~

댓글 2
  • 2022-03-09 17:05

    클라리스의 글 덕분에 성적 의사소통에서 그동안 제가 놓치고 있던 많은 부분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이것들을 까먹지 말고 몸으로 체득하고 싶네요. 나와 상대방을 충분히 고려하는 의사소통 같은 것들요.

  • 2022-03-15 21:22

    내가 질투심을 느낄 때 상대에게 어떻게 표현할지, 상대가 질투심을 표현할 때 나는 어떻게 반응할지, 각각의 상황을 번갈아 상상해보게 되네요ㅎ 책을 읽는 내내 쏜의 포용적 섹슈얼리티 운동 방식을 보며 감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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